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학 이야기

왜 서울에서는 공룡화석이 발견되지 않을까?-서울과 경기도의 암석분포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0. 11. 5. 21:36

 1972년 처음 공룡알 화석이 하동에서 발견된 이후로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공룡화석이 발견되어왔습니다. 보성과 화성에서는 많은 수의 공룡 알 화석이 발견되어왔으며, 해남과 고성, 화순에서는 무수히 많은 공룡 발자국이 발견되었지요. 특히 진주시에서는 세계 최대의 공룡 발자국 산지가 발견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미국이나 캐나다 처럼 엄청난 양의 공룡뼈 화석이 발견되는 곳에 비하면 매우 극소수이지만 하동, 보성, 화성에서 공룡의 뼈 화석이 발견되기도 하였지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궁금합니다. 우리나라의 여러 지역에서 공룡을 비롯한 많은 화석이 발견되었지만 왜 서울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걸까요? 서울에서 공룡화석이 발견되고 화성이나 보성, 해남처럼 관광지로 활성화된다면 서울에 사는 분들은 관광지가 된 화석지를 찾아가기도 매우 쉬울 텐데 말입니다. 아마 아이들 데리고 공룡화석 보러 지방으로 다닌 경험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최소 한번쯤은 '지방까지 차 운전 하는 게 엄청 힘든 일인데...왜 서울에는 박물관만 있고 화석지 하나 없는거야...'하는 생각을 최소 한 번은 해보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서울은 아니더라도 하다 못해서 경기도에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왜 서울지역에는 화석 발굴지가 없는 걸까요?

전라남도 해남에 위치한 우항리층. 남한에서 퇴적층은 주로 남해안과 경상도, 강원도에 있다. 출처- 직접 촬영

 화석을 찾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암석을 찾는 것입니다. 그중에서 퇴적암을 찾는 것이지요. 퇴적암이란 퇴적작용으로 만들어진 암석을 뜻하는데, 진흙이나 모래, 자갈 등이 쌓이고 압력을 받아 단단해지면서 만들어지는 암석입니다. 화석은 이 중에서 모래나 진흙이 퇴적되면서 만들어진 암석인 이암과 셰일, 사암, 실트암 등에서 주로 발견되지요. 왜냐하면 생물의 유해나 흔적이 공기와 오랜 시간 노출되면 박테리아가 침투하여 다 썩어서 부서질수 있고, 아니면 태양열을 받아 건조해지다가 바스러질 수 있기 때문이죠. 또는 물이 스며든 뒤에 얼어서 부서질 수도있고요(물을 잔뜩 담은 병을 냉동시키면 물이 얼면서 밀도가 커져서 병이 부서지는 것처럼요.). 따라서 화석이 되기 위해서는 매우 미세한 틈새까지 단단하게 메워져야 하는데, 여기엔 진흙이나 모래가 딱이죠. 그래서 셰일이나 이암, 사암, 실트암 등 입자의 크기가 매우 작은 암석을 찾아야 화석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조개 등 탄산염으로 이루어진 생물의 화석은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지층에서 발견되기도 하지요.

 그 외에도 암석으로 형성된 지층의 연대가 중요합니다. 여러분이 만약 공룡의 화석을 찾고자 한다면 중생대에 만들어진 지층을 찾아야 하겠지요. 따라서 중생대에 만들어진 지층을 찾아야 합니다. 만약 어떤 지층을 찾았는데 거기서 삼엽충, 또는 고래의 화석을 발견했다면 중생대에 만들어진 암석이 아니므로 공룡의 화석이 나올 수 없겠지요. 공룡이 살던 시기에 삼엽충이나 고래는 살지 않았으니까요. 이렇게 특정 시기에 만들어지는 지층에서만 발견되는 화석을 표준화석이라고 하며, 표준화석에 따라 지층의 연대를 대략적으로 알아내는 것은 동물군 천이의 법칙이라는 지질학 법칙을 따른것입니다.

지층이 연대에 따라 삼엽충이 발견되거나 매머드가 발견된다. 삼엽충이 발견되는 지층에서 매머드가 발견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동물군 천이의 법칙 때문이다. 출처-https://www.scienceall.com/%EB%8F%99%EB%AC%BC%EA%B5%B0-%EC%B2%9C%EC%9D%B4faunal-succession/

 

서울에서 볼 수 있는 암석

 자 그러면 서울과 경기도는 어떤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을까요? 서울을 포함해서 경기도는 지질학적으로 경기육괴에 속합니다. 경기육괴는 한반도를 이루고 있는 지체구조 중에서 중부에 위치한 구조이죠. 한반도는 지질학적으로 보면 크게 북부 지괴, 중부 지괴, 남부 지괴로 나누어집니다. 이 중에서 중부지괴는 임진강대와 경기육괴, 옥천대가 속하는데,  수도권 지역은 모두 경기육괴가 분포한 곳에 있습니다. 자 이렇게 들으니 설명이 좀 어려울 듯 한데요, 그림을 같이 보시죠.

경기육괴가 위치한 곳. 경기도, 강원도와 충청도 일부가 경기육괴에 포함된다. 출처-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5750316&cid=61234&categoryId=61234

 경기육괴를 이루고 있는 암석은 원생대와 고생대, 중생대, 그리고 현대와 아주 가까운 제4기에 만들어진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4기 암석은 지질학적으로 매우 최근 시기이며 연대도 길어야 몇만 년에서 몇십만 년 정도이죠.

 원생대에 만들어진 암석은 고원생대라고 하는 수십억 년 전에 만들어진 암석과 신원생대라고 하는 7~8억 년 전에 만들어진 암석으로 나누어집니다. 고원생대, 그러니까 수십억 년 전에 만들어진 암석들이 분포한 지역을 경기 변성암 복합체라고 하며 경기육괴의 이곳저곳에 널리 분포해있습니다. 경기도에도 있고 서울에도 있고, 충청도에도 있는 식이지요. 아쉽게도 이 암석들의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정확한 연대를 알 수 없었으나 최근에 우라늄을 이용한 연대측정법에 의하면 27.6억 년에서 19.85억 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경기 변성암 복합체를 이루는 암석은 편암과 편마암 등 변성암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변성암이란 암석이 열과 압력을 받아서 다른 암석으로 변형된 암석을 이야기하지요. 편마암은 우리 주변에서도 매우 보기 흔한데 정원장식으로 사용되는 돌이 주로 편마암입니다. 오래전에 만들어졌으니 변형이 많이 이루어진 것이지요. 이 암석들은 파주와 김포, 강화도 등 경기도 북부지역에 주로 분포합니다. 7~8억 년 전에 만들어진 암석들은 경기도에는 파주의 감악산 주변에 분포해있습니다. 파주에 분포한 암석들은 변성암의 일종인 각섬암과 편암으로 이루어져 있지요. 

 

편마암.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Gneiss
편마암은 매우 흔하며 광물이 압력을 받아서 만들어진 특유의 줄무늬  덕분에 장식으로도 많이 활용된다. 출처-직접 촬영

 고생대에 만들어진 암석은 주로 편암과 편마암으로 이루어진 월현리층, 그리고 퇴적암인 사암과 이암으로 구성된 태안층이 있습니다. 다만 월현리층은 충청남도 홍성에, 태안층은 안면도에 있어 수도권에 속하는 지역은 아니므로 여기에서는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수도권에 위치한 암석 중에서 중생대에 만들어진 암석은 주로 화성암입니다. 화성암이란 마그마나 용암처럼 화산활동에 의해서 만들어진 암석이지요. 지금은 한반도에서 큰 화산활동이 없지만(역사 기록을 보면 백두산이나 한라산이 분출하였다는 기록이 있으니 화산활동이 없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두 산 모두 휴화산, 그러니까 화산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분출하고 있지 않은 화산이라고 합니다.), 공룡이 땅 위를 걸어 다니던 시절에는 화산활동이 매우 활발했다는 것이 암석을 보면 알 수 있는 것이지요. 수도권에 분포한 화성암은 주로 화강암이 있습니다. 화강암은 지표면 아래 땅속 깊숙한 곳에서 마그마가 굳어져서 만들어진 암석입니다. 이 암석들은 매우 단단해서 건축재료로도 쓰이지요. 

다양한 종류의 화강암.. 구성하는 광물의 성분에 따라 색깔의 차이가 다양하다.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Granite#/media/File:Various_granites.jpg

 서울에 분포하는 화강암은 서울 화강암이라고 하고, 그 연대는 1억6천7백만 년 되었다고 합니다. 서울의 등산코스로 유명한 북한산이 이 서울 화강암에 속합니다. 공룡이 땅 위를 걸어 다녔을 무렵에 북한산은 땅속에서 마그마로 존재했던 것이죠! 서울 화강암 외에도 관악산을 이루는 대보 화강암이 있는데,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산 인수봉. 서울에서 많은 등산객이 찾는 이 산은 쥐라기 시기인 1억6천6백만 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출처-https://ko.wikipedia.org/wiki/%EB%B6%81%ED%95%9C%EC%82%B0#/media/%ED%8C%8C%EC%9D%BC:Insoo_peak.jpg

  그러면 화석이 발견되는 퇴적암으로 이루어진 지층은 서울에 없는 걸까요? 아쉽게도 없습니다. 서울에는 화강암과 변성암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퇴적암으로 이루어진 지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범위를 좀 넓혀서... 경기도는 어떨까요? 경기도에 분포하는 퇴적층은 대동누층군으로 남한에서는 그 분포가 매우 적습니다. 김포에 극히 일부만이 분포하고 있을 뿐이죠. 김포에 위치한 대동누층군은 김포층군으로 분류되고, 김포층군은 다시 통진층과 문수산층으로 나누어집니다. 김포층군에 분포하고 있는 암석은 자갈로 만들어진 역암과 모래로 만들어진 사암, 진흙으로 만들어진 셰일과 석탄이 있습니다. 경김포층군이 만들어진 정확한 시기는 아직 알 수 없으나, 현재까지 발견된 화석(식물, 이매패류 화석)을 토대로 하면 트라이아스기 후기~쥐라기 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분포지역이 매우 적고 발견되는 화석도 많지 않아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요. 

 

 그리고 경기도 화성시에는 공룡알 화석지로 유명한 시화층이 있습니다. 시화층은 화성시의 시화호 일대에 분포해있는 퇴적암층으로, 넓은 갈대밭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여러 공룡알이 발견되며 특히 2010년에는 코리아케라톱스라는 한국 최고의 뿔공룡이 보고되기도 하였죠! 지질구조를 살펴보면 주로 보이는 암석은 자갈로 만들어진 역암과 진흙으로 만들어진 붉은색 이암이 주요 암석입니다.  재미있는건 역암이 이암 사이 사이에 띠처럼 분포해있습니다. 이는 시화층이 쌓인 환경은 본래 자갈과 굵은 모래가 가득한 망상하천이 넓게 흐르는 지대이며 주기적으로 큰 홍수가 일어나는 범람원 지대인 것으로 보입니다.

시화호 갈대밭 사진. 공룡알화석지가 이곳에 분포해있다. 출처-직접촬영
시화호에 분포한 시화층의 지질구조. 줄무니가 있는 것은 주기적으로 홍수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출처-직접 촬영

 

시화호의 공룡알 화석. 둥근 것이 공룡알이다. 출처-직접 촬영
코리아케라톱스의 사진. 출처-Lee et al, (2010).

 

 여기에서 나온 암석들 외에도 서울과 경기도에는 수억 년 전에 만들어진 편마암(호상 흑운모 편마암), 규암등등 여러 변성암과 화성암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암석이 많이 분포해있으나 정작 공룡시대에 만들어진 퇴적층이 전무하다시피 하지요. 이런 이유로 수도권에는 화석 발굴지가 없는 것입니다. 공룡이 살던 시절의 지층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이번 글은 아마 어려운 단어가 좀 나와서 독자분들에게 어렵지 느껴지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간단히 정리해보자면, 서울에 공룡 화석지가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1. 화석은 퇴적암으로 이루어진 지층에서 발견되는데, 우리나라 수도권에는 퇴적암으로 이루어진 지층이 김포에만 극히 일부 존재하며 그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2. 수도권의 암석들은 주로 암석이 변형된 변성암이나 마그마가 굳어져서 만들어진 화강암이 대부분이기에 화석이 발견될 수 없다.

 

3. 경기도에 분포하는 퇴적층은 김포와 화성에 있다. 김포에 있는 퇴적층은 극히 일부만 분포하고 있을 뿐이며 발견된 화석기록이 많지 않아 정확한 연대를 알기는 아직 어렵다.

 

4. 화성시 시화호에는 넓은 공룡알 화석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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