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어류

거대 상어의 크기를 알아내자!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0. 10. 25. 20:07

 상어는 연골어류에 속합니다. 똑같은 어류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식탁에서 먹거나 수산시장에서 볼 수 있는 대다수의 물고기(고등어, 갈치,참치, 조기등등...)들과는 달리 상어는 인으로 구성된 단단한 뼈가 아니라 연골로 이루어진 뼈와 신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상어의 몸은 화석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매우 드뭅니다. 어쩌다가 물렁물렁한 연골이 썩어서 없어지기 전에 운 좋게 퇴적물이 스며들어서 딱딱하게 돌처럼 변한 경우가 바로 그 경우입니다.

미국 캔자스에서 발견된 백악기 후기의 상어 크레톡시리나. 상어가 이런 모습으로 발견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출처-https://www.bonhams.com/auctions/17517/lot/37/?category=list

 그러면 상어화석은 보통 어떤 모습으로 발견될까요? 상어는 주로 이빨 화석만 발견됩니다. 이빨은 뼈는 아니지만 칼슘으로 이루어져서 매우 튼튼하기 때문에 상어의 신체 중에서 화석으로 보존되기 가장 용이한 부분이 바로 이빨입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상어 화석은 이빨로만 발견됩니다.

포항에서 발견된 상어 코스모포리투두스 하스탈리스(Cosmopolitodus hastalis)의 이빨 화석. 상어의 화석은 보통 이렇게 이빨로만 발견된다. 출처-김수환 et al, (2020).

이렇기 때문에 신체가 발견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화석 상어들의 몸길이는 추정해내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학자들은 현생 상어를 연구하면서 이빨을 이용해 상어의 몸길이를 알아내는 방법을 여러가지를 찾아내었지요. 그 중 하나로 1996년에 보고된 이빨의  길이를 이용한 공식이 있습니다.


'전체길이=이빨 길이(mm)×0.096-0.22'

 

 그외에도 이빨의 폭과 높이와 신체의 비례관계를 이용해서 길이를 측정하는 방법, 이빨 내부에 턱과 연결이 되는 치관의 길이를 이용해서 몸길이를 알아내는 방법 등 여러 방법이 고안되어 왔지요.

 

거대한 상어 메갈로돈

 현재 살아있는 상어 중에서 가장 거대한 상어는 고래상어입니다. 가장 거대한 어류이기도 한 이 생물의 몸길이는 무려12m까지 자란다고 합니다. 12m면 대략 티라노사우루스와 비슷한 몸길이이며 세로로 세우면 4층 정도의 높이입니다. 그런데 이 고래상어보다 더 거대한 상어가 과거에 바다를 헤엄치며 다녔지요. 이번에는 그중 한 종류이자 최근에 헐리우드에서 영화로도 낸 거대한 고대의 상어 메갈로돈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고래상어. 출처-https://ko.wikipedia.org/wiki/%EA%B3%A0%EB%9E%98%EC%83%81%EC%96%B4
돌목상어(위)와 고래상어(아래)의 크기 비교. 출처-https://fishingbooker.com/blog/basking-shark-vs-whale-shark/

 메갈로돈, 정확히 말해서 오토두스 메갈로돈(본래 카르카로클레스속에 속하였으나 요즘 학계에서는 오토두스속에 포함되는 것으로 봅니다.)은 지금으로부터 1600만 년 전 즈음에 출현하여서 260만 년 전까지 생존하였던 거대한 상어였습니다. 한때는 이빨의 형태가 오늘날 백상아리와 매우 유사하여서 백상아리의 조상이 아닐까 하는 가설도 있었으나, 연구를 더 해가면서 같은 악상어목에 속하기는 하지만 백상아리의 직접적인 조상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합니다(요즘 학계에서는 백상아리는 청상아리 계열에서 진화하였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상어는 현재까지 턱과 이빨만 발견되어서 그 크기를 정확히 알 수 없었지요. 그래서 오늘날 살아있는 상어들의 크기를 재는 방식으로 메갈로돈의 크기를 추정해내는 여러 연구가 존재해왔습니다.

 

 메갈로돈의 몸길이 측정 시도는 1909년에 처음 이루어졌습니다. 뉴욕 자연사 박물관의 베쉬포드 딘이라는 학자가 메갈로돈의 턱을 이용해서 몸길이를 측정하였는데 그 길이가 무려 30m(!)로 측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결과는 후에 줄어들었습니다. 그가 연구한 메갈로돈의 턱의 연골이 그의 연구보다 더 적었던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지요. 즉, 실제보다 더 과장된 크기였다는 겁니다.

베쉬포드 딘과 메갈로돈의 턱. 그는 메갈로돈이 30m까지 자란다고 추측하였다.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Megalodon#Size

1973년에는 메갈로돈의 이빨의 에나멜 두께를 이용해서 크기를 측정하는 연구가 보고되었습니다. 상어의 이빨의 에나멜 두께와 상어의 전체 몸길이가 비례한다는 관측 결과가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 결과 메갈로돈의 몸길이는 13m로 측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는 후에 이빨의 에나멜과 몸길이가 꼭 비례하지 않다는 연구가 발표되면서 반박되었습니다. 그 후에도 메갈로돈의 몸길이가 24m 정도 되었을 것이라는 연구도 보고되었지요. 그러다가 1996년 위에서 언급된 상어의 이빨 길이를 이용한 몸길이 측정 공식이 발표되면서 메갈로돈의 이빨 화석을 이용한 몸길이 측정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 결과는 20.3m였지요.

거대한 메갈로돈의 이빨. 출처-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Megalodon.jpg

2002년에 상어연구가 클리포드 제레미아는 상어의 윗 턱의 이빨 뿌리의 길이가 1cm 길수록 상어의 몸길이가 1.4m씩 커진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이를 토대로 메갈로돈의 몸길이를 측정한 결과 16.5m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같은 해에 디폴 대학교의 켄슈 시마다 박사는 상어의 이빨에서 치관(이빨의 제일 바깥부분으로 법랑질로 감싸진 부분)의 길이가 상어의 몸길이의 상관관계를 알아내었고 그 결과 메갈로돈의 몸길이가 15m였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파나마에서 발견된 다른 메갈로돈의 이빨에서 같은 방법으로 조사한 결과 길이가 17.9m로 나왔지요. 2019년에 시마다 박사는 다른 박물관에서 구할 수 있었던 표본들을 조사한 결과 메갈로돈의 몸길이가 14.2m에서 15.3m였던 것으로 측정하였습니다.

왜 이렇게 값이 다 다를까요? 가장 큰 이유는 생물이 모두가 다 같은 크기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겠지요. 사람도 보면 키가 180cm에 몸무게가 100kg이 넘는 사람도 있고, 170cm가 채 안 되는 작은 키에 몸무게도 60kg인 사람도 있는 것처럼 말이죠. 게다가 사람도 어린 유치원생과 성인의 키 차이가 나는 것처럼 생물도 같은 종이여도 개체마다, 그리고 다 자란 개체인가 성장기인 개체인가에 따라 크기가 다를 수 있지요.

미국인 로버트 워들로. 그는 키가 무려 272cm로 가장 큰 사람으로 기네스에 올랐다. 출처-https://ko.wikipedia.org/wiki/%EB%A1%9C%EB%B2%84%ED%8A%B8_%EC%9B%8C%EB%93%A4%EB%A1%9C
네팔 사람 찬드라 바하두르 단지. 가장 키가 작은 사람으로 기네스에 올랐다. 그의 키는 54.5cm라고 한다. 그와 로버트 워들로는 키차이가 어마어마하지만 같은 인간-호ㅗ 사피엔스 사피엔스-에 속한다. 출처-https://www.guinnessworldrecords.com/news/2012/2/shortest-man-world-record-its-official!-chandra-bahadur-dangi-is-smallest-adult-of-all-time

 20209월에 메갈로돈의 몸길이에 대한 새로운 연구결과가 영국의 브리스톨 대학교에서 발표되었습니다. 연구진은 메갈로돈의 오늘날 살아있는 상어 중에서 악상어목에 속하는 백상아리와 청상아리, 단순청상아리, 악상어의 비악상어의 사진 41점의 사진을 이용하였습니다. 사진과 상어의 성장 과정, 지느러미의 형태(등지느러미, 꼬리지느러미 등등) 등을 분석한 결과(사진에 나온 신체구조를 그래프로 나타내는 방식) 연구진은 메갈로돈이 막 태어날 때는 3m, 성장기에는 8m, 다 자라면 16m에 달할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연구진이 참고하였던 백상아리 사진. 출처-https://datadryad.org/stash/share/cGI08m4rPYWUD6VucWxu0oz3TniVnLKC-5umhvLHgaE
그래프로 분석한 상어의 신체구조. 출처-Cooper et  al, (2020).

 메갈로돈은 아직 이빨과 턱 이외의 신체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메갈로돈의 이빨을 이용한 크기 측정방식이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 이용되겠지요. 앞으로 어떤 화석이 추가로 발견되어 메갈로돈의 몸길이를 바꿀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 그것이 과학의 재미가 아닐까요?

 

연구 및 자료 출처-

 

김수환, 박진영, & 이융남. (2018). 경상북도 포항시 두호층 (중기 마이오세) 에서 산출된 Cosmopolitodus hastalis (판새아강: 악상어과) 이빨 화석. 지질학회지, 54(2), 121-131.

 

https://en.wikipedia.org/wiki/Megalodon

 

Cooper, J. A., Pimiento, C., Ferrón, H. G., & Benton, M. J. (2020). Body dimensions of the extinct giant shark Otodus megalodon: a 2D reconstruction. Scientific reports, 10(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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