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는 여러 시대에 만들어진 지층이 분포합니다. 10억 년, 20억 년 전에 만들어진 지층에서부터 공룡시대에 만들어진 지층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신생대 시기에 만들어진 지층은 드문 편입니다. 특히 공룡시대 이후인 6천만 년 전에서 3천만 년 사이 시기, 그러니까 신생대 고 제3기 시기에 만들어진 지층은 매우 드뭅니다. 그나마 존재하는 지층들도 다 북한에 분포하고 있지요.
그렇다면 남한에는 신생대 시기 지층이 없을까요? 남한의 신생대 지층은 주로 2천만 년 이후에 만들어진 지층이 대부분입니다. 이는 그 시절을 전후로 해서 대규모의 지각 변동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각변동이란 지질학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나는 작용, 그러니까 화산이 폭발한다거나 대륙과 대륙의 충돌로 산이 만들어지거나 하는 지질작용을 이야기합니다. 지층은 아무 때나 쌓이는 것이 아닙니다. 지층이 만들어질 환경이 조성돼야 형성됩니다. 그리고 그 환경을 만드는 것이 바로 지각변동입니다.
신생대 시기 한반도에서 일어난 큰 지각변동이라면 동해의 형성이 있습니다. 2천8백만 년 전부터 본래 붙어있었던 한반도와 일본열도가 떨어지면서 오늘날 한반도 동쪽에 지각변동이 일어났습니다 (동해의 형성 보러 가기). 이 시기 이후로 한반도 동쪽에는 여러 지역에 신생대 퇴적층이 만들어졌습니다. 북한에는 함경북도 명천군에 길주층이라는 지층이 있고, 남한에는 북평분지, 포항분지, 울산분지, 장기분지, 영덕분지, 영해분지, 어일분지, 방어진분지등 여러 분지가 만들어졌습니다.
이 분지들에서는 다양한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분지에서 발견된 화석 연구 사레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소개로 강원도에 있는 북평분지에 분포한 북평층이라는 지층과 그 지층에서 발견된 화석에 대해서 간략히 이갸기해보겠습니다.
(1). 바다일까 호수일까?
강원도 동해시 북평동에는 동네의 이름을 따서 지은 북평층이라는 지층이 있습니다. 1970년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본래 이 지층은 유공충의 화석을 토대로 바다에서 만들어진 지층으로 판단되었습니다. 하지만 후에 이 지층이 정말 바다에서 만들어진 지층인가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1977년에는 이 지층이 호수 환경에서 만들어진 지층이라는 연구 결과가 처음 발표되었습니다. 당시 경북대학교의 명예 교수님이셨던 이영길 교수님께서 북평층에서 총 13속 21종의 규조류의 화석을 발견하여 학계에 보고하셨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북평층은 고립되고 규조류가 지나치게 증식하는 부영양화에 가까운 호수에서 만들어진 지층이라고 합니다. 담수 환경에서 서식하는 규조류의 화석이 풍부하게 발견되었으니까요. 그런데 몇몇 종의 경우에는 염호, 그러니까 염분의 농도가 높은 호수에서 서식하는 종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호수는 바다에서 들어온 바닷물이나 또는 다른 요인으로 염분이 흘러들어올 때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이러한 규조류의 분류를 통해서 이영길 교수님께서는 북평층은 담수로 이루어진 호수 환경이되, 간 외부의 유입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 내리셨습니다.
1996년에 전남대학교와 광주대학교의 공동 연구진이 이 지층에서 가래나무과, 낙우송과, 소나무과, 참나무과 여러 포자 화석을 발표하였습니다. 동시에 연구진은 1970년에 북평층에서 발견된 유공충에 대한 연구가 있었으나, 그 이후에 이루어진 다른 연구에서는 유공충의 화석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담수성 식물의 화분이나 조류의 화석이 발견된다는 점으로 미루어보아 북평층은 바다가 아닌 호수에서 만들어진 지층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이 북평층은 언제 만들어진 지층일까요? 몇몇 화석기록을 보면 이 지층의 연대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 지층에서 발견된 여러 종류의 꽃가루 화석을 통해서 북평층의 연대는 마이오세에서 플라이오세, 그러니까 대략 2천3백만 년 전에서 3백만 년 전 또는 그보다 더 시간 차이가 적은 후기 마이오세에서 플라이오세인 1천1백만 년 전에서 3백만 년 전 사이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그 외에 연대에 대한 다른 이야기는 하단에서 다시 언급하겠습니다.
(2). 잉어와 다람쥐, 햄스터와 겨울잠쥐
자 그렇다면 이 과거의 호숫가에서는 어떤 동물이 살았을까요? 북평층에서는 잉어의 화석이 발견된 사례가 있습니다. 정확히는 잉어의 인두치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인두치란 인두, 그러니까 입과 코 뒤쪽에 위치한 목의 일부입니다. 독특하게 어류는 여기에 이빨을 가지고 있어요. 이 이빨은 어류가 먹이를 삼키고 난 후에 먹이가 갈려서 소화되기 쉽게하는 역할을 합니다. 2003년에 현재 서울대학교의 이융남 교수님(당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소속)과 지질자원연구원의 이윤수 박사님, 부산대학교의 윤선 교수님께서 북평층에서 잉어의 인두치와 포유류의 이빨, 거북의 파편등 여러 화석을 발견하여 학계에 처음 보고하셨습니다. 이 화석들은 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사암에 묻혀있었다가 물에 넣고 체로 거르는 등 여러 처리과정을 한 결과 걸러졌습니다. 이렇게 걸러진 화석들은 여러 번에 걸쳐서 연구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렇게 걸러진 화석에서 설치류, 그러니까 쥐의 친척의 이빨이 발견되어서 학계에 보고되었습니다. 발견된 설치류의 이빨은 다람쥐와 비단털쥐, 그리고 겨울잠쥐의 이빨이었습니다. 먼저 2004년에 다람쥐와 비단털쥐의 이빨이 학계에 보고되었습니다. 다람쥐과의 이빨은 기존에 유럽에서 발견된 멸종한 다람쥐인 스페르모필리누스(Spermophilinus)라는다람쥐의 이빨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 다람쥐는 유럽에서는 여러 지역에서 화석이 발견된다는 점, 그리고 유럽과 아주 멀리 떨어진 한반도에서도 화석이 발견된 점을 들어서 유라시아 대륙에 널리 분포하여 살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일본이나 아메리카 대륙까지는 진출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이죠.
비단털쥐, 이름이 좀 생소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다들 알아들으실 겁니다. '햄스터'. 생물학적으로 햄스터는 비단털쥐아과(Cricetinae)라는 분류군에 속해있습니다. 이 분류군, 그러니까 오늘날 햄스터의 멸종한 친척의 이빨 화석이 북평층에서 발견된 것이죠. 북평층에서 발견된 햄스터 친척의 이빨은 정확한 주인은 알 수 없으나, 멸종한 비단털쥐아과인 데모크리세토돈(Democricetodon) 또는 코왈스키아(Kowalskia)라는 동물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이들도 위에서 설명한 스페르모필리누스처럼 유라시아 대륙에 널리 분포하였으나 북미까지 진출하지는 않았습니다 (단, 데모크리세토돈의 경우, 북미에서도 살았던 코페미스-Copemys-라는 동물과 같은 종류라는 주장이 있는데, 이 주장대로라면 데모크리세토돈은 유라시아 대륙부터 북미까지 진출하였습니다.). 이 설치류들은 오늘날에도 온대기후의 숲에서 서식합니다. 이는 곧 북평층이 온대기후에서 만들어진 환경이라는 것을 뜻합니다.
2010년에는 겨울잠쥐의 이빨 화석을 다룬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이 연구에서 나온 동물의 이빨은 네오코메테스(Neocometes)라는 이름의 멸종한 겨울잠쥐의 한종류인 가시겨울잠쥐의 이빨이었습니다. 정확히는 첫 번째 왼쪽 아래 어금니였죠. 이 동물의 화석은 기존에는 유럽에서만 발견되었으며 북평층에서 발견된 것은 아시아에서 발견된 첫 번째 사례입니다 (이 연구 이후 중국과 태국에서도 화석이 추가적으로 보고되었습니다.). 따라서 북평층에서 네오코메테스의 이빨 화석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이 동물의 분포가 매우 넓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분포가 매우 넓었다는 것에 더해서 북평층에서 발견된 네오코메테스의 이빨은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먼저 이 동물은 오늘날의 후손과는 달리 여러 기후에서 서식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오늘날에도 가시겨울잠쥐는 살아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오늘날에는 열대지역이나 아열대 지역인 동남아시아나 중국 남부에서 서식합니다. 그런데 북평은 온대기후였습니다. 즉, 오늘날 살아있는 가시겨울잠쥐와는 달리 과거의 먼 조상들은 살아가는 기후대가 더 다양하였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네오코메테스의 화석을 통해서 북평층이 만들어진 시기가 전기 마이오세 후반부인 1천8백만 년 전에서 중기 마이오세 전반부인 1천5백2십만 년 전으로 측정된다고 합니다. 1999년에 발표된 겨울잠쥐아과의 이빨 형태의 진화 과정에 대한 연구를 참고해서 조사해보니 북평층에서 발견된 네오코메테스의 이빨 형태가 1천5백2십만 년 전에 살았던 네오코메테스의 것과 가장 유사하였다고 하네요.
(3). 닭과 기러기의 먼 친척
닭과 기러기는 가까운 친척관계입니다. 이 새들은 분류학적으로 닭기러기상목(Galloanserae)이라는 분류군에 속합니다. 이 분류군에서 원시적인 단계에 위치한 새들의 화석은 모두 기존에는 남반구에서 발견되었습니다. 피지, 호주, 그리고 바누아투라고 하는 솔로몬 제도 인근의 아주 작은 섬나라에서 발견되었죠. 그런데 북평층에서는 최초로 이 분류군의 원시적인 새의 화석이 북반구에서 발견되어 학계에 보고된 사례가 있습니다.
2017년에는 북평층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신생대 시대에 살았던 새의 뼈 화석이 보고되었습니다. 본래 남한에서 발견된 새의 화석은 대부분 중생대, 그러니까 공룡이 살던 시대의 새들이 남긴 화석들이었습니다. 그마저도 대부분 발자국 화석이었죠 (북한 신의주에서는 새의 뼈화석이 발견되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이것도 공룡이 살던 시대의 새입니다.). 공룡시대 이후의 새의 화석이 발견된 사례는 제주도에서 발견된 깃털 흔적 화석이 있습니다만 그것도 뼈 화석은 아닙니다. 따라서 북평층의 새의 뼈 화석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발견된 공룡시대 이후에 살았던 새의 뼈화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평층에서 발견된 새의 뼈 화석은 다리뼈 일부였습니다. 정확히는 왼쪽 정강이뼈의 일부가 발견된 것이었죠. 비록 신체의 많은 부분이 발견된 것은 아니나, 다행히 이 뼈 화석에서 보이는 몇몇 특징 덕분에 이 새의 뼈 화석은 분류가 가능하였습니다. 다리뼈 화석의 돌기 형태 및 힘줄이 닿는 부분의 형태 등을 토대로 분류한 결과, 이 뼈의 주인은 순계류, 다시 말해서 닭기러기상목(Galloanserae)이라는 분류군에 속하는 새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이 분류군은 이름 그대로 닭과 기러기를 포함하는 분류군입니다. 그 분류군의 새의 화석이 한반도에서 발견된 것은 이 사례가 최초입니다.
정리해 보자면 강원도에 분포하는 북평층에서는 작게는 조류, 화분화석에서부터 크게는 잉어, 여러 설치류, 새 등 여러 생물의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여기에서 소개한 사례들 이외에도 북평층에서는 여러 생물의 화석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즉, 상당히 풍부한 화석이 발견된 지층이지요. 이는 곧 다시 말해서 북평층이 만들어질 당시 환경은 여러 생물이 살았던 풍족한 생태계를 이루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북평층 외에 신생대 화석이 풍부하게 발견되는 지역은 또 어디가 있을까요? 다음 글에서는 대중에게는 그리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 에서 화석이 굉장히 많이 발견되는 지역,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 최대의 화석산지중 한 곳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계속)
연구 및 자료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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