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공룡의 한 종류입니다. 1억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공룡이 진화하면서 수많은 분류군으로 나누어졌는데 그 분류군중 하나가 바로 새인 것이죠. 즉, 오늘날 모든 새들은 다 하나의 가지에서 갈라져나온것입니다. 분류학적으로 보자면 공룡상목(Dinosauria)-용반목(Saurischian)-수각아목(Theropod)-마니랍토라(Maniraptora)-펜나랍토르((Pennaraptora)-파라베스(Paraves)-조익류(avialae)-조강(Ave)에 속한 동물이 바로 오늘날의 새입니다. 타조, 참새, 비둘기 찌르레기, 벌새, 갈매기 외 수 많은 새들이 다 여기에 속합니다. 우리가 맛있게 먹는 치킨도 그중 하나이죠!
오늘날 새는 전 세계적으로 1만여 종이 넘게 살고 있습니다. 수천만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새는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하여서 오늘날까지 살고 있습니다. 화석기록을 보면 오늘날 새와 가까운 원시적인 새 중에서 에난티오르니스류(Enantiornithes)라는 새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분류학적으로 보자면 오늘날 새인 조강에 속하지는 않지만 조강이 속하는 조익류에 속합니다. 따라서 여기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서 원시적인 새들이라고 소개하겠습니다. 여기에 속한 원시적인 새들을 보면 독특한 원시적인 새들이 아주 많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독특한 에난티오르니스류를 몇 종류 소개해 보겠습니다.
(1). 공룡의 머리에 새의 몸
2017년에 중국에서 발견된 재미있는 화석이 학계에 보고되었습니다. 어떤 특이한 모습의 원시적인 새의 화석이었죠. 이 화석을 연구한 중국의 척추고생물 및 고인류 재단의 연구진은 이 원시적인 새에게 크라토나비스 주이'(Cratonavis zhui)라는 학명을 부여하였습니다.
이 원시적인 새가 무엇 때문에 신기하다고 한 걸까요? 이 원시적인 새의 머리뼈가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새가 육식공룡에서 진화한 공룡의 한 종류라는건 이제 독자분들은 다 아실 겁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새의 머리뼈를 보면 육식공룡과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바로 뒤통수입니다. 육식공룡들은 눈 뒤에 총 4개,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2쌍으로 구멍이 나 있습니다. 후안와 측두창(post orbital fenestra)이라고 하는 이 구멍은-정수리 부분의 구멍은 상측두창( supratemporal fenestra), 눈 뒤에 난 구멍은 하측두창(infratemporal fenestra)이라고 합니다.-턱을 움직이는 근육이 부착되는 구멍입니다. 이 구멍은 머리의 정수리와 눈 뒤에 나 있습니다. 이렇게 머리 정수리와 눈 뒤에 2쌍의 구멍이 나 있는 파충류는 이궁류(Diapsid)라고 부릅니다. 즉, 공룡도 이궁류이죠. 그런데 새는 계통학적으로 보면 분명 이궁류인 공룡에서 진화하였지만 이 구멍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새는 진화 과정에서 뼈가 융합이 되면서 구멍이 사라졌기 때문이죠.
그런데 독특하게도 크라토나비스는 후안와 측두창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즉, 머리뼈의 형태가 오늘날 새가 아니라 육식공룡과 더 가까운 것이죠. '어 그러면 그냥 공룡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이 원시적인 새는 육식공룡의 머리뼈를 가진 동시에 새의 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오늘날 새에서 보이는 특징도 가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크라토나비스의 꼬리뼈는 융합된 구조를 하고 있었습니다. 오늘날 새의 꼬리뼈를 보면 융합되어 미단골(pygostle)이라는 뼈를 이루고 있습니다. 크라토나비스의 꼬리뼈 역시 이렇게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러 꼬리뼈가 하나로 융합된 미단골은 새가 하늘을 날다가 땅으로 착지할 때 속도를 조절하는 꼬리깃털이 부착되는 부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또한 오늘날 새의 흉골을 보면 골화되어서 단단한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흉골이란 갈비뼈가 부착되는 신체의 중앙부에 위치한 뼈인데, 새의 흉골은 복늑골이라고 하는 복부에 위치한 복늑골(사람은 이 뼈가 없습니다.)이 융합되어서 만들어진 뼈입니다. 이 흉골은 새가 날개짓할 때 필요한 힘을 내는 근육이 부착되는 뼈입니다. 크라토나비스 역시 이 융합된 미단골과 흉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결론을 내리자면 크라토나비스는 공룡의 머리뼈와 새의 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즉, 공룡과 새의 연결점을 보여주는 예시의 하나라고 볼 수 있겠죠. 그렇다면 이 독특한 새는 어떻게 살았을까요? 크라토나비스를 연구한 연구진은 이 새의 어깨뼈가 길쭉하여 많은 날개근육이 부착될 수 있었다는 점을 들어서 빠른 날개짓이 가능하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또한 크라토나비스는 발가락뼈가 잘 발달하여 있었습니다. 발가락뼈의 형태가 마치 오늘날 맹금류와 비슷하였죠. 이는 이 원시적인 새가 맹금류처럼 먹이를 발로 움켜잡았을 것이란 점을 시사한다고 합니다.
(2). 길고 긴 꼬리
오늘날 많은 새는 꼬리에 다양한 형태의 꼬리깃털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닭처럼 작은 꼬리깃털을 가지고 있는 새도 있으며, 공작처럼 매우 크고 화려한 꼬리깃털을 가지고 있는 새도 있었죠. 화석기록을 보면 원시적인 새들도 꼬리깃털의 모양이 매우 다양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2021년에 발견된 어느 원시적인 새의 화석이 그를 증명하지요. 1억 2천만 년 전에 살았던 이 새는 선풍기와 같은 모습의 꼬리깃털과 매우 긴 꼬리깃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중에서 특히 봐야 할 것은 매우 긴 꼬리깃털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해보자면 두 가닥의 길고 뻣뻣한 깃털을 가지고 있었죠. 이 화석을 연구한 중국의 연구진은 이 새에게 유안추아비스 콤프소소우라 (Yuanchuavis kompsosoura)라는 학명을 부여하였습니다.
연구진은 이 깃털을 레이저 자극 형광기법이라고 하는 방법으로 조사해 보기도 하였습니다. 이 방법은 화석 표본에 레이저를 쏴서 자극을 주어서 표본에 감추어진 것을 드러나게 하는 방법입니다. 조사를 해보니 꼬리깃털에 멜라노좀이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이 멜라노좀을 통해서 이 새의 색깔을 복원한 결과 선풍기와 같은 꼬리깃털은 회색이었으며, 두 가닥의 뻣뻣한 꼬리깃털은 검은색이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새는 왜 이렇게 긴 꼬리깃털을 가지고 있었을까요? 연구진은 이 원시적인 새의 꼬리가 이성을 유혹하는 수단일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오늘날 새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다. 빨간 꼬리 태양새(Fire tailed Sunbird)라고 하는 새를 보면 수컷의 경우에는 유안추아비스처럼 긴 꼬리깃털을 가지고 있습니다. 암컷은 수컷만큼 긴 꼬리깃털을 가지고 있지 않지요. 이 새는 꼬리깃털을 암컷을 유혹할 때 사용합니다. 따라서 연구진은 유안추아비스도 그와 비슷하였을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3). 과일을 먹었던 것으로 보이는 원시적인 새
오늘날 새들은 다양한 먹이를 먹습니다. 독수리처럼 고기를 먹는 새도 있고 참새처럼 곡식을 먹거나 곤충을 먹는 새도 있습니다. 벌새는 꽃의 꿀을 먹기도 하지요. 화석기록을 보면 과거에 살았던 원시적인 새들도 다양한 먹이를 먹었던 것을 보입니다. 2000년에 독특한 모습의 에난티오르니스류가 학계에 보고되었습니다. 이 새는 이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이빨은 마치 톱날과 같은 형태에 휘어져 있는 이빨이었죠. 거기에다가 아주 길게 뻗어 나오고 약간 휘어진 주둥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생김새 때문에 기존에 학자들은 이 새가 곤충을 먹었으리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원시적인 새에게 학자들은 롱기프테릭스(Longipteryx)라는 학명을 부여하였습니다.
그런데 미국 필드 자연사 박물관과 시카고대학교, 중국 산둥성 박물관과 린이 대학교, 척추고생물 및 고인류 재단의 공동 연구진은 롱기프테릭스가 과일을 먹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연구진은 롱기프테릭스의 복부에서 둥근 것이 보존된 화석을 조사하였습니다. 이 둥근 것은 3.7~5밀리미터의 아주 작은 것이었습니다.'둥근 것이라면 혹시 알이 남은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흔적에서는 표면에 섬유 구조와 같은 줄이 나 있는 것도 있었습니다. 어떤 자국은 주공(micropyle)의 모습을 하고 있기도 하였습니다. 주공이란 꽃이 피는 식물인 종자식물의 밑씨 -자라서 씨가 되는 부분-끝에 있는 작은 구멍을 뜻합니다. 즉, 복부에 있는 둥근 것은 다름 아닌 씨앗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연구진은 이 둥근 것이 알이 아니라 식물, 더 정확히는 과일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둥근 것의 위치가 복부에서 새의 모래주머니와 가까운 위치에 있다는 점 또한 이것이 먹은 것이 몸속에 남아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모래주머니는 새가 먹은 먹이를 소화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거든요. 주둥이나 이빨의 모양은 곤충을 먹기 좋아 보이지만 실은 과일을 먹었다는 것은 참 재미있는 발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다양하게 진화한 에난티오르니스류는 공룡시대 말기까지 살다가 공룡이 멸종하는 백악기 말 대멸종 때 공룡과 같이 멸종하였습니다. 만약 이 새들이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았다면 또 어떤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었을지 매우 궁금합니다.
연구 및 자료 출처-
Li, Z., Wang, M., Stidham, T. A., & Zhou, Z. (2023). Decoupling the skull and skeleton in a Cretaceous bird with unique appendicular morphologies. Nature Ecology & Evolution, 7(1), 20-31.
O’Connor, J., Clark, A., Herrera, F., Yang, X., Wang, X., Zheng, X., ... & Zhou, Z. (2024). Direct evidence of frugivory in the Mesozoic bird Longipteryx contradicts morphological proxies for diet. Current Biology, 34(19), 4559-4566.
Wang, M., O’Connor, J. K., Zhao, T., Pan, Y., Zheng, X., Wang, X., & Zhou, Z. (2021). An Early Cretaceous enantiornithine bird with a pintail. Current Biology, 31(21), 4845-4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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