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포스팅은 미국의 출판사 CRC 프레스(CRC Press)에서 출간된 저서 'Evolution of the Ammonoids'와 함께했습니다.
1. 암모나이트의 껍질과 수학, 그리고 형태
암모나이트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바로 껍질입니다. 원형 모양의 껍질인 암모나이트의 화석은 1편에서 이야기하였듯 과거에는 성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러면 이 껍질구조에 대해선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수학을 좋아하시나요? 수학을 잘하시나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과학을 전공하는 저는 수학을 엄청 못합니다. 정말 이 수학이란 괴물은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괴물보다 더더욱 무섭습니다. 그런데 이 무시무시한 공포의 존재인 수학이 암모나이트와 무슨 관계냐고요? 암모나이트의 겉껍질에 수학이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수학에 피보나치 수열이라는 수열이 존재합니다. 첫 번째 숫자는 1, 그 다음 숫자도 1, 그리고 세 번째부터는 2, 다음 네 번째 숫자는 3, 다음 숫자는 5, 다움 숫자는 8이 오는 수열입니다. 여기엔 특별한 공식이 있습니다. 세 번째 숫자부터는 그 숫자 바로 뒤 두 숫자를 더한 숫자가 오는 수열입니다. 세 번째 숫자는 첫 번쨰, 그리고 두 번째는 더해서 2, 네 번째 숫자는 두 번째 숫자인 1과 세번째 숫자인 2를 더해서 3, 다섯 번째 숫자는 세 번째 숫자인 2와 네 번째 숫자인 3을 더해서 5, 여섯 번째 숫자는 네 번째 숫자인 3과 다섯 번째 숫자인 5를 더해서 8 이런식이죠. 이대로 첫 번째부터 열 번째까지 가면 숫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1,1,2,3,5,8,13,21,34,55
그러면 이 기묘하게 생긴 수열이 암모나이트와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요? 암모나이트의 껍질에도 이 피보나치수열이 관측됩니다. 정확히는 껍질이 자라는 패턴을 보면 이 피보나치 수열의 모습이 관측됩니다. 모든 암모나이트에서 관측되는건 아니지만, 몇몇 암모나이트의 껍질에서 보이는 수열이 바로 이 피보나치 수열입니다. 이런 비율로 성장하는 걸 선개선(involute)이라고 합니다. 이 선개선 형태 비율은 자연에서 매우 흔하게 관측됩니다.
다만 모든 암모나이트의 껍질에서 피보나치 배열이 발견되지는 않습니다. 몇몇 암모나이트에서는 피보나치 배열이 아니라 나선이 관측이 됩니다.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인 아르케메데스가 발견한 나선구조 말입니다. 이 나선구조를 축폐선(evolute)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몇몇 암모나이트 중에서는 이 두 구조의 중간 정도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회선(convolute)이라고 합니다. 이런 패턴은 각각 암모나이트가 사는 환경(물의 깊이, 수온, 염도등등)에 따라서 적응을 한 결과입니다.
2. 암모나이트의 껍질 내부
암모나이트의 껍질 내부는 어떻게 생겼을까요? 암모나이트의 껍질 내부는 여러 공간으로 나누어집니다. 이 공간은 크게 암모나이트의 본체인 부드러운 몸이 채워지는 공간과 몸이 채워지지 않는 비어있는 공간인 방추부(phragmocone)로 나누어집니다. 이 중에서 방추부라고 하는 공간에는 암모나이트가 물에서 떠다닐 때 필요한 물이나 가스를 담고 있습니다. 이 물이나 가스는 암모나이트가 물에서 떠다니는 높이를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면 저 공간에 들어갈 물이나 가스는 어디를 통해서 공급되는 걸까요? 암모나이트의 껍질 내부에는 긴 관이 존재합니다. 연실세관(siphuncle)이라고 하는 이 관을 통해서 물이나 가스가 방추부 내부로 공급이 되거나 반대로 빨려 나오게 하는 방식으로 암모나이트는 물속에서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 관은 암모나이트 껍질의 가장 바깥 부분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참고로 암모나이트와 매우 비슷하게 생긴 오늘날 두족류인 앵무조개는 이 관이 껍질 내부의 정중앙에 있습니다.).
3. 암모나이트의 입과 눈
암모나이트뿐 아니라 두족류들은 크게 위, 아래로 갈라지는 부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각각 1쌍으로 나누어지는 이 부리는 암모나이트의 종을 구분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특히 아래 부리의 바깥쪽을 이루고 있는 압티쿠스(Aptychus)라고 하는 구조는 종에 따라 형태가 차이가 많이납니다. 이는 암모나이트의 종을 구분하는 수단이며 동시에 생태를 알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합니다. 왜냐하면 먹이의 유형에 따라 구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압티쿠스가 턱이 아니라 아가미덮개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여기서는 턱의 일부로 소개하겠습니다.).
암모나이트의 눈은 어떨까요? 그보다 앞서 두족류의 눈과 우리 사람의 눈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두족류는 사실 우리 사람의 눈보다 성능이 더 좋은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은 크게 세 가지 색깔을 통해서 색을 봅니다. 빨간색, 초록색, 그리고 노란색이지요. 이를 삼색자라고 합니다. 그 반면에 두족류는 네 가지 색깔을 통해서 색을 봅니다. 그래서 사색자라고 부르죠. 그에 따라 두족류는 사람보다 구분할 수 있는 색깔의 숫자도 더 많습니다. 사람은 9백만 개 정도의 색깔조합을 구분하는 반면 두족류는 9천만에서 1억 개의 색깔 조합을 구분합니다. 실제로 갑오징어 및 오징어들은 사람보다 더 좋은 눈을 가지고 있지요.
아쉽게도 암모나이트의 정확한 눈은 보존된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살아있는 친척들을 볼 때 과거 암모나이트 역시 매우 뛰어난 눈을 가지고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여러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암모나이트의 신체. 그러면 이 암모나이트의 기원은 어떻게 될까요? 다음 글에서는 암모나이트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서 다루어 보겠습니다.
(계속)
연구 및 자료 출처-
Marriott, K. L., Bartholomew, A., & Prothero, D. R. (2023). Evolution of the Ammonoids. CRC Press.
LeBlanc, J. (2019). Identification of the Middle Eocene Nautiloid Genera of Qatar, Middle East.
Parent, H., Westermann, G. E., & Chamberlain Jr, J. A. (2014). Ammonite aptychi: Functions and role in propulsion. Geobios, 47(1-2), 45-55.
Van Hecke, T. (2018). Fibonacci, Pioneer in Multidisciplinary Mathematics Education. In. In New Perspectives in Science Education. Conference Proceedings (pp. 5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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