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우리나라에서 고래로 유명한 도시입니다. 울산에서 발견된 선사유적지에서 과거 사람들이 벽에다가 고래의 벽화를 그린 흔적, 포경을 한 흔적처럼 고래와 연관 있는 유물이 많이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다가 울산은 일제강점기 때까지만 해도 포경이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며, 현재에도 고래축제, 고래고기등 고래와 관련된 여러 문화가 알려져 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울산 사람들은 출근할 때 돌고래를 타고 다닌다는 말도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울산에서는 고래의 화석이 발견된 사례는 없습니다. 다만 몇몇 화석기록을 보았을 때 과거 신생대 신 제3기 마이오세 시대에는 울산이 바다 환경이었음을 지시하는 화석기록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동해안 일대의 신생대 화석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울산의 신생대 퇴적층에서 발견된 화석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울산의 해양 동물 화석
울산에는 양남분지라는 분지가 분포하고 있습니다. 이 분지에는 강동층, 신현층, 그리고 화봉리층이라는 지층이 분포해 있습니다. 이 중에서 강동층은 육지에서 만들어진 퇴적층으로 뚜렷하게 어떤 화석이 발견되었다는 사례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울산의 실질적인 화석기록은 신현층, 그리고 화봉리층이라는 지층에서 주로 발견됩니다. 이 두 지층에서 풍부하게 발견되는 화석이라면 이매패류와 복족류, 그러니까 조개와 소라의 화석입니다. 두 지층에서 발견되는 조개와 소라는 모두 해양에서 살아가는 종류입니다. 이는 곧 당시 환경이 바다였다는것을 뜻합니다.
울산에서 산출되는 이매패류 화석은 1976년에 처음 학계에 보고되었습니다. 당시 부산대학교의 교수님이셨던 윤선교수님께서 화봉리층에서 오늘날에도 우리나라에서 사는 조개인 가무락조개(Cyclina)의 멸종한 종인 과 신현층에서 총 24속 28종의 이매패류 화석과 3속 3종의 복족류 화석을 학계에 보고하셨습니다. 1992년에는 일본에서 포항과 울산에서 발견된 연체동물의 화석을 연구하신 이연규 박사님께서 총 34종의 이매패류와 13종의 복족류, 1종의 굴 화석을 보고하시기도 하셨습니다. 이 외에도 울산에서는 와편모조류와 같은 작은 플랑크톤의 화석이 발견되기도 하였습니다.
(2). 화석으로 알 수 있는 울산의 과거 모습
그렇다면 이 화석들을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연체동물의 종류를 분석해 보면 울산의 과거 환경을 알수 있습니다. 이연규 박사님의 연구에 따르면, 울산에서 발견된 연체동물 군집은 총 6종류로 나누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똑같은 울산의 퇴적층이라도 지층이 분포한 지역에 따라서 각각 다른 종류가 발견된다는 것입니다. 군집은 울산시 무령산 기준으로 동쪽에서 총 5개 (Vicarya-Anadara군집, Tateiwaia군집, Tateiwaia-Dosinia-Cyclina군집, Anadara-Dosinia군집, Cyclina-Felaniella군집)과 무령산 서쪽에서 1개 (Saccella-Acila군집)으로 나누어집니다. 이 군집에서 발견된 연체동물들의 종류들을 보면 과거 울산 지역의 환경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도 알수 있습니다. 모두 바다인 조간대 아니면 해빈(모래사장)에서 살아가는 종류입니다.
그렇다면 울산의 신생대 퇴적층은 언제 만들어진 지층들일까요? 울산에서 발견된 연체동물 화석들은 다른 지역에서도 발견되는 것들입니다. 포항의 전기 말에서 중기 마이오세 시기에 만들어진 지층인 천곡사층과 비슷하지요. 이는 울산의 연체동물 화석이 발견되는 지층인 신현층과 화봉리층이 전기 말에서 중기 마이오세 시기인 1천7백만 년 전에서 1천6백만 년 전 즈음에 만들어졌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거기에다가 울산에서 발견된 연체동물들은 주로 열대에서 아열대성 기후에서 서식하는 종류들입니다. 이는 1천7백만 년 전에서 1천6백만 년 전 즈음의 울산 지역이 열대, 아열대성 기후인 조간대 또는 해빈 환경이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3). 일본보다 먼저 바닷속으로 침수된 한반도
울산에서는 해양생물의 화석 외에도 꽃가루 화석이 발견되기도 하였습니다. 가래나무과에 속하는 히코리나무(Carya)의 꽃가루 화석이 많이 발견되며, 상수리나무와 풍나무의 꽃가루 화석도 발견됩니다. 1992년에 발표한 한 연구에 따르면, 울산의 꽃가루 화석은 일본의 육지에서 만들어진 퇴적층에서 발견된 꽃가루 화석과 같은 종류라고 합니다. 일본 서북부의 노토반도에는 야나기다층 (Yanagida Formation)이라는 지층이 존재하는데, 이 지층은 육지에서 만들어진 지층입니다. 즉, 똑같은 종류의 식물이 울산에서는 바다에서, 일본에서는 육지에서 발견된 것이죠. 이는 마이오세 시기 동해가 확장되는 때에 한반도 동해안 일대가 일본보다 먼저 바닷속에 침수되었다는 것을 뜻한다고 합니다. 먼저 동해안 일대가 침수되고 그 이후로 일본이 침수된 것이죠.
현재에도 울산에서는 수많은 화석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꼭 신생대 화석이 아니더라도 그 이전 시대인 고생대, 중생대 시기의 수많은 화석이 발견되었지요. 다양한 시대의 많은 화석이 발견되는 만큼 울산의 지질학적 가치는 매우 크다고 볼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울산시에서는 울산의 지질 환경의 가치를 토대로 국가지질공원에 등재되는 것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가치가 매우 큰 지역인만큼 잘 되었으면 합니다.
자 지금까지 총 4편에 걸쳐서 우리나라 동해안 일대의 신생대 퇴적층에 대해서 소개하였습니다. 정리해 보자면 우리나라 동해안 일대에는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부터 우리나라 경상도 지역에까지 여러 지역에서 2천만 년 전후로 만들어진 화석지가 있습니다. 이 원인은 바로 당시 동해가 만들어지는 과정 때문으로, 동해가 만들어지면서 지각변동이 생기고 그 지각변동으로 인해서 퇴적물이 쌓이거나 환경이 육지에서 바닷속으로 침수되는등의 원인으로 퇴적층이 만들어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서 동해안 일대에서는 신생대 신 제3기 시기 마이오세 시대의 해양생물 화석이 풍부하게 발견됩니다. 작게는 해양 플랑크톤부터 크게는 고래까지 다양한 종류의 생물의 화석이 발견되지요. 이런 지질 환경은 일본에서도 발견되지만, 화석기록으로 볼때 한반도는 일본보다 먼저 바다속으로 침수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 동해안 일대의 신생대 퇴적층은 우리나라 지질연구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동해안 일대의 화석지는 동해가 생겨난 당시의 요인으로 인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는 곧 동해가 어떤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졌는가, 그리고 그 당시 한반도와 주변 지역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를 알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거기에다가 동해안 일대의 화석지가 만들어질 당시인 신생대 신제3기 마이오세 시기에는 바다 환경에서 만들어진 퇴적층이 전세계적으로 그리 많지 않기에 2천만 년 전 당시의 바다에서 살아가는 생물과 환경을 알아내는데에 있어서도 좋은 단서를 제공합니다. 따라서 동해안 일대의 지질연구는 한반도의 형성 과정 및 당시의 생물상을 알아내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볼수 있습니다. 차후에는 우리나라 동해안 일대에 대해서 어떤 새로운 연구가 이루어질지 궁금합니다.
연구 및 자료 출처
서울신문: 하천·계곡·해양 지질명소 보유한 울산… ‘국가지질공원’ 도전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41031500108)
김현진. (2020). 울산분지에서 산출되는 신생대 마이오세 연체동물 화석에 대한 분류학적 연구: Taxonomic Study of Miocene Molluscan Fossils from the Ulsan Basin.
이연규, & 윤선. (2004). 이매패류, 복족류: 신생대를 중심으로: 신생대를 중심으로. 한국고생물학회 단행본, 217-224.
Kim, B. K., Noda, H. and Yoon, S. (1974). Molluscan fossils from the Miocene Eoil Formation, Gampo and Ulsan Districts, southeastern-side of Korea. Transactions and Proceedings of the Palaeontological Society of Japan, New Series, no. 93, p. 266–285, pls. 38–39
Lee, Y. G. (1991). Paleontological study of the Tertiary molluscan fauna in Korea. Doctoral dissertation, 筑波大学.
Noda, H., & Lee, Y. G. (1988). Wood-boring bivalve Martesia striata from the Middle Miocene Sinhyeon Formation in the Ulsan Basin, Korea. Annual report of the Institute of Geoscience, the University of Tsukuba, (15), 61-67.
Yoon, S. (1979). The Tertiary deposits of the Ulsan basin no. 2. Molluscan fossils. Journal of Geological Society of Korea, 15(1), 1-35.
Yoon, S. and H. Noda(1976), “A New Species of Cyclina from the Miocene Hwabongri Formation, Ulsan District, Korea.” Tohoku Univ., Sci. Rep., 2nd Ser. Geol., 46(1), 27-32, figs. 2-5.
Yun, H. S,, Byun, H. S., & Yi, S. S. (1998). DINOFLAGELLATES FROM THE TERTIARY DEPOSITS OF THE ULSAN BASIN, KOREA. Journal of Paleontological Society of Korea , 14(1), 6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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