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혹시 물땡땡이라는 곤충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주로 논이나 연못에 사는 이 딱정벌레들은 주로 수초를 먹으면서 사는 곤충입니다. 여름철에 수초에 상처를 내어서 알주머니를 만드는 방식으로 번식을 하지요. 이 물땡땡이는 전 세계에 많은 친척이 살고 있습니다. 화석기록을 보면 이 곤충들은 최소한 1억 8천만 년 전부터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1억 년 전 시기에 호수에서 만들어진 지층이 존재합니다. 바로 진주층이라는 지층이지요. 이 지층에서는 지금까지 매우 많은 숫자의 발자국과 곤충 등 여러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그중에는 콥토클라바라고 하는 수서 딱정벌레의 화석이 매우 흔하게 발견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제가 기존에 학계에 논문으로 보고하였던 여러 원시딱정벌레 화석이 있습니다.
기존에 연구하였던 원시딱정벌레 화석에 대한 글 보러 가기 1 2
그런데 이 진주층에서는 콥토클라바 외에도 매우 흔하게 발견되는 수서 딱정벌레가 있습니다. 이번에 새로 낸 논문에서는 진주층에서 발견된 수서딱정벌레에 대해서 다루었습니다.
(1). 라에톱시아와 크레토타에니아란?
라에톱시아는 2012년에 명명된 곤충입니다. 이 곤충은 등딱지날개에 여러 검은색의 줄이 있으며 가슴~머리 중앙에 세로줄이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본래 히드로필롭시아(Hydrophilopsia)라고 하는 곤충의 한 종류로 분류되었다가 2012년에 새로운 분류군으로 분류되어서 라에톱시아라는 학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현재까지 이 곤충들은 러시아, 몽골, 그리고 중국에서 화석이 발견된 사례가 있습니다.
크레토타에니아(Cretotaenia)는 1977년에 명명된 애벌레 화석입니다. 이 애벌레는 처음에는 딱정벌레, 물방개, 물맴이등등이 속하는 분류군인 식육아목(Adephaga)에 속하는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하지만 후속 연구에서 이들이 아닌 물땡땡이상과에 속한다는 것으로 재분류되었죠. 이 곤충이 정확히 어떤 딱정벌레의 유충인지는 아직 불확실합니다. 몇몇 학자들은 이 곤충이 라에톱시아의 유충이 아닐까 주장하기도 하지요.
(2). 진주층의 라에톱시아
자 그러면 진주층의 라에톱시아부터 볼까요? 이번 연구에서 라에톱시아는 총 3종류를 보고하였습니다. 먼저 신종부터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이 신종은 가슴의 전흉배판(pronotum)부분의 형태에서 그 특징이 보입니다. 전흉배판은 머리 바로 뒤와 날개 사이에 위치한 부분입니다. 이 신종 라에톱시아의 전흉배판은 측면과 전면 부분이 일직선 형태입니다. 그 반면에 후면 부분은 일직선이긴 하되, 코너 부분이 둥글게 휘어있는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이 곤충의 딱지날개에 있는 검은색 줄의 숫자는 날개 한 짝당 10줄이 있습니다. 이런 특징들을 토대로 이 곤충이 신종에 속한다고 결론 내리게 되었습니다. 신종이면 이제 학명을 새로 명명해야 하는데, 어떻게 명명할까 하다가 표본을 제공해 주신 분의 성함에서 따와서 라에톱시아 레이(Laetopsia leei)라는 학명을 새로 명명하였습니다. 이 곤충의 표본은 경상북도 고령군 성산면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두 번째 라에톱시아는 그 형태가 중국에서 발견된 라에톱시아와 유사한 형태를 하고 있는 종입니다. 기존에 중국에서는 라에톱시아 히드라에노이데스(Laetopsia hydraenoides)라고 하는 종이 보고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 종은 전흉배판의 형태에서 한가지 특징이 두드러지게 눈에 띕니다. 이 종은 전흉배판의 측면이 각져있는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이 특징은 진주층에서 발견된 라에톱시아에서도 나타납니다. 그런데 중국에서 발견된 라에톱시아 히드아에노이데스는 딱지날개에 검은색 줄이 총 7개가 있습니다. 그 반면에 진주층에서 발견된 라에톱시아에서는 검은색 줄이 8개~9개 정도 관측되었습니다. 이 차이점으로 인해 최종적으로 라에톱시아 cf. 히드 라 에노이데스(Laetopsia cf. hydraenoides)로 분류되었습니다. 중간의 cf는 '이 분류군으로 추정'이라는 뜻입니다. 즉, 라에톱시아의 히드라에노이데스종으로 추정된다는 뜻이죠.
마지막 라에톱시아 종류는 사실 그 종이 불명확 합니다. 보존 상태가 워낙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신체는 전반적으로 화석이 돠는 과정에서 압력을 많이 받아 변형되거나 뒤틀린 티가 많이 났습니다. 거기에 등딱지날개의 검은색 줄의 개수도 불확실하였죠. 즉, 정확한 종을 알아내기 애매하다는 것입니다. 이에 최종적으로 이 종류는 종이 불확실하다는 뜻으로 sp.가 붙어서 라에톱시아 sp.로 분류되었습니다. 위의 라에톱시아 cf. 히드아에노이데스와 함께 이 표본은 경상남도 사천시 축동면에서 발견되었습니다.
(3). 진주층의 크레토타에니아
진주층에서 크레토타에니아의 화석은 1종만 발견되었습니다. 바로 기존에 학계에 보고된 크레토타에니아 팔리다이지요. 군위군 우보면에서 발견된 이 곤충화석은 매우 많은 표본이 발견되었지만 상태가 좋은 표본은 그리 많지 않아 이번 연구에서는 1개의 표본만 연구하였습니다.
크레토타에니아 팔리다는 신체에서 몇 가지 특징이 보였습니다. 간략히 보자면 1) 계란형태에 가까운 타원형, 2) 수평적이고 좌우대칭인 머리 구조, 3) 머리쪽에 V자 형태의 굴곡, 4) 둘로 나누어지는 가슴 등판, 5) 복부 위쪽에 있는 1쌍의 돌기가 관측되었습니다. 이러한 특징들이 모두 관측되었기에 이 표본은 최종적으로 크레토타에니아 팔리다로 결론 내렸습니다.
이 곤충들을 연구하면서 저는 한가지 가설을 생각해 내었습니다. 진주층에서는 많은 곤충의 화석이 발견되었으나 식물, 정확히는 수서식물에 대한 사례가 현재까지 제대로 보고된 건이 없었습니다. 즉, 수서식물의 존재가 많이 미진하다는 것이죠.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사는 물땡떙이는 수초를 먹는 초식성 곤충입니다. 하지만 물땡땡이의 친척들을 보면 육식성이거나 시체를 먹는 스캐빈징으로 먹이활동을 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이에 혹시 과거 라에톱시아와 크레토타에니아는 초식성보다는 육식성이거나 스캐빈저였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하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영역으로 이 곤충들의 먹이활동에 대해선 추후 추가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겠지요.
또 한 가지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 곤충들은 기후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의 연구 사례를 보면 중국에서 라에톱시아의 화석이 발견되는 지층인 이시안층의 고기후가 덥고 건조한 기후로 판단되는 반면 진주층은 일시적으로 건조해지는 시기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두 지층에서 이들이 살았다는 것은 어쩌면 이들이 기후가 건조해지는 것에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닐수도 있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오늘날 살아있는 이들의 친척 중에도 기후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오히려 건조한 기후에서 경쟁자가 줄어든다는 수혜를 입는 사례가 관측되기도 하였습니다. 어쩌면 저 멸종한 곤충들도 비슷하였을지도 모르죠.
이렇게 진주층에서 새로운 수서딱정벌레 표본을 학계에 보고하였습니다. 현재도 다른 화석을 연구중에 있습니다. 추후에 나올 그 결과들을 기대해 주세요!
논문
Lee, S. B., Cai, C. Y., Engel, M. S., Nam, G. S., & Park, J. K. (2024). Cretaceous beetles of the Jinju Formation (Coleoptera: Hydrophiloidea). Palaeoentomology, 7(3), 443-452.
자료 출처-
Arnoldi, L. V., Zherikhin, V. V., Nikritin, L. M., & Ponomarenko, A. G. (1977). Mezozoiskie zhestkokryiye [Mesozoic Coleoptera]. Trudy Paleontologicheskogo Instituta, 161, 1-204.
Fikáček, M., Prokin, A., Angus, R. B., Ponomarenko, A., Yanli, Y. U. E., Dong, R. E. N., & Prokop, J. (2012). Revision of Mesozoic fossils of the helophorid lineage of the superfamily Hydrophiloidea (Coleoptera: Polyphaga). Acta Entomologica Musei Nationalis Pragae, 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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