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어류

연어의 진화-회도 맛있고 알도 맛있는 그대!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1. 6. 16. 05:36

 여러분은 뷔페에 가시는 걸 좋아하시나요? 좋아하시면 혹시 어떤 음식 가장 좋아하시나요? 저는 뷔페에 가면 꼭 먹는 음식이 있습니다. 육회와 초밥, 연어회, 연어알이 올라간 손말이김밥... 생각만해도 배가 고파지네요!

맛있는 연어회. 출처-https://pxhere.com/ko/photo/427988

연어는 맛도 좋지만 동시에 생태계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냇가나 강, 내천등 민물에서 사는 어류는 바다에서는 살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민물과 바닷물의 염분 차이로 인해 일어나는 삼투압현상 때문이죠. 삼투압이란 물이 높은 농도가 있는 곳으로 흡수되는 현상인데, 민물보다 바닷물의 농도가 더 높기 때문에 민물고기를 바닷물에 풀어 넣으면 금방 몸에서 물이 빠져나와서 쪼그라들어 죽기 때문입니다(참고로 반대로 바다에서 사는 물고기를 민물에 넣으면 살 수는 있다고 합니다. 다만 움직임이 굉장히 둔해지고 배설을 자주 한다더군요.).

 그런데 연어는 특이하게도 민물과 바닷물을 오갈수 있는 몇 안 되는 어류입니다(연어 외에도 줄무늬 배스, 장어 등이 민물과 바닷물을 오갈 수 있습니다.). 이 행동의 비밀은 바로 성장 과정에 있습니다. 연어는 어릴 때 담수에서 바다로 나아가서 바다에서 성장하는데, 바다로 가면서 신체에서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아가미를 비롯한 삼투압조절기관의 변화가 생깁니다. 커갈수록 더욱 더 많은 염분을 체내에 저장할수 있도록 말이죠. 따라서 담수에서 태어났지만, 바다에 도착할 때 즈음엔 신체가 바닷물의 염분에서도 삼투압작용이 일어나지 않게끔 염분을 충분히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연어는 바다에서도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연어는 태어난 처음부터 먹이를 먹지는 않습니다. 태어날 당시에는 난황이라고 하는 영양분 주머니를 달고 태어나는데, 이 주머니를 바다에 도착할 때까지 가지고 다니지요. 바다에 오면 이제 난황은 거의 다 먹었으니까 바다에서 플랑크톤이나 더 작은 어류를 먹이로 먹으며 살다가 다 크게 되면 다시 담수로 돌아가서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하는 게 일반적인 연어의 삶이죠(다만 대서양 연어 같은 경우엔 알을 낳아도 바로 죽지 않고 몇몇 소수 연어는 바다로 가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알에서 갓 태어난 연어의 치어. 이들은 난황이라고 하는 영양분 주머니를 달고 태어난다.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Salmon

 연어는 왜 담수에서 알을 낳고 바다로 가서 성장하는 걸까요? 알을 담수에서 낳으면 알을 숨기기가 매우 쉽습니다. 얕은 담수에는 알을 노리는 포식자로부터 알을 숨기기 쉬운 둥지를 틀기가 쉽지요. 따라서 연어는 이 이점을 살려서 담수에서 알을 낳습니다. 그러면 왜 바다로 가서 자라는 걸까요? 먹이를 구하기 아주 좋기 때문입니다. 바다에서 연어가 성장하는 연안 지역은 용승 현상이 일어납니다. 용승 현상이란 바다에서 일어나는 작용으로, 쉽게 이야기하자면 깊은곳에 있는 바닷물인 심층수가 위로 올라오면서 바다 표면에 있는 표층수를 밀어내는 현상입니다. 용승 현상이 일어나는 곳에선 다량의 플랑크톤이 살고 있어 어류가 먹이를 찾기 아주 쉬운 곳이죠.

용승 현상이 일어나는 모습.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Upwelling#/media/File:Upwelling-labels-en.svg

 맛도 좋지만 동시에 일생을 담수와 바다 두 환경에서 보내는 연어. 이 멋진 어류는 과연 언제부터 지구에서 살았을까요?

 

가장 오래전에 살았던 연어의 조상뻘 되는 어류

 연어는 언제부터 지구상에 나타났을까요? 연어는 연어과에 속합니다. 연어과는 연어 외에도 백어(white fish), 살기(Thymallus)가 속하지요. 그러면 연어과는 언제 나타났을까요?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연어과는 1977년에 보고된 에오살모 드리프트우덴시스(Eosalmo driftwoodensis)라고 하는 어류입니다.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서 처음 화석이 발견되었을 당시에는 연어의 한종류라고만 생각되었으나, 후속 연구에서 좀 더 큰 그룹인 연어과에 속하는 어류인 것으로 밝혀졌지요. 즉, 연어를 비롯한 백어, 살기의 공통 조상 격인 어류인 셈입니다. 이 어류는 발견된 지역에서 치어와 성어가 모두 발견되었습니다. 즉, 이들은 연어처럼 민물과 바다를 오가지는 않았다는 것이죠.

에오살모의 화석.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Eosalmo

 

본격적인 연어의 화석

 에오살모는 분명 연어과의 초기 어류이긴 했지만, 연어 그 자체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면 우리에게 익숙한 연어는 언제 등장하였을까요? 화석기록에서 본격적인 연어의 등장은 신생대 신제3기의 마이오세라고 불리는 시기때부터 입니다. 연어,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연어는 두 종류로 나누어집니다(둘 다 일반적인 호칭은 연어입니다. 여기서는 과학적인 학명을 이야기합니다.). 대서양 연어인 살모(Salmo)속에 속하는 연어와 태평양 연어인 온코린쿠스(Oncorhynchus)속으로 나누어집니다. 

 대서양 연어인 살모는 마이오세 초기 즈음인 2천 3백만 년 전 즈음에 나타났습니다. 다만 초창기의 대서양 연어에 대한 화석기록은 많지 않아 자세한 이야기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태평양 연어인 온코린쿠스속의 화석은 9백만~6백만 년 사이 시기인 마이오세(신 제3기)에서 플라이오세(4기)로 시작될 시기에 캘리포니아지역에서 살았던 온코린쿠스 라스트로스투스(Oncorrhynchus rastrostus)와 온코린쿠스 살라스(Oncorhynchus salax), 온코린쿠스 케토프시스(Oncorhynchus ketopsis)를 시작으로 화석기록이 발견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초창기 태평양 연어들은 물에 떠다니는 플랑크톤이 다량으로 서식하는 환경에서 주로 플랑크톤을 걸러 먹었으리라고 보고 있습니다. 

온코린쿠스 살라스의 화석. 출처- Eiting & Smith (2007)
온코린쿠스 케토프시스의 화석. 출처- Eiting & Smith (2007)

 두 연어는 언제 갈라졌을까요? 이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의견 차이가 있는데, 화석기록과 분자배열로 분석한 결과 모두 비슷한 시기인 마이오세 초기~중기 즈음에 이 두 종류의 연어가 분화하였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즉, 연어의 분화는 빠르면 대략 1천5백만~2천만 년 전 즈음이라고 볼 수 있죠. 그 시기에 전 지구적으로 거대한 기후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아마 원인일 가능성이 있을 겁니다. 그 외에 지리적 종 분화 등등의 이유도 있을 듯하고요.

 대부분의 연어 화석들은 주로 마이오세 이후 플라이오세라고 하는 시기에 발견이 되었으며, 에오살모 이후~마이오세까지의 연어의 진화과정에 대한 화석은 아직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앞으로도 어떤 화석이 발견될지 기대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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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Eosalmo

 

Eiting, T. P., & Smith, G. R. (2007). Miocene salmon (Oncorhynchus) from Western North America: Gill Raker evolution correlated with plankton productivity in the Eastern Pacific. Palaeogeography, Palaeoclimatology, Palaeoecology, 249(3-4), 412-424.

 

 L. G. Barnes, H. Howard, J. H. Hutchison and B. J. Welton. 1981. The vertebrate fossils of the marine Cenozoic San Mateo Formation at Oceanside, California. Geologic Investigations of the Coastal Plain 53-70

 

Smith, N. A., Boessenecker, R., Long, D., & Powell II, C. (2017). A New Marine Vertebrate Assemblage From the Wilson Grove Formation at Bloomfield Quarry (Late Miocene), Sonoma County, California. 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 37, 195.

 

Waples, R. S., Pess, G. R., & Beechie, T. (2008). Evolutionary history of Pacific salmon in dynamic environments. Evolutionary Applications, 1(2), 189-206.

 

WILSON, M. V., & LI, G. Q. (1999). Osteology and systematic position of the Eocene salmonid† Eosalmo driftwoodensis Wilson from western North America. Zoological Journal of the Linnean Society, 125(3), 279-311.

 

Zazzo, A., Smith, G. R., Patterson, W. P., & Dufour, E. (2006). Life history reconstruction of modern and fossil sockeye salmon (Oncorhynchus nerka) by oxygen isotopic analysis of otoliths, vertebrae, and teeth: Implication for paleoenvironmental reconstructions. Earth and Planetary Science Letters, 249(3-4), 20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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