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국내)

한탄강 지질답사 -2 베개용암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3. 2. 7. 00:15

 1편 재인폭포편 보러가기

 

(1). 한탄강의 현무암

  재인폭포를 보고 난 후 새로운 장소로 이동하였습니다. 이동하는 길에 같이 가신 교수님께서 돌을 하나 집어 드시면서 무언가를 보여주셨습니다. 보여주신 돌은 용암이 굳어져서 만들어진 현무암이였는데, 노란색 점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암석을 이루는 광물 중 하나라는 뜻이지요 (참고로 이야기하자면, 광물이란 자연에서 생성된 규칙적인 원자구조를 이룬 고체상태의 결정물입니다. 이 광물로 이루어진 것이 암석입니다. 재밌게도 얼음과 눈도 이 정의에 따르면 광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이 광물은 감람석입니다. 한탄강에서 흔히 발견되는 현무암에는 사장석이나 휘석과 같은 화성암 계열 암석에서 흔히 발견된 광물은 매우 크기가 작아 맨눈으로는 거의 관측이 거의 되지 않을 정도로 작지만, 감람석은 맨눈으로 관측될만한 크기만큼 관측된다고 합니다. 

 

현무암에서 보이는 감람석. 출처- 직접 촬영

 

(2). 베개용암, 과거 흘렀던 강의 흔적

  재인폭포에 이어서 한탄강에서 2번째로 간 곳은 아우라지 베개용암이 관측되는 곳입니다. 여기에서도 주상절리가 관측됩니다. 그런데 밑부분을 보면 주상절리가 아니라 둥근 형태의 돌이 가득 쌓여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마치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돌을 둥글게 깍은 뒤에 쌓아놓은 모습이지요. 아우라지 베개용암이 관측되는 곳은 총 3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맨 밑바닥층은 기반암, 그러니까 가장 하부에 위치해서 지표면에 노출된 노두(암석이 드러난 곳) 밑에서 기반을 이루고 있는 암석입니다. 한탄강의 가장 최하부 기반암은 선캄브리아 시대, 그러니까 대략 20억 년 전에서 7억 년 전 사이에 쌓인 암석이 변형된 변성암입니다. 그리고 그 위에 고생대 석탄기 시기인 3억 5천만 년 전에 형성된 변성암으로 이루어진 미산층이 있습니다. 아우라지 베개용암이 관측되는 곳은 미산층이 지표면에서 관측되는 지층 중에서 가장 최하부에 쌓인 지층입니다. 그리고 그 위에 둥근 베개 형태의 돌로 이루어진 지층, 그리고 그 위에 주상절리가 있습니다. 베개 형태로 이루어진 돌을 베개암이라고 합니다.

 

아우라지 베개용암이 관측되는 곳의 층 순서. 출처- 직접 촬영
아우라지 베개용암의 주상절리. 출처- 직접 촬영

  베개용암은 매우 먼 곳에 있기에 직접 근처로 가서 관측해볼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전편에서 이야기하였듯 이런 상황에서 쓰기 좋은 카메라가 있는 덕분에 아주 가까이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가까이 촬영해본 베개용암은 그 이름답게 베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완전히 둥근 원 모양을 하기보다는 불규칙한 타원에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돌이 베개 모양을 하고 있다니 신기하지 않나요? 이런 모양은 어떻게 생길 수 있는 것일까요?

  베개용암은 말 그대로 용암이 굳어져서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주상절리나 다른 화성암과 차이점이 있다면 용암이 굳어진 경위에 있습니다. 그 답은 물입니다. 베개용암은 물에 닿아서 식고 굳어져서 베개와 비슷한 모양을 하게 된 것입니다.   

  베개용암이 만들어진 경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1). 1,000도 이상의 아주 높은 온도의 용암이 물에 닿으면 급격하게 식게 됩니다. (2). 식은 용암의 겉 부분은 내부에서 아직 식지 않은 뜨거운 용암이 새어 나오면서 깨지게 됩니다. (3). 새어 나온 용암은 다시 또 물에 닿아 급격하게 식게 됩니다. (4). 이 과정이 반복되고 또 반복되면서 용암은 전반적으로 베개와 비슷한 모양으로 식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베개용암입니다.

  베개용암은 용암이 과거에 물에 닿았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됩니다. 따라서 베개용암이 있는 곳의 높이, 그리고 그 위에 주상절리의 높이를 통해서 과거 한탄강이 흘렀을 당시에 물의 수위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베개용암의 모습. 출처- 직접 촬영
베개용암의 모습2. 출처- 직접 촬영

 

(3). 옛날 한탄강, 현대의 한탄강

아우라지 베개용암의 절경. 출처- 직접 촬영

  아우라지 베개용암은 한탄강을 기준으로 크게 2곳에 나누어서 존재합니다. 즉, 강 한쪽과 강 건너편에 있는 것이죠. 왜 그럴까요? 과거 54만 년에서 12만 년 사이에 본래 이곳에는 다른 한탄강이 선캄브리아 시대에서 고생대 혹은 중생대 시대의 암석 위를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평강 인근에서 화산이 분출하면서 현무암질 용암이 한탄강까지 흘러 내려왔습니다. 흘러 내려온 용암은 한탄강을 메웠습니다. 강이 흘렀던 곳은 용암으로 가득하게 된 것이죠. 그런데 용암이 굳고 난 후에 그 공간이 다시 풍화되면서 강이 흐를만한 면적이 다시 생성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다시 강이 흐르게 되었는데 그것이 오늘날 한탄강입니다. 한탄강 주변에서 관측되는 주상절리 및 베개용암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지금은 뻥 뚫려서 강이 흐르고 있지만, 과거에는 용암으로 가득한 곳이었고, 그 흔적이 주상절리 및 베개용암이 된 것이지요. 이 모든것이 다 지질학적 연구 끝에 알아낸 것들입니다. 부서진 용암의 흔적은 강을 따라 서해 쪽으로 흘러갔을듯 하다고 같이 동행하였던 교수님 및 선생님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같이 동행하신 교수님께서 간단하게 그리신 한탄강의 변천사. 1(위): 선캄브리아 시대, 고생대, 중생대 시기의 암석 위를 옛날 한탄강이 흐르고 있었다. 2(가운데):용암이 흘러와서 옛날 한탄강을 가득 메웠다. 3(아래):용암이 굳고 본래 한탄강이 있던 부분이 상당수 깎여 나가면서 다시 현대의 한탄강이 흘렀다. 출처- 직접 촬영

한탄강에서 보이는 용암의 흔적은 신생대, 그중에서도 54만 년 ~ 12만 년 정도 되었습니다. 이는 지질학적으로 매우 최근 시기이지요. 그렇다면 한탄강에서 보이는 용암이나 화산폭발의 흔적은 최근에 일어난 것들뿐일까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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