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논문

진주층의 원시딱정벌레들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3. 11. 18. 11:12

제가 제 첫 번째 논문을 쓰고 난 이후로 쓴 두 번째 논문은 딱정벌레의 한 분류군인 원시딱정벌레의 화석이었습니다. 이 곤충들은 화석기록을 보면 공룡보다 훨씬 더 오래전에 등장하여 지금까지도 계속 살고 있는 분류군입니다. 화석기록을 보면 대략 3억 년 전부터 지구상에 그 모습이 등장한 분류군이 바로 딱정벌레인데, 원시딱정벌레는 그중에서도 상당히 초창기에 등장한 것입니다. 지금 한반도에는 곰보벌레 (Cupes anguliscutis)한 종만 살고 있지만, 화석기록을 보면 여러 종류의 원시딱정벌레가 한반도 지역에서 살았음을 알고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논문으로 내었던 원시딱정벌레 노토쿠페스 프레메리스(Notocupes premeris)역시 그중 하나이죠. 보러 가기

  최근에 좋은 기회를 얻어서 진주층에서 발견된 여러 종류의 원시딱정벌레의 화석을 연구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저, 그리고 중국 학자와 같이 공동으로 연구하였던 진주층의 원시딱정벌레에 대해서 소개합니다. 화석들은 진주시 정촌면, 사천시 사남면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본 연구결과는 고곤충학회지(Palaeoentomology)에 실렸습니다.

 

오늘날에 살아있는 원시딱정벌레의 한종류인 곰보벌레. 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EA%B3%B0%EB%B3%B4%EB%B2%8C%EB%A0%88%EA%B3%BC

 

1. 아시아니아 파스 (Asiania pax)

  이 곤충은 기존에 발견된 적이 없는 새로운 종류의 원시딱정벌레 화석입니다. 이 곤충은 한 개체가 두개의 암석에 찍힌 모습으로 발견되었습니다. 같이 공동연구한 중국 학자가 이야기하기를 혹시 날개 끝부분의 날개맥의 연결 패턴을 좀 더 자세히 찍어줄 수 있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래서 주사전자현미경(Scanning Electron Microscope)을 이용해서 정밀 촬영을 실시하였습니다.

아시아니아 파스의 화석. 스케일바 10mm. 출처- Lee et al., (2023).

 

 

  그렇게 본 결과는 흥미로웠습니다. 보통의 원시딱정벌레들의 날개맥과는 그 연결 패턴의 형태가 달랐던 것입니다.  곤충의 날개를 보면 날개맥이라고 하는 줄 형태의 구조가 있습니다. 이 날개맥은 주로 날개를 받치는 역할을 합니다. 날개맥은 각각 이름이 붙는데 날개의 안쪽부터 A(Anal), Cu(Cubitus), M(Media), R(Radius)이라고 명명되어 있습니다. 보통의 원시딱정벌레들은 날개맥에서 A1시맥과 Cu시맥이 먼저 연결되는 경우가 먼저입니다. 그런데 이 곤충의 경우에는 날개맥을 보면 M시맥과 Cu시맥이 먼저 연결이 되고 그 다음에 A1시맥이 연결되는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즉, 기존에는 보고되지 않은 새로운 구조의 시맥 연결 패턴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서 이 곤충은 머리가 거의 사각형 구조이고 배의 중앙 부분에 세로줄 형태가 나타난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아시아니아 파스의 날개맥 연결 패턴. 스케일바 2mm. 출처- Lee et al., (2023).

 

  이 특이한 신체 구조를 가진 곤충을 명명할 때 어떻게 명명하는 것이 좋을까...고민을 했었습니다. 새로운 종도 아니고 새로운 속이니 어떤 이름 붙여야 할까...고민을 좀 하였죠. 그러다가 뉴스를 보니까 북한의 핵 문제, 중국-대만 문제등등 여러 긴장관계에 대한 뉴스가 나오더라구요. '아...거 참. 생각하는 사상이 다르다 한들 그냥 좋게 좋게 사이좋게 지내면 안돼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아 그러면 아예 이걸 학명으로...?'하는 생각이 들어서 라틴어 검색을 해봤습니다. 라틴어로 '아시아의, 아시아 사람'을 뜻하는 아시아니아(Asiania), 평화를 뜻하는 파스(pax)를 붙여서 아시아에 평화가 오기를! 하는 생각으로 아시아니아 파스(Asiania pax)라는 학명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2. 브로코콜레우스(Brochocoleus)

  이름이 살짝 어려운 이 곤충은 중국에서 처음 발견되었습니다. 중국 간쑤지에 분포한 지우쿠안 분지에서 처음 발견된 이 곤충은 1982년에 학명이 명명되었습니다. 브로코콜레우스의 첫번째 화석은 등딱지 날개 화석 하나였습니다. 기존에 발견된 다른 원시딱정벌레의 날개와 그 형태가 다르기에 이 날개에 브로코콜레우스 푼크타투스(Brochocoleus punctatus)라는 학명이 명명되었습니다.

 

중국에서 발견된 브로코콜레우스 푼크타투스의 화석. 출처- Hong (1982).

 

  

  진주층에서는 2개체의 브로코콜레우스의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하나는 등딱지날개 하나, 하나는 배 부분을 드러난 전신 화석으로 발견되었습니다. 날개화석을 보면 전반적인 형태는 기존에 보고된 브로코콜레우스 푼크타투스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였습니다. 하지만 몇몇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기존에 보고된 브로코콜레우스 푼크타투스의 날개를 보면 납작한 앞옆판(explanate epipleuron)이라고 하는 부분에 존재하는 3줄의 창 구멍(window punctures) 중에서 2번째 줄을 보면 5개의 창 구멍이 존재합니다. 그 반면에 진주층에서 발견된 등딱지날개를 보면 같은 위치에 9개의 창 구멍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즉, 전반적인 형태는 중국에서 발견된 것과 비슷하나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똑같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화석은 브로코콜레우스 cf. 푼크타투스로 동정되었습니다. cf.가 붙는것은 분류학에서 '어떤 종에 속할 것으로 보인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브로코콜레우스속인건 확실해 보이고, 그중에서 푼크타투스종인 것으로 보인다는 이야기입니다.

 

브로코콜레우스 cf. 푼크타투스의 날개 화석. 스케일바 5mm. 출처- Lee et al., (2023).

 

  또 다른 브로코콜레우스의 화석은 전신이 온전히 보존된 모습으로 발견되었습니다. 아쉽게도 곤충이 배를 드러내고 누운 모습으로 발견되어서 등딱지날개구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전신의 모습이나마 발견되었기에 좀 더 뚜렷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브로코콜레우스의 화석에는 논의 끝에 화석이 발견된 지역인 사천시의 지명에서 따와서 브로코콜레우스 사천엔시스(Brochocoleus sacheonensis)라는 학명을 붙였습니다. 이 곤충은 다른 종과 비교하였을 때 몸집이작다는 점, 가슴의 외각 부분이 휘어있다는 점, 다른 종과 비교했을 때 머리가 길게 늘어나지 않은 점등이 있습니다.

 

브로코콜레우스 사천엔시스. 스케일바 5mm. 출처- Lee et al., (2023).

 

 

3. 지가데니아 (Zygadenia)

  제가 예전에 북한의 화석을 다루었을 때 지가데니아라는 곤충을 다룬 적이 있었습니다. 보러 가기

 이 곤충은 북한 외에도 중국, 북한, 러시아, 몽골, 호주, 카자흐스탄, 독일, 영국, 아르헨티나에서 화석이 발견된 바가 있었습니다. 살았던 시기도 매우 길어서 2억 년 전부터 9천3백만 년 전 즈음까지 살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연구에서 지가데니아의 날개 화석도 같이 보고하였습니다. 즉, 북한 신의주에서 발견된 화석과 비슷한 종류의 곤충 화석이 남한에서도 발견된 것입니다. 다만 이 곤충은 북한의 화석과는 종이 달랐습니다. 기존에 보고되지 않은 새로운 종류였습니다. 이 곤충은 그동안 발견된 기존의 다른 지가데니아의 화석처럼 등딱지날개만 발견되었습니다. 그런데 날개의 끝부분, 그러니까 곤충의 신체 후방 쪽을 보면 튀어나온 부분이 존재합니다. 이 튀어나온 부분이 날개의 납작한 앞옆판을 덮고 있는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저와 공동연구를 한 중국 학자의 주장에 따라서 날개 끝에 튀어나온 특징이 있다는 뜻으로 코르니게라(cornigera)라는 단어를 써서 지가데니아 코르니게라(Zygadenia cornigera)라는 학명이 붙여졌습니다.

지가데니아 코르니게라(Zygadenia cornigera)의 화석. 스케일바 5mm. 출처- Lee et al., (2023).

 

이 외에도 다른 종류의 지가데니아의 등딱지날개 화석을 발견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개체에서는 별 다른 큰 특징은 발견되지 않아서 지가데니아 sp.(Zygadenia sp.)로 결론 내렸습니다.

 

지가데니아 sp.의 화석. 스케일바 5mm. 출처- Lee et al., (2023).

 

4. 옴마 (Omma)

옴마는 여기에 소개된 곤충 중에서 유일하게 지금도 살아있는 곤충입니다. 화석기록을 보면 이들은 대략 2억 년 전부터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즉, 2억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살아남은 곤충이죠. 이들은 현재는 유럽과 중앙아시아, 호주에서 서식하고 있습니다.

  진주층이 형성된 시기인 1억 년 전에는 옴마의 서식지가 지금보다 더 다양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중에는 오늘날 미얀마도 있지요. 미얀마에는 호박(먹는 호박이 아니라 과거에 살았던 나무의 송진이 굳어져서 만들어진 광물)이 발굴되는 광산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호박에서 여러 종류의 곤충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미얀마에서도 역시 여러 옴마의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런데 미얀마 호박에서 발견된 옴마의 날개를 보면 재밌는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날개의 외측면이 톱날 형태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옴마의 날개는 이런 구조가 관측되지를 않는데 과거에 살았던 옴마는 이런 모습이 관측됩니다.

 

옴마 포르테(Omma forte). 미얀마 호박에서 발견된 옴마의 한 종류로 날개 바깥쪽 부분이 톱날 형태를 하고 있다. 스케일바 2mm. 출처- Li et al., (2021).

  

  그런데 재미있는 건 진주층에서 발견된 옴마 역시 이런 특징이 관측된다는 점입니다. 비록 날개 하나만 보존되어 있어서 정확한 종을 알기는 어려워 결국 종을 알 수 없다는 뜻의 sp.를 붙인 것으로 동정을 끝냈지만, 날개 측면의 톱날구조가 있다는 것은 매우 독특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주층에서 발견된 옴마의 날개. 날개 외측면이 톱날구조를 하고 있다. 스케일바 5mm, 출처- Lee et al., (2023).

 

현재도 진주층에서는 아직 연구되지 않은 많은 곤충 화석이 있습니다. 이 곤충화석을 통해서 추후에 어떤 연구가 이루어질지 기대해 보는 건 어떨까요?

 

 

연구 및 자료 출처-

Lee, S. B., Nam, G. S., Park, J. K., Lee, B. H., Li, Y. D. (2023). Cretaceous beetles of the Jinju Formation (Coleoptera): Archostemata. Paleoentomology, 6(5), 496-506.

 

Li, Y. D., Huang, D. Y., & Cai, C. Y. (2021). New species of Omma Newman from mid-Cretaceous Burmese amber (Coleoptera, Archostemata, Ommatidae). Deutsche Entomologische Zeitschrift, 68(2), 34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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