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학 이야기

LA의 타르층- 빙하기 시기 죽음의 지대이자 북미의 대표적인 신생대 4기 화석지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2. 10. 29. 07:40

  화석은 퇴적암으로 이루어진 지층에서 주로 발견됩니다. 그런데 간혹 색다른(?)퇴적층에서 화석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가령 예를 들자면 화산이 폭발할 때 나오는 화산재가 굳어져서 만들어진 응회암에서 화석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대중에게 유명한 호박 역시 나무에서 흐르는 수액에 생물이 빠지고 굳어져서 화석이 된 것이지요. 그 외에 조개나 복족류등 방해석 성분으로 이루어진 껍질을 가진 생물이 무더기로 퇴적되어서 만들어진 석회암층에서 화석이 발견되기도 하지요.

  그런데 아주 특이한 환경에서 화석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로스앤젤레스에는 아주 유명한 화석지가 있습니다. 이 화석지는 신생대 4기 플라이스토세, 그러니까 현대와 매우 가까운 시기에 만들어진 화석지입니다. La 브레아 타르 피트(La Brea Tar Pits)라고 하는 곳입니다. 이곳은 특이하게  타르로 이루어진 화석지가 존재합니다. 이곳은 북미 신생대 생물의 화석으로 굉장히 유명합니다. 1977년부터는 이곳에 박물관이 있어 대중들이 방문해서 구경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LA에 있는 La 브레아 타르 피트와 그곳에서 발견된 화석에 대한 간략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이하로는 타르 피트로 언급하겠습니다.).

 

타르 피트 박물관에 전시된 콜롬비아 매머드 조형. 출처- 직접 촬영

 

1. 타르로 이루어진 층

  LA의 타르 피트는 북미의 추마쉬족(Chumash)과 통바족(Tongva)이 살던 지역이었습니다. 이들은 이 지역에서 나는 타르를 이용해서 배를 건조하였습니다. 이들은 타르를 이용해서 건조한 배로 산타 바바라 해협에서 채널제도에 분포한 여러 섬들에까지 항해를 하였습니다.

 

채널 제도에 분포한 여러 섬. 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EC%B1%84%EB%84%90_%EC%A0%9C%EB%8F%84_(%EC%BA%98%EB%A6%AC%ED%8F%AC%EB%8B%88%EC%95%84%EC%A3%BC)

 

  그러다가 1542년에 스페인 사람들이 북미를 탐사하면서 유럽인들에게 소개되었습니다. 다만 알려진 이후에도 유럽인들의 이주는 좀 더 이후에 시작되었습니다. 1769년에 스페인 총독 갈바즈(Galvez)와 주니페로 세라 신부(Father Junípero  Serra)등이 가스파르 데 포르톨라 주지사(Gaspar de Portolá)가 조직한 포르톨라 원정(Portolá expedition)의 일환으로 정착민들을 이끌고 새롭게 정착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원정대의 일원이었던 후안 크레스피(Juan Crespí)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습니다. 

 

'분지를 건너는 동안 정찰대는 타르의 간헐천이 샘처럼 땅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고 보고하였다. 간헐천에서 녹고 끓는 물은 한쪽으로 흐르고 타르는 반대쪽으로 흘렀다.' 

오늘날 LA의 시내 중심부가 자리잡는 곳에 위치한 타르 피트는 이렇게 북미로 이주한 백인들에게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캘리포니아가 멕시코의 영토였던 시절인 1828년에 멕시코 정부는 타르가 나오는 이 지역을 스페인어로 '타르 농장'을 뜻하는 렌초 타르 (Rancho tar)에 포함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이 농장에서 타르를 채집할 수 있었지요. 그러다가 멕시코가 미국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후 캘리포니아가 미국의 영토가 되면서 타르 피트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에 편입되었습니다. 

 

2. 타르에서 발견된 화석

  타르 피트가 알려지게 된 연도는 1769년이었지만 화석이 존재한다는 것이 알려진 것은 좀 더 이후의 일이었습니다. 1875년에 타르 피트에서 처음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지질학자였던 윌리엄 덴톤 교수는 타르 피트에서 우연히 검치호의 화석을 처음 발견하여 학계에 보고하였습니다. 하지만 타르 피트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1901년이 되어서야 진행되었습니다. 석유 지질학자 윌리엄 W. 오르쿳(William W. Orcutt)이 타르 피트에서 검치호, 땅늘보, 그리고 다이어 울프라고 하는 육식동물의 화석을 발견하였던 것입니다. 이중 다이어 울프는 타르 피트에서 매우 흔하게 발견된 육식동물입니다. 울프라는 단어가 들어가지만, 늑대랑은 갯과에 속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크게 가까운 관계는 아닌 동물이지요.

 

윌리엄 W. 오르쿳.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William_Warren_Orcutt

 

다이어 울프의 복원 모형. 출처- 직접 촬영

 

타르 피트에서 발견된 다이어 울프의 두개골. 출처- 직접 촬영

 

  타르피트에서 첫 발굴이 이루어진 이례로 지금까지 타르 피트에서는 무수히 많은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대략 4-5만 년 전의 북미의 생태계를 알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발견된 화석종은 무려 600여 종이 넘고 발견된 표본의 숫자는 3백5십만 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정말 어마어마한 수치이죠. 발견된 화석은 검치호, 다이어 울프, 코요테, 곰 등 각종 육식성 포유류와 바이슨, 말, 당시 북미에서 살던 낙타, 소등 초식성 포유류, 그 외에 여러 종류의 맹금류와 파충류, 조개, 곤충 및 식물의 화석이 보고되었습니다. 심지어 북미에 살았던 거대한 코끼리의 친척인 마스토돈의 화석이 발견된 적도 있었지요. 타르 피트에서 화석 발굴과 연구는 지금도 끝나지 않고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타르 피트 박물관의 연구실. 출처- 직접 촬영

 

3. 타르에서 발견된 인간

  1914년에는 타르 피트를 발굴과정에서 인간의 화석이 발견되어 보고되기도 하였습니다. 발견된 화석은 어느 여성의 화석이었습니다. 현재까지 이 여성의 화석은 타르 피트에서 발견된 유일한 인간의 화석입니다. 이 여성에게 어떤 과거가 있었을까요?

 

타르 피트에서 인간의 화석을 처음 보고한 존 메리암 박사.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John_Campbell_Merriam

 

(1). 여성은 언제 살았으며, 무엇 때문에 사망하였을까? 

1914년에 처음 그녀의 화석을 보고한 캘리포니아 대학의 존 메리암(John C. merriam)박사는 그녀가 대략 1만 1천7백만 년 전에 살았던 중년 여성일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1971년에 그녀의 대퇴골에서 나온 조직을 분석한 결과 그녀는 9천 년 전에 살았던 것이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그녀의 사망 원인은 두개골에서 감염의 흔적 비슷한 것이 있어 병으로 죽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그런데 1981년에는 좀 무시무시한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타르 피트에서 발견된 여성은 병으로 죽은 것이 아니라 돌로 만들어진 도구로 살해당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녀의 머리뼈를 조사한 결과, 감염의 흔적이라 판단된 부분, 그러니까 왼쪽 눈, 오른쪽 턱, 오른쪽 정수리에 있는 손상된 부분이 실은 도구에 맞아서 생긴 것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녀를 살해한 살인범들은 자신들의 살해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 그녀를 타르 피트에 던져 넣었을 것이란 것이 그 연구의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타르 피트는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활동하고 있기에 안에서 계속 움직이고 있으며, 그녀의 뼈도 그 움직임에 휘둘리는 과정에서 손상된 것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1985년에는 그녀가 살해당한 것이 아니라 타르 피트에 '재매장'되었다는 연구가 발표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녀의 주변엔 조개껍데기, 마노가 함께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본래 다른 곳에 묻힌 그녀의 유해는 타르 피트로 다시 이장되어서 조개껍데기, 마노와 함께 재매장되었으리란 것입니다. 

 

(2). 개의 화석 

  그녀가 발견된 지점 근처에는 또한 개의 화석이 하나 발견되었습니다. 이 시기 인류는 이미 개를 길들였으며, 개의 화석이 인류의 화석과 같이 발견된 사례가 있기에 그녀 또한 그녀의 개와 함께 타르 피트에 묻힌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그런데 2016년에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여성의 화석과 개 화석의 방사선 연대측정 결과 그녀는 1만 2백 년 전에 살았던 반면, 개는 3천 년 전에 살았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 결과대로라면 둘은 다른 시간대에 살았을 것입니다.

 

타르 피트에서 발견된 여성과 인접한 곳에서 발견된 개의 화석. 출처- Reynolds (1985).

 

  타르피트에서 발견된 여성은 아직 많은 것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정말로 살해당한 것인지, 병으로 사망한 것인지, 아니면 타르 피트에 매장된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원인으로 타르 피트에 묻힌 것인지 아직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습니다. 그 외에도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역시 밝혀진 것이 거의 없습니다. 그녀의 이빨을 분석한 결과 바닷가가 그리  멀지 않지만 그녀는 주로 땅에서 나는 음식을 먹었다는 것만 유추되었을 뿐이죠.

  그녀의 화석은 현재 북미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인간의 화석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녀가 어떠한 삶을 살다가 타르 피트에 묻히게 되었는지는 어쩌면 그녀만이 알지도 모르죠.

 

산타 모니카 바바라 자연사 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타르피트에서 발견된 여성의 두개골 화석 모형.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La_Brea_Woman#cite_note-Merriam1914-1

 

 

4. 지하에서 온 타르, 그리고 화석

  LA의 대표적인 신생대 화석지 타르 피트. 그러면 이 타르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본래 타르 피트가 있던 곳은 강의 하구 지역이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퇴적층과는 다르게 타르가 층을 이루고 있지요. 이 타르는 바로 지하에서 왔습니다. 즉, 지표면 아래 지각에서 온 것이지요. 대략 5백만 년 전 즈음에 지표면에서 1000피트(304미터) 즈음 밑에서 지각 내부의 움직임으로 인해 지각 내부에 있던 석유가 상승하면서 기름 속에 있는 타르가 퇴적층으로 스며들게 되었습니다. 스며든 타르는 지표면까지 올라와서 타르 늪지대를 만들게 되었지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궁금합니다. 타르로 이루어진 늪지대에 왜 동물이 빠졌을까요? 2015년에 은퇴한 전 LA 카운티 자연사 박물관의 큐레이터였던 존 해리스 박사는 타르 피트가 여름철에는 끈끈한 타르 덕분에 먼지부터 나뭇잎 등으로 덮혔을것이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나뭇잎, 먼지 등 여러 요소로 덮여있었기에 동물들은 그 밑에 숨겨진 끈끈한 타르를 눈치채지 못하고 그대로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빠진 동물들을 잡아먹으려고 육식동물들도 같이 왔다가 같이 빠지게 되었죠.

  이렇게 여러 동물이 가두어지게 된 타르 피트는 겨울철에는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타르는 겨울철의 낮은 온도로 인해서 단단하게 굳어졌고 따뜻한 시기에 타르에 빠진 불행한 동물들의 뼈가 그대로 얼어붙어서 보존되었습니다. 단단히 얼어붙어버린 덕분에 겨울철에 내린 눈 및 바람으로 인해서 인근의 산타 모니카 산에서 흘려들어 온 퇴적물이 흐를 때도 다른 곳으로 떠내러 가지 않고 타르 피트에 머물 수 있었지요. 더군다나 이렇게 흘러들어 온 퇴적물은 타르 피트가 다른 동물들 눈에 띄지 않도록 감추어지는데 일조하였을 겁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퇴적층의 깊이는 더더욱 깊어지고 지표 아래에서 올라온 타르는 점점 많아지면서 타르 피트의 깊이는 더더욱 깊어졌습니다. 깊이가 깊어지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더욱 많은 가여운 동물들이 타르에 빠져서 생을 마감하였을 겁니다. 그 동물들의 뼈는 화석이 되어서 오늘날 학자들이 발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발굴된 화석을 통해서 지금도 많은 학자들은 당시 북미의 생태계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ps. 여담으로 전 2017년에 LA를 여행하였을 때 타르 피트를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스팔트 냄새가 매우 강력하였습니다.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tarpits.org/historic-research-rancho-la-brea

 

https://en.wikipedia.org/wiki/La_Brea_Tar_Pits

 

https://naturalhistorymag.com/htmlsite/master.html?https://www.naturalhistorymag.com/htmlsite/0607/0607_feature.html

 

https://www.youtube.com/watch?v=xZ4twDqSNaY&t=386s

 

https://www.youtube.com/watch?v=PMKptjhffrM&t=660s

 

Fuller, B. T., Southon, J. R., Fahrni, S. M., Harris, J. M., Farrell, A. B., Takeuchi, G. T., ... & Taylor, R. E. (2016). Tar Trap: No evidence of domestic dog burial with “La Brea Woman”. PaleoAmerica, 2(1), 56-59.

 

Jones, D. B., & Desantis, L. R. (2017). Dietary ecology of ungulates from the La Brea tar pits in southern California: a multi-proxy approach. Palaeogeography, Palaeoclimatology, Palaeoecology, 466, 110-127.

 

Merriam, J. C. (1914). Preliminary report on the discovery of human remains in an asphalt deposit at Rancho La Brea. Science, 40(1023), 198-203.

 

Reynolds, R. L. (1985). Domestic dog associated with human remains at Rancho La Brea. Bulletin of the Southern California Academy of Sciences, 84(2), 76-85.

 

Spencer, L. M., Van Valkenburgh, B., & Harris, J. M. (2003). Taphonomic analysis of large mammals recovered from the Pleistocene Rancho La Brea tar seeps. Paleobiology, 29(4), 561-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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