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식물

꽃의 기원과 다윈의 의문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2. 2. 4. 18:27

  여러분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한 적 있으신가요? 저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꽃을 준 적도 있고 또 대학을 졸업할 때 선배님에게서 꽃다발을 선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선물용도 외에 꽃은 여러 장식으로 활용되는 꽃은 우리에게 참 유용한 식물입니다. 동시에 맛있는 과일이 열리는 과일나무 또한 꽃을 피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꽃을 피우는 식물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식물이란 것이죠. 우리가 보통 말하는 꽃은 속씨식물에 속합니다. 속씨식물은 씨방이라는 기관에서 씨앗이 자라는 식물이지요. 속씨식물에 속하는 꽃들은 예쁜 꽃잎을 발달시켜서 꽃을 만듭니다.

 이 꽃의 기원에 대해서, 오늘날 진화생물학의 아버지인 찰스 다윈은 한 가지 의문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바로 꽃의 등장이었죠. 왜냐하면 화석기록을 보면 꽃은 어느 순간 느닷없이 나타난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꽃이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진 것은 아닐 것이고 분명 꽃의 조상 격인 식물이 있을법한데, 왜 화석기록에서 보이지를 않는 것일까...? 다윈은 이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그는 답을 알아내지 못하였습니다. 그는 이것을 '끔찍한 미스터리 (abominable mystery)'라고 불렀습니다. 

 

(1). 가장 오래된 꽃은 언제 기록이 나올까?

 꽃은 언제부터 지구상에 나타났을까요? 오랫동안 꽃은 백악기 전기 시기인 1억 3천만 년 전 즈음에 나타났다고 생각되어 왔습니다. 중생대 시기의 가장 오래된 꽃가루의 화석이 주로 1억 3천만 년 전에 만들어진 지층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죠. 꽃 자체는 매우 부드럽기 때문에 화석으로 남기 쉽지 않지만, 꽃이 번식을 하기 위해서 만드는 꽃가루는 작은 가루이기 때문에 화석으로 남기 더 유리합니다. 동시에 2018년 이전까지는 가장 오래된 꽃 화석도 백악기 전기 시기인 1억 3천만 년 전과 비슷한 시기에 발견되었습니다. 중국에서 발견된 아르카에프루크투스 시넨시스 (Archaefructus sinensis)라는 꽃이 대표적인 예시이죠.

 

암연지참나무 (Quercus coccifera)의 꽃가루.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zeissmicro/8488696335
아르카에프루크투스 시넨시스의 모습. 출처- Sun et al., (2002).

 

(2). 백악기 이전 시기 꽃의 발견!

 그런데 최근 들어서 이를 반박하는 화석기록이 등장하기 시작하였습니다.  2018년에 중국에서 새로운 꽃 화석이 학계에 보고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꽃은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중생대 백악기가 아니라 그 이전 시기인 쥐라기 시기 지층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 꽃을 연구한 학자들은 이 꽃에 난징간투스 덴드로스틸라 (Nanjinganthus dendrostyla)라는 학명을 부여하였습니다. 이 꽃은 중국 난징의 남샹산층 (South Xiangshan formation)이라는 지층에서 발견되었는데, 이 지층은 대략 1억 7천 4백만 년 전에서 1억 6천 2백만 년 전 시기에 만들어진 지층입니다. 이 꽃은 길이 1.3~2.2mm에 너비 1.8mm 정도의 매우 작은 크기의 꽃이었는데, 이 작은 크기의 꽃이 여러 구역에 다닥다닥 모인 형태로 보존되었습니다. 그 숫자는 무려 198개나 되었지요.

난징간투스 덴드로스틸라가 모여있는 암석의 모습. 출처- Fu et al., (2018).
난징간투스 덴드로스틸라의 모습. 출처- Fu et al., (2018).
난징간투스 덴드로스틸라의 복원도. 1-나무 모양의 암술, 2-암술대, 3-꽃받침, 4-씨방 덮개, 5-비늘잎, 6- 밑씨, 7- 컵 형태의 씨방, 8- 포, 9- 꽃잎, 10-헛수술로 추정되는 부위. 출처- Fu et al., (2018).

 

 다만 이 식물이 정말로 꽃인지에 대해서 의문을 표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스위스 취리히 대학과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영국 버밍엄 대학의 구과식물의 포자에 연구에서 난징간투스가 꽃보다는 소나무 같은 구과식물에 속할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꽃이라 알려진 부분이 실은 구과식물의 과실, 그러니까 솔방울과 비슷한 것이라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난징간투스를 연구한 학자들은 꽃이 맞다고 반론하였습니다.

 난징간투스에 대한 논란이 있던 한편 멕시코 남부 시몬층 (Simón Formation)이라는 쥐라기 중기 시기 (대략 1억 7천 4백만 년 전에서 1억 6천 2백만 년 전)에 만들어진 지층에서 발견된 화석 또한 꽃이 쥐라기 시기 때부터 존재하였음을 증명하였습니다. 딜케리프루크투스 멕시카나 (Dilcherifructus mexicana)라는 이 식물은 작은 열매로 발견되었습니다. 열매의 크기는 10에서 13.6mm 길이에, 10에서 13 mm 너비였으며, 열매 내부에 보존된 씨앗은 길이 8mm에 너비 6에서 9mm였다고 합니다. 매우 작은 열매이죠. 꽃 자체가 발견된 것은 아니지만, 열매의 형태가 꽃을 피우는 식물의 열매였습니다. 따라서 이 열매를 연구한 중국 과학 아카데미의 왕신 박사는 쥐라기 중기 시기에 이미 꽃을 피우는 식물이 북미대륙에도 진출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딜케리프루크투스 멕시카나의 모습. 출처- Wang (2021).

 

 2018년에 영국, 중국 연구진의 공동 연구, 그리고 2019년에 중국과 미국, 남아공의 공동연구진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꽃의 기원은 기존의 생각보다 더 오래된 것으로 측정되었습니다. 연구진은 현존하는 꽃의 85%의 종의 분자배열을 분석하여 꽃의 기원을 추적하였습니다. 그 결과, 꽃은 대략 2억 9백만 년 전인 트라이아스기 시기에 그 조상 격인 식물이 등장하고 쥐라기~백악기 시기에 걸쳐서 번성하게 되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결과가 맞다면 꽃은 1억 년이 넘는 시간에 걸쳐서 퍼져 나갔다는 뜻이 됩니다. 연구진은 쥐라기 시기, 그리고 그 이전 시기의 화석기록이 부족한 것을 '쥐라기 속씨식물 갭 (Jurassic angiosperm gap)'이라고 명명하였습니다.

 

(3). 가장 오래된 꽃봉오리의 발견

 최근에 중국에서 꽃봉오리의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중국 내몽골에서 발견된 1억 6천 4백만 년 전에 살았던 꽃의 화석으로, 화석을 연구한 남중국 농업대학교의 다 팡 쿠이 교수와 중국 과학 아카데미의 연구진들은 이 식물에 플로리게르미니스 주라시카 (Florigerminis jurassica)라는 학명을 부여하였습니다. 라틴어로 꽃을 뜻하는 단어 플로리스(floris)와 봉오리인 게르미니스(germinis)를 합해서 만들어진 학명이지요. 주라시카는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쥐라기 (jurassic)에서 따온 단어이고요

 

플로리게르미니스 주라시카의 모습. 출처- Cui et al., (2021).
플로리게르미니스 주라시카의 꽃봉오리. 출처- Cui et al., (2021).

 연구진은 플로리게르미스의 꽃봉오리가 목련이나 암보텔라라는 꽃과 유사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꽃들은 현재 존재하는 꽃 중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꽃이라고 여겨지는 꽃들이지요.

 

목련(좌)과 암보텔라(우).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Magnolia (목련), https://en.wikipedia.org/wiki/Amborella (암보텔라).

 

(3). 꽃가루받이를 하는 곤충

 최근에 걸친 여러 꽃에 대한 화석기록을 보면 꽃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오래전부터 번성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재밌는 점을 이야기하자면, 오래된 꽃의 화석이 발견된 시기엔 아직 꿀벌이 등장하기 전이었습니다. 화석 기록을 보면 꿀벌은 대략 1억 3천만 년 전에 나타난 것으로 보이는데, 이때는 이미 꽃이 출현하고 5천만 년 이상 시간이 지난 후였죠. 즉, 꿀벌이 나타나기 전부터 꽃이 존재하였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원시적인 꽃들은 꽃가루받이를 하지 않았을까요? 사실 꽃가루받이는 꿀벌 외에도 많은 곤충들이 하고 있습니다. 파리, 나비, 심지어 딱정벌레 중에도 꽃가루받이를 하는 곤충이 있습니다. 화석기록을 보면 딱정벌레의 꽃가루받이는 무려 9천 9백만 년 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미얀마에서 발견된 호박 속에 들어 있는 꽃벼룩과 (Mordellidae)에 속하는 안기모르델라 부르미티나 (Angimordella burmitina)라는 곤충의 화석입니다. 이 곤충의 화석은 꽃가루와 함께 보존되어서 이들이 오늘날 꿀벌처럼 꽃가루받이를 하였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아직 쥐라기 시기 곤충 화석에서 꽃가루받이를 하였다는 직접적인 화석기록은 없습니다. 하지만 곤충이 그 시기에도 존재하였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곤충은 공룡보다 훨씬 더 오래전에 지구상에 나타났습니다. 당연히 꽃보다 더 오래전부터 존재하였지요.), 어쩌면 그 시기에도 꽃가루받이를 하는 곤충이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추가적인 연구가 진행이 이루어져야 확실히 알 수 있는 부분이지만요.

 

꽃가루받이를 하였던 딱정벌레 안기모르델라 부르미티나. 출처- Bao et al., (2019).

 

 끔찍한 미스터리에 대한 실마리가 조금씩 밝혀지고 있는 현재, 다윈이 현재 화석기록과 연구성과들을 보면 뭐라 말할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연구 출처-

https://www.guardianmag.press/2022/01/a-jurassic-flower-bud-from-china-could-solve-charles-darwins-abominable-mystery.html/?fbclid=IwAR2E60_JKJOk71vXHjtE6vqDKURB4LYAZZHBV1uLLKLfc6yMG8VfCudmu-k 

 

https://phys.org/news/2022-01-world-earliest-fossil-buds.html?fbclid=IwAR0cq3cd61IItcICLu-mw2bxFqh5HGEkm2ZgDWMHjqAAdYCFVNRMEyooTnM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30181652&memberNo=39007078

 

Bao, T., Wang, B., Li, J., & Dilcher, D. (2019). Pollination of Cretaceous flower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6(49), 24707-24711.

 

Barba‐Montoya, J., Dos Reis, M., Schneider, H., Donoghue, P. C., & Yang, Z. (2018). Constraining uncertainty in the timescale of angiosperm evolution and the veracity of a Cretaceous Terrestrial Revolution. New Phytologist, 218(2), 819-834.

 

Coiro, M., Doyle, J. A., & Hilton, J. (2019). How deep is the conflict between molecular and fossil evidence on the age of angiosperms?. New Phytologist, 223(1), 83-99.

 

Cui, D. F., Hou, Y., Yin, P., & Wang, X. (2021). A Jurassic flower bud from the Jurassic of China. Geological Society, London, Special Publications, 521.

 

Fu, Q., Diez, J. B., Pole, M., Ávila, M. G., Liu, Z. J., Chu, H., ... & Wang, X. (2018). An unexpected noncarpellate epigynous flower from the Jurassic of China. Elife, 7, e38827.

 

Fu, Q., Diez, J. B., Pole, M., García-Ávila, M., & Wang, X. (2020). Nanjinganthus is an angiosperm, isn’t it?. China Geology, 3(3), 359-361.

 

Li, H. T., Yi, T. S., Gao, L. M., Ma, P. F., Zhang, T., Yang, J. B., ... & Li, D. Z. (2019). Origin of angiosperms and the puzzle of the Jurassic gap. Nature plants, 5(5), 461-470.

 

Sun, G., Ji, Q., Dilcher, D. L., Zheng, S., Nixon, K. C., & Wang, X. (2002). Archaefructaceae, a new basal angiosperm family. Science, 296(5569), 899-904.

 

Wang, X. (2021). The Currently Earliest Angiosperm Fruit from the Jurassic of North America. Biosis: Biological Systems, 2(4), 416-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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