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타알릭 로제는 초기 사지류입니다. 그러니까 4발 달린 모든 생물의 조상 격인 생물중 하나이죠. 어류가 4발 달린 생물로 진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아주 좋은 예시입니다. 캐나다의 최북부에 위치한 엘즈미어섬이라는 곳에서 발견된 이 생물은 여러 연구 끝에 머리와 목, 어깨는 후에 등장하는 양서류와 비슷하며, 이전에 나타났던 사출어류(페어, 실러캔스 등이 속한 분류군. 지느러미의 구조가 4발 달린 동물과 비슷한 특징이 있다.)와 양서류의 딱 사이의 모습을 한 지느러미 및 골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아라는 물고기와 비슷한 방식으로 먹이를 먹는 초기 사지류라고 현재 보고 있다고 했었지요.
최근에 틱타알릭 로제의 친척이 새로 학계에 보고되었습니다. 이 생물은 틱타알릭과 비슷하게 엘즈미어섬에서 발견되었지만, 틱타알릭보다 약간 이전에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이 생물은 2004년에 처음 발견된 이래로(틱타알릭 로제의 화석이 처음 발견되기 딱 1주일 전에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여담으로 이 생물의 화석이 암석에서 처리되는 과정에서 완전한 형태의 지느러미가 발굴되고 3일 후에 코로나-19가 퍼져서 학교가 봉쇄되었다고 합니다.) 2022년 7월에 마침내 보고되었습니다. 이 화석을 연구한 시카고 대학교와 필라델피아 대학교, 그리고 펜실베니아 대학교의 연구진은 이 생물에게 치키크타니아 와케이(Qikiqtania wakei) 라는 학명을 부여하였습니다. 속명인 치키크타니아는 이 화석이 발견된 지역에서 사는 이누이트족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되는 이름인 치키크타알룩/치키크타니(Qikiqtaaluk/Qikiqtani)에서 따왔으며, 종명인 와케이는 버클리 대학교의 저명한 진화생물학자 데이비드 웨이크(David Wake)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1. 틱타알릭의 친척!
치키크타니아는 앞서 이야기 하였듯이 엘즈미어 섬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 섬은 캐나다의 최북부에 위치한 극지방에 위치한 섬으로, 이 섬에는 데본기 시기, 그러니까 3억 8천만 년 전 즈음 시기에 형성된 지층이 존재합니다. 프람층(Fram formation)이라고 명명된 이 지층은 기존에 틱타알릭이 발견된 지층이기도 하였지요.
치키크타니아는 머리와 지느러미등 신체의 일부가 보존되었습니다. 머리의 경우에는 전체는 아니고 위턱의 일부 및 아래턱의 일부 -위턱을 이루는 뼈 중에서 외익상골(ectopterygoid), 피구개골(dermopalatine), 설골(vomer), 전상악골(premaxilia), 상악골(maxilia)과 아래턱을 이루는 뼈 치골(dentary), 하치골(infradentaries), 구상돌기(coronoids), 전관골(prearticular)- 가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머리 외에도 이 생물은 지느러미와 신체의 일부 -가슴, 어깨, 지느러미, 등과 측선(어류의 신체 측면에 위치한 선)- 에 위치한 비늘이 보존되었습니다. 비늘의 형태는 다른 친척들과 비슷하게 마름모 형태를 하고 있었습니다. 지느러미는 왼쪽 어깨 지느러미가 보존되어 있었는데, 상완골, 요골, 척골등 전형적인 사출어류, 그리고 사지류의 형태를 하고 있었습니다. 비늘은 이 생물이 분명 물속에서 살았다는 것을, 그리고 머리에서 발견된 신경관(sensory canal)은 이 생물이 물의 흐름을 감지할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아래턱 길이를 토대로 추정된 치키크타니아의 몸길이는 대략 75cm 정도 되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이는 다른 초기 사지류들과 비교하였을 때 매우 작은 몸길이였을 것이라고 하네요.
2. 물속으로 다시 돌아가다.
언뜻 보면 치키크타니아는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분류학적 분석 결과 매우 재밌는 것이 관측되었습니다. 치키크타니아는 틱타알릭과 가장 가까운 생물인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언뜻 보면 그런가보다 할수 있지만, 틱타알릭과 달리 치키크타니아는 물속에서 유영을 하는 것에 더 특화되어 있다는 점이 다른 점입니다. 이는 초기 사지류의 진화 과정, 그러니까 물속에서 물 바깥으로 나오는 진화의 과정에서 몇몇 분류군은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연구진은 치키크타니아의 상완골의 형태에 주목하였습니다. 틱타알릭을 포함한 대부분의 초기 사지류는 상완골, 그러니까 위팔뼈의 아랫부분에 능선이 존재합니다. 이 능선은 근육이 부착되는 부분으로, 사지류들은 이 능선에 부착된 근육의 움직임을 통해서 몸을 움직여서 '걸음'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치키크타니아의 경우에는 특이하게도 이 능선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상완골의 두께도 훨씬 얇았고 부메랑 형태를 하고 있었지요. 이 윗팔뼈는 분명 걷는 데에 사용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걷는 데에 필요한 근육이 부착될 곳이 없으니까요. 그러면 치키크타니아는 어떻게 살았던 것일까요? 치키크타니아의 지느러미는 노처럼 매우 넓었습니다. 또한 물에서 살기 적합한 비늘을 가지고 있었지요. 따라서 연구진은 치키크타니아가 다른 친척들과는 달리 물속에서 유영을 하며 살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즉, 치키크타니아는 다른 친척들과는 다르게 조상들이 살았던 물속으로 다시 돌아간 것이었습니다.
'분명 물 바깥으로 진화하는 과정에 있는데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다니?'하고 고개를 갸우뚱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기억해둘 것이 있습니다. 진화는 어떤 목적이나 특정, 방향성을 가지고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생물의 진화는 다양한 방향으로, 각자 다른 방식으로 환경에 적응하며 발달해가는 과정을 모두 동반합니다. 즉, 물속에서 살던 어류의 일부가 물 바깥으로 나온 것, 그리고 그중 일부가 다시 물속으로 들어간 것 모두 진화의 과정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환경에 각자 다른 방식으로 적응해나가는 것이죠. 치키크타니아가 왜 물속으로 다시 들어가게 되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우리가 진화라는 현상에서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오해, 즉 생물은 특정한 한 방향으로 진화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www.sci-news.com/paleontology/qikiqtania-wakei-11017.html
https://theconversation.com/meet-qikiqtania-a-fossil-fish-with-the-good-sense-to-stay-in-the-water-while-others-ventured-onto-land-186116?utm_source=facebook&utm_medium=bylinefacebookbutton&fbclid=IwAR1Lvj7sB8yArkdjVGpHSfjg0Zj_Vcu8owduzqdS9IZFZ_hv6Cc4wAGj7Og
Stewart, T.A., Lemberg, J.B., Daly, A. et al. A new elpistostegalian from the Late Devonian of the Canadian Arctic. Nature (2022). https://doi.org/10.1038/s41586-022-04990-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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