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물학 이야기

코노돈트 (1) - 오랜 세월 미스터리였던 이상한 생물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4. 10. 19. 07:14

 고생물학은 화석을 통해서 과거의 생물에 대해서 연구하면서 과거 환경, 생태계 및 지구의 모습 등 여러 과거의 모습을 재구성하는 학문입니다. 따라서 고생물학이라는 학문을 하기 위해서는 화석이 다른 무엇보다도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화석이 오늘날 생물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생물의 전신이 온전히 보존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것입니다. 화석이 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생물의 신체에서 단단한 부위가 있어야 합니다. 만일 생물의 신체에서 그런 게 없다면 화석이 되기는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매우 어렵습니다. 이는 즉, 생물의 신체에서 단단한 부위만 남고 부드러운 부위가 보존되지 않으면 생물의 정확한 모습을 알기 어렵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코노돈트, 혹시 이런 단어를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아마 많은 분들에겐 상당히 낯설 단어일 겁니다. 코노돈트는 오늘날에는 살지 않는 매우 원시적인 동물의 화석입니다. 심지어 그 정체도 오랜 시간 동안 미스터리이기도 하였던 화석이지요. 가장 큰 이유는 코노돈트 화석은 이빨만 남아있는 채로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빨의 모습도 매우 특이하게 생긴 이빨이지요. 언뜻 보기엔 그저 이상한 동물의 이빨인 이상한 모습의 화석인 코노돈트 화석. 이번 글에서는 코노돈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코노돈트의 화석.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Conodont

 

(1). 코노돈트란 무엇일까?

 코노돈트의 화석은 1856년에 러시아 생물학자 크리스티안 이바노비치 판데르(Христиан Иванович Пандер)가 처음 발견하였습니다. 1856년에 판데르는 '러시아-발트해 지역 실루리아기 시스템의 어류화석에 관한 논문(Monographie der Fossilen Fische der Silurischen Systems der Russisch-Baltischen Gouvernements)'을 학계에 발표하였습니다. 이 연구에서 판데르는 발트해 연안과 모스크바 주변에 분포하는 오르도비스기, 실루리아기, 데본기, 석탄기 시대의 지층에서 발견한 여러 화석을 다루었습니다. 당시 그는 총 8개의 도판에 걸쳐서 코노돈트의 화석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였습니다.

 

'물고기 이빨과 모양이 매우 비슷한 작고, 광택이 나는 길쭉한 잔해로, 위쪽이나 한쪽 끝으로 뾰족하게 뻗어 있고, 점차적으로 또는 갑자기 아래쪽으로 넓어지며, 다소 휘어져 있고, 대부분에 날카로운 가장자리(용골)가 있는데, 앞쪽에 하나, 뒤쪽에 하나 있다.'

 판데르는 이 이빨을 크게 '간단한' 형태와 '복합적인' 형태로 구분하였습니다. 간단한 형태는 아래 그림에서 보이듯 간단한 원뿔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복합적인 형태는 여러 개의 가지가 붙어있는 형태를 하고 있지요. 형태 외에도 이 화석들은 크게 3가지 다른 색깔의 유형을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각각 하얀색, 노란색, 붉은 경향을 보이는 하얀색이었죠. 그는 화석의 색깔이 하얗게 되는 과정으로 생물이 성장을 하는 것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간단한 형태의 코노돈트의 화석. 출처- Sweet & Cooper (2008).

 

복합적인 형태의 코노돈트 화석. 출처- Sweet & Cooper (2008).

 

 판데르는 이 화석이 칠성장어나 먹장어의 이빨과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기는 한다는 것까지는 알아내었습니다. 이를 근거로 해서 그는 이 화석을 고대 그리스어로 '솔방울'을 뜻하는 코노스(κῶνος)와 이빨을 뜻하는 오두스(ὀδούς)를 합쳐서 독일식 발음인 코노돈텐( conodonten)이라고 명명하였습니다. 이것이 영어식으로 바뀐 것이 코노돈트이죠. 다만 판데르는 이 화석의 정확한 정체는 알아내지 못하였습니다. 가령 이 화석이 진짜 칠성장어나 먹장어 같은 동물의 이빨이 맞는지 아니면 다른 화석인지, 다른 화석이라면 그 주인의 생긴 모습이었는지, 그리고 저 형태가 다른 화석이 같은 생물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각각 다른 생물에서 나온것인지 등등은 알아내지는 못하였죠.

 

(2). 코노돈트의 진짜 모습

 그렇다면 이 코노돈트의 진짜 정체는 무엇일까요? 코노돈트의 정체에 대해서 여러 의견이 있었습니다. 1879년에 영국의 지질학자 조지 제닝스 하인디 (George Jennings Hinde)는 북미에서 발견한 코노돈트의 화석과 판데르가 저술한 자료를 토대 코노돈트의 화석의 형태가 먹장어의 이빨과 유사하다는 것을 근거로 그 친척일 것이라는 것에 동의하였습니다.

 코노돈트의 정확한 정체는 1995년에 밝혀졌습니다. 영국 래스터 대학교의 사라 개봇 (Sarah Gabbott)연구원(현 래스터 대학교 교수)와 리처드 알드리지 (Richard Aldridge)교수, 그리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지질조사국 소속의 존 테론(john theron)연구원은 남아프리카의 수도인 케이프타운 근처에 분포한 후기 오르도비스기 시기에 형성된 숨 셰일(Soom Shale)에서 코노돈트의 전신이 비교적 온전히 보고된 화석을 학계에 보고하였습니다. 이 연구에서 연구진은 1876년에 처음 보고된 코노돈트인 프로미숨 풀크룸(Promissum pulchrum)의 전신 화석을 보고하였습니다.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코노돈트 프로미숨 풀크룸의 전신이 보존된 화석. 출처- Gabbott et al (1995).

 

 이렇게 발견된 코노돈트는 몇 가지 특징이 발견되었습니다. 코노돈트의 근육은 오늘날 어류 중에서 유영하는 속도가 느린 어류의 근육처럼 직경이 작고 납작하지 않은 형태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특징 덕분에 연구진은 코노돈트가 빠른 속도로 유영을 하기는 어려웠으리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코노돈트는 매우 큰 눈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큰 눈은 여러 방향으로 회전도 가능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거기에 더해서 이 동물은 원시적인 척삭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전체적인 신체 구조 및 생김새는 오늘날 칠성장어나 먹장어처럼 원시적인 척추동물에 속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코노돈트의 모습 복원도.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Conodont

 

 그렇다면 이 동물은 얼마나 크기가 컸을까요? 프로미숨은 몸길이가 대략 40센티미터 정도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그 반면에 2007년에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발견된 코노돈트 판데로두스(Panderodus)와 일본 북부 키타카미에서 머리만 발견된 클라르키나(Clarkina)는 몸길이가 대략 4에서 5센티미터 정도 되었으리라고 추정된다고 합니다. 즉, 코노돈트도 종류에 따라 몸집의 차이가 꽤 났을 것으로 보입니다.

 자 이렇게 코노돈트의 발견사에 대해서 간략히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위에서 이야기 한 코노돈트의 특징 중에서 한가지 두드러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색깔이 다른 코노돈트의 화석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언뜻 보면 그냥 그런가보다 할 수 있지만 사실 여기에는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어떤 재미있는 사실이었는지는 다음 글에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계속)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Conodont#

 

이병수, & 서광수. (2010). PART Ⅰ. 코노돈트 일반. 한국고생물학회 정기총회 및 학술발표회, 27-63.

 

Gabbott, S. E., Aldridge, R. J., & Theron, J. N. (1995). A giant conodont with preserved muscle tissue from the Upper Ordovician of South Africa. Nature, 374(6525), 800-803.

 

Hinde, G. J. (1879). On conodonts from the Chazy and Cincinnati Group of the Cambro-Silurian, and from the Hamilton and Genesee-Shale divisions of the Devonian, in Canada and the United States. Quarterly Journal of the Geological Society, 35(1-4), 351-369.

 

Sweet, W. C., & Cooper, B. J. (2008). CH Pander's introduction to conodonts, 1856. Episodes Journal of International Geoscience, 31(4), 429-432.

 

Takahashi, S., Yamakita, S., & Suzuki, N. (2019). Natural assemblages of the conodont Clarkina in lowermost Triassic deep-sea black claystone from northeastern Japan, with probable soft-tissue impressions. Palaeogeography, Palaeoclimatology, Palaeoecology, 524, 212-229.

 

von Bitter, P. H., Purnell, M. A., Tetreault, D. K., & Stott, C. A. (2007). Eramosa Lagerstatte—Exceptionally preserved soft-bodied biotas with shallow-marine shelly and bioturbating organisms (Silurian, Ontario, Canada). Geology, 35(10), 879-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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