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물학 이야기

암모나이트 이야기(1)- 악마와 뱀, 약재에서 화석으로 인정되기까지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3. 9. 30. 07:01

* 본 포스팅은 미국의 출판사 CRC 프레스(CRC Press)에서 출간된 저서 'Evolution of the Ammonoids'와 함께했습니다. 

 

Evolution of the Ammonoids. 출처- 직접 촬영.

  공룡이 살았던 시대의 대명사인 중생대. 이 시기에는 오늘날에는 살지 않는 여러 생물이 살았음을 화석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 공룡과 함께 대중에게 유명한 생물이라 하면 암모나이트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암모나이트는 공룡과 함께 중생대를 대표하는 대표적인 표준화석 (특정 지질시대를 나타내는 화석)에 속합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봅시다. 오늘날 우리는 암모나이트가 두족류, 그러니까 오징어, 문어의 친척인걸 알고 있습니다. 다만 이건 그동안 암모나이트의 화석에 대해서 여러 학자들이 연구를 하였기에 우리가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과거, 그러니까 화석이란 무엇이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 사람들은 암모나이트의 화석을 어떻게 생각하였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과거 사람들이 생각한 암모나이트 화석, 그리고 이게 과정을 통해서 두족류의 화석이라고 인정된 것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암모나이트의 화석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Ammonite_fossil.jpg

 

(1). 성물과 약품, 부적으로 사용된 암모나이트의 화석

  암모나이트의 화석은 먼 옛날 사람들도 본 기록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중국에서는 암모나이트의 화석을 영양의 뿔과 닮았다 해서 뿔돌(중국어 발음으로는 지아오쉬흐)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그 외에 11세기 북송의 학자 소송(蘇頌)은 자신의 저서 본초도경(本草圖經)에서 암모나이트의 화석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하였습니다.

'남쪽 바다로 흐르는 강 근처에 있는 바위에서 뱀의 모양이 나타난 돌이 있다. 모양은 똬리를 뜬 머리와 꼬리 끝이 없는 뱀의 모습과 같다. 내부는 비어있다. 색깔은 붉은색에서 보라색이다. 최고의 것은 똬리가 좌측으로 향한 것이다. 이건 또한 나선형의 소라의 껍질과도 닮았다. 우리는 돌로 변한 이 동물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화석이 과거 인간의 역사 이전에 살았던 생물의 흔적이라는 것이 알려지기 전 시대의 사람들은 화석을 보고도 과거에 살았던 생물의 흔적이라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고대 사회에서는 종교의 힘이 매우 강하였습니다. 고대 사람들은 자애로운 신이 자신이 창조한 생물을 멸종시키는 그런 무자비한 짓을 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암모나이트 역시 마찬가지였지요.

  재미있는 것은 고대 사람들 중에는 암모나이트가 신앙을 시험하기 위한 악마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었는가 하면 그 반대로 성스러운 성물이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고대 인도에서는 검은색 석회암 속에서 발견되는 암모나이트를 살리그람(Saligram)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들의 시선에서 이 암모나이트의 화석은 힌두교에서 등장하는 신 비슈누가 들고 다니는 원반형 무기 차크람과 닮았다고 합니다. 그랬기에 살리그람은 일종의 성물로 취급되었죠.

 

살리그람의 모습.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Shaligram
비슈누 동상이 들고 있는 차크라의 모습.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Sudarshana_Chakra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암모나이트를 신들의 왕 제우스의 상징물로 여겼습니다. 로마에서는 에티오피아에서 수입되는 황철석으로 치환된 금색깔의 암모나이트의 화석을 성물이자 동시에 미래 예지를 하기 위한 물품 (배게 밑에 두고 깔고 자면 꿈을 통해서 미래 예지를 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및 장님, 불임, 무기력을 치료할 수 있는 일종의 부적으로 믿었습니다.

 

황철석으로 치환된 암모나이트의 화석. 고대 로마에서는 이를 일종의 부적으로 사용하였다.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Pyritized_Ammonite_1.jpg

 

   독일에서는 암모나이트의 화석을 일종의 약재로 사용하였습니다. 독일 북부의 할츠 산맥(harz mountain)에서 사는 사람들은 암모나이트의 화석을 용돌(dragonstone)이라고 부르며 만일 젖소가 우유를 생산하지 않는다면 이 용돌을 우유를 담는 통에 담아서 소가 다시 우유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암모나이트의 화석이 근육 경련, 그러니까 쥐를 낫게 해준다고 믿었습니다. 그들은 이 화석을 담근 물을 근육 경련이 일어난 가축을 씻겨서 쥐를 낫게 하는 데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성물과 약재로 인정된 한편 암모나이트의 화석은 부적으로 사용되기도 하였습니다. 풍년과 사냥의 성공을 기원하는 부적이었죠. 뉴 기니에서 사는 티팔민 부족(tifalmin tribe), 그리고 록키 산맥에 살았던 인디언 블랙풋(blackfoot)은 암모나이트 화석을 일종의 부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블랙풋들은 암모나이트의 화석을 버팔로 돌이라는 뜻의 이니스킴(iniskim)이라고 부르며 버팔로 사냥의 성공을 기원하였습니다.

  고대에서 시간이 지나 중세 시대에도 암모나이트는 여전히 일종의 성물로 취급되었습니다. 영국에서는 기독교가 막 국교가 되어가던 서기 600년 후기에 있었던 휘트비의 힐다(Hilda of Whitby)와 관련된 전설이 있었습니다. 본래 영국의 요크셔에 있는 휘트비 지방에는 뱀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휘트비의 힐다가 뱀을 없애달라고 신에게 기도를 올리자 그 뱀들은 갑자기 머리가 떨어져 나가면서 똬리를 튼 모습으로 돌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 전설로 인해서 휘트비의 힐다는 성 힐다(saint Hilda)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기도를 통해서 돌로 만들었다는 뱀의 모습은 물론 암모나이트와 매우 유사하였지요. 암모나이트의 한 종류인 힐도케라스(Hildoceras)는 바로 이 전설에서 나오는 성 힐다의 이름을 따와서 명명된 종입니다.

 

성 힐다의 조각상.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Hilda_of_Whitby
힐도케라스의 화석.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Hildoceras

 

  성물, 부적, 약재등 여러 목적으로 사용된 암모나이트의 화석. 그러면 오늘날 우리가 보는 암모나이트의 뱀과 같은 모양이 연체동물의 껍질 흔적이라는 것을 알아낸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17세기 물리학자이자 '물체에 압력이 가해지면 압력과 변형이 한계치까지 정비례 관계를 가진다'는 후크의 법칙을 알아낸 로버트 후크(Robert Hooke). 그는 현미경을 통해서 암모나이트의 화석이 뱀이나 다른 마법의 결과물이 아니라 과거 생물의 껍질이라는 것을 알아내었습니다. 굴과 달팽이등 여러 껍질을 가진 생물과 비교를 해보니 암모나이트의 화석이 달팽이의 껍처럼 연체동물의 껍질이라는 것을 알아낸 것이죠. 

 

로버트 후크가 그린 암모나이트의 화석 스케치. 출처- https://www.lindahall.org/about/news/scientist-of-the-day/robert-hooke

  성물에서 부적과 약재로 사용되었다가 17세기에 들어서서 과거 생물의 유해인 화석으로 인정된 암모나이트의 화석. 그러면 이 암모나이트의 화석은 그 후로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을까요? 다음 글에서는 암모나이트의 화석이 지질학 연구에서 어떤 용도로 활용되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계속)

 

자료 출처-

 

Marriott, K. L., Bartholomew, A., & Prothero, D. R. (2023). Evolution of the Ammonoids. CRC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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