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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시대의 종말과 아마존의 꽃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2. 1. 21. 06:41

 정글 하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존을 떠올리실 겁니다. 아마존은 오늘날 지구에서 가장 큰 정글 중 한곳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강 중 한곳인 아마존강이 흐르며 수많은 식물과 동물이 살고 있지요. 매우 다양한 식물들이 광합성을 하기에 아마존은 지구의 허파라고도 불리죠 (다만 실제로 지구의 산소를 만드는 광합성 작용은 대부분 바다에서 일어납니다. 지구에 존재하는 산소의 대부분은 바다의 식물성 플랑크톤의 광합성 작용 결과이지요.).

 아마존에 대해서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는데, 바로 아마존의 식물상은 대부분 꽃을 피우는 현화식물이라는 점입니다. 습기가 많은 땅바닥에서 주로 자라는 이끼나 포자로 번식하는 고사리,  소나무처럼 가늘고 뾰족한 잎을 가지며 방울과 비슷한 모습의 열매를 맺는 구과식물, 그 외 꽃을 피우지 않는 겉씨식물보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식물이 절대다수를 넘게 차지하는 지역이 아마존이지요. 무슨 이유로 아마존 정글에는 꽃을 피우는 식물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게 된 걸까요?

2021년 4월에 콜롬비아, 미국, 아르헨티나의 공동 연구진은 아마존의 식물상에 대한 연구를 발표하였습니다. 재밌게도 오늘날 아마존의 모습은 공룡 대멸종과 관련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공룡을 멸종시킨 대멸종의 원인이 되는 운석 충돌이 오늘날 아마존의 모습을 만드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죠.

 

오늘날 아마존강의 모습.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cifor/35073192954

 

1. 운석 충돌 전후로 달라진 모습

 6천 5백만 년 전에 지구에 떨어진 운석 충돌은 지구의 생태계를 어마어마하게 바꾸어놨습니다. 오늘날 핵무기 수천 발이 넘는 파괴력이 지구를 덮치자 어마어마한 먼지구름이 대기에 생겨나 오랜 시간 동안 대기를 가렸습니다. 그 결과 햇빛이 들어오지를 못해 지구는 오랜 시간 동안 암흑기를 겪었습니다. 그 결과 지구의 모습은 매우 달라졌습니다. 65%의 생물이 멸종하였고 생태계도 완전히 뒤집어져 버렸지요. 

 다만 식물은 이 과정에서 그나마 피해를 덜 본 측에 속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꽃을 피우는 식물이나 겉씨식물의 경우에는 단단한 씨앗을, 고사리 같은 식물은 포자를 이용해서 번식을 하는데, 씨앗이나 포자는 매우 극한 환경에서도 땅속에 묻혀만 있으면 오랜 시간 동안 버틸수 있습니다. 씨앗 같은 경우 매우 단단한 껍질을 두르고 있기 때문에 땅속에 묻혀있으면 아무리 뜨거운 열과 압력이 가해져도 버틸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들은 버틸 수 있는 시간 또한 매우 긴데, 오늘날에도 수백 년, 심지어 수천 년 전에 살았던 식물이 남긴 씨앗이 발아하여서 꽃을 피운 사례가 있을 정도입니다.

 이런 특징은 공룡 대멸종 당시 살아남기 매우 유리합니다. 단단한 껍질 덕분에 지상 위가 열기와 압력, 충격이 가해져도 버틸수 있었고, 또 오랜 시간 보존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상이 살만한 환경이 되기까지 버티는게 가능하지요. 따라서 비록 육지 위에서 사는 식물은 불에 타거나 충격파에 날아가거나 광합성을 하지 못해서 죽었을지라도 땅에 묻힌 그들의 자손은 살아남아서 대를 이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아마존 정글이 존재하는 콜롬비아 지역에서 발견된 식물화석상을 보면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볼 수 있습니다. 공룡 대멸종 시기 전에 고사리와 겉씨식물들은 콜롬비아 지역에서 전체 식물상의 52%를 차지하고 꽃을 피우는 식물은 48%를 차지하였습니다. 겉씨식물이 약간 더 우세하지만 거의 1:1 비율이었죠. 그런데 공룡 대멸종 이후의 식물화석상을 살펴보면 갑자기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꽃을 피우는 식물의 비율이 갑자기 84%로 상승하였던 것이죠. 즉, 식물상이 갑자기 짠! 하고 바뀌게 된 것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2. 공룡 멸종 이전과 이후

 꽃은 어떻게 번성할 수 있었을까요? 여기에는 당시 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룡이 멸종하기 전에는 거대한 초식 공룡들이 거대한 식물의 잎을 뜯어 먹으며 살았을 겁니다. 거대한 식물들이 몰려있는 빽뺵한 숲이라면 밑바닥에서 사는 식물들에겐 햇빛을 받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인데, 공룡들이 거대한 식물의 잎을 뜯어먹으니 작은 식물들도 햇빛을 차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이 된 것이지요. 그런데 공룡이 멸종한 이후로 거대한 식물의 잎을 먹을 존재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숲은 갈수록 커지고 또 빽빽한 환경을 조성하였지요. 

 당시 환경이 개방된 환경이었는지 빽빽한 환경이었는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었냐고요? 연구진은 우선 공룡 멸종 이전의 식물과 이후의 식물의 관다발 조직, 즉 잎사귀에 있는 관다발조직을 조사하였습니다. 관다발조직의 밀도를 조사한 결과 공룡 멸종 이전의 식물들의 관다발조직은 두꺼웠습니다. 마지 오늘날 개방된 환경에서 사는 식물들과 비슷하였지요. 그 반면에 빽빽한 숲에서 사는 식물들은 관다발조직이 덜 두껍고 더 퍼져있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햇빛의 양 차이로 인해서 생긴 결과이지요. 

빽빽한 숲에서 사는 식물과 개방된 환경에서 사는 식물의 차이. 출처- Wu et al., (2017).

 

 두번째로 연구진은 공룡 멸종 이전의 식물과 이후의 식물의 탄소분포를 측정하였습니다. 들어오는 햇빛의 양 차이 때문에 빽빽한 환경이나 개방된 환경에서는 차이가 크게 납니다. 개방된 환경에서는 키가 크거나 작은 식물들이 모두 골고루 광합성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키가 큰 식물이나 작은 식물이나 탄소분포가 큰 차이가 없지요. 그 반면에 빽뺵한 환경에서 사는 식물은 키가 큰 식물만 광합성을 활발하게 할 수 있고 키가 작은 식물은 광합성을 활발하게 하기 어려워서 그만큼 탄소분포에서 차이가 크게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예상할 수 있는 바와 같이 공룡 멸종 이전에는 식물들의 탄소분포에서 큰 차이가 없었지만, 공룡 멸종 이후에는 탄소분포에서 키가 큰 식물과 작은 식물에서 큰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즉, 공룡 멸종 이전에는 오늘날 아마존이 개방되고 햇빛이 골고루 들어오는 숲으로 이루어진 환경이지만, 공룡 멸종 이후에는 매우 빽빽한 숲이 조성되었다는 뜻입니다.

 

빽빽한 숲 (좌)과 개방된 숲 (우).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Canopy_close_and_open_above_forest_road.jpg

 

 햇빛은 식물이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광합성 때문이죠. 즉, 공룡 멸종 이전에는 어느 정도 밸런스가 맞추어지도록 햇빛이 골고루 들어왔으나, 공룡 멸종 이후엔 햇빛을 누가 차지하느냐가 식물 사이에서 큰 경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 가지 변수가 이들의 운명을 갈라놓았습니다. 

 

3. 꽃을 피우는 식물과 피우지 않는 식물의 선호

 꽃을 피우는 식물과 피우지 않는 식물이 선호하는 땅은 땅에 함유된 영양분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운석 충돌 이후 지구에는 어마어마한 충격이 가해졌습니다. 그 결과 어마어마한 먼지구름이 생성되어 대기에 오랫동안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다시 땅에 내려앉았지요. 그런데 이때 먼지속에 다량의 인 (p)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인은 땅에서 비료와 같은 역할을 하였습니다. 

 고사리, 겉씨식물들은 주로 땅의 양분이 적은 곳에서 천천히 자라는 것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즉, 땅에 영양분이 갑자기 많아지면 이들에겐 오히려 불리한 환경이 됩니다. 꽃을 피우는 식물들은 땅에 영양분이 많은 환경을 선호합니다. 따라서 운석 충돌 결과 많은 양분이 포함된 땅을 선호하는 꽃을 피우는 식물에 더 유리한 환경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 외에 백악기 후기에 등장한 콩과 식물의 경우, 대기에 떠 있는 질소 (N)분자를 공생하는 박테리아를 통해서 흡수할 수 있어 꽃을 피우는 식물이 더더욱 늘어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꽃을 피우는 식물이 번성을 하기에 더 유리한 반면, 고사리나 겉씨식물들은 그 빈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결론을 내보자면, 오늘날 아마존 지역에서 꽃이 다량으로 번식할 수 있는 이유에는

1) 운석 충돌 직후 생성된 먼지구름이 땅에 다량의 인을 퍼지게 하였는데, 영양분이 많은 땅은 주로 꽃을 피우는 식물이 선호하는 환경이다. 즉, 꽃을 피우는 식물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진 것.

2) 공룡 멸종 이후 숲이 복구되면서 햇빛을 향해 햇빛 경쟁을 하게 되었는데, 꽃을 피우는 식물에 더 유리한 환경은 이들이 고사리나 겉씨식물과의 경쟁에서 이길수 있게 하였다.

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룡을 멸종시킨 결정적인 계기였던 운석 충돌이 오늘날 지구의 가장 큰 열대우림인 아마존을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라는 점은 참 아이러니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지구에서의 생존을 끝낸 대멸종이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지요. 만약 공룡 대멸종의 원인이 되는 운석이 지구에 떨어지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오늘날 지구의 모습은 지금과 얼마나 달라졌을지 궁금합니다.

 

연구 출처-

 

https://youtu.be/Stv-a96foIE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C%98%A4%EB%9E%98%EB%90%9C-%EC%94%A8%EC%95%97%EC%9D%98-%EB%B6%80%ED%99%9C/

 

Berendse, F., & Scheffer, M. (2009). The angiosperm radiation revisited, an ecological explanation for Darwin’s ‘abominable mystery’. Ecology Letters, 12(9), 865-872.

 

Carvalho, M. R., Jaramillo, C., de la Parra, F., Caballero-Rodríguez, D., Herrera, F., Wing, S., ... & Silvestro, D. (2021). Extinction at the end-Cretaceous and the origin of modern Neotropical rainforests. Science, 372(6537), 63-68.

 

Wu, Y., Gong, W., & Yang, W. (2017). Shade inhibits leaf size by controlling cell proliferation and enlargement in soybean. Scientific reports, 7(1),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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