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물학 이야기

암모나이트 이야기(2)- 화석과 지질연대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3. 10. 7. 11:34

* 본 포스팅은 미국의 출판사 CRC 프레스(CRC Press)에서 출간된 저서 'Evolution of the Ammonoids'와 함께했습니다. 

 

 

Evolution of the Ammonoids. 출처- 직접 촬영.

1편 보러 가기

 

전 편에서 암모나이트 화석이 고대에서 중세 시대 사람들의 인식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당시 사람들에게 암모나이트의 화석은 성물, 약재등 여러 용도로 사용되었다고 하였죠. 자 그러면 '화석이란 과거에 살았던 생물이 남긴 유해이다.'라는 인식이 생긴 이후 암모나이트의 화석은 과연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을까요?

  제가 예전에 지시학의 5대 법칙에 대해서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보러 가기). 이 중에서 특정 시기의 지층에서는 특정 생물만 발견되기에 이를 통해서 지층의 순서, 그리고 연대를 측정할 수 있게끔하는 법칙인 동물군 천이의 법칙이 있었죠? 이 동물군 천이의 법칙, 그리고 그 법칙을 기반으로 하는 생물 층서학이란 개념이 형성되는데에 암모나이트의 화석이 연관이 있기도 하였습니다. 그에 대해서 간략하게 이야기를 겠습니다.

 

1. 화석과 지질연대, 그리고 암모나이트

  인류 역사에서 현대 사회 즉, 산업화 시대가 시된 기준이 된 혁명이라면 아마 대부분 산업혁명을 떠올리실 겁니다. 산업혁명은 말 그대로 기존에 농업이나 목축업, 수공업등 간단한 (물론 엄밀히 말하자면 농사나 목축업, 수공업도 다 지식과 노하우, 기술이 다 필요하긴 합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건 복잡한 기계가 필요한 그런 산업을 이야기합니다.) 작업이 전부였던 시대에서 복잡한 기계가 생기면서 생산성이 엄청나게 올라가게 되었죠 (단적으로 인류 문명이 시작했던 시점 ~ 산업혁명 직전의 총생산량보다 산업혁명 이후 2000년대까지 단 2세기 동안의 생산량이 훨씬 더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서 인류는 물질 풍요라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이 산업혁명이 암모나이트와 무슨 관계가 있냐고 하실 수 있는데요. 산업혁명을 이끌던 주요 자원이죠. 석탄! 요즘도 몇몇 산업분야에선 주요 자원으로 쓰이고 있는 석탄은 산업혁명 시대에 주요 지하자원이었죠. 그런데 이 석탄을 채굴하는 산업을 통해서 동물군 천이의 법칙이 성립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를 기반으로 하는 생물층서학이란 개념이 형성되는 데에 암모나이트의 화석이 사용되었습니다. 즉, 산업혁명이 있었기에 화석을 기반으로 지층의 연대를 추정하고 쌓인 순서를 정리하는 방식이 제시되었고 이를 통해서 생물층서학이란 개념이 생기는데에 암모나이트의 화석이 사용된 것입니다.

  때는 170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영국의 지질학자였던 윌리엄 스미스(William Smith). 어느 날 그에게 영국의 남쪽에 땅굴 터널을 팔 수 있도록 지질구조를 조사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석탄등 지하자원 채굴 및 운반을 위해서였죠. 화석수집가이기도 하였던 그에게 이는 화석을 수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윌리엄 스미스의 초상화. 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EC%9C%8C%EB%A6%AC%EC%97%84_%EC%8A%A4%EB%AF%B8%EC%8A%A4_(%EC%A7%80%EC%A7%88%ED%95%99%EC%9E%90)

 

  영국 남부의 지질조사를 진행하면서 여러 화석을 발굴하던 그는 우연히 하나의 규칙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화석이 아무 곳에서나 마구잡이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규칙을 보이면서 발견된다는 것이죠. 무슨 뜻이냐면 특정 모습을 하고 있는 화석은 일정 높이의 지층에서만 발견되고 그 지층 하부나 상부에 있는 다른 지층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것이지요. 마치 화석이 발견되는 층이 정해져 있는 모양새를 하고 있었습니다. 즉, 화석을 통해서 어떤 지층이 어떤 지층보다 이전 시기의 것인지 이후 시기의 것인지를 알 수 있는 단서를 처음 발견한 것이었습니다. 스미스가 화석을 발견한 이후로 프랑스의 해부학자이자 화석연구가인 조지 퀴비에 역시 프랑스에서 이와 유사한 규칙을 발견하면서 화석을 통해서 지층의 연대를 측정하는 방법이 전 세계에서 다 통한다는 것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암모나이트의 화석이 지층의 연대측정에 도움이 된 것은 1840년대에서 1850년대에 들어서서였습니다. 독일의 학자에 의해서 시작되었습니다. 는 스위스, 프랑스에 걸쳐있는 알프스산맥을 이루는 주라 산(Jura mountain)에서 100종류가 넘는 암모나이트를 발굴하였습니다 (참고로 우리가 아는 쥐라기라는 연대의 이름이 이 산에서 따왔습니다.). 그리고 그를 토대로 주라 산의 지층 순서를 추정하였습니다. 암모나이트 종을 기반으로 어떤 층이 다른 층보다 더 나중에 쌓인 것인지 이전에 쌓인 것인지를 정리한 것이었죠. 그의 제자 알베르토 오펠(Albert Oppel)은 자신의 스승이 암모나이트의 화석과 영국, 프랑스, 독일에서 발굴된 다른 암모나이트의 화석을 모아서 유럽의 지층 순서를 정리하였습니다. 

 

암모나이트를 기반으로 나누어진 영국, 프랑스, 독일의 생물 층서. 출처-  Mönnig (2017).

 

  오펠은 기존의 다른 학자들이 조사한 것에서 약간 더 나아갔습니다. 본래 기존의 지질학자들은 화석이 발견된 지층의 순서를 정리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오펠은 여기서 더 나아가서 특정 종의 화석이 발견되는 층을 구역(zone)으로 나누었습니다. 지층에서 어떤 종의 화석이 발견되는가를 기준으로 구역을 나눈 이 방식 덕분에 지층을 좀 더 세분하게 구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펠이 암모나이트의 화석을 기반으로 고안한 이 방식은 지금도 '생물층서학'이라고 하는 화석을 기반으로 지층의 층서를 나누는 방식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화석을 기반으로 지층의 순서 및 연대를 유추하는 방법.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Biostratigraphy

 

  언뜻 보기엔 거의 다 똑같은 암모나이트라 해도 생긴 모습에 따라 여러 종으로 나누어진다는 점. 그리고 그를 통해서 지층의 연대를 유추할 수 있다는 점. 뭔가 신기하지 않나요? 그러면 암모나이트의 신체 구조는 어떻게 생겼기에 언뜻 보기엔 다 똑같아 보이는 종이 다양하게 나누어지는 것일까요? 암모나이트의 분류 기준은 무엇일까요? 다음 편에서는 암모나이트의 신체구조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계속)

 

자료 출처-

Marriott, K. L., Bartholomew, A., & Prothero, D. R. (2023). Evolution of the Ammonoids. CRC Press.

Mönnig, E. (2017). The evolution of Oppel's ‘Macrocephalusbett’(Callovian, Middle Jurassic). Lethaia, 50(3), 356-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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