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논문

노토쿠페스 프레메리스-남한에서 처음 발견된 원시딱정벌레의 화석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2. 9. 7. 18:11

  딱정벌레는 곤충의 한 종류입니다. 곤충은 현재 전세계에서 살아가는 동물 중에서 가장 많은 분류군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지요. 딱정벌레는 그 곤충에서 대략 40%라는 많은 분류군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이들은 오늘날에도 지구상 여러 지역에서 각기 다른 여러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굉장히 방대하기에 딱정벌레를 연구하는 학자들조차 모든 딱정벌레를 전부 연구하지는 못하고 그중 일부 분류군만 평생에 걸쳐서  연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방대한 딱정벌레 중에서 곰보벌레라고 하는 딱정벌레가 있습니다. 이들은 딱정벌레중에서 원시딱정벌레아목이라고 하는 매우 원시적인 딱정벌레에 속합니다.

 최근에 이 티스토리의 운영자, 그러니까 제가 새로운 원시딱정벌레아목에 속하는 곤충의 화석을 보고한 논문이 마침내 나왔습니다. 이 곤충은 오늘날 살아가는 곤충 중에선 곰보벌레가 '그나마' 가까운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곰보벌레의 모습. 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EA%B3%B0%EB%B3%B4%EB%B2%8C%EB%A0%88%EA%B3%BC

(1). 진주층에서 발견된 원시딱정벌레 노토쿠페스

  이번에 제가 연구하였던 곤충은 노토쿠페스라고 하는 곤충입니다. 이 곤충은 공룡이 살던 시대에 살았던 곤충이었습니다. 화석기록을 보면 이들은 주로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등 중동지역, 중국, 러시아, 몽골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살았던 시대는 매우 긴데 무려 공룡시대의 초창기인 트라이아스기 시기부터 화석기록이 관측됩니다. 유럽에도 일부 화석기록이 존재합니다. 이들은 백악기 말에 공룡 대멸종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멸종하였는지 화석기록이 공룡 멸종보다 좀 더 앞선 시기인 대략 1억 년 전까지만 등장하며 그 이후로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노토쿠페스의 화석기록. 빨간색 화살표가 필자가 연구한 종이다. 출처- Lee et al (2022)

 

  저 그리고 저와 같이 연구하였던 중국 학자와 제 지도교수님께서 연구한 노토쿠페스의 화석은 진주층이라는 지층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진주층은 수많은 공룡의 발자국으로 유명한 지층이죠. 진주층에서 발견된 화석의 연구에 대해서 기존에도 여러편의 글을 다룬 적이 있었습니다 (이족보행 악어의 발자국, 육식성 수서딱정벌레, 파리와 강남스타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새 발자국, 발가락의 비늘이 찍힌 공룡의 발자국).

  연구에 사용되었던 표본은 곤충 1개체였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1개체가 2개의 암석에 찍힌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곤충이 묻히고 난 후에 암석에 찍힌 모습으로 화석이 되어 발견된 것이죠.

  이 곤충은 등딱지 날개에 대략 30개 정도의 원형에 가까운 구멍이 총 10줄이 존재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중에서 9번째, 10번째 날개줄이 다른 줄보다 너비가 더 짧았습니다. 처음에는 신종의 특징인가 생각하였으나, 같이 연구하였던 중국 학자분은 그보다는 화석화 과정에서 눌린 흔적 같다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그래서 날개줄의 너비를 살펴본 결과, 너비가 불규칙하고, 날개에 존재한 구멍이 눌려있는 등 원래 너비가 좁다기 보다는 묻히면서 눌린 흔적이라는 근거가 관측되었습니다. 거기에 등딱지날개의 맨 바깥쪽의 앞옆판(epipleuron)또한 눌려서 펴진 형태였습니다. 따라서 이 곤충은 묻히면서 납작하게 눌렸던 것이라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런 특징 덕분에 이 곤충의 학명을 라틴어로 '누르다'는 뜻의 프레메리스(premeris)라는 단어를 활용해서 노토쿠페스 프레메리스(Notocupes premeris)라고 명명하였습니다.

 

노토쿠페스 프레메리스의 사진 및 스케치. 스케일바 1cm. 출처- Lee et al (2022)
노토쿠페스 프레메리스의 납작하게 눌린 흔적. 출처- Lee et al (2022).

  해부학적으로 볼 때 노토쿠페스 프레메리스는 몸집이 매우 방대한 형태를 하고 있으며, 위에서 이야기한 대로 날개에 30여 개 정도의 구멍이 존재합니다. 거기에 더해서 소순판(pronotum), 그러니까 앞가슴과 머리의 경계면이 V자 형태를 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노토쿠페스 프레메리스의 앞가슴과 머리의 경게의 V자 형태. 출처- Lee et al (2022).

 

(2). 노토쿠페스, 그리고 지가데니아

  노토쿠페스는 1964년에 러시아, 당시에는 구소련의 학자에 의해서 처음 명명되었습니다. 그리고 난 이후로 위에서 나온 대로 여러 종이 보고되었습니다. 그런데 노토쿠페스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원시딱정벌레가 있습니다. 지가데니아(Zygadenia)라고 하는 이 곤충은 1906년에 처음 학계에 보고된 종으로, 노토쿠페스와 비슷한 분포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곤충은 현재까지 전신의 모습이 발견되지는 않았습니다. 대부분 등딱지 날개만 보존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등딱지날개의 모습이 노토쿠페스와 유사해서 둘이 같은 곤충이 아니냐고 보는 견해도 일부 존재합니다. 다만 현재까지 지가데니아의 전신이 보고된 사례가 없는만큼 확신은 할수 없겠지요. 설렁 둘이 같은 곤충이 아니더라도 가까운 사이였을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지가데니아의 화석은 북한에서도 보고된 사례가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이야기 한 적 있었는데 (보러 가기), 당시 그 곤충을 연구한 북한 학자들은 그 화석을 근거로 화석이 발견된 신의주층의 연대가 중국의 내몽골 지역에 분포한 이시안층과 비슷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노토쿠페스, 그리고 지가데니아 둘 다 화석기록만 보면 큰 형태적 변화 없이 중생대 시기에 널리 분포하였습니다. 더군다나 북한에서 발견된 지가데니아의 화석과 몽골에서 발견된 노토쿠페스 및 호주에서 발견된 지가데니아 화석의 형태 또한 매우 유사하기에 이시안층과의 연관성을 무작정 단정 짓기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북한에서 발견된 딱정벌레 지가데니아 리우이(Zygadenia liui).의 화석. 스케일 바 :1mm. 출처-Won, C., et al.,(2020).

  어찌되었든간에 진주층은 아직도 여러 종류의 딱정벌레 화석이 보고되었습니다. 제가 예전에 다룬적 있었던 수서딱정벌레 콥토클라바, 두 종류의 방아벌레, 그 외에 송장벌레와 반날개라는 딱정벌레의 화석이 학계에 보고된 적이 있었습니다 (방아벌레 화석에 대한 글 읽으러 가기). 앞으로도 진주층, 그리고 우리나라의 다른 퇴적층에서 어떤 딱정벌레의 화석이 보고될지 기대됩니다.

 

 

연구 출처-

 

Lee, S. B., Nam, G. S., Ly, Y. D., (2022). A new species of Notocupes (Coleoptera: Archostemata) from the Lower Cretaceous (Albian) Jinju Formation in South Korea. Cretceous Research, 105357,  Doi: https://doi.org/10.1016/j.cretres.2022.105357

 

 

Won, C., Jon, S., So, K., & Hyon, L. (2020). First record of a beetle (Coleoptera: Cupedidae) from the Lower Cretaceous of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Cretaceous Research, 114, 104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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