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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멸종의 방아쇠-칙술로브 분화구와 K-Pg대멸종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1. 3. 3. 05:53

운석 충돌

 공룡이 멸종한 이유. 여기에는 많은 가설이 존재합니다. 화산 폭팔, 독성 식물의 진화, 포유류가 알을 훔쳐서... 심지어 외계인이 납치해가서  없다는 주장도 있다는군요.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이유는, 그만큼 공룡의 멸종 원인이 특정한 하나라고 단정 짓기 어려울 만큼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아마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공룡의 멸종 원인은 바로 이것이겠죠. '운석의 충돌.'.

공룡 멸종의 방아쇠를 당기는 운석이 충돌하는 순간. 출처-https://pixabay.com/illustrations/dinosaur-asteroid-prehistoric-times-4500889/

 운석이란 우주에서 떠다니던 천체가 지구로 충돌한 것을 이야기합니다. 지구로 떨어지는 천체는 보통 대기권에서 다 타버리지만, 간혹 철처럼 단단한 물체로 이루어졌을 경우엔 표면까지 떨어지기도 하지요. 그게 운석입니다. 운석은 떨어질 때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기 때문에 부딪힐 때의 충격도 매우 큽니다(물리공식 힘=질량X속도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빠른 속도로 부딪힐수록 힘도 엄청나지지요.). 따라서 지구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져서 환경의 변화가 일어나면 그것이 대멸종의 원인이 되겠지요.

오스트레일리아 노던주에 위치한 헨버리 운석 보호구역의 운석. 출처-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Henbury_Meteorite.jpg

 최근 연구에 의하면, 당시 지구에 떨어졌던 운석은 소행성이 아닌 혜성이 태양의 조석력이라고 하는 힘의 영향으로 인해서 파괴되어서 그 파편이 지구에 떨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태양에 극히 가깝게 접근하는 선 그레이징 혜성이었다는 것이죠. 이 혜성들은 태양에 끌려들어 가서 증발하기도 하고, 파괴되기도 한다고 하지요. 즉, 공룡 멸종의 원인이 되었다는 운석도 그 혜성이 파괴된 파편이 당시 지구에 충돌하여서 그 원인으로 공룡이 멸종하였다는 것이죠.

 

다량의 이리듐으로 형성된 층

 그렇다면 왜 운석 충돌이 공룡 멸종의 요인으로 생각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80년 미국 버클리 대학교의 알바레즈 연구팀이 이탈리아 구비오지역에 분포한 K-T경계층을 조사한 결과와 알바레즈 가설을 발표하였습니다. 알바레즈 가설이란 운석 충돌로 인해 대멸종이 일어났다는 가설이지요. 이 가설의 근거로 알바레즈 연구팀은 이탈리아의 K-T경계층에서 검출된 이리듐을 근거로 하였습니다

 알바레즈 연구팀이 조사한 구비오 지역은 현재 이탈리아 중부에 위치한 지역으로, 이곳에 K-T경계층이 존재합니다. K-T경계층이란 중생대 백악기와 신생대 제3기의 경계 지층을 이야기하는 지층으로, 이 경계층을 위아래로 공룡시대에 형성된 지층, 그리고 공룡시대 이후에 형성된 지층으로 나누어지지요. 구비오 지역에 분포한 K-T경계층에는 점토암과 석회암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곳에 분포한 점토암의 성분을 화학분석을 한 결과, 점토암을 이루는 성분이 대기의 성층권에서 떠다니는 먼지와 비슷한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이리듐(iridium)이 다량으로 검출되었다는 점이죠. 이리듐은 현재 반도체, X선 망원경들을 제작할 때 사용되는 원소로 지표면에서는 매우 희귀한 원소이나, 지각 아래 광산에서 간혹 발견되며(첫 발견도 광산에서 발굴되었다고 합니다.), 그 외에 운석에서도 검출되기도 합니다. 즉, K-T경계층에 분포한 다량의 이리듐은 지각 아래에서 화산폭팔로 유출되었거나, 운석에서 검출되었을 가능성이 높지요. 실제로 공룡 멸종의 또 다른 원인으로 주목받는 가설 중 하나가 화산 폭발로, 인도의 데칸고원을 이룬 대규모의 화산 분출이 그 원인이라는 가설이 있습니다. 

 화산 폭팔에 대한 이야기는 언젠가 다루기로 하고, 여기서는 운석 충돌설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더 해보겠습니다. 구비오의 K-T경계층에서 다량의 이리듐이 검출되자 알바레즈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알바레즈 가설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운석 충돌설이 처음 학계에 제시되었습니다.

구비오에 위치한 K-T경계층. 모자를 쓴 인물이 알바레즈 연구팀의 월터 알바레즈 박사이다. 출처-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Walter_Alvarez_and_Alessandro_Montanari_at_K_Pg_(KT)_Boundary_at_Bottaccione_Gorge_near_Gubbio_Italy.jpg

유카탄 반도에 위치한 분화구

 그러면 운석이 실제로 충돌했다면, 그 흔적은 어디에 있을까요? 1975년 석유탐사를 위해 멕시코만과 유카탄 반도의 해양 지질을 연구하던 로페즈 라모스는 직경 200Km 즈음의(후속 연구에서 150km로 측정되었습니다.) 둥근 분화구와 비슷한 지형을 발견하였습니다. 당시 그는 그것을 화산 폭발의 흔적이라고 생각하였고 유카탄반도의 해양 지질에 대한 보고서에서도 그렇게 이야기를 하였죠. 이곳이 처음으로 충돌에 의한 분화구라는 이야기를 한 것은 1981년에 보고된 논문에서였습니다. 논문을 저술하였던 펜필드 박사와 카마르고 박사가 처음으로 충돌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을 하였죠.

 이곳이 칙술로브 분화구라고 명명한 연구는 1991년에 발표되었습니다. 애리조나 대학교의 알란 힐더브랜드 박사와 연구팀은 이 분화구의 암석을 화학분석한 결과, 이곳에서 발견된 암석에 포함된 텍타이트 성분이 K-T경계층에서 발견된 것과 유사하였죠. 텍타이트는 일종의 천연 유리로, 운석이 떨어질 때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진 성분입니다. 즉, 운석이 떨어져서 만들어졌다는 증거이지요. K-T경계층의 암석들의 경우 충격으로 인해 변형된 암석이 발견되는데, 유카탄반도의 분화구에서도 그 흔적이 발견되었죠. 따라서 연구팀은 이 분화구가 운석의 충돌로 만들어졌다고 결론을 내리고 이를 칙술로브 분화구(Chicxulub Crater)라고 명명하였습니다. 멕시코 발음으로는 '칙(크)슬루브'라고 발음 한다고 하네요.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분화구에서 다량의 이리듐층이 검출되었다고 합니다. 분화구에서 발견된 이리듐층은 다른 지역에서 발견된 것보다 4배 더 두꺼웠죠. 분화구 근처 신생대 고 제3기(신생대 3기에서 팔레오세, 에오세, 올리고세를 포함하는 시기로 6천5백만 년 전~2천6백만 년 전을 일컫는다.)의 맨 먼저 시기인 팔레오세때 만들어진 석회암의 바로 아래층에서도 이리듐층이 발견되었죠. 그래서 공룡이 멸종한 사건이 운석의 충돌이었음이 더욱더 확실해졌습니다.

칙술로브 분화구의 위치. 출처-https://www.flickr.com/photos/45617735@N07/4420307678
해저에서 촬영된 칙술로브 분화구,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Chicxulub_crater

 

운석 충돌의 영향

 운석충돌은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운석은 얼마나 컸을까요? 2014년에 멕시코 국립 자치 대학교 (Universidad Nacional Autónoma de México)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칙술로브 분화구를 만든 운석의 질량은 1.0x10^15kg에서 4.6x10^17kg에 직경은 10.6km에서 80.9km, 부딪혔을 때 충격은 1.3x10^24J 에서 5.8x10^25J 정도라는 결과가 나왔죠.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히로시마에 투하하였던 원자폭탄의 210억 배~9천1백억 배의 위력과 맞먹는 위력이었죠. 동시에 인류가 현재까지 만들어낸 가장 강력한 핵폭탄인 러시아의 차르 폭탄의 1억 배에 달하는 위력이었다고 합니다. 이 분화구는 현재 지구에 남아있는 두 번째로 가장 거대한 분화구라고 합니다(참고로 가장 큰 분화구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있는 20억 년 전에 만들어진 브레데포트 분화구(Vredefort crater)로 지름이 300km 정도라고 합니다.).

 이렇게 거대한 운석이 충돌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2014년 쓰나미에 대한 책에서 나온 이야기에 따르면, 운석이 충돌할 때 거대한 쓰나미가 일어났으리라고 합니다. 그 높이가 대략 100m 정도 되는 어마어마한 쓰나미로, 20층 정도 되는 건물의 높이정도 되는 쓰나미였지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의 쓰나미가 39m 정도 였다는걸 생각해보면 정말 어마어마한 메가쓰나미가 일어났었죠(이것도 얕은 바다에 떨어져 100m 정도 였다고 합니다. 깊은 바다였으면 쓰나미가 최대 4.6km 정도까지 일어났을 수도 있다고 하네요.).

혜성 파편이 충돌하는 순간. 출처-https://www.nhm.ac.uk/discover/how-an-asteroid-caused-extinction-of-dinosaurs.html

대멸종

 알바레즈 가설에 따르면, 이 정도로 거대한 충격이 지구에 전해진다면 운석이 부딪히면서 전해지는 충격파로 인해서 지표면에 있던 먼지가 대기권까지 떠올라 거대한 먼지 구름층을 형성하였을 겁니다. 그러면 광합성을 할 수가 없었겠지요. 광합성을 할 수 없으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생물은 광합성을 하는 식물들과 바다의 표면을 떠다니는 남세균류였습니다. 광합성을 하는 생물들은 광합성을 하면서 살기 때문에 광합성을 못 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겠지요. 이들은 생태계의 가장 밑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며 생태계의 가장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이 타격을 받으면 이들을 먹고사는 초식동물(해양의 경우엔 식물성 플랑크톤)들이 먹을 것이 없어지게 되지요. 그러면서 초식동물들의 개체 수가 줄어들게 되고, 초식동물이 줄어들면서 그들을 잡아먹는 육식동물 또한 줄어들고, 줄어들면서 멸종을 하게 되지요.

 또한, 이렇게 바다에 거대한 물체가 충돌할 때 지구 표면의 온도는 상승하였다고 합니다. 운석이 바다에 떨어지면서 운석에 딸려온 열과 방사능이 성층권의 에어로졸(대기 중에 부유하는 고체 또는 액체의 미립자)의 증발을 일으킵니다. 성층권에 떠다니는 에어로졸은 태양에서 방출되는 열에너지를 조절하여 지구에 열이 직접적으로 쏟아지는 것을 방지하는데, 성층권의 에어로졸이 다량으로 증발해버리면서 태양의 열이 직접적으로 지구에 쏟아지게 되었던 것이죠. 

 운석이 충돌하고 난 후 지구의 대기에는 거대한 먼지구름이 형성되었습니다. 지구에 방출되던 태양열은 이제 급속도로 감소하였는데, 먼지구름으로 인해서 태양 빛은 10%까지 감소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지구의 온도는 다시 급격히 떨어지게 되었지요. 따라서 햇빛을 충분히 받지 못한 상당수의 식물들이 광합성을 하지 못해 감소하게 되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이 상태가 무려 수십 년 동안 지속되었다는군요.

 

 이렇게 환경이 갑작스럽게 변화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생물은 생태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생물군입니다. 당연한 것이, 기존 환경에 익숙했기 때문에 널리 퍼졌으니, 환경이 변하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겠지요. 육지에서는 조류를 제외한 모든 공룡과 많은 조류, 심지어 많은 포유류가 멸종하였습니다(포유류도 이 대멸종에서 상당한 타격을 입기는 하였습니다. 다만 살아남는 데에 성공하였지요.). 하늘에서는 날아다니는 파충류 익룡이 멸종하였으며 바다에서는 모사사우루스류와 기타 여러 해양 파충류들이 멸종하였지요. 이 당시 전체 생물의 65% 정도가 이때의 대멸종 사건으로 멸종하였다고 합니다.

 공룡 대멸종 이라고 하는 K-Pg대멸종. 공룡이라는 매력적인 생물이 조류를 제외하면 모두 멸종하였고 기타 하늘과 바다를 지배하는 파충류들이 멸종한 대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포유류, 그리고 조류는 새로운 기회를 얻는 것에 성공하였습니다. 어찌 보면 현재 우리가 존재할 수 있게 한 멸종이었다는 점에서 나름 중요한 사건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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