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에는 고라니, 멧돼지 등등 여러 동물이 살고 있습니다. 그 외에 남한에서는 멸종한 것으로 보이지만 기록상으로는 조선시대까지는 호랑이, 늑대가 살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70년대까지만 해도 표범이 살기도 하였죠. 즉, 한반도에는 상당히 여러 종류의 생물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화석기록을 보면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특이한 종류의 생물이 살기도 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그 연대도 그렇게 오래되지도 않은 시대인 1만 년 전 즈음까지만 해도 말이죠. 이번 글에서는 과거 한반도에 살았던, 현재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상상조차 못했던 특이한 동물의 화석이 발견된 사례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한반도의 검치호
검치호는 검치를 가진 고양잇과 동물, 정확히 말해서 마카이로두스아과(Machairodontinae)에 속한 동물들입니다. 영화 아이스에이지 에서 나온 캐릭터 디에고'도 검치호의 한 종류인 스밀로돈을 모델로 한 동물입니다. 이 검치호에는 여러 동물이 속해있습니다. 디에고의 모델인 스밀로돈뿐 아니라 마카이로두스, 메간테레온, 호모테리움등 여러 동물이 검치호입니다. 여러 대중매체에서 등장해서 대중에게 친숙한 이 동물들은 주로 북미에서 남미에서 화석이 발견되지만, 아시아, 유럽에서도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즉, 꽤 여러 지역에 분포하였던 동물이지요. 다만 검치호라고 해서 오늘날 호랑이의 조상이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멸종한 먼 친척이죠.
검치호의 화석은 한반도에서도 발견된 사례가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였던 1934년에 황해도에서 발견된 이빨 화석이 학계에 보고되었습니다. 황해도에서 검치호의 송곳니 이빨이 발견된 것입니다. 이는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유일한 검치호의 화석입니다. 길이 14.7cm의 이 이빨은 끝이 약간 부러져 있기는 하였으나 전반적으로 상태는 매우 양호하였습니다. 당시 이 화석을 연구하였던 요코하마 대학의 토키오 시카마 박사는 이 동물이 유럽에서 아시아, 북미에 걸쳐서 널리 분포했던 검치호인 마카이로두스(Machairodus)의 것으로 분류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이빨은 나중에 재분류가 이루어졌습니다. 1945년에 당시 중국 베이징에 있던 지질생물 재단(Institut de géobiologie) 소속의 피에르 테야르 드 샤르댕(Pierre Teilhard de Chardin) 신부와 생물학자 피에르 레로이(Pierre Leroy)는 중국과 중국 근처의 국가에서 발견된 고양잇과 동물의 화석을 재정리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이 연구에서 중국뿐 아니라 위에서 소개한 황해도의 마카이로두스의 이빨 화석도 재분류하였죠. 이 재분류 과정에서 그들은 마카이로두스라고 알려진 이 이빨을 메간테레온(Megantereon)이라는 동물로 재분류하였습니다. 이 동물은 아프리카, 중앙 아시아, 아메리카, 그리고 중국에서 화석이 발견된 바 있습니다. 대략 2천3백만 년 전부터 1만 년 전 즈음까지 살았었지요.
현재까지 한반도에서 발견된 검치호는 이 메간테레온의 송곳니 하나뿐입니다. 하지만 화석이 하나 발견된 사례가 있었다는 것을 보면 어쩌면 더 많은 화석이 있을지도 모르죠.
(2). 한반도에 살았던 고래와 하마, 소의 친척
고래는 물개나 바다사자등 기각류와 함께 바다에서 사는 포유류입니다. 하지만 고래의 진화사를 보면 고래의 먼 조상은 본래 육지에서 살았던 생물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파키케투스와 같은 5~6천만 년 전에 살았던 원시적인 고래를 보면 온전한 사지를 가졌다는 것이 그 근거입니다. 고래는 짝수개의 발굽을 가진 동물인 우제류(Artiodactyla)의 한 종류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우제류는 말이나 코뿔소와 같은 발굽을 가진 동물인 기제류와 함께 유제류(Ungulate)라고 하는 분류군에 속합니다.
유제류에는 우제류와 기제류 외에도 여러 멸종한 동물들이 있습니다. 그중에는 메소닉스목(Mesonychia)이라고 하는 분류군이 있습니다. 이들은 본래 어금니의 형태와 두개골의 형태가 고래와 유사하여서 오늘날 고래의 조상으로 여겨졌으나 현재는 고래의 친척으로 재분류 되고 있습니다. 이 동물들은 화석기록이 북미에서 아시아에서 발견됩니다. 화석기록으로 볼 때 이 동물들은 공룡이 멸종한 시기부터 대략 3천만 년 전까지 살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메소닉스목에 속하는 동물의 화석이 한반도에서 발견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1943년 일제 강점기 시절에 함경남도 풍산군에 위치한 풍산 탄전에서 토키오 시카마 박사가 메소닉스목의 화석을 보고된 기록이 있습니다. 이 탄전은 에오세 말기 시기인 3천7백만 년 전에서 3천만 년 전에 만들어진 탄전으로 많은 신생대 포유류 화석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아쉽게도 남한 지역에는 신생대 고제3기인 에오세부터 올리고세 시기의 화석기록을 찾을 수 없습니다. 땅에서 지층이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북한에는 풍산 탄전 등 몇몇 지역에서 고제3기때 형성된 퇴적층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시대에 살았던 포유류의 화석이 발견됩니다.-. 이 화석은 왼쪽 두 번째 위 어금니 이빨이 전부였다고 합니다. 언뜻 보면 그거 가지고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수 있지만, 포유류의 어금니는 종류에 따라서 형태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도 있기에 최소한 그 이빨의 주인이 어떤 동물인지는 알 수 있습니다. 이 어금니의 주인은 시카마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원시적인 메소닉스목의 한 종류인 하르파고레스테스(Harpagolestes)의 것으로 보입니다. 이 동물은 아시아에서 북미까지 북반구 일대에서 서식하였던 동물입니다. 몸집은 오늘날 곰 정도의 큰 육식성 동물로, 생긴 모습은 마치 오늘날 개와 유사하였습니다. 풍산 탄전에서 발견된 하르파고레스테스는 현재 하르파고레스테스 코레아니쿠스(H. koreanicus)라는 학명으로 명명되었습니다.
한반도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신생대 포유류의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하지만 대중에게 알려진 사례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한반도에서 발견된 또 다른 신생대 동물의 화석에 대해서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연구 및 자료 출처-
Shikama, T. (1934). Note on an Occurrence of Machairodus in Korea. Proceedings of the Imperial Academy, 10(8), 490-493.
Shikama, T. (1943). A new Eocene Creodont from the Hozan coal-mine, Tyosen. BUlletin of the Biogeographical Society of Japan, 13: 7-11
Takai, F. (1959). On cenozoic vertebrates in Korea. International Geology Review, 1(10), 47-51.
Teilhard de Chardin, P. & Leroy, P. 1945. Les Felides de Chine. Publications de l’Institut de Geobiologie, 11,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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