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물학 이야기

고대 생물의 유전자를 가졌다! 그런데 그 고대 생물이 누구야?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5. 5. 9. 06:20

 2025년 4월에 놀라운 뉴스가 하나 나왔습니다. 멸종한 고생물의 유전자를 가진 늑대가 태어났다는 것입니다. 이 소식은 전 세계 여러 뉴스에서 다루어졌으며 많은 화제가 되었습니다. 영화 쥬라기공원에서나 볼 법한 멸종한 고생물을 복원하는 것의 첫걸음이 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 늑대에게 로물로스와 레무스, 칼리시라는 이름도 붙여졌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이 늑대들에게 유전자 조작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곧 고생물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던 뜻은 아닙니다. 그저 유사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던 것뿐입니다. 이 연구를 진행하였던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에서 고대 생물의 화석에서 추출한 유전자와 비교하여서 비슷한 유전자를 가지도록 유전자 조작을 하였던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낸 것이 바로 로물로스와 레무스, 칼리시입니다. 즉, 진짜 고대 생물을 복원한 것이 아니라 그저 비슷하게 '흉내'만 낸 것입니다. 그래서 2025년 4월 18일에 세계자연보전연맹(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에서는 공식적으로 다이어울프가 복원된 것이 아니라고 발표하였습니다.

 

타임즈 표지를 장식한 고생물 복원 소식. 이는 사실이 아니다. 출처- https://time.com/7274542/colossal-dire-wolf/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들지는 않나요? 대체 저 연구진들은 무엇을 복원했다고 한 것일까요? 연구진이 주장한 것은 다이어울프라는 고생물입니다. 이 생물은 과거 빙하기 시기 북미와 남미 대륙에서 살았었던 늑대의 친척입니다. 매우 유명한 고생물이여서 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원작 소설인 얼음과 불의 노래에서 등장하는 주인공 가문인 스타크 가문의 상징으로, 그리고 몇몇 캐릭터로 직접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저 다이어울프가 어떤 생물인가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해 보겠습니다. 

 

(1). 매우 많은 숫자의 화석

 다이어울프의 정확한 학명은 아에노키온 디루스(Aenocyon dirus)입니다. 다이어울프라는 말은 라틴어 dirus에서 온 말인데, '흉악한, 무서운'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즉, 무서운 늑대라는 뜻으로 다이어울프라고 부르는 것이죠. 실제로 이 동물은 오늘날 살고 있는 늑대보다 몸집도 더 거대하고 무시무시하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어떤 점이 무시무시하였는가는 차차 소개하도록 하죠.

 다이어울프의 화석은 앞서 소개한 것처럼 북미, 남미대륙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그중에서 특히 많은 화석이 발견되는 곳은 미국 서부에 있습니다. LA, 즉 로스 엔젤레스에 있는 빙하기 시기의 타르 구덩이인 라 브리어 타르 피트(La brea tar pit)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곳에서 무려 3600마리가 화석으로 발견되었으며 머리뼈 화석만 400여 개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이곳은 본래 타르로 이루어진 구덩이였습니다. 많은 동물들이 이곳에 빠져서 목숨을 잃었죠. 그리고 많은 다이어울프들 역시 그 동물들의 시체를 노리고 왔다가 같이 빠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타르 피트에 대해서 읽으러 가기

 

LA에 있는 타르 피트 박물관에서 전시중인 다이어울프의 두개골. 출처- 직접 촬영.

 

타르 피트 박물관에서 전시중인 다이어울프의 복원도, 출처- 직접 촬영.

 

(2). 늑대인가 늑대의 멸종한 친척인가

  다이어울프는 과연 늑대일까요? 아니면 늑대의 친척일까요? 다이어울프를 처음 학계에 보고하였던 미국 필라델피아의 고생물학자인 조세프 레이디(Joseph Leidy)는 1858년에 출간한 자신의 저서 '1857년 네브라스카 탐험에서 수집된 니오브라라 강 계곡의 멸종 척추동물 유해에 대한 소개(Notice of Remains of Extinct Vertebrata, from the Valley of the Niobrara River, Collected during the Exploring Expedition of 1857, in Nebraska, under the Command of Lieut. G. K. Warren, U. S. Top. Eng., by Dr. F. V. Hayden, Geologist to the Expedition)'에서 다이어울프를 멸종한 늑대로 분류하였습니다. 늑대는 카니스속(Canis)에 속합니다. 이에 따라 레이디는 다이어울프를 카니스 디루스(C. dirus)라고 분류하였습니다. 그 반면에 1918년에 미국의 고생물학자 존 캠벨 메리엄(John Campbell Merriam)은 턱의 형태와 이빨의 형태를 통해서 다이어울프의 분류군을 아에노키온속(Aenocyon)으로 분류하였습니다. 즉, 다이어울프가 늑대인가 아니면 늑대의 멸종한 친척인가로 관점이 나누어진 것이죠. 하지만 전반적으로 생김새가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다이어울프는 늑대와 같은 종류로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유전자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인다고 합니다. 2021년에 다이어울프의 화석에서 추출한 유전자를 회색 늑대, 리카온, 승냥이등과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다이어울프의 화석은 5만 년에서 1만 3천년 전의 것이라고 합니다. 이 정도 기간이면 아직 유전자가 어느 정도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이어울프는 오늘날 늑대와는 친척관계이기는 하나, 거리가 꽤 있는 분류군에 속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이 연구에 의하면 다이어울프는 대략 570만년 전에 늑대와 갈라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이들은 진화한 지역도 달랐습니다. 늑대, 그리고 늑대가 속한 분류군인 카니스속은 5백만 년 전에 유라시아 대륙에서 기원하였습니다. 그 반면에 다이어울프는 유전학적 연구를 통해서 아메리카 대륙에서 기원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즉, 다이어울프는 늑대는 아니고 늑대의 친척인 것이죠.

 다이어울프는 현재 2아종으로 나누어집니다. 레이디가 처음 보고하였던 동부 다이어울프, 그리고 1984년에 핀란드 고생물학자 비욘 쿠르텐(Björn Kurtén)이 캘리포니아와 멕시코에서 화석으로 발견하여 학계에 보고한 서부 다이어울프(A. dirus guildayi)가 있습니다. 이 둘의 차이점은 다리 길이와 이빨의 길이가 있습니다(서부 다이어울프의 다리가 더 짧고 이빨 길이가 더 깁니다).

 

(3). 다이어울프의 생활

[1] 강력한 턱

 그렇다면 다이어울프는 어떤 삶을 살았던 동물일까요? 이 동물의 화석을 분석한 여러 연구를 통해서 몇 가지 살펴볼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일부 사례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다이어울프는 매우 강력한 턱힘, 그러니까 무는 힘을 가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2005년에 다이어울프를 포함한 여러 육식 동물의 무는 힘을 분석한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동물의 전체 체중과 머리뼈의 크기를 비교하여서 무는 힘을 측정한 연구였습니다. 그 결과 다이어울프의 무는 힘은 오늘날 늑대보다 훨씬 더 강력하였던 것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이 연구를 진행하였던 호주의 시드니 대학교와 뉴캐슬 대학교, 캐나다의 겔프 대학교 연구진은 다이어울프가 단순히 무는 힘만 강력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였습니다. 연구진은 다이어울프의 무는 힘이 체중 대비 강력하였다는 것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연구진의 분석에 의하면 다이어울프는 체중 대비 무는 힘 수치는 163으로 나왔습니다. 이 수치는 오늘날 불곰(78), 호랑이(127)보다도 더 높습니다. 즉, 다이어울프는 몸무게 대비 매우 강한 무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체중 대비 강력한 무는 힘을 가졌던 다이어울프. 그러면 이 동물은 무엇을 먹었을까요? 일단 확실한 것은 육식성이었다는 것입니다. 다이어울프가 살았던 시대에는 여러 동물이 살았던 시대입니다. 지금도 살고있는 말이나 바이슨, 낙타같은 동물이 그 시대에도 살았었지요. 다이어울프는 아마 이러한 동물들을 사냥하였을 것입니다. 실제로 다이어울프의 이빨을 동위원소로 분석한 연구에서도 그렇게 나오기도 하였죠.

 

[2] 무리사냥

 오늘날 늑대는 무리를 지어서 사냥을 하는 동물의 대표적인 사례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늑대의 친척인 다이어울프는 무리사냥을 하였을까요? 이빨의 동위원소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다이어울프는 말이나 낙타, 바이슨같은 자신보다 더 몸집이 거대한 동물을 사냥하였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다이어울프가 강력한 턱을 가진 사냥꾼이었어도 이런 동물들을 혼자서 사냥하기에는 무리였을 것입니다. 체급 차이가 꽤 나니까요.

 먹잇감과 체급차이가 꽤 나는데도 사냥을 하는 동물이라면 늑대가 있습니다. 늑대를 보면, 이 동물들은 자신들보다 몸집이 더 큰 사슴을 사냥합니다. 단 혼자서 사냥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으로 모여서 무리 사냥을 합니다. 체급을 비교해 보면 늑대와 먹잇감의 차이는 매우 큽니다. 늑대가 사냥하는 먹이중 하나인 말코손바닥사슴은 체중이 500kg정도인데 반해 늑대는 평균적으로 체중이 45kg정도 입니다.  그래서 늑대는 체중대비 강력한 무는 힘과 무리사냥을 통해서 말코손바닥사슴을 사냥합니다. 몸집은 그리 크지 않지만 무는 힘이 매우 강하고 (앞서 소개한 체중 대비 무는 힘을 비교한 연구에서 늑대는 그 수치가 136으로 나왔습니다. 매우 높은 수치이죠.)무리를 지어서 자신보다 더 큰 동물을 사냥하는 육식동물이 늑대입니다.

 

무리를 지어서 엘크를 사냥하는 늑대의 모습.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Hunting_behavior_of_gray_wolves

 

 다이어울프도 늑대와 비슷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이어울프의 체중을 측정한 연구에 따르면, 다이어울프의 평균 체중은 대략 68kg에서 110kg, 즉 오늘날 늑대보다는 크지만 그렇다고 해서 호랑이와 같은 수준의 거대한 육식동물은 아닌 것으로 결과가 나왔습니다 (참고로 호랑이의 경우, 거대한 종인 시베리아 호랑이는 체중이 최대 300kg에 육박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동물은 말이나 낙타, 바이슨과 같은 자신보다 훨씬 더 거대한 동물을 사냥하여서 잡아먹었다는것이죠. 늑대처럼 체중 대비 강력한 무는 힘을 가졌다는 공통점을 고려해 보면 다이어울프도 아마 늑대와 비슷하게 무리사냥을 하면서 거대한 동물을 잡아먹지 않았을까 하고 추정이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육식동물이 그렇듯 다이어울프 역시 상황에 따라서 시체를 먹는 청소부로도 살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2018년에 여러 포유류의 화석의 탄소 동위원소 분석을 통한 식생활 비교 연구를 한 사례에 의하면, 다이어울프는 라마, 말, 낙타를 적극적으로 사냥할뿐 아니라 마스토돈이나 땅늘보처럼 자신들보다 훨씬 더 체격이 큰 생물의 시체도 먹었다는 결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즉, 적극적인 사냥꾼이자 동시에 시체 청소부이기도 했었다는 거죠. 이는 오늘날 육식동물에서도 흔하게 보이는 특징입니다.

 

먹이를 먹는 다이어울프의 모습. 이 동물은 사냥부터 시체 청소까지 다양한 종류의 먹이를 먹었을 것이다. 출처- https://www.nps.gov/whsa/learn/nature/dire-wolves.htm

 

 다이어울프는 매우 매력적인 동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멸종한 동물 중 하나입니다. 이들의 멸종에 대한 원인은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지만 아마 정황상 빙하기가 끝나고 거대한 동물들의 대규모 멸종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이 매력적인 고대의 동물에 대해서 또 어떤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나올지 기대됩니다.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time.com/7274542/colossal-dire-wolf/

(Time: The Return of the Dire wolf)

 

페이스북 친구 JeeHun Lee님의 칼럼

<안될과학의 실수 - 다이어울프의 부활>

 

https://en.wikipedia.org/wiki/Dire_wolf

 

https://tarpits.org/stories/dire-wolf-skull-wall-reinst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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