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역사를 보면 여러 번의 멸종 사건이 항상 있었습니다. 심지어 지금도 멸종 사건은 계속 일어나고 있지요. 그런데 이 멸종이 대규모로 일어나는 사건을 대멸종이라고 합니다. 최소 50% 이상의 생물이 멸종하는 사건을 대멸종이라고 하지요. 지구의 역사를 보면 대멸종은 총 5번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대중에게 가장 유명한 대멸종이라면 공룡시대 말에 있었던 백악기 말 대멸종, 그리고 모든 멸종의 어머니로 불리며 90% 이상의 생물이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 페름기 말 대멸종이 있지요.
(공룡 멸종의 방아쇠-칙술로브 분화구와 K-Pg 대멸종 읽으러 가기)
그런데, 두 대멸종에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대멸종이 있습니다. 바로 가장 오래된 대멸종인 오르도비스기 말 대멸종이지요. 오르도비스기. 뭔가 이름이 좀 덜 익숙한데요. 대략 4억 8천만 년 전에서 4억 4천만 년 사이의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는 현재 우리나라 강원도 태백산 일대에서 삼엽충이 살기도 하였습니다.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바로 이전 시대인 캄브리아기와 경계인 시기였지요. 지금도 태백산 일대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삼엽충이 발견되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 오르도비스기, 그리고 그다음 시기인 실루리아기로 넘어가는 시기에 대멸종 사건이 있었습니다. 대략 4억 4천만 년 전에 지구의 생태계가 맞이한 첫 번째 대멸종이었지요. 과연 이 대멸종은 어떤 이유로 일어난 것이었으며, 또 얼마나 많은 생물이 멸종하였을까요?
1. 오르도비스기 말 빙하기
빙하기. 이 단어를 들으면 아마 대부분의 독자분들은 매머드가 살던 신생대 시기 빙하기를 떠올리실 겁니다. 여러 대중매체에서 나오는 가장 인기가 많은 빙하기 시기이지요. 그런데, 사실 빙하기는 지구 역사를 보면서 여러 번 일어났습니다. 심지어 20억 년 전 즈음에도 빙하기가 찾아온 시기도 있었지요. 즉, 빙하기는 꽤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오르도비스기 말 빙하기는 오르도비스기 말이었던 4억 4천만 년 전에 일어났습니다. 당시의 전 지구의 기온은 현재보다 5도가 더 낮았습니다. '겨우 5도? 그걸로 큰 차이가 일어나나?'라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특히나 여름-겨울의 기온 차가 심하니까요. 하지만 특정 지역에서 온도가 5도 내려가는 것과 전 지구의 온도가 5도 내려가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예를 들자면 우리에게 익숙한 빙하기, 그러니까 1만 5천 년 전에 끝난 빙하기의 경우엔 지구의 온도가 지금보다 겨우 6도 낮았습니다. 1세기 전이었던 20세기엔 지금보다 겨우 0.6도 낮았었지요. 즉, 전 지구적으로 온도가 나으면 환경에 엄청난 변화가 생긴다는 뜻입니다. 오르도비스기 말 대멸종 역시 이러한 일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르도비스기 말 빙하기의 흔적은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요? 이 시기는 상당히 옛날 시기이기 때문에 그 흔적은 많이 남아있지는 않지만, 아직 지구 곳곳에서 약간이나마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시대의 흔적은 현재 미국 와이오밍과 아프리카의 모로코, 남아공, 리비아 등에 남아있습니다.
2. 원인이 무엇이었을까?
그러면 이 대멸종을 불러일으킨 빙하기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요? 학자들은 오르도비스기 대멸종 시기의 지층에서 아직 남아있는 암석들을 분석하였습니다. 그 결과 이 시기에 대기 중의 탄소 농도가 감소하였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탄소의 농도가 감소하였다는 것은 곧 지구에 일어날 온실효과가 감소하여 (현재 기후 위기와는 대조적인 것입니다. 현재 이산화탄소 농도는 매우 빠르게 증가를 하고 있죠.) 전 지구의 기후가 낮아지는 결과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그 결과가 빙하기였죠. 이 빙하기는 대체 무엇 때문에 일어난 것일까요? 사실 여기에 대해서 아주 뚜렷한 답은 없습니다. 이 시기에는 식물의 육상 진출, 화산 활동등 여러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원인으로 지목된 것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식물의 육상 진출
'식물이 육상으로 진출한 게 어떻게 빙하기를 불러일으켰다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드실 겁니다. 2012년에 영국 엑서터 대학교의 티모시 랜톤 교수와 연구진은 이 시기에 비 관다발 식물 (뿌리에서 흡수한 물을 잎까지 운반하는 식물 내부의 관을 이야기합니다.)의 육상 진출이 원인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정확히 이야기해서 이끼와 같은 선태식물이 환경을 바꾸어서 대멸종과 빙하기가 찾아왔다는 것이지요. 식물이 육상에 진출하여서 인, 칼륨 칼슘, 마그네슘등 여러 무기염류가 필요 하였을 겁니다. 오늘날 후손들이 그러는 것처럼요. 그리고 이를 얻기 위해서 이들은 단단히 굳어있는 토양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그 결과 토양의 풍화가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풍화된 토양이 물을 따라 (육상으로 진출한 이 식물들은 주로 물가 주변에서 서식합니다. 오늘날에도 물가 근처와 같은 축축한 환경에서 주로 살지요.) 바다로 흘러갔습니다. 바다로 떠내려온 토양에서 방출되는 인이나 질소 등 무기물은 바다에서 광합성을 하는 남세균류의 증식을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다량으로 증식한 남세균류는 곧 부영양화를 불렀습니다. 부영양화가 일어나면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 즉, 용존산소는 감소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무기물이 많아지면서 이 무기물을 분해하는 세균 및 플랑크톤이 지나치게 많이 증식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무기물을 분해할 때 산소를 이용합니다. 즉, 산소의 사용량이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죠. 그 결과 바닷물의 용존산소는 감소하게 됩니다. 그 결과 수중 생물들은 호흡을 하는 것에 있어 아주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멸종으로 이어진 것이지요. 이런 이유 때문에 오늘날에도 부영양화는 매우 심각한 문제 중 하나입니다.
부영양화는 산소의 결핍뿐 아니라 지구의 기후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인간의 활동 외에도 이산화탄소는 생물의 호흡, 시체를 박테리아가 분해하는 부패 작용, 그리고 해양에서 탄소의 방출 등으로 인해 생겨납니다. 오르도비스기 시기에는 이 모든 활동이 바닷속에서 주로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부영양화로 생물이 대규모로 감소하면서 이산화탄소의 방출량 역시 감소하였습니다. 게다가 부영양화로 인한 해수면과 대기의 차단은 곧 바닷속의 탄소가 대기로 이동할 수 없는 결과를 불렀지요. 이로 인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감소하였고, 그 결과가 빙하기였다는 것이 랜톤 교수와 연구진의 주장입니다. 즉, 빙하기가 대멸종을 부른 것이 아니라 대멸종의 원인이 빙하기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입니다.
(2). 화산 활동
식물로 인해 일어난 대멸종은 그럴듯해 보이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이 설명은 2021년 11월에 반론이 제기되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리버사이드 대학교의 알렉산더 폴 박사와 공동 연구진은 이 시기의 바닷속에서 만들어진 탄산염암을 분석하였습니다. 그 결과 기존의 부영양화로 인한 산소 결핍이라는 설명과는 모순된 결과가 드러났습니다. 바다에서 산소가 결핍된 것은 맞았지만, 문제는 깊은 심해에서 산소가 결핍되었고, 정작 생물이 많이 서식하였던 얕은 바다에선 큰 산소 결핍이 없었던 것으로 결과가 나왔던 것입니다. 즉, 당시 살았던 대부분의 생물에겐 산소가 큰 문제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추운 기후일수록 산소가 바닷물에 더 잘 스며들기에 바다 생물에게 있어 용존산소는 큰 문제가 아니었으리라는 것이라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었죠.
그러면 원인은 무엇이었을까요? 2020년에 중국과학기술대학에서 새로운 연구 결과를 보고하였습니다. 해당 연구에 의하면, 화산활동이 그 원인이었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남중국에서 발견된 오르도비스기 대멸종 시기의 지층에서 발굴된 암석을 이루는 광물인 황철석을 동위원소로 분석하였습니다. 그 결과, 황의 성분이 마치 남극에서 발견된 아이스코어에서 화산활동으로 인해 쌓인 황의 성분과 매우 유사하였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따라서 이를 토대로 연구진은 화산활동이 오르도비스기 말 대멸종의 원인인 기후변화, 그리고 해양의 무산소화등의 결과를 불러일으켰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2021년 12월에 발표된 또 다른 연구에서도 이를 지지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독일 올덴부르크 대학교와 영국 옥스포드 대학교, 리즈 대학교, 플리머스 대학교의 연구진은 4억 4천만 년 전 즈음의 대규모의 화산의 폭팔이 바다로 인의 대규모 유입으로 이어져서 대멸종이 일어났다고 결론내렸습니다. 자세히 이야기 하자면, 화산폭팔로 인한 육지의 침식 및 화산재와 용암의 분출로 인해서 대규모의 인이 바다로 유입되었습니다. 그로 인해서 대량의 남세균류 번식이 일어났습니다. 남세균류는 광합성작용을 하여서 이산화탄소를 분해하여 산소를 만드는 일을 하지요. 그런 남세균류의 대량 증식은 곧 이산화탄소의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그 결과 지구의 온도가 갈수록 낮아져 종국엔 빙하기가 찾아왔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었습니다.
3. 빙하기가 대멸종을 야기한 까닭
어떤 원인이든 빙하기가 찾아오면 지구에 엄청난 변화가 생깁니다. 오르도비스기 시기 지구의 기온은 오늘날보다 더 따뜻하고 해수면의 높이 역시 더 낮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구의 기온이 낮아지는 빙하기가 찾아오는 것이니까요. 먼저 해수면의 하락이 있었습니다. 바다가 얼면서 물이 얼음이 되고, 그 결과 액체 상태인 물의 양이 줄어들었죠 (물을 이루는 분자인 H2O의 질량은 똑같지만 액체 상태의 물의 양이 줄어들고 고체 상태인 얼음이 증가하였다는 뜻입니다.). 그 결과 해수면이 낮아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결과 전 지구적인 기후 변화 및 환경의 변화가 일어났지요.
이런 거대한 규모의 환경 변화는 생물에게 매우 위험하였습니다. 전 지구적으로 기온이 낮아지는 빙하기는 높은 이산화탄소 환경으로 인해 이루어진 온실효과를 약화시키기 때문이죠. 갑자기 기온이 낮아지고 추워지면 열대기후에서 사는 생물들은 적응하기 매우 어려워집니다. 거기에 더해서 빙하기 시기에는 해수면의 하락도 일어납니다. 왜냐하면 낮은 온도로 인해서 물이 얼음이 되면서 액체 상태의 물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실제로 가장 최근에 있었던 신생대 빙하기 때는 이런 이유로 베링해협을 걸어서 건널 수 있었고 또 서해에서 사람이 걸어 다닐 수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나면 대부분의 생물이 바다에서 살았던 당시에 많은 생물이 서식지를 잃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4. 그래서, 얼마나 많은 생물이 멸종하였던 것일까?
첫 번째 대멸종인 오르도비스기 대멸종. 그러면 이 대멸종 당시 얼마나 많은 생물이 멸종하였을까요? 이 시기의 생물은 대부분 바다라는 환경에서만 살수 있는 해양 생물이었기에 바다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특히나 취약하였습니다. 특히나 빙하기가 와서 해수면에 변화가 일어나거나 한다면 더더욱 취약하지요. 당시 살았던 상당수의 어류와 이매패류, 복족류, 완족류, 산호등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100과 60속이 넘게 멸종하였습니다. 이렇게 보면 얼마나 많은 생물이 멸종한 건지 감이 잘 안 오실 수 있을 텐데요.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당시 살았던 생물의 85% 정도가 이 시기에 멸종하였다고 합니다.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진 공룡 대멸종 사건보다도 더 큰 규모의 대멸종이 바로 오르도비스기 말 대멸종입니다 (공룡 대멸종 때는 대략 65% 정도가 멸종하였다고 합니다.). 이 대멸종을 능가하는 대멸종은 95%의 생물이 멸종한 페름기 말 대멸종 뿐이지요.
이 대멸종 사건은 한번에 일어난 사건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에 빙하기가 시작되었을 때, 그리고 빙하기가 끝날 때 즈음에 걸쳐서 두 번 멸종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열대 바다에서 적응한 생물들은 빙하기가 시작되었을 때 멸종하였습니다. 그리고 빙하기가 끝나가는 때에는 추운 환경에 적응한 생물이 멸종하였지요. 두 멸종 사건의 요인 모두 대규모의 환경 변화이죠.
4. 빙하기 외 대멸종의 또 다른 이유
오르도비스기 말 대멸종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빙하기입니다. 그런데, 빙하기 외에도 대멸종을 야기한 다른 주장이 있습니다. 우주에서 초신성 폭팔이 일어나 지구에 대규모의 방사능이 쏟아져 나왔다, 대규모의 대륙이동이 원인이다 등등... 이 시기는 굉장히 옛날인 데다가 남아있는 지층도 많지 않아서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오르도비스기 대멸종 사건은 지구에서 일어난 최초의 대멸종 사건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연구 출처-
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21/11/211101141526.htm
https://earth.usc.edu/~stott/Catalina/Ordovician.html
https://en.wikipedia.org/wiki/Ordovician%E2%80%93Silurian_extinction_events#Glaciation
Lenton, T. M., Crouch, M., Johnson, M., Pires, N., & Dolan, L. (2012). First plants cooled the Ordovician. Nature Geoscience, 5(2), 86-89.
Longman, J., Mills, B. J., Manners, H. R., Gernon, T. M., & Palmer, M. R. (2021). Late Ordovician climate change and extinctions driven by elevated volcanic nutrient supply. Nature Geoscience, 1-6.
Nardin, E., Goddéris, Y., Donnadieu, Y., Hir, G. L., Blakey, R. C., Pucéat, E., & Aretz, M. (2011). Modeling the early Paleozoic long-term climatic trend. Bulletin, 123(5-6), 1181-1192.
Sheehan, P. M. (2001). The late Ordovician mass extinction. Annual Review of Earth and Planetary Sciences, 29(1), 331-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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