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물학 이야기

코노돈트 (2) - 이상한 생물의 유용한 쓰임새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4. 10. 26. 05:41

1편 보러 가기

 

 코노돈트의 화석은 19세기에 처음 발견되어서 오랜 시간 동안 미스터리였다가 지금은 그 정체가 알려진 화석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한가지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색깔입니다. 이전 글에서 여러 색깔의 코노돈트 화석이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를 잠깐 하였습니다. 그걸 처음 발견한 판데르는 그것이 성장 과정에서 차이라고 해석하였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 해석이 지금도 유효한 해석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코노돈트의 화석이 지층의 연대와 지층에 가해진 열과 압력을 알아내는데 어떤 식으로 도움을 주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코노돈트와 지층에서 일어난 작용

 화석은 퇴적암으로 이루어진 지층에서 발견됩니다. 지층이란 암석이 쌓여서 만들어진 층이지요. 그런데 이 지층은 항상 쌓이기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서 깍여서 사라질 수도 있고 강한 힘을 받아서 눌리거나 변형이 일어날 수도 있지요. 극단적인 경우에는 지층이 심하게 눌리거나 뒤틀리기도 합니다. 아니면 땅과 땅이 충돌하면서 압력을 받기도 하고요. 이렇게 지층에 높은 압력이 가해질 경우에는 뜨거운 열 또한 발생하기도 합니다. 높은 압력과 뜨거운 열은 지층이 휘어지거나 변형되게 하지요.

 

지층이 높은 압력을 받아서 휘어진 모습.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Fold_(geology)

 

 그런데 이게 코노돈트의 화석이랑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코노돈트의 화석은 다름 아닌 지층에 가해졌던 높은 열과 압력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얼마나 높은 열이 발생하였는지를 알아내는 것에 대한 단서가 됩니다. 1977년에 미국 지질조사국의 아니타 엡스타인(Anita Epstein)과 그녀의 남편 잭 엡스타인 (Jack B. Epstein), 그리고 아칸소대학교의 레오날드 해리스(Leonard Harris) 교수는 코노돈트 화석의 색깔이 지층에 가해진 열과 압력의 결과라는 것을 알아내었습니다. 이 지표는 색깔에 따라 6가지 단계로 나누어집니다. 이렇게 알아낸 지표를 코노돈트 색상 변화 지수(Conodont color alteration index)라고 합니다.

 연구진은 미국 켄터키주에 있는 코페층(Kope Formation)이라고 하는 4억 5천만 년 전에 만들어진 지층에서 발견된 코노돈트의 화석을 실험에 사용하였습니다. 투명한 노란색을 하는 코노돈트의 화석을 건조한 환경에서 10일에서 50일 동안 가열을 하였습니다. 50도에서 600도의 열을 30분에서 48시간 동안 가해서 화석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가를 관찰한 것이죠.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노돈트의 화석은 이렇게 가해진 열의 온도에 따라 담황색, 담갈색, 암갈색, 담흑색, 검은색, 회색에서 하얀색으로 나누어진다고 합니다. 화석이 담황색일 때는 지층에 가해진 온도가 섭씨 50도에서 80도 이하, 담갈색일 때는 60도에서 140도, 암갈색일 때는 110도에서 200도, 담흑색일 때는 190도에서 300도, 그리고 검은색일 때는 300도에서 480도, 회색에서 하얀색은 360도에서 550도의 열이 가해진 것이라고 합니다. 

 

여러 색깔의 코노돈트 화석. 출처- Epstein et al (1977)

 

코노돈트 색상 변화 지수.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Conodont_Alteration_Index

 

  화석의 색깔이 지층에 가해졌던 열과 압력을 알아내는데 단서가 된다...이것이 무슨 뜻일까요? 이는 지하자원을 찾을 때 화석이 주요 참고 자료가 된다는 것입니다. 지하자원은 지층에 가해지는 열과 압력을 통해서 만들어집니다. 석탄, 석유, 혹은 여러 광물이 그렇게 만들어지죠. 그리고 여기서 자원이 만들어질만한 열과 압력이 가해진 곳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지표가 되는 것이 바로 코노돈트의 화석입니다. 다만 이 방법도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가장 큰 단점이라면 코노돈트는 트라이아스기가 끝나는 2억 년 전 이후에는 멸종하였기 때문에 코노돈트 색상 변화 지수 분석은 2억 년 전 이후에 형성된 지층에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코노돈트의 화석이 더이상 발견되지 않으니까요. 따라서 이 방식은 코노돈트의 화석이 발견되는 시기의 지층에서만 유효하다는 한계점이 있습니다.

 자 이렇게 보면 생긴 모습은 매우 희한하지만 코노돈트의 화석은 지층의 연대를 알아내거나 지하자원을 찾을 때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코노돈트의 화석은 우리나라 지질연구에서 하나의 큰 족적을 남기기도 한 사례가 있습니다. 어떤 큰 족적을 남겼는지 다음 편에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계속)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Conodont_Alteration_Index

 

https://youtu.be/cQ2YFsqaVTE?si=JOxltB9WNkhEXc1o

(PBS Eons: The Most Useful Fossils in the World)

 

이병수, & 서광수. (2010). PART Ⅰ. 코노돈트 일반. 한국고생물학회 정기총회 및 학술발표회, 27-63.

 

Epstein, A. G., Epstein, J. B., & Harris, L. D. (1977). Conodont color alteration; an index to organic metamorphism (No. 995). US Govt. Print. Off.,.

 

Sweet, W. C., & Cooper, B. J. (2008). CH Pander's introduction to conodonts , 1856. Episodes Journal of International Geoscience, 31(4), 429-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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