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예전에 쓴 책 『화석이 말하는 것들』에서 어린 공룡과 다 자란 공룡에 대한 연구 사례를 이야기하였습니다. 전혀 다른 공룡으로 알려진 공룡이 사실은 어린 개체와 다 자란 개체였다는 것으로 판단되는 사례였죠. 물론 그 책을 쓰고 난 이후로 새로운 연구가 발표되어서 서로 다른 공룡이 맞다고 최종적으로 결론이 난 사례도 있습니다 (보러가기). 나중에 2쇄를 찍게 된다면 꼭 수정해야 할 부분이지요.
제가 그 책에서 다루지는 않았지만 이런 논란이 제기된 사례가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몽골에서 살았던 티라노사우루스의 친척인 거대한 육식공룡 타르보사우루스에 대한 것입니다. 정확히는 타르보사우루스와 다른 육식공룡이 과연 같은 공룡인가, 아니면 다른 공룡인가에 대한 논쟁이죠. 이번 글에서는 그 논쟁에 대해 다루어보겠습니다.

(1). 논란의 시작, 랍토렉스의 화석
2009년에 학계에 새로운 공룡이 보고되었습니다. 미국 시카고 대학교의 폴 세레노 교수와 공동 연구진은 랍토렉스라고 하는 티라노사우루스의 친척 공룡을 학계에 보고하였습니다. 이 공룡은 머리뼈와 앞발, 뒷다리, 골반 및 척추뼈와 늑골이 발견되었습니다. 연구진은 이 공룡을 연구하면서 티라노사우루스과, 그러니까 티라노사우루스 및 그 친척들이 어떻게 진화하였는가에 대해 여러 주장을 하였습니다. 랍토렉스의 몸길이는 대략 3미터 정도로, 티라노사우루스과 내에서 매우 몸집이 작은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연구진은 코뼈 및 척추뼈에서 융합된 흔적이 있다는 것을 근거로 랍토렉스가 다 자란 공룡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랍토렉스의 머리뼈는 전체 몸길이의 대략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즉, 굉장히 큰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턱에 보이는 근육의 부착 부위 흔적을 볼 때, 턱을 닫는 근육이 아래턱에 매우 넓게 붙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매우 강한 턱힘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앞발은 매우 작고, 바깥으로 노출된 앞발가락이 티라노사우루스처럼 두 개뿐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특징들은 티라노사우루스나 타르보사우루스처럼 공룡시대 후기에 살았던 티라노사우루스과에서 보이는 특징들입니다.

재미있게도 티라노사우루스의 원시적인 친척 공룡들은 랍토렉스와 매우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원시적인 친척들은 대부분 머리의 크기가 전체 몸길이 대비 30% 이하였습니다. 즉, 머리가 작았다는 것이죠. 그리고 앞발에서 세 개의 발가락이 모두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이러한 특징들로 미루어 볼 때, 랍토렉스는 티라노사우루스의 원시적인 친척들과 비슷한 시기에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후대에 등장한 티라노사우루스과의 특징들을 이미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세레노 교수와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티라노사우루스 및 그 친척이 세 단계에 걸쳐 진화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가장 원시적인 티라노사우루스상과인 구안롱, 딜롱 같은 공룡은 몸집이 작고 머리도 작으며 앞발이 길고 발가락이 세 개였습니다. 이 공룡들은 쥐라기 중기에서 백악기가 시작될 즈음에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랍토렉스가 살았던 백악기 전기에 접어들면서 머리의 크기가 커지고 턱도 강해지는 동시에 앞발이 짧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하게 되었습니다. 최종적으로 백악기 후기에는 몸집이 극적으로 커지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티라노사우루스류는 작은 몸집에 작은 머리, 긴 앞발과 세 개의 앞발가락을 가지고 있었다 (구안롱 및 원시적인 티라노사우루스상과).
2. 그러다가 진화하면서 이들은 머리의 크기가 커지고 턱이 강해지면서 앞발이 짧아지기 시작하였다 (랍토렉스 및 원시적인 티라노사우루스과).
3. 최종적으로 멈집이 매우 커지게 되었다 (티라노사우루스 및 타르보사우루스등 백악기 후기 거대한 티라노사우루스과).
즉, 랍토렉스는 원시적인 티라노사우루스류와 백악기 후기의 거대한 티라노사우루스과 사이를 이어주는 일종의 중간 단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죠.

(2). 사실은 어린 타르보사우루스?
그런데 사실 랍토렉스의 화석은 진위 여부에 논란이 있습니다. 화석 자체가 가짜라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이 화석이 정확히 어디에서 발견된 것인지 알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화석을 연구할 때는 발견된 위치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화석의 연대와 발견된 지층의 환경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위치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랍토렉스의 화석은 연구진이 직접 발굴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투싼 보석 및 화석 쇼(Tucson Gem Mineral and Fossil Show)라는 경매장에 올라온 것을 어느 화석 수집가가 구매한 것이었고, 세레노 교수와 공동 연구진은 그 화석을 연구하였던 것입니다. 연구진이 알아낸 바로는, 랍토렉스의 화석이 리코프테라(Lycoptera)라고 하는 어류의 화석과 함께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이 어류는 중국 북쪽의 내몽골 지역에 있는 루지아툰층원(Lujiatun Bed)에서 발견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 지층은 약 1억 3천만 년 전, 그러니까 백악기 전기에 만들어진 지층입니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랍토렉스가 백악기 전기에 살았던 공룡이라고 판단하였던 것입니다.
2011년에 들어서 랍토렉스가 사실은 어린 타르보사우루스일 것이라는 주장이 발표되었습니다. 당시 미국 몬태나 주립 대학교의 덴버 파울러(Denver W. Fowler) 연구원(현 미국 디킨슨 박물관 학예사)과 공동 연구진은 여러 근거를 바탕으로 이 같은 주장을 하였습니다.
연구진이 내세운 첫 번째 근거는 화석이 발견된 지층의 층서였습니다. 층서란 지층의 연대를 뜻하는 말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랍토렉스의 화석은 경매장에서 구매한 것이었고, 함께 발견된 리코프테라 어류 화석을 근거로 백악기 전기의 공룡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런데 파울러 연구원과 공동 연구진이 비교해 본 결과, 랍토렉스와 함께 발견된 어류 화석은 리코프테라의 것과 많이 달랐다고 합니다. 오히려 이중갑청어목(Ellimmichthyiformes)이라는 물고기와 더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였죠. 2013년에 어류 화석을 주로 연구하는 콜럼버스 주립대학교의 고생물학자 마이클 뉴브레이(Michael G. Newbrey)와 연구진의 발표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나왔습니다. 즉, 랍토렉스의 화석과 같이 발견된 물고기가 리코프테라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는 랍토렉스가 백악기 전기에 살았다는 주장의 근거를 흔들어버리는 결과였습니다.

여기에 더해 연구진은 랍토렉스가 어린 공룡일 가능성도 제기하였습니다. 랍토렉스의 화석에서 보이는 코뼈 및 척추뼈의 융합은 어린 티라노사우루스과에서도 관찰된 사례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반대로 다 자란 개체임에도 척추뼈가 융합되지 않은 사례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즉, 뼈만 보고 공룡이 다 자란 공룡인지 아닌지를 결론 짓는것은 섣부른 판단인 것입니다. 그래서 정확한 나이를 알아보기 위해 랍토렉스의 다리뼈를 잘라 단면의 뼈 조직을 관찰해 보니, 어린 공룡의 흔적은 보이는 반면 다 자란 공룡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랍토렉스의 뼈 조직에서 총상 섬유층판골(plexiform fibro lamellar bone)이 관찰된 반면 원통형의 2차 골단위(secondary osteons)는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총상 섬유층판골이란 척추동물이 빠르게 성장할 때 뼈에서 나타나는 망사 형태의 조직 구조입니다. 2차 골단위는 척추동물이 완전히 성장한 성체가 되었을 때 뼈의 바깥 부분을 이루는 미세한 구조물로, 어릴 때의 조직이 성장하면서 점차 이 구조물로 대체됩니다. 그러니까 랍토렉스의 다리뼈에서 어린 공룡의 뼈에서 보이는 층상 섬유층판골은 보이지만 다 자란 공룡의 흔적인 2차 골단위는 없었다는 것입니다. 즉, 랍토렉스이 화석은 다 자란 공룡이 아니라 어린 공룡의 화석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랍토렉스는 어디에서 발견된 것일까요? 연구진은 몽골 고비사막에서 발견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랍토렉스의 골격을 비교해 보니 몽골에서 살았던 티라노사우루스과인 타르보사우루스와 매우 유사하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어린 타르보사우루스의 화석과 많이 닮아 있었다고 합니다. 만약 랍토렉스가 정말 어린 타르보사우루스의 화석이 맞다면, 중국 북부가 아니라 몽골의 백악기 후기 지층인 네메게트층(Nemeget Formation)에서 발견된 것이라는 뜻이 됩니다. 이는 앞서 소개한 세레노 교수의 티라노사우루스류의 진화과정에 대한 연구가 사실이 아닐수 있다는 뜻도 되는 것입니다.
(3). 다른 공룡이 맞을까?
2022년에는 랍토렉스가 타르보사우루스와는 다른 공룡이라는 주장이 발표되기도 하였습니다. 미국 카르타고 대학교(Carthage College)의 토마스 카 박사는 중국 내몽골에서 발견된 티라노사우루스의 친척인 알렉트로사우루스 화석을 연구한 논문에서 랍토렉스의 분류에 대한 견해를 밝혔습니다. 알렉트로사우루스의 화석과 다른 티라노사우루스류의 화석을 비교하던 중에 랍토렉스의 화석에서 타르보사우루스와는 다른 특징이 발견되었다는 것이죠. 카 박사는 랍토렉스의 머리뼈에서 눈 부분을 이루는 뼈와 인대, 이마와 턱근육이 붙는 부분, 그리고 위턱뼈에서 타르보사우루스와 다른 형태를 발견하고 랍토렉스는 타르보사우루스와 다른 공룡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눈 쪽을 이루는 뼈가 더 가늘고 굽어 있거나, 인대가 붙는 부분이 더 발달되어 있거나, 턱뼈에서 타르보사우루스에서는 보이지 않는 형태가 나타난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죠.
하지만 이 주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반박되었습니다. 캐나다 앨버타 대학교의 고름 스코우보에 라운(Gorm Skouboe Raun) 연구원과 공동 연구진은 카 박사가 지적한 특징들이 사실은 화석화 과정에서 뼈가 압축되고 변형되면서 생긴 것이거나, 어린 타르보사우루스의 머리뼈에서도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랍토렉스의 아래턱뼈에서 각골(angular)과 전관절골(prearticular)이 서로 맞물리는 구조는 타르보사우루스의 특징과 일치한다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라운 연구원은 랍토렉스의 화석이 사실은 어린 타르보사우루스의 화석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오늘 글은 좀 어려운 내용입니다. 간단히 정리를 다시 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2009년에 경매장에 올라온 어떤 공룡 화석을 연구한 결과 새로운 공룡으로 판정되어서 랍토렉스라는 이름으로 발표되었다.
2. 그러나 2011년에 랍토렉스가 새로운 공룡이 맞는가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 의문이 제기된 연구에 의하면 랍토렉스는 새로운 공룡이 아니라 기존에 발견된 다른 공룡인 타르보사우루스의 어린 개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3. 랍토렉스가 타르보사우루스와는 다른 공룡이 맞다는 주장도 발표되었으나 반박되었다.
한 공룡 화석을 둘러싼 여러 주장들의 변천사는 고생물학이라는 학문의 본질을 잘 보여줍니다. 고생물학은 과거 생물의 흔적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가설이 제시되고, 검증되고, 수정되는 역동적인 학문입니다. 기존의 주장에서 오류나 한계가 발견되면 이를 바로잡고, 그 교정을 다시 검토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지식은 조금씩 정교해집니다. 이것이 바로 과학이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기존의 결론을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과연 사실인가?"라는 질문을 멈추지 않으며 재관찰하고 재분석하는 태도 — 그 끊임없는 의심과 검증의 반복이 과학을 과학답게 만드는 것입니다.
연구 및 자료 출처-
Carr, T. D. (2022). A reappraisal of tyrannosauroid fossils from the Iren Dabasu Formation (Coniacian–Campanian), Inner Mongolia, People’s Republic of China. 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 42(5), e2199817.
Fowler, D. W., Woodward, H. N., Freedman, E. A., Larson, P. L., & Horner, J. R. (2011). Reanalysis of “Raptorex kriegsteini”: a juvenile tyrannosaurid dinosaur from Mongolia. PLoS One, 6(6), e21376.
Raun, G. S., Coppock, C. C., Badamgarav, D., Tsogtbaatar, K., & Currie, P. J. (2026). Taxonomic reassessment of juvenile tyrannosaurine specimens from Asia reveal large biogeographic ranges in tyrannosaurids. Cretaceous Research, 106412.
Newbrey, M. G., Brinkman, D. B., Winkler, D. A., Freedman, E. A., Neuman, A. G., Fowler, D. W., & Woodward, H. N. (2013). Teleost centrum and jaw elements from the Upper Cretaceous Nemegt Formation (Campanian-Maastrichtian) of Mongolia and a re-identification of the fish centrum found with the theropod Raptorex kreigsteini. Mesozoic fishes, 5, 291-303.
Sereno, P.C., Tan, L., Brusatte, S.L., Kriegstein, J., Zhao, X., & Cloward, K. (2009). Tyrannosaurid skeletal design first evolved at small body size. Science, 326(5951), 418–422. https://doi.org/10.1126/science. 1177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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