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물학 이야기

동해안 일대에 분포하는 신생대 퇴적층 (3). 경주, 천년의 고도와 화석지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5. 1. 1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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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시는 우리나라 역사중 가장 긴 시간동안 존재하였던 왕조이자 한반도 최초의 통일 왕조를 이루었던 신라의 수도였습니다. 신라의 수도였던 시절에는 서라벌이라고 불렸다가 고려왕조가 한반도를 통일한 이후로 경주, 또는 동쪽의 수도라는 뜻으로 동경이라고 불렸죠. 천년이라는 아주 긴 시간 동안 수도였던 덕분에 오늘날에도 경주시에서는 수많은 유물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덕분에 경주시는 오늘날에도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학창시절에 수학여행으로 가본 경험이 있었을 겁니다. 저도 몇번 가본 기억이 있지요.

 그런데 경주시는 신라의 수도이기도 하였지만 우리나라의 화석 연구에서도 많은 의미가 있습니다. 경주시에서 여러 화석이 발견된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경주에서 발견된 여러 화석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경주시에 위치한 통일신라 시대의 유적지 월정교. 경주는 일반 대중에게는 신라시대 유적지로 유명하다. 하지만 동시에 여러 화석 연구가 이루어진 지역이기도 하다.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E6%9C%88%E7%B2%BE%E6%A9%8B,_%E6%85%B6%E5%B7%9E,_%E5%BE%90%E7%BE%85%E4%BC%90,_%E9%9F%93%E5%9C%8B,_%E5%8D%97%E9%9F%93,_%E5%A4%A7%E9%9F%93%E6%B0%91%E5%9C%8B,_Woljeonggyo_Bridge,_Gyeongju,_South_Korea,_Republic_of_Korea,_ROK,_Daehan_Minguk,_%EC%9B%94%EC%A0%95%EA%B5%90,_%EA%B2%BD%EC%A3%BC%EC%8B%9C,_%EB%8C%80%ED%95%9C%EB%AF%BC%EA%B5%AD_%2845024162914%29.jpg

 

 

(1). 경주시의 퇴적층

 경주 일대의 지층들은 어일분지라고 하는 분지에 속합니다. 이 분지에는 아래서부터 순서대로 감포역암과 어일층, 그리고 송전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중에서 감포역암과 어일층에는 화산활동의 흔적이 관측됩니다. 응회암, 즉 화산재가 쌓여서 만들어진 암석이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 이암, 사암, 역암등 퇴적암에서도 화산재 성분이 관찰되기도 합니다. 또한 화산재 성분과 응회암 외에도 용암이 직접 흘러서 굳어진 현무암이 관찰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화산암 성분을 토대로 연대 측정을 해본 결과 감포역암과 어일층의 생성 연대는 대략 2천 4백만 년 전부터 1천 9백만 년 전으로 측정된다고 합니다. 이 시기는 마이오세 전기입니다 (송전층 같은 경우는 화산재 성분이 관찰되지 않습니다.). 

 

(2). 우리나라에서 살지않는 나무의 화석

 화석기록을 보면 현재 한반도에서는 살지 않는 생물의 화석이 과거 한반도에서는 살았음을 증명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나무 역시 그중 하나였습니다. 2011년에 현재 한반도에서는 살지 않는 나무화석이 학계에 보고되었습니다. 이 나무 화석은 경주시의 감포역암이라는 지층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 나무는 아욱과(Malvaceae)에 속한 레에베시아(Reevesia)라는 나무의 한 종류인 것으로 동정되었습니다. 이 나무는 오늘날에도 살고 있는 나무이긴 하나 한반도에서는 살지 않는 나무입니다. 이 나무는 오늘날에는 중국 남부나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살고 있습니다. 즉, 열대나 열대기후에서 주로 살아가는 나무이죠.

경주에서 발견된 레에베시아 나무 화석. 출처- Jeong et al (2011).

 

 그런데 잠깐! 저것만 보고 어떻게 그 나무가 어떤 나무인지 알수 있을까요? 나뭇잎이 붙어있거나 하지도 않은데 말입니다. 방법이 있습니다. 나무의 단면을 잘라서 현미경을 보면 나무 속을 자세히 볼수 있습니다. 나무의 겉은 화석화가 되었지만 내부의 구조는 온전히 남아있는 경우가 있죠. 내부구조가 온전히 남아있다면, 이 구조를 다른 나무와 비교해서 어떤 나무인가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그걸 관찰하기 위해서는 나무를 얇게 잘라서 박편을 만들면 도됩니다. 이 박편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것이죠. 이렇게 하면 나무 내부에서 물과 양분이 흐르는  관(vessel)을 관측할수 있습니다. 이 관의 형태나 숫자등등을 토대로 나무의 종류를 알아낼 수 있는 것이죠. 그렇게 이 나무의 내부구조를 관찰해보니 레에베시아나무의 특징과 일치하였던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레에베시아 나무라는 것으로 결론이 난거죠.

 이 나무는 오늘날 히말라야 동부, 대만, 중국 남부, 그리고 자바섬과 중미등 열대 지방에서 온대 지역에서 서식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제일 많은 종이 서식하는 곳은 중국으로, 15종이 중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12종이 중국에서만 서식하는 고유종입니다. 이렇게 중국에서 나무가 특히 많이 산다는 것은 어쩌면 이 나무가 중국에서 기원한 것일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합니다.

경주에서 발견된 레에베시아 나무의 단면 형태. GR:나이테(Growth Ring), TC:타일 형태의 세포(Tile cells) EV: 대도관(earlywood vessel) LV: 소도관(latewood vessels), HT:나선상의 돌기(helical thickenings), SP:단순천공판(simple perforation plates). 출처- Jeong et al (2011).

 

오늘날 살아있는 레에베시아 나무.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Reevesia

 

(3). 여러 종류의 나무와 식물의 화석

 2016년에는 경주시에 분포한 감포역암에서 발견된 나무 화석을 토대로 과거의 환경을 알아낸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감포역암에 화산재가 쌓인 팔조리응회암층에서 총 44개의 나무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나무드를 잘라서 위에서 나온 방법처럼 분류해보니 서어나무, 느티나무, 단풍나무, 벚나무, 그리고 레베시아 나무의 화석인 것으로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중에서 제일 숫자가 많은 것은 단풍나무라고 합니다.

 자 그러면 이제 우리는 무엇을 알수 있을까요? 먼저 나무화석들이 발견된 퇴적층을 살펴봅시다. 나무 화석들이 발견된 지층은 경주시에 분포한 퇴적분지인 어일분지의 감포역암이라는 지층입니다. 퇴적구조를 보면 이 지층은 과거에는 강 하구의 망상하천(그물망처럼 물이 여러 갈래로 퍼져나온 형태의 하천)에서 호수환경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그런데 퇴적층을 보면 응회암, 또는 이암이나 사암같은 퇴적암에 응회질 성분이 여러 층에 걸쳐서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는 곧 감포역암이 만들어질 당시 간헐적으로 화산활동이 있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화산활동에서 나온 화산재가 퇴적층에 쌓여서 만들어진 것이죠. 퇴적층에서 쌓인 나무화석의 방향을 볼때 이 화산은 퇴적층의 남동쪽에 위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자 그렇다면 나무화석을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알수 있을까요? 감포역암에서 발견된 나무화석들을보면 단풍나무가 특히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 느티나무, 그리고 서어나무가 많은 것으로 관찰되었습니다. 이런 패턴은 추운 기후대인 아니아이형 식물상에 속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전 편에서 나온 포항의 금광동층과 비슷하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춥기만 했던것은 아닌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소개한 레에베시아 나무의 화석도 발견되었기 때문이죠. 이 나무는 앞서 이야기 하였듯 열대에서 온대기후대에서 서식합니다. 따라서 이는 감포역암이 만들어질 당시 경주의 기후대는 추운 기후와 온대기후가 맞닿는 이른바 '기후적 경계부'에 속할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2017년에는 경주지역에서 여러 종류의 식물화석이 추가적으로 학계에 보고되었습니다. 감포역암과 어일층에서 속새과, 장미과, 느릅나무과, 참나무과, 가래나무과, 자작나무과, 버드나무과, 부처꽃과, 무환자나무과, 층층나무과, 물푸레나무과, 그 외의 속씨 식물과 분류가 불명확한 나무의 화석이 보고되었습니다.

 

 

 

 

(4). 식물화석만 발견되었을까?

 그렇다면 경주에서는 식물화석만 발견되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경주에서는 나무 화석 외에도 바다에 사는 연체동물의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앞서 어일분지의 퇴적층에서 최상부에 송전층이라는 지층이 있다고 했었죠? 이 지층에서 연체동물의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즉, 포항에서의 사례처럼 경주 역시 육지였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바다속에 잠긴 시기도 있었다는 것이죠.

 경주에서 발견되는 연체동물 화석에는 이매패류와 굴의 화석이 있습니다. 1974년에 서울대학교의 김봉균 교수님과 일본 토호쿠 대학교의 히로시 노다 교수님, 그리고 부산대하교의 윤선 교수님께서는 경주와 울산에서 발견된 여러 종류의 이매패류, 그러니까 조개의 화석과 굴 화석을 학계에 보고하셨습니다. 그중에서 경주에서는 굴 화석이 보고되었습니다.  경주에서 발견된 굴은 크라소스트레아 그라비테스타(Crassostrea gravitesta)라고 명명하였습니다. 이 굴은 공룡시대 마지막 시기인 백악기 시기부터 오늘날까지 계속 살고 있는 굴입니다. 

 

경주에서 발견된 굴 화석. 출처- Kim et al (1974)

 

오늘날 살아있는 크라소스트레아. 출처- https://nas.er.usgs.gov/queries/FactSheet.aspx?SpeciesID=113

 

 굴 외에도 경주에서는 규조류, 와편모조류등 여러 플랑크톤의 화석이 발견되기도 하였습니다. 감포역암에서 발견된 규조류의 화석은 담수에서 살아가는 종류로입니다. 그 반면에 송전층에서는 기수성, 그러니까 강어귀에서 얕은 바다환경에서 서식하는 개형충의 화석이 발견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는 경주시가 과거 2천 4백만 년 전에는 육지의 호숫가였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얕은 바다로 환경이 바뀌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자 이렇게 우리나라의 천년 고도의 지역인 경주의 화석을 소개하였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우리나라 동해안의 화석지 시리즈 마지막으로 고래로 유명한 동네인 울산, 그곳에서 발견된 화석에 대해서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연구 및 자료 출처-

 

김종헌. (2015). 한반도에서 산출된 화석목재의 다양성. 한국지구과학회지36(1), 51-58.

 

류은영, & 이성주. (2003). 경주시 천북면 일대 연일층군 하부에서 산출된 규조화석. 고생물학회지, 19(1), 43-62.

 

윤철수. (2005). 한국의 화석. 시그마프레스

 

이의형, & 허민. (2004). 개형충. 한국고생물학회 단행본, 165-187.

 

Jeong, E. K., Kim, K., Paik, I. S., & Kim, H. J. (2011). Firstly reported Reevesia (Malvaceae) fossil wood from the Eoil Basin (Gampo area) in Gyeongju, Korea. Journal of the Geological Society of Korea47(2), 199-204.

 

Jeong, E. K., Kim, H. J., Uemura, K., Paik, I. S., & Kim, K. (2017). Miocene fossil plants from the eoil basin (gampo area), gyeongju, korea. Geosciences Journal, 21, 483-494.

 

Kim, B. K., Noda, H. & Yoon, S. (1974). Molluscan fossils from the Miocene Eoil Formation, Gampo and Ulsan Districts, southeastern-side of Korea. Transactions and Proceedings of the Palaeontological Society of Japan, New Series, 93, p. 266–285, pls. 38–39.

 

Paik, I.S., Kim, K., Kim, H. J., Jeong, E.K., Lee, H.I., and Kang, H.C., 2016, Occurrences and paleoenvirionments of the petrified woodbearing deposits in the Gampo Conglomerate, Waeup-ri, Gyeongju, Korea. Journal of the Geological Society of Korea, 52,1–13.

 

Yun, H., Paik, K.-H. and Chang, S.K. (1989). Paleoecology of the Foil Basin based on the organic and calcareous microfossils. Journal of the Paleontological Society of Korea, 5, 6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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