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절지동물

해남의 곤충 발자국-호숫가에 흔적을 남긴 잠자리 유충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0. 5. 14. 21:57

 우리나라 남쪽 호남지방에 땅끝마을이 있다. 이 땅끝마을이 위치한 곳은 전라남도 해남군으로, 이곳은 공룡 발자국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서 처음 공룡 발자국이 보고된 이래로 다양한 공룡-목 긴 공룡, 육식공룡, 초식공룡-과 익룡의 발자국, 조류의 발자국-물갈퀴가 있는 조류와 없는 조류-이 발견되었다. 동시에 이곳에서는 절지동물의 보행렬도 발견되었다.

해남 공룡 박물관의 절지동물이 기어간 흔적. 직접 촬영

 그동안 공룡과 익룡, 조류의 발자국 연구는 많이 진행되었으나, 절지동물의 발자국은 1998년 처음 보고된 이래로 연구가 많이 미흡하였다. 2012년에는 이 발자국을 남긴 장본인이 곤충, 그중에서 유시아강-날개 달린 곤충-에 속할 것이라고 추정하였다. 그러다가 올해 2020년 3월에 대한지질학회지에서 이 보행렬에 대한 연구가 실렸다. 연구는 전남대학교의 한국 공룡연구센터에서 진행되었다.

 

 발자국 형태

 절지동물의 발자국은 양각(발자국이 움푹 들어간 형태)과 음각(발자국이 튀어나온 형태) 형태로 보존되어 있다. 일부 보행렬의 족흔(발이 찍힌 흔적)이 융합되어 있으며, 세 쌍이 한 세트를 이루고 있다. 발자국은 중앙선을 중심으로 엇갈려있거나 번갈아 가며 나타나 있으며, 일부 보행렬에서는 끌린 흔적이 관찰된다. 보행렬의 외폭은 22-42mm이며, 좁을수록 발자국이 선명하지 않고 불완전하게 남아있으며, 외폭이 넓을수록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절지동물의 보행렬. cmi: 셰브론 무늬의 중앙의 끌린 흔적(chevroned medial impression). sf:떨어지 발자국(seperate footprint) mf:융합된 발자국(merged footprint). 사진 출처-정종윤, et al (2020)

휴식흔

보행렬과 인접 한곳에 휴식흔(resting trace)이라고 하는 흔적화석이 같이 발견되었다. 발견된 화석은 너비는 28mm, 폭 35mm의 단일 표본으로 너비와 보행흔의 내폭이 유사하여 보행렬을 남긴 개체로 추정되었다. 흔적화석의 좌우에는 곡형으로 인상(imprint)이 새겨져 있었다. 이는 절지동물이 퇴적물을 밀어내면서 만든 흔적으로 추정되었다. 흔적흔의 상단에는 중심부에 인상이 새겨져 있었는데, 이는 체절(절지동물의 마디)로 추정되었다.

절지동물의 흔적흔. 사진 출처-정종윤, et al (2020)

발자국의 주인은?

 발자국이 1998년 처음 보고된 이래로 절지동물의 보행 흔적으로만 기록되었다가 2012년 NJ Minter, et al등의 연구로 처음 리토그라푸스 히에로글리피쿠스(Lithograpus hieroglyphicus)으로 동정 되었다. 이 발자국 화석은 1858년 히치콕(Hitchcock)에 의해 부여된 학명으로, 처음에는 작은 갑각류나 곤충의 보행렬, 또는 해초에 의한 흔적으로 판단되었으나, 후속 연구를 통해서 곤충이나 식초전갈등이 만들 수 있는 보행렬로 판단되어 보행렬 연구가 좀더 필요한 흔적화석이다. 즉, 발자국을 남긴 장본인은 곤충 일수도, 거미 일수도, 식초전갈 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니면, 갑각류 일수도 있다.

곤충(잠자리 유충)과 게, 식초전갈. 이들 중에 해남에 보행렬을 남긴 장본인이 있을 것이다. 출처-위키피디아

거미류?

해당 연구에서 거미의 보행렬은 아닌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우선 거미나 거미와  가까운(같은 거미강에 속하는)식초전갈이 이번 연구에서 다루어지는 보행렬과 유사한 보행렬을 남길 수 있고, 사례도 있으나, 본 연구에서는 다른 거미나 전갈의 보행렬에서는 발견되지 않은 끌린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점, 보행렬 근처에서 발견된 버로우(동물이 땅속에 굴을 파고 들어간 흔적)의 구조가 현생의 식초전갈이 파는 굴과는 형태가 다르다는 점, 퇴적 환경이 전갈이 서식하는 습한 토양이 아닌 호숫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는 점을 근거로 본 연구에서는 거미나 전갈이 보행렬을 남기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보행렬 주변에서 발견된 버로우 화석 출처-정종윤, et al (2020)

갑각류?

게나 가재 같은 갑각류 또한 후보군으로 생각해볼 법하다. 게나 가재는 호수나 담수 환경에서도 서식하고, 보행렬을 남기기 때문. 그러나 연구지역인 해남에서 갑각류의 흔적이 발견된 적이 없고 주로 남기는 보행렬의 형태도 다르며, 남긴 보행렬이 비슷하게 형태가 변화될 수 있으나, 이에 대해선 연구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결론이 내려졌다.

 

곤충?
 한반도에서 곤충화석은 여러 번 보고되었다. 집게벌레류, 바퀴벌레류, 약대벌레류, 잠자리류, 수서딱정벌레류, 방아벌레류, 파리류, 딱정벌레류가 보고되었으며, 북한에서 하루살이 유충, 메뚜기, 거품벌레류들이 추가로 발견되었다. 따라서 곤충이 남긴 발자국일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곤충은 총 세 쌍의 다리를 가지고 있으며, 세쌍의 족흔이 하나의 세트를 구성한다. 또한 대부분의 곤충은 비대칭의 보행렬을 남기면서 걸어 다닌다(돌좀목 제외). 

 이번 연구에서 다루어지는 보행렬은 세쌍의 족흔이 하나의 세트를 이루고, 양쪽으로 엇갈리거나 번갈아가면서 나타나는등 대칭형이 아닌 비대칭 형태의 보행렬을 보여준다. 동시에 근처에서 발견된 휴식흔에서 발견된 인상은 곤충의 배와 가슴의 모습으로 추정되었는데, 곤충의 흔적과 유사하였기 때문이다. 보행렬의 끌린흔적도 기존에 진주층에서 발견된 잠자리 유충에서 나타난 보행렬에서 나온 끌린 흔적과 유사한 흔적이 발견되었다. 따라서 이번 연구에서는 해남의 절지동물 보행렬을 곤충이 남겼고 그중에서 잠자리의 유충이 가장 유사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잠자리 유충. 본 연구에서는 잠자리 유충이 보행렬을 남긴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출처-pixabay

 

결론

 1. 해남의 공룡 발자국으로 유명한 공룡박물관에는 공룡과 익룡, 조류의 발자국뿐만 아니라 절지동물의 발자국도 발견되었는데 한동안 정체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2. 보행렬의 장본인으로 곤충류, 거미류 갑각류가 거론되었다.

3. 보행렬의 장본인은 곤충, 그중에서 잠자리의 유충으로 결론이 나왔다.

 

출처-

정종윤, 허민, & 최병도. (2020). 해남 우항리층에서 산출하는 절지동물 생흔화석의 형성자 비교연구. 지질학회지, 56(1), 3-16.

 

ps.사실 논문에선 지질학적인 내용도 다루어졌으나 본 글에서는 지질학적인 내용은 대폭 축소하였다.

(ex:지질학적으로 해당 층준은 일시적으로 잠시 물밖에 노출되었다가 다시 물에 잠긴 특성이 보인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