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절지동물

절지동물의 초기 조상 키린시아 장기(Kylinxia zhangi)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0. 11. 14. 22:39

신체가 마디로 이루어진 생물. 절지동물

 절지동물은 몸이 마디로 이루어진 동물을 뜻합니다. 절지동물에 속하는 동물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곤충, 곤충으로 자주 오해받는 노래기나 지네와 같은 다지류, 게나 새우 같은 갑각류, 그 외에 거미, 전갈 등등 상당히 많지요. 대중들에게 익숙한 고생물인 삼엽충 역시 절지동물에 속합니다. 그 외에도 개형충이라고 하는 아주 작은 생물도 절지동물에 속하지요. 절지동물들은 매우 오래전부터 지구에서 살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곤충이 진화하던 대략 3억 년 전에 이미 갑각류가 존재했으니까요(곤충은 갑각류에서 진화하였습니다.)

 절지동물의 조상 격이 되는 생물의 화석이 최근 중국 난징 지질학, 고생물학 연구소(Nanjing Institute of Geology and Palaeontology)와 중국 과학원(Chinese Academy of Sciences,), 중국 과학 대학교(University of Chinese Academy of Sciences), 잉량 석재 자연사 박물관(Yingliang Stone Natural History Museum), 미국 스미스소니언 재단(Smithsonian Institution) 연구진들의 공동 연구로 보고되었습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키린시아 장기(Kylinxia zhangi)입니다. 

 

절지동물아문에 속한 생물들. 왼쪽 위부터 삼엽충(삼엽충강), 바다전갈(퇴구강),  전갈(거미강), 게(갑각강), 지네(지네강), 나비(곤충강).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Arthropod#/media/File:Arthropoda.jpg

 

키린시아 장기

 키린시아가 발견된 지층의 위치는 중국의 남부지방에 위치한 원난성에 있는 유안샨층(Yu'anshan Formation)인데, 이곳에서 초기 캄브리아기 생물의 화석이 다량으로 발견되어서 첸지앙 동물군이라고 하지요. 첸지앙 동물군에서는 여러 종류의 절지 동물과 극피동물, 심지어 초기 척추동물의 화석이 발견되기도 하였습니다. 이곳의 연대는 5억 2천만 년 정도 되었지요.

키린시아는 매우 특이하게 생긴 생물이었습니다. 얼굴을 이루는 마디는 전부 융합되어 있었고 겹눈이 5개 달려있었지요. 겹눈은 앞에 2개, 뒤에 3개가 있었는데, 앞의 두 눈이 뒤의 눈보다 두 배 더 큰 모습이었죠. 몸은 25개의 체절로 이루어져 있고, 꼬리는 중간의 하나의 체절, 양 옆에 2개의 체절로 총 3개의 체절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얼굴에는 먹이를 잡기 위한 1쌍의 긴 부속지가 달려 있었지요. 그리고 얼굴과 첫 번째 체절의 하부에는 4쌍의 부속지(얼굴에 2쌍, 체절에 2쌍)가 있었습니다. 키린시아의 화석은 보존이 매우 잘되어있어서 소화계, 그리고 중추신경이 보존되었지요. 

 

키린시아의 화석. 신체를 가로지르는 검은색이 중추신경계이고, 그 밑에 존재하는 검은 선이 소화계이다. 출처-Zeng, Han, et al., (2020).

 

키린시아 복원도. 출처-https://www.livescience.com/cambrian-arthropod-five-eyestalks.html

여러 생물의 모습이 합쳐진 기린

 키린시아라는 이름은 동아시아의 신화에서 나오는 동물 '기린'에서 따왔습니다. 기린은 머리는 용, 몸은 사슴, 꼬리는 소,  발굽은 말의 형태를 한 동물로, 여러 동물의 형태를 여럿 섞은 모양이지요. 기린에서 따온 것처럼 키린시아 역시 여러 생물의 모양을 섞은 모양이지요.

 

기린 동상. 출처-https://namu.wiki/jump/P10nv7I7omlJx6u0cyq0JNy89ykz0YQw7P1aOfr68yQto2SW44M%2BpdJzmPPAbCae917vqsapBjn0QaLTQaR09vdeh64E7D017KZM4Vu6jRE%3D

 키린시아는 과연 어떤 생물의 모습과 닮았을까요? 얼굴의 모습은 오파비니아라고 하는 절지동물의 멸종한 친척과 비슷한 모습이고, 몸은 대중매체에서 여러 번 모습을 보였던 아노말로카리스라고 하는 멸종한 절지동물의 친척과 비슷하였지요. 그리고 꼬리는 원시적인 절지동물인 대수하강(Megacheira)과 비슷합니다. 즉, 오파비니아의 5개의 겹눈+아노말로카리스의 체형과 얼굴에 달린 1쌍의 포획용 부속지+대수하강의 꼬리가 키린시아의 모습인 겁니다.

 

오파비니아의 모습. 키린시아가 얼굴과 겹눈을 매우 닮았다.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Opabinia#/media/File:Opabinia_regalis_life_restoration.jpg

 

 

아노말로카리스의 모습. 키린시아는 아노말로카리스의 몸과 얼굴에 1쌍의 부속지와 매우 비슷한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다.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Anomalocaris#/media/File:Anomalocaris2019.jpg

 

대수하강에 속한 포르티포르켑스(Fortiforceps)의 모습. 키린시아의 꼬리와 비슷한 꼬리를 지니고 있다. 출처-https://en.m.wikipedia.org/wiki/File:20191025_Fortiforceps_foliosa.png

 이렇게 특이하게 생긴 모습답게 연구진들은 키린시아가 절지동물들의 초창기 조상과 가까웠을 거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분기도를 그려본 결과 현재 살아있는 절지동물들과 멸종한 친척 오파비니아 아노말로카리스 등 공하류(Dinocaridida)의 사이를 연결해주는 모양새를 보였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해부구조를 비교한 결과 현대 절지동물 중에서 거미와 전갈이 속하는 협각류(Chelicerata)의 협각(머리, 가슴마디가 변형되어서 집게 모양으로 이루어진 것.)의 기원이 얼굴과 체절에 연달아서 존재하는 4쌍의 부속지에서 기원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지요(이외에 다른 가설로는 협각이 작은 더듬이에서 기원하였다는 가설이 있습니다.).

 

키린시아의 분기도 위치. 출처-Zeng, Han, et al., (2020).
거미, 전갈, 투구게의 협각. 출처-https://blogs.bgsu.edu/invertebratefun/2017/11/17/subphylum-chelicerata-behavior/
키린시아의 부속지. 출처-Zeng, Han, et al., (2020).

 

 키린시아는 매우 특이한 모습을 한 생물이었습니다.  키린시아뿐 아니라 5억2천만 년 전, 그리고 그 이전에 살았던 생물들은 현대 생물에게서 보기 힘든 매우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요. 아직 이들에 대해서 밝혀진 것은 많지 않으니 앞으로 어떤 연구가 또 밝혀질지 기대해보는 건 어떨까요?

 

연구 출처-

Zeng, Han, et al. "An early Cambrian euarthropod with radiodont-like raptorial appendages." Nature (202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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