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절지동물

강남스타일과 1억년 전 파리 화석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1. 1. 24. 09:15

(본 글은 주제가 되는 곤충 화석의 학명의 모티브가 된 강남스타일 노래를 들으면서 읽으면 더 재미있을 겁니다.)

 

 2012년에 한류 관련해서 아주 전설적인 노래가 나왔습니다. 바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었지요. 유튜브 조회 수 10억을 넘은 전설적인 기록을 세운 노래였습니다. 한류의 역사를 크게 바꾼 그런 노래였지요(고백 하나 하자면 전 이 노래가 뜨면서 싸이라는 가수를 알게 되었습니다!).

 2019년 12월에 이 노래의 제목 강남스타일에서 따온 학명이 붙은 곤충화석이 발표되었습니다. 부키나토르미아 강나미(Buccinatormyia gangnami)라는 파리목에 속하는 곤충이지요. 이 곤충은 우리나라 진주시에 분포한 진주층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대략 1억 1천 3백만 년 전에서 1억 년 사이에 만들어진 지층이지요. 즉, 1억 년 전에 살았던 파리입니다.

 

꿀을 빨았던 파리

이 파리에게서 가장 먼저 보이는 특징이라면 머리 길이보다 더 긴 주둥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부키나토르미아 강나미(Buccinatormyia gangnami)의 모습. 출처-Khramov, A. V et al.,(2020).

이 파리는 파리목 중에서 지금은 멸종한 분류군인 장솔비과(Zhangsolvidae)에 속합니다. 이 분류군에 속하는 파리들은 오늘날의 꽃등에처럼 꽃의 꿀을 빠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다만 그렇다고 해서 오늘날 꽃등에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건 아닙니다.). 특히 부키나토르미아속의 경우 2015년에 스페인에서 꽃가루 화석을 배에 붙인 채로 발견된 사례도 있었다고 하네요.

스페인에서 발견된 부키나토르미아 마그니피카(Buccinatormyia magnifica)의 화석과 곤충의 배에 붙어있는 꽃가루 화석. 출처-Grimaldi, D. A. (2015).
꽃등에(Eristalis tenax)의 모습. 부키나토르미아 강나미 역시 이 곤충처럼 꽃의 꿀을 빨면서 살았을 것이다. 출처-https://ko.wikipedia.org/wiki/%EA%BD%83%EB%93%B1%EC%97%90%EA%B3%BC

 

성적 이형성

 부키나토르미아 강나미의 모습은 크게 둘로 나누어지는데, 배와 주둥이의 길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한 개체는 배의 맨 끝 체절(8번째 체절)의 형태가 오목하고 주둥이가 길쭉하며 다른 개체는 배의 맨 끝 체절의 형태가 볼록하고 주둥이가 짧지요. 연구진은 이 차이점이 성적 이형성 즉, 성별의 차이에서 보이는 신체의 차이점으로 해석하였습니다.

부키나토르미아 강나미의 두 형태. 주둥이와 배의 맨 끝 부분이 다르다. 출처-Khramov, A. V et al.,(2020).

넓은 분포도

 기존에 보고되었던 부키나토르미아의 화석기록은 스페인의 호박에서 발견된 화석이 전부였습니다(부키나토르미아 솔프라엔시스 종, 마그니피카종). 부키나토르미아 강나미는 부키나토르미아속에서 처음으로 유럽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발견된 화석이지요. 따라서 부키나토르미아 강나미의 발견은 이 파리들의 분포도가 매우 넓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1억 2천 5백만 년 전 백악기 세계지도. 이 시기 부키나토르미아는 스페인에서 한반도까지 분포하였다. 출처-https://australian.museum/learn/australia-over-time/evolving-landscape/the-cretaceous-period/#gallery-thumbn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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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출처-

Khramov, A. V., Nam, G. S., & Vasilenko, D. V. (2020). First long-proboscid flies (Diptera: Zhangsolvidae) from the Lower Cretaceous of South Korea. Alcheringa: An Australasian Journal of Palaeontology, 44(1), 160-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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