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지질학

트라이아스기 후기 대규모의 멸종과 공룡의 번성(1).대규모 폭우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0. 9. 25. 21:10

 여러분은 멸종이란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들어본 적 있으시면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아마 좋은 생각은 아닐것 같네요. 멸종이란 어떤 생물이 완전히 사라져서 다시는 볼 수 없는 것을 뜻하니까요. 공룡도 멸종하였고 삼엽충도, 매머드도, 최근에도 여러 생물들이 멸종하거나 멸종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이런 멸종이 대규모로 일어나서 지구의 생태계 대부분이 공석이 되는 사건을 대멸종이라고 합니다.

 지구상에는 현재까지 5번의 대멸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 4억 5천만 년 전 오르도비스기 말 대멸종, 2) 3억7천5백만 년 전 데본기 말 대멸종, 3) 2억5천2백만 년 전 페름기 말 대멸종, 4) 2억 1백3십만 년 전 트라이아스기 말 대멸종, 5) 6천5백만 년 전 백악기 말 대멸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아마 대부분 독자 여러분들은 마지막 대멸종은 잘 아실 겁니다. 대부분의 공룡이 멸종한 사건이었으니까요(참고로 규모가 가장 큰 대멸종은 3번쨰 대멸종인 페름기 말 대멸종 입니다. 무려 95% 정도의 생물이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거든요!).

 그런데 최근 연구 결과 트라이아스기 후기였던 2억 3천 4백만 년 전에서 2억3천2백만 년 전 사이에 전 지구적으로 대규모의 폭우가 있었고 그 결과 대규모의 멸종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카르니절 폭우 사건(Carnian pluvial event)이라고 합니다. 재미있는건 대규모의 멸종이 있었던 결과 공룡이 번성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과연 이 폭우는 무엇 때문에 온 것이며, 왜 공룡이 그 결과 지구상에서 번성할 수 있었을까요?

 

(1). 화산활동

  21세기 현재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기후변화입니다. 인간의 여러 활동(공장, 자동차 매연, 대량의 가축사육 등...)으로 인해 지구의 대기에서 이산화탄소(CO2)의 농도가 높아지면서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는(이러한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이산화탄소가 지구에서 방출하는 열에너지를 다시 흡수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입니다.)현상을 온실효과, 그리고 이로 인해서 지구가 따뜻해지는 것을 '지구온난화'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지구 온난화가 현재 인류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과거 트라이아스기 후기 카르니안절이라고 하는 시기에 살았던 생물들에게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인한 온실효과는 달갑지 않은 문제를 넘어서서 심각한 위협이 되었습니다.

지구온난화는 비단 현 인류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출처-https://www.deccanherald.com/science-and-environment/global-warming-to-cause-catastrophic-species-loss-study-823524.html

 그러면 이 시기에 온실효과가 왜 일어난 것일까요? 설마 이 시기 생물들도 공장을 돌리고 자동차를 이용했을까요?

여기에는 두 가지 가설이 있습니다. 첫 번째 가설은 바로 화산입니다. 화산이 분화하게 되면 분화구에서 가스가 나온다는 것은 아마 독자분들은 알고 있을 겁니다. 이 가스에는 메탄, 황, 이산화탄소 등 여러 유독한 성분이 들어있습니다. 따라서 대규모의 화산이 폭발할 경우 생물에게 매우 치명적이지요(용암이나 화산탄등은 말할것도 없구요!). 트라이아스기 후기 카르니안절이었던 2억 3천만 년 전 즈음에 활발히 활동했던 화산은 현재 랭겔리아암층(Wrangellia Terrane) 이라고 불리는, 알래스카의 남중부에서 남서부 유콘과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 해안을 따라 확장된 대규모의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지형을 만든 화산입니다. 여기서 현무암은 화산이, 그 중에서 비교적 끈끈하지 않은 용암이 분출할 때 만들어진 암석으로 굳으면서 구멍이 생성되는 암석입니다. 이 구멍을 통해서 대기에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가게 되지요. 지금 남아있는 현무암층 외에도(이 부피만 1백만 세제곱미터가 넘는다고 합니다!) 만들어진 후에 지각의 변화로 사라진 암석까지 추론해보면 어마어마한 용암이 트라이아스기 후기 카르니안 절에 분출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겠지요. 이 시기에 만들어진 암석인 돌로마이트를 분석한 결과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매우 높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즉,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지면서 온실효과가 생기고, 그 결과 더워진 지구에서 폭우가 내리게 되었다는 결과이지요.

현재 랭겔리아 현무암층이 위치한 곳.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Wrangellia_Terrane

 

구멍이 잔뜩 뚫려있는 현무암. 이 현무암에서 나온 가스는 지구의 대기의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Basalt#/media/File:VessicularBasalt1.JPG

(2). 조산운동

 두 번째 가설은 조산운동의 결과 지구의 습도가 증가하여 폭우로 이어졌다는 가설입니다. 조산운동이란 쉽게 설명하자면 지구의 지질학적 작용 결과 산이나 산맥이 만들어지는 운동을 이야기합니다(여기서 운동이란 당연히 사람이 하는 운동이 아니라 지질학적 작용을 뜻합니다!) '산이 만들어지는 게 어떻게 기후의 변화를...?'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만약 그 산이 바다 근처에서 일어났다면 어떨까요? 카르니안절에 거대한 조산운동이 있었습니다. 바로 킴메리안 조산운동 이지요. 이 조산운동은 현재 중앙 아시아에서 있었던 조산운동을 말하는데, 현재 터키, 이란, 아프가니스탄, 티뱃, 말레이반도를 이루는 지형을 만든 킴메리안암층이 만들어지게 된 운동이었습니다. 킴메리안판이 남반구에서 이동하여서 북반구의 유라시아 대륙에 부착하게 되었습니다. 오늘날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서 산맥이 만들어진곳이 있는데, 바로 인도와 유라시아 대륙이 충돌하여 만들어진 히말라야 산맥이지요! 당시 킴메리안판은 현재 북중국, 남중국 및 중앙아시아를 이루는 판과 현재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카차크스타니아판과 충돌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계절풍까지 생겨났지요. 이 계절풍이 킴메리안 산맥을 넘지 못하고 점점 고이면서 어마어마한 폭우를 만드는 결과를 낳게 되었고, 이것이 카르니안절 폭우 사건을 불러일으킨 원인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여기서 계절풍이 생기는 이유가 무엇이냐면 당시 중앙아시아의 밑에는 테티스해라고 하는 매우 거대한 바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테티스해는 현재는 사라졌지만 오랜 시간 동안 북아프리카에서 중앙아시아, 유럽대륙에까지 존재하였던 매우 거대한 바다였지요. 킴메리안 조산운동은 이 테티스해의 서쪽에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바다에 갑자기 판과 판의 충돌 결과로 대규모의 산맥이 소 대륙을 이루자 신 테티스해(neothethys)가 생성되었습니다. 산맥이 만들어지면서 막대한 양의 압력이 육지와 바다에 동시에 영향을 주게 되었고 그 결과 계절풍이 생기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킴메리안 조산운동의 결과. 신테티스해가 형성되었고  그 결과 온난한 기후가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Cimmeria_(continent)#/media/File:100_global.png

 두 가설 중 어느쪽이 맞는 이야기이든(둘 다 맞을 수도 있습니다.) 트라이아스기 후기 카르니안절이라고 불리는 2억 3천만 년 전 즈음에 대규모의 폭우로 인해서 지구의 기후가 매우 습하게 되었습니다.

 

(계속)

 

 

연구 출처-

Dal Corso, J., Bernardi, M., Sun, Y., Song, H., Seyfullah, L. J., Preto, N., ... & Merico, A. (2020). Extinction and dawn of the modern world in the Carnian (Late Triassic). Science Advances, 6(38), eaba0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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