논문을 읽다/절지동물

다윈의 예상이 옳았다! 바람과 곤충의 날개 퇴화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0. 12. 31. 06:31

 곤충의 능력 중 하나를 고르라면 하늘을 나는 것일 겁니다. 우리가  초등학교에서 배웠던 곤충을 정의하는 기준이 3쌍의 다리와 날개를 지닌 절지동물이라고 배웠었지요. 대부분의 곤충에게 날개는 매우 유용한 신체임은 틀림없습니다. 날개가 있어 먼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는 점, 땅 위를 다니는 포식자를 피할 수 있다는 점, 멀리 떨어진 섬과 섬 사이도 다닐 수 있다는 점 등이 있지요. 그런데 모든 곤충에게 날개가 있어 날 수 있는건 아닙니다. 날 수 없는 곤충도 있지요.

제주점줄애딱정벌레. 명주딱정벌레(calosoma)를 제외한 대부분의 딱정벌레과에 속하는 곤충들은 날개가 퇴화되었다. 출처-https://terms.naver.com/imageDetail.nhn?docId=3593807&imageUrl=https%3A%2F%2Fdbscthumb-phinf.pstatic.net%2F4907_000_3%2F20170527033634980_4F5CE1ERQ.JPG%2Fib66_4615_i1.JPG%3Ftype%3Dm4500_4500_fst_forest%26wm%3DY&cid=46691&categoryId=46691

 날개를 가진 것은 분명 매우 큰 장점인데 왜 곤충 중에서 날개를 잃은 곤충이 존재하는 걸까요? 이 의문점은 무려 찰스 다윈이 살던 시절부터 있었습니다. 다윈은 유시아강에 속하는 곤충이 비행능력을 잃은 이유를 다윈은 해안가 근처의 바람으로 설명하였습니다. 해안가 근처에서 비행능력을 가진 곤충이 비행하면 바람에 의해 바다로 날아가버려 결과적으로 비행능력이 없는 곤충들만 남게 되고, 그들이 자손을 남겨서 날개가 없는 특성을 그대로 물려주게 되었다는 것이죠. 그는 자신의 생각을 종의 기원에 저술하기도 하였고, 동료 학자 조셉 달톤 후커(Joseph Dalton Hooker)에게 편지로 보내었습니다. 그런데 후커는 다른 의견을 내놓았는데,  그는 해안가와 먼 사막(사하라, 호주 등)에서 서식하는 비행 능력을 잃은 곤충들은 다윈의 가설로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비행을 위해 쓰이는 에너지가 비행 대신 번식에 쓰이면서 비행능력을 잃었으리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찰스 다윈(좌)과 조셉 달톤 후커(우).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Charles_Darwin#/media/File:Charles_Darwin_seated_crop.jpg https://en.wikipedia.org/wiki/Joseph_Dalton_Hooker

 현재까지 날개를 잃은 곤충에 대해서 크게 2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첫 번째 요인은 선택설로 서식지의 특성에 대한 것입니다. 곤충이 비행을 할 때 소모되는 에너지가 증가하는 경우-바람이 불 때, 서식지가 떨어져 있 을때, 기압이 낮을 때-, 그리고 비행의 이점이 떨어질 때(포식자의 부재, 경쟁자가 적을때, 서식지의 안정화, 서식지의 복잡성)에 따라 곤충이 비행능력을 잃게 되는 것이지요. 두 번째 요인은 종 분화입니다. 종 분화란 생물의 종이 분화되어 두 종류 이상의 종으로 나누어지는 것을 뜻하는데, 곤충이 날개를 잃으면 지리적으로 멀리 이동할 수 없어 교배할 상대를 찾기 더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곤충이 땅 위에서 걸어 다닐 수 있는 지역에서 만나는 상대와만 번식이 가능하고, 이에 따라 곤충들끼리 유전적으로 섞이는 확률이 더 낮아져서 종국에는 두 종 이상으로 분화하게 된다는 것이지요(즉, 지리적으로 따로 떨어져 생활하다 보니 종이 나누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날개가 없으면 이런 식의 종 분화가 날개가 있는 경우보다 더 빠르게 일어난다고 합니다. 만나는 상대가 제한적이다 보니 유전적으로 섞이기 어려워지고, 따라서 유전적으로 다양성을 갖추기 더 쉬워지는 것이지요.

 

 최근 곤충이 날개를 잃은것에 대한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연구는 호주의 모나쉬 대학교의 연구팀에 의해 진행되었지요. 연구팀은 남극을 둘러싼 바다에 위치한 여러 개의 고립된 남극해 섬(Southern Ocean Island)중에서 28개의 섬과 남극 본토 근방 섬에서 서식하는 곤충들을 조사하였습니다. 본래 섬에서 사는 고유종들과 외부에서 유입된 종들을 비교 분석하였죠. 총 5개의 목(파리목, 딱정벌레목, 나비목, 벌목, 노린재목)에 속하는 곤충들, 그중에서 날 수 있는 곤충 197속과 날 수 없는 곤충 153속, 양쪽 모두에 속하는 곤충 26속의 비율을 비교하였습니다. 그리고 곤충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 3가지-바람, 포식자, 온도-를 조사해보았죠. 조사한 결과, 본래 남극해 섬에서 살던 곤충들은 고유종일 경우 날개를 잃은 비율이 훨씬 더 높았고, 곤충이 날개를 잃는 데에 바람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곤충 비행 비교표. 출처-Leihy, Chown., (2020).
곤충의 비행에 영향을 미치는 3가지 요인들. 예측 변수는 요인, 모델 계수는 영향을 받은 정도를 의미한다. 출처-Leihy, Chown., (2020).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습니다.

 

'여러 가지 사실들, 즉, 전 세계적으로 딱정벌레가 바다로 날려 와 목숨을 일흔 경우가 너무나도 흔하다는 점, 울러스턴 씨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마데이라의 딱정벌레는 바람이 잠잠해지고 햇빛이 나기 전까지는 잠자코 숨어 있다는 점, 날개가 없는 딱정벌레의 비율이 마데이라 자체보다 비바람에 노출된 데저타스 지방에서 저 많다는 점, 그리고 특히 울러스턴 씨가 강하게 주장했던 너무나도 특이한 사실로, 다른 곳에서는 그 수가 매우 많고 거의 절대적으로 나는 것이 필요한 생활 습성을 가진 어떤 거대한 딱정벌레 무리가 이 지방에는 거의 없다는 점 등을 미루어 생각해볼 떄 나는 너무나 많은 마데이라의 딱정벌레가 날개가 없는 상태에 있는 것은, 주로 자연 선택의 작용 때문이기는 하지만 아마 불용이라는 요소도 함께 작용했을 것이라 믿는다. 수천 세대가 이어져 오는 동안에 날개가 너무나도 잘 발달되지 않았거나 게으른 습성으로 인해 거의 날지 않았던 딱정벌레 각 개체는 바다로 휘날려 가지 않아야만 생존할 수 있엇을 것이다. 반대로 쉽사리 날 수 있었던 것들은 번번이 바다로 날아갔을 것이고 그에 따라 죽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위 문단은 서울대학교 장대익 교수님께서 번역하신 1859년에 출판된 종의 기원 초판 번역서에서 인용하였습니다.)

 

 연구진은 다만 불용 즉 날개를 이용하지 않는 것과 바다로 날아가는 것보다는 강한 바람에 곤충이 비행하기 위해서 드는 에너지에 더 집중하였습니다. 즉, 강한 바람이 부는 환경에서 비행을 하기 위해선 소모되는 에너지 비용이 더 증가하고(비행할 때는 날개 근육을 움직이기 위해서 에너지가 많이 소모됩니다!)그만큼 번식에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줄어들기 때문에, 비행을 포기하고 번식을 더 많이 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본 것이죠. 다윈이 제시하였던 바다로 날아가는 것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다윈의 가설이었고, 연구진은 비행과 번식으로 이를 대체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다윈이 제시하엿던 바람이 곤충의 비행능력을 상실하게 한 가장 큰 요인이라는 점이 본 연구를 통해서 증명된 것입니다. 포식자, 온도 등 다른 요인들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다윈이 제시한 바람이 가장 큰 요인이라는 가설이 입증된 사례라고 볼 수 있지요.

 

연구 출처-

Leihy, R. I., & Chown, S. L. (2020). Wind plays a major but not exclusive role in the prevalence of insect flight loss on remote islands.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287(1940), 2020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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