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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기록의 부재 (3) - 잠시 사라진 거인 -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3. 7. 22.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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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화석기록에서 곤충, 그리고 초창기 사지동물의 화석기록이 잠시 사라졌던 시기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았습니다.곤충의 경우에는 지금까지 화석기록이 발견되지 않아서 날개의 진화사에 대해서 아직까지 여러 미스터리인 부분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사지동물의 경우에는 처음에 공백기가 발견된 이후로 화석기록이 계속해서 발견되어서 그 공백을 메워나갔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자 그러면 공룡은 어떨까요? 공룡은 1억 년이 넘는 아주 긴 시간 동안 화석기록이 아주 많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런데, 몇몇 공룡의 경우에는 특정 시기에 아예 공룡의 화석기록이 부재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특정 공룡의 화석기록이 부재한 시기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 본래 본문에서 다루는 연구에서 용각류의 분류학적 내용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은 이야기를 해야 하나, 여기에서는 간단한 내용만 다루겠습니다.

 

1. 북미의 용각류 화석기록의 공백기

  용각류, 다시 말해서 목이 길었 공룡은 지상 위를 걸었던 생물 중에선 가장 거대했던 생물입니다. 이 초거대 거인들은 공룡시대 초창기인 트라이아스기 후기에 등장하였다가 본격적인 공룡의 시대가 시작하는 쥐라기 시대에 들어서면서 몸집이 매우 거대하게 자라났지요. 한동안 이 거인들은 공룡시대의 마지막 시기인 백악기에 들어서면서 멸종하였다고 생각되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화석기록이 부재하였기 때문이지요. 물론 이건 상당히 옛날 관점이고 지금은 이 공룡들은 백악기에도 많이 살았다는 것이 현재 중론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봐야 할 점은 바로 백악기 시기 북미와 유럽입니다. 이 시기에 북미와 유럽에서 용각류의 화석기록이 잠시 사라지는 때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마치 용각류 공룡이 갑자기 잠시 어디론가로 갔다가 다시 나타난 것처럼 중간에 사라졌다가 다시 등장하는 시기가 있는 것이죠. 이를 용각류 틈새(Sauropod hiatus)라고 합니다.

 용각류 틈새라는 개념은 1922년에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 소속의 찰스 위트니 길모어(Charles Whitney Gilmore)박사가 처음 발견하였습니다. 길모어 박사는 뉴멕시코의 오조 알라모층(Ojo Alamo Formation)에서 알라모사우루스(Alamosaurus)라는 용각류 공룡을 학계에 보고하였습니다. 그런데 알라모사우루스가 살았던 것으로 보이는 시기는 백악기 말기 거의 공룡의 멸종 직전 시기였습니다. 즉, 알라모사우루스는 공룡이 멸종할 때 즈음 시기에 살았던 공룡이라는  것입니다.

 

알라모사우루스의 모습.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Alamosaurus-sanjuanensis.jpg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북미에서 발견되는 용각류들의 양상입니다. 백악기에 접어들면서 북미에서는 남미나 아시아, 호주와는 다르게 북미에서는 용각류 공룡의 화석기록이 1억 년 전 즈음 이후로 잠시 사라졌습니다. 그러다가 공룡시대 말기 즈음에 갑자기 알라모사우루스 다시 등장하게 된 것이죠. 알라모사우루스 이전의 북미에서 살았던 가장 오래된 용각류는 사우로포세돈 프로텔레스(Sauroposeidon proteles)라고 하는 공룡입니다. 이 공룡이 발견된 와이오밍의 클로버리 층(Cloverly Formation)은 1억 4만 년 정도 전에 형성되었습니다. 이 공룡이 알라모사우루스 이전에 북미에서 살았던 가장 오래된 용각류 공룡입니다. 즉, 북미에서는 대략 1억 년 전부터 7천만 년 전까지 목긴 공룡인 용각류 공룡의 화석기록이 잠시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재미있게도 이런 용각류 화석기록의 공백기는 북미에서만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조금씩 유럽에서도 이런 공백기가 등장하였습니다. 이 시기 공백기에 대해서는 여러 연구가 진행이 되고 몇 가지 설명이 있었습니다. 어떤 설명이었는지 다음 단락에서 살펴보겠습니다.

 

 

3. 용각류 틈새에 대한 가설

  1989년에 뉴멕시코 자연사 박물관의 스펜서 조지 루카스(Spencer G. Lucas)박사와 뉴멕시코 대학교의 애드리안 헌트(Adrian P. Hunt) (현 비행 유산 및 전쟁 박물관(Flying Heritage & Combat Armor Museum)소속) 박사는 용각류 틈새라는 용어를 본격적으로 제시하였습니다. 용각류의 화석기록이 갑자기 사라졌다가 다시 등장한 것을 재확인 한 것이었죠. 그들은 용각류 틈새라는 용어를 정리하면서 2가지 가설을 제시하였습니다. 

   첫 번째 가설은 '내륙 초식동물(inland herbivore)'이라는 가설입니다. 이 가설에 따르자면 북미에서 백악기 시기 화석이 주로 발견되는 지층이 형성된 지역과 과거 용각류 공룡들이 살던 지역이 달랐다는 것입니다. 과거 백악기 시절 북미는 서부내륙해(Western Interior Seaway)라는 바다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용각류 틈새 시기인 1억년~7천만 년 전 사이에 북미에서 용각류 공룡들은 주로 내륙에서 살았을 것이라는 것이 내륙 초식동물 가설입니다. 즉, 오늘날 남아있는 백악기 시기 지층이 형성된 지역과 과거 실제 용각류들이 살았던 지역이 달라서 목긴 공룡들이 화석으로 보존되지 못해 화석기록에서 틈새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이 내해는 대략 7천만 년 전 즈음에 사라졌으며 (단 미시시피 지역에선 공룡시대 이후에도 잠시 내륙해의 흔적이 존재하기도 하였습니다.), 그에 따라서 용각류 공룡의 화석기록이 다시 등장하게 되었다는 것이 내륙 초식동물 가설의 핵심입니다. 즉, 화석이 발견될 지역이 아닌 곳에서 공룡들이 살았기에 화석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공룡이 살던 백악기 후기 8천만 년 전 즈음 시기의 북미의 모습. 이 시기 육상생물의 화석은 주로 서부내륙해(Western Interior Seaway)의 해안가 인근에서 만들어진 지층에서 발견되었던반에 용각류 공룡은 내륙에서 살았기에 화석으로 발견되지 못했다는 것이 내륙 초식동물 가설의 핵심이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Western_Interior_Seaway

 

  두 번째 가설은 '남쪽의 이주(austral immigrant)' 가설입니다. 이 가설은 첫 번째 가설과는 달리 용각류 공룡이 정말로 북미에서 사라졌기에 화석기록으로 남지 않았다는 가설이라고 합니다. 공룡시대 말기에 들어서서 남미 쪽에서 용각류 공룡이 새로 이주를 해왔기에 다시 화석기록이 나타났다는 것이 이 가설의 중심 내용입니다. 즉, 본래 북미에서 용각류 공룡이 살았다가 멸종을 겪은 후에 다시 남쪽에서 새로운 용각류가 이주해서 빈자리를 채웠다는 가설입니다.

  어느 쪽이 맞는 가설이냐요? 다음 단락에서는 이 두 각각의 가설을 지지하는 주장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4. 내륙 초식동물 가설이 옳다!

    2011년에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의 필립 매니온(Philip D. Mannion) 박사와 폴 업처(Paul Upchurch)교수는 용각류 틈새에 대한 리뷰 연구를 발표하였습니다.북미와 유럽에서 발견된 백악기 시기 용각류의 흔적 (뼈화석, 이빨화석, 발자국 화석 등등) 그들은 내륙 초식동물 가설이 옳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북미와 유럽에서 용각류 틈새가 보이는 시기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용각류 틈새가 일어난 시기는 북미에서는 9천 3백만 년 전에서 8천 3백만 년 전 사이 대략 1천만 년의 기간 동안, 유럽에서  1억년 전에서 9천 3백만 년 전 즈음인 대략 7백만 년 동안, 그리고 8천 9백만 년 전에서 8천 3백만 년 전의 대략 6백만 년 사이라고 합니다.)에 다른 타 대륙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에서는 용각류의 화석이 꾸준히 관측되는 것으로 보아 용각류가 전 지구적으로 대멸종하지는 않았으리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북미와 유럽에서 용각류 틈새 이후에 살았던 용각류들의 분류를 보니 남쪽에서 살았던 용각류와 분류학적으로 가깝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분류학적 분석을 해보니 북미에서 살았던 용각류 (알라모사우루스 포함)는 남미에서 이주고, 유럽에서 살았던 용각류는 남미에서 아프리카, 그리고 유럽으로 이주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또한 북미 내에서 서부내륙해가 생성된 이후로 내륙에서 형성된 지층의 분포도는 감소하고 해안가에서 형성된 지층의 분포도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 또한 이 가설을 지지한다고 합니다. 즉,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북미와 유럽에서 용각류 화석이 부재한 시기가 있던 것은 단순히 화석이 발견될 만한 환경이 아니었기에 화석이 발견되지 않는것일 뿐 특별한 다른 이유가 있던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5. 남쪽의 이주 가설이 옳다

  2012년에 조지아 남부 대학교의 미카엘 데믹 박사 (Michael D. d’emic) ( 현 뉴욕 아델피대학교의 교수)와 와이오밍 대학교의 브래디 포르만( Brady Z. foreman) 박사 (현 웨스턴 워싱턴 대학교 교수)는 위에서 언급하였던 북미에서 알라모사우루스 이전에 살았던 가장 오래된 용각류인 사우로포세돈 프로텔레스에 대한 연구를 발표하면서 용각류 틈새가 일어난 원인은 용각류 공룡이 실제로 멸종하여서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서부내륙해가 생성되면서 일어난 환경적인 요인 (정확히 어떤 요인이 작용하였는지는 설명하지 못하였으나, 당시 해양무척추동물의 멸종이 대량으로 있었다는 점에서 데믹 박사와 포르만 박사는 어떤 요인이 있었으리라고 주장하였습니다.) 혹은 당시 북미에서 새로 등장하는 초식공룡 분류군인 하드로사우루스류와의 먹이경쟁에서 밀려서 멸종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즉, 실제로 용각류의 멸종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클로벌리층(Cloverly Formation)이라는 지층에서 용각류가 해안가 인근 지역에서도 서식하였다는 흔적이 발견되어서 내륙에서만 용각류가 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을 하였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하였던 대로 사우로포세이돈은 용각류 틈새 시기 거의 직전에 살았던 공룡입니다. 즉, 데믹 박사와 포르만 박사의 주장대로라면 용각류는 내륙뿐 아니라 해안가 인근 지역에서도 서식하였다는 것을 뜻합니다.).

 

융각류 틈새 시기 거의 직전 시기에 살았던 용각류 사우로포세이돈 프로텔레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Sauroposeidon

 

  2010년에 데믹 박사와 미시간 대학교의 제프리 윌슨(Jeffrey A. Wilson) 연구원 (현 미시간 대학교 교수)과 애리조나 대학교의 리드 톰슨(Richard Thompson) 교수는 북미에서 용각류 틈새가 사라진 시기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이 시기 용각류들은 아시아, 또는 남미에서 이주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7천만 년 전보다 더 이른 시기에 대륙의 이동으로 아시아, 남미대륙과 자연적인 다리가 연결이 되면서 기존에 북미에서 살지 않았던 공룡 (아시아의 뿔공룡, 남미의 하드로사우루스류 등등)이 북미로 이주를 하였는, 용각류 역시 이 과정에서 북미로 이주하였으리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곤충, 사지동물, 그리고 목이 긴 용각 공룡의 화석기록의 공백기간에 대해서 이야기하였습니다. 이 중에는 곤충처럼 지금까지도 정확히 그 공백기간에 있었던 진화사를 알수 없는 경우가 있는 반면에 사지동물처럼 어느정도 그 미스터리가 해소된 경우도 있습니다. 용각류처럼 여러 가설이 제시되면서 지금도 연구중인 경우도 있었지요. 추후에 화석과 관련된 새로운 연구가 계속 발표되면서 기존의 불가사의한 영역이 해소가 되기를 바랍니다.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Sauropod_hiatus

 

D’Emic, M. D., & Foreman, B. Z. (2012). The beginning of the sauropod dinosaur hiatus in North America: insights from the Lower Cretaceous Cloverly Formation of Wyoming. 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 32(4), 883-902.

 

Gilmore, C. W. (1922). A new sauropod dinosaur from the Ojo Alamo formation of New Mexico (with two plates). Smithsonian Miscellaneous Collections.

 

Lucas, S. G., & Hunt, A. P. (1989). Alamosaurus and the sauropod hiatus in the Cretaceous. Geological Society of America Special Papers, 238, 75.

 

Mannion, P. D., & Upchurch, P. (2011). A re-evaluation of the ‘mid-Cretaceous sauropod hiatus’ and the impact of uneven sampling of the fossil record on patterns of regional dinosaur extinction. Palaeogeography, Palaeoclimatology, Palaeoecology, 299(3-4), 529-540.

 

Michael, D. D., Wilson, J. A., & Thompson, R. (2010). The end of the sauropod dinosaur hiatus in North America. Palaeogeography, Palaeoclimatology, Palaeoecology, 297(2), 486-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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