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논문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된 명주딱정벌레 화석-칼로소마 키미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1. 11. 26. 10:37

명주딱정벌레

 여러분은 명주딱정벌레라는 곤충을 아시나요? 이 곤충은 딱정벌레류에 속하는 곤충 중에서, 육식을 하는 딱정벌레과(Carabidae)에 속하는 곤충입니다. 이들은 주로 나방의 애벌레를 잡아먹고 살기에 애벌레 사냥꾼(caterpiller hunter)라고 불리지요. 보통 딱정벌레과에 속하는 곤충들은 하늘을 날 수 없는데(그래서 영어 이름도 ground beetle, 땅에 사는 딱정벌레라고 부릅니다.), 명주딱정벌레는 유일하게 딱정벌레과 중에서도 날아다닐 수 있지요. 이런 특징 덕분에 명주딱정벌레는 서식지가 다른 친척들보다 훨씬 더 넓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동부지역, 러시아 동부지역에는 검정명주딱정벌레, 북방명주딱정벌레, 풀색명주딱정벌레, 큰명주딱정벌레 4종이 살고 있습니다. 

 최근에 이 블로그 운영자 즉, 제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명주딱정벌레의 화석을 학계에 보고하였습니다. 이 화석은 우리나라 포항시 남구에 있는 금광리라는 지역에 분포하는 금광동층이라는 지층에서 발견되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는 명주딱정벌레 사진. 왼쪽부터 북방명주딱정벌레, 큰명주딱정벌레, 풀색명주딱정벌레, 검정명주딱정벌레이다. 출처-직접 촬영.

 

금광동층

 명주딱정벌레 화석이 발견된 금광동층은 대략 2천만 년 전 즈음 시기인 신생대 마이오세 전기 시기에 만들어진 지층입니다. 이 지역은 한때 호숫가였으며, 발견된 식물과 꽃가루 화석을 토대로 측정한 결과, 기온은 오늘날보다 서늘했던 시기로 추정됩니다. 즉, 제가 연구했던 명주딱정벌레는 서늘한 지역에서 살았다는 점을 알 수 있지요. 이 지역에서는 나방의 애벌레가 식물을 먹었던 흔적이 발견된 적이 있는데, 아마 명주딱정벌레는 이런 나방의 애벌레들을 주로 사냥하였을 겁니다.

 

칼로소마 키미

 이번에 제가 연구하였던 명주딱정벌레는 총 두 표본이 있습니다. 한 표본은 머리와 가슴 일부, 날개 일부가 보존되어 있었고, 다른 표본은 일부 파손된 날개만 보존되어 있었죠. 키미라는 종명(Species)은 제 지도 교수님꼐서 박사과정에 계실때 지도 교수님이셨던 김종헌 박사님의 성함에서 따와서 붙인 학명입니다. 즉, 정식 명칭은 칼로소마 키미 (Calosoma kimi)가 되는 것이죠.

칼로소마 키미의 사진. 출처-Lee and Nam (2021).

(1). 날개줄 패턴

 기존에 발견된 명주딱정벌레 화석은 날개줄 패턴의 형태에 따라 종이 구분되었습니다. 가령 예를 들자면 독일에서 발견된 명주딱정벌레 칼로소마 카라보이데스(Calosoma caraboides)의 경우, 안쪽에서부터 6번쨰, 7번째 날개줄이 연결되어 있고, 5번째, 8번째 날개줄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외에 4번째, 9번째 날개줄이 연결되는 형태를 하고 있죠.

 자 그러면 이번에 보고된 칼로소마 키미는 과연 어떤 형태를 보이고 있을까요? 제가 조사한 결과, 5번쨰, 7번째 날개줄이 끝에서 6번째 날개줄을 감싸면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11번쨰, 13번째 날개줄이 12번쨰 날개줄을 감싸는 모습으로 연결되어 있었죠. 

칼로소마 키미의 날개줄 패턴 출처-Lee and Nam (2021).

(2). 두 가지 형태의 비늘

 칼로소마 키미의 또 다른 특징을 뽑으라면 딱지날개의 비늘이 있습니다. 보통 명주딱정벌레들은 네모 형태의 체크형 패턴의 비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중동-유럽에서 살고 있는 칼로소마 아우로푼트카툼 (Calosoma auropunctatum)이라는 명주딱정벌레의 경우, 비늘 패턴이 체크형이 아니라 아래쪽에 있는 비늘을 덮는 패턴의 비늘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살아있는 명주딱정벌레중 비늘을 덮는 패턴은 아우로푼트카툼종 만의 유일한 특징입니다.

 그러면 칼로소마 키미는 어떨까요? 재밌게도 칼로소마 키미는 2가지 비늘을 전부 다 가지고 있었습니다. 날개의 맨 위에서부터 중간 부분까지는 체크형 패턴의 비늘을 가지고 있다가 중간에서부터 날개 끝까지는 아래쪽에 있는 비늘을 덮는 패턴을 가지고 있었죠. 즉, 2가지 형태의 비늘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형태는 기존에 보고된 다른 명주딱정벌레와는 전혀 다른 특징입니다.

칼로소마 키미의 비늘 패턴. 출처-Lee and Nam (2021).
칼로소마 아우로푼크타툼. 출처-직접 촬영.
칼로소마 아우로푼크타툼의 비늘 패턴. 출처-직접 촬영.
검정명주딱정벌레의 비늘 패턴. 출처-직접 촬영.

 

(3). 현생 명주딱정벌레와의 비교

 그러면 칼로소마 키미와 현생 명주딱정벌레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현재 살아있는 명주딱정벌레는 주둥이에 나 있는 입술수염 (lmaxillary palp)에서 보이는 패턴에 따라 크게 둘로 나누어집니다. 입술수염은 사람의 혀처럼 맛을 감지하게 하는 기관인데, 보통 3개의 체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중 2번째, 3번째 체절의 길이가 거의 비슷한 종류, 그리고 3번째 체절이 2번째 체절보다 짧은 경우로 나누어집니다. 우리나라에서 사는 명주딱정벌레의 경우, 전자에는 풀색명주딱정벌레 (Calosoma inquisitor cyanescens), 검정명주딱정벌레 (Calosoma maximowiczi), 북방명주딱정벌레 (Calosoma lugens)의 경우가 전자에 속하고, 큰명주딱정벌레 (Calosoma chinense)가 후자에 속합니다. 그러면 칼로소마 키미는 어느 쪽일까요? 칼로소마 키미의 입술수염은 전자에 속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2번째, 3번쨰 체절의 길이가 거의 비슷한 (1mm 정도) 것으로 관측되었지요.

 명주딱정벌레는 총 19개의 아속으로 나누어집니다. 그중에서 아우스트라로드레파 아속(Australodrepa), 칼로드레파 아속(Calodrepa), 칼로소마 아속(Calosoma)에 속하는 명주딱정벌레들의 입술수염 체절이 칼로소마 키미와 일치한 패턴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외에 턱에서 이빨이 돌출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비록 턱이 양쪽 모두 보존되어 있지는 않지만, 칼로소마 키미 역시 턱에서 이빨이 돌출되어 있습니다.

 물론 칼로소마 키미가 이 명주딱벌레아속중 어느쪽에 포함되는지는 아직 알수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칼로소마 키미는 이 명주딱정벌레들과 연관이 있는 분류군에 속해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칼로소마 키미의 입술수염과 턱의 이빨. 출처-Lee and Nam (2021).

 현생 명주딱정벌레와의 관계가 어떻게 되든 간에 칼로소마 키미는 마이오세 시기에 살았던 여러 명주딱정벌레중 하나임은 분명합니다. 명주딱정벌레는 유전학 연구를 보면 신생대의 초창기 즈음에 출현한 것으로 보이지만, 화석기록은 그보다 대략 2천만~3천만 년 즈음 이후인 마이오세 시기에 가장 풍부하게 발견되었지요. 앞으로도 어떤 명주딱정벌레의 화석이 추가로 발견될지 기대됩니다.

 

연구 출처-

LEE, S. B. ., & NAM, G.S. . (2021). A new species of fossil <em>Calosoma</em> (Coleoptera: Carabidae) from the Geumgwangdong Formation (Early Miocene), South Korea. Zootaxa, 5072(1), 1–11. https://doi.org/10.11646/zootaxa.507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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