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이 무엇인지 모르시는 분은 없으실 겁니다. 동물이 발을 이용해서 땅에 찍으면 남는 것이 발자국이죠. 그런데 육지 위를 걸어다니는 동물의 발처럼 땅을 걸어다니지 않는 어류 역시 발자국을 남길 수 있습니다. '물에서 수영하는 어류가 무슨 수로? 어류에게 발이 있나?'라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물론 어류에게 동물의 발과 비슷하게 땅 위를 걸어 다니는 발은 없지요 (망둑어 같은 특이 사례는 제외하구요.). 하지만 어류가 물속에서 유영하면서 바닥에 지느러미를 그어서 발자국처럼 남은 사례는 있습니다. 어류의 발자국인 셈이죠. 그리 흔한 흔적은 아니지만, 스페인, 미국, 독일등에서 이런 흔적이 발견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최근에 우리나라 고성군에 분포한 백악기 시기 지층인 진동층에서 어류가 유영하다가 바닥에 남긴 흔적이 보존된 사례가 진주교대와 덴버 대학교, 퀸즈랜드 대학교, 문화재처의 공동 연구진에 의해서 발표되었습니다. 과거 공룡이 살았던 시절이자 남해안 일대가 거대한 호수였을 적에 살았던 어류가 남겼던 흔적이지요.
1. 어류의 유영 흔적
고성에서 발견된 어류의 유영 흔적은 진동층을 이루고 있는 거대한 셰일층 중 1개의 아주 큰 판에서 총 3부분에서 걸쳐서 발견되었습니다. 발견된 유영 흔적중 1개는 1줄이 길게 그어진 (어류가 지느러미 한쪽으로 길게 그은) 모습으로 발견되었으며, 나머지 2개는 1쌍으로 그어진 형태로 발견되었지요. 어류의 유영 흔적과 함께 새의 발자국 화석이 같이 발견되기도 하였습니다. 유영흔적은 1976년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처음 보고된 운디크나(Undichna)라고 명명된 흔적과 유사하였습니다. 발견된 유영흔적들은 길이가 대부분 1.5~2미터의 긴 길이에 0.6~0.95cm 정도의 너비였지요. 진동층에서 발견된 운디크나는 총 3종류 였습니다. 각각의 길이와 너비도 달랐죠. 어류의 유영 흔적이 발견된 부분은 각각 GSDM-TMP 145, GSDM-TMP 150, GSDM-TMP 150 이라는 표본명이 붙여졌습니다.
2. 진동층의 어류
아직 진동층에서 어류 자체가 화석으로 발견된 적은 없었습니다. 즉, 유영 흔적을 남긴 어류의 정확한 종류는 아직 알기 어렵다는 것이죠. 하지만 유영 흔적의 여러 사이즈를 토대로 유추해보면 진동층에 남겨진 유영 흔적은 여러 크기의 어류가 남겼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중에는 1.4m 크기의 대형 어류도 있었던 것으로 보이죠.
진동층에서 발견된 어류의 유영 흔적은 당시 호수의 환경을 보여주는 근거가 됩니다. 진동층에서 발견된 어류의 유영 흔적, 그리고 그 옆에 새의 발자국이 있었다는 것은 새와 어류가 공존하였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어류의 유영 흔적을 보면 1.4m 크기의 대형 어류와 그보다 훨씬 작은 어류의 유영 흔적이 같이 있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연구진은 물이 많이 차올랐을 때 대형 어류가 와서 유영 흔적을 남겼으며, 물이 빠지자 소형 어류와 새가 와서 흔적을 남겼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즉, 환경의 변화 (깊은 수중->얕은 수중-> 육지)의 흔적인 것이죠.
진동층에선 현재까지 어류의 몸이 직접적으로 발견된 사례는 없었습니다. 따라서 정확히 어떤 어류가 흔적을 남겼는지는 유감스럽게도 알 수가 없죠. 하지만 진동층에서 발견된 어류의 유영 흔적은 이 시기에 여러 크기의 어류가 현재 우리나라 남해안을 이루는 호수에서 서식하였음을 보여주는 첫 번째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연구 출처-
Kim, K. S., Lockley, M. G., Romilio, A., Bae, S. M., & Lim, J. D. (2021). Fish swim traces from the Jindong Formation (Cretaceous) Korea: implications for lake basin ichnofacies and paleoecology. Cretaceous Research, 105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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