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학 이야기

왜 남해안 일대에 발자국 화석산지가 존재하는 것인가?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1. 4. 18. 17:46

왜 남해안에 공룡 발자국 화석산지가 분포하는가?

 제가 재밌게 읽던 책 중에서 현재 국립 과천과학관에서 관장으로 재직 중이신 이정모 관장님의 저서에서 관장님의 경험담이 하나 나옵니다. 남해안으로 공룡 발자국 화석산지를 보러 갔는데, 그곳에서 관광을 온 어느 아버지와 어린 아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지요. 아들이 아버지에게 물어봤습니다. "왜 여기에 공룡 발자국이 있어요?" 아버지가 대답하셨습니다. "공룡이 물을 마시려고 여기에 왔었어." 그러자 아들이 재밌는 질문을 합니다. "아빠 그러면 공룡은 바닷물을 마셨어요?". 생각하면 매우 재밌는 질문입니다. 과연 공룡은 실제로 바닷물을 마셨을까요?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1. 공룡은 신체가 특별해서 바닷물을 아무 이상 없이 마실 수 있었다. 2. 공룡이 살았던 시대에는 그 지역이 바닷가가 아니었다. 이 두 가지 가능성 중에서 답은 무엇일까요? 현재까지 지질학적 조사를 한 결과를 따르면 2번이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니, 가능성이 높은 것을 떠나서 맞다고 해야 더 정확하겠지요. 그러면 공룡이 살았던 시대 우리나라 남해안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지질환경으로 살펴본 공룡 시대의 남해안 일대

 남해안에 가보신 분들이라면 이런 생각을 한 번쯤 해보셨을지 궁금합니다. '바위가 참 매끄럽네!' 또는 '바위에 특이한 무늬가 있네? 물결 자국 같은 게 있어.' 이러한 특징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한가지입니다. 과거에 남해안 일대가 아주 거대한 호수 였다는 것이죠. 지금은 바닷가이지만 과거 공룡이 살았던 시대에는 거대한 호수였다는 겁니다! 어떻게 호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을까요? 첫 번째로 알 수 있는 증거는 바위에서 보이는 퇴적구조입니다. 남해안에서 공룡 발자국을 찾다 보면 특이한 구조를 볼수 있을 겁니다. 바위에 물결무늬가 있는 것을 볼수 있지요. 물결무늬 외에도 마치 거북의 등껍질처럼 바위가 갈라진 흔적을 볼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는 모두 남해안 공룡 발자국 화석산지가 과거에는 바닷가가 아니라 호숫가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물결무늬는 연흔(ripple mark)이라고 하는 구조인데, 물이 흐를 때 생기는 흔적이지요. 강이나 하천등에서 흔히 보이는 구조입니다(그 외에 사막에서도 보이는데, 이때는 물이 아닌 바람의 영향으로 생깁니다.). 거북의 등 껍질처럼 갈라진 흔적은 건열(mud crack)이라고 하는 구조입니다. 이 구조는 호수나 강등 물가에서 물이 급격히 마르면 땅이 갈라지게  되는데, 그 갈라진 흔적이 지금도 남아있는 것입니다. 즉, 과거 물가에서 물이 흐르거나 물이 말라 바싹 건조된 흔적이 지금까지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에 물가였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죠.

남해안에 분포한 발자국 화석산지에서 흔히 보이는 물결무늬 연흔. 출처-직접 촬영

 

남해안 발자국 화석산지의 건열. 출처-https://www.cha.go.kr/newsBbz/selectNewsBbzView.do?newsItemId=155329270&sectionId=b_sec_1&pageIndex=304&mn=NS_01_02&strWhere=&strValue=&sdate

 

남해안에 분포한 공룡 화석산지의 연흔을 보면 보통 대칭적인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연흔은 환경에 따라 대칭적인 구조 또는 비대칭적으로 한쪽으로만 흐르는 구조를 띄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칭적인 구조는 주로 호수에서 보이는 특징이지요. 강처럼 물이 어느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고 바람이나 기타 요인에 따라서 규칙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바람에 물이 물결치는 모습. 강처럼 물이 항상 흐르지 않으면 연흔은 주로 대칭적인 형태를 이룬다. 출처-직접 촬영
건열. 본래 물이 존재하는 환경에서 물이 바싹 마르게 되면 땅이 갈라지게 된다. 출처- 직접 촬영

 

왜 발자국 화석이 주로 발견되는가?

 여기까지 읽어보셨으면 아마 이런 의문을 가지신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그러면 왜 뼈 화석 보다는 발자국 화석이 주로 발견된건가?' 여기에도 지질학적 이유가 있습니다. 개펄에 놀러간 경험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아마 최소 한번 정도는 갯펄에 발이 빠지는 경험을 해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저도 어릴 때 진흙 깊숙한 곳에 발이 빠져서 운동화가 매우 더러워진 일이 있었습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진흙이 매우 미세하고 작은 입자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발로 밟을 때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 침투하기 때문이지요. 즉, 모래나 자갈로 이루어진 환경보다 진흙으로 이루어진 환경에서는 똑같은 생물이 발자국을 남겨도 더 뚜렷하게 남길 수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젖은 진흙이라면 발자국을 이루는 진흙이 흐트러지지 않고 뚜렷하게 남아있지요. 이런 일이 과거 공룡이 살았던 시대 남해안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났던 겁니다. 남해안 일대에서 발자국이 주로 발견되는 암석은 셰일이라고 하는 암석입니다. 이 암석은 갯펄처럼 축축한 진흙이 굳어져서 만들어지는 암석이지요. 이 셰일은 오랜 시간에 걸쳐서 진흙이 굳어지고 그 위에 새로운 진흙이 덮혀져서 또 굳어지고 그 위에 새로운 진흙이 또 덮혀서 굳어져서 만들어지는 암석입니다. 그래서 셰일이란 암석은 우선 표면이 매우 매끄럽습니다. 셰일의 측면을 보면 층층이 쌓여있는 모습을 볼수 있는데, 이게 바로 오랜 시간 동안 쌓이고 또 쌓이고 또 쌓인것이라는 것을 보여주지요. 이 셰일을 이루는 암석의 입자는 매우 곱고 작은 진흙으로, 발자국이 매우 뚜렷하게 남기 좋은 입자입니다.

셰일에 찍힌 발자국 화석.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jsjgeology/49775742491

 

따라서 공룡이 발자국을 남겼다면 그 발자국이 쉽게 지워지지 않았겠지요. 물론 그 상태로 계속 남아있다보면 언젠가 지워질수도 있었겠지만, 위에서 설명하였듯 호숫가가 마르던 시기도 존재하였습니다. 즉, 발자국을 이루고 있는 진흙이 마르기도 하였죠. 그러면 발자국은 단단해집니다. 따라서 발자국이 온전히 남을수 있게 되었지요. 거기에 그 위를 다른 진흙이 덮으면서 온전히 보존도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이유 덕분에 우리나라 남해안 일대는 발자국 화석이 매우 풍부하게 발견되는 것입니다. 즉, 오늘날 남해안 일대가 과거에는 거대한 호숫가였습니다. 그리고 그 호숫가의 환경이 발자국이 보존되기에 최적의 환경이었던 까닭에 오늘날까지 보존될 수 있었다는 것이죠. 

여수시 추도에 위치한 발자국 화석산지. 출처-http://www.nh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1274

 

ps. 참고로 셰일 외에도 환경에 따라 모래로 만들어진 암석인 사암, 진흙이 급격히 쌓여서 만들어진 이암에서도 발자국 화석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즉, 발자국 화석이 셰일에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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