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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아스기 후기 대규모의 멸종과 공룡의 번성(2). 생태계를 차지하다.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0. 9. 30.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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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아스기 후기 대규모의 멸종과 공룡의 번성(1).대규모 폭우

 여러분은 멸종이란 말을 들어보신적이 있으신가요? 들어본적 있으시면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아마 좋은 생각은 아니실것 같네요. 멸종이란 어떤 생물이 완저히 사라져서 다시는 볼수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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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사극을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2017년에 개봉했던 영화 남한산성의 마지막에서 배우 김윤석 씨가 맡았던 김상헌이 병자호란의 패배로 피폐해진 백성을 위하여 조선을 다시 일으켜 세우자는 최명길에게 '백성을 위한 새로운 삶의 길이란 낡은 것들이 모두 사라진 세상에서 비로소 열리는 것이오. 그대도 나도 그리고 우리가 세운 임금까지도 말이오.'라는 말을 합니다. 기존의 것들이 모두 사라지면 그때야 비로소 백성들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나간다는 뜻이지요. 생태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특히 대규모의 멸종이 일어나고 난 뒤에는 더더욱 변화가 크게 일어나지요. 공룡이 멸종하고 난 후 포유류가 번성하였고(오해하면 안 되는 것이 포유류는 공룡과 비슷한 시기에 출현하였습니다. 단지 공룡이 생태계의 모든 자리를 차지하여서 포유류가 설 자리가 거의 없었던 것 뿐이지요.)또 사람이 나타나게 된 것 처럼요. 그러면 그 반대로, 공룡 역시 대 멸종의 수혜를 받아을까요?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공룡뿐 아니라 현재 대부분의 생물들이 2억 3천만 년 전트라이아스기에 있었던 대폭우 시기에 생태계에서 자리를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1). 대규모 폭우로 인한 환경의 변화

 학자들은 폭우가 내린 시점에서 깊은 해양과 얕은 담수, 육지의 환경 변화를 조사하였습니다. 당시에 만들어진 지층을 분석해본 방식으로 환경의 변화를 조사한 것이었지요. 조사 결과 폭우가 대량으로 내리면서 육지는 매우 큰 강과 삼각주(강의 최하구에서 강물이 삼각형 모양으로 넓게 퍼진 것)가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동시에 고립된 호수였던 곳이 큰  강의 일부가 되거나 하였죠. 이렇게 강이 크고 많아지면서 기후는 매우 습해졌으며 물이 마른 흔적은 거의 없을 정도로 습한 기후가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강이 많아지면서 강물은 바다로 흐르게 되었고, 얕은 해안가에서 연안 지대에는 대량의 퇴적물이 쌓였습니다. 퇴적물은 심지어 바다의 깊숙한 곳까지 흘러 들어갔습니다. 가장 깊은 곳은 무려 대략 3~4천 미터 보다 더 깊었다고 합니다! 흘러 들어간 퇴적물로 이루어진 암석은 이산화탄소를 다량 함유하는 처트질의 석회암으로, 이는 바다에서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아주 높아졌음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다량의 퇴적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가서 어떤 결과가 일어날까요? 바다에서는 육지의 퇴적물의 유입으로 인해 해양 환경에 플랑크톤의 주 먹이가 되는 영양염류가 증가하였습니다. 부영양화 상태처럼 말이죠. 언뜻 보기에 영양분이 많아지면 플랑크톤이 많아지게 되고 그 플랑크톤을 먹이로 하는 해양생물에게 좋을 것 같으나.... 사실 해양생물에게 이런 일은 오히려 재앙입니다. 플랑크톤 중에서 남세균 같은 식물성 플랑크톤은 숫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물의 표면에 막을 형성하며 동시에 물이 매우 걸쭉하게 됩니다. 그 결과 산소가 차단되기 시작하며 종국에는 산소가 없는 무산소층을 형성하게 되지요. 산소의 차단으로 인해 많은 해양 생물들은 호흡이 어려워지게 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대규모 멸종이지요.

부영양화가 일어난 모습. 출처-https://www.flickr.com/photos/48722974@N07/5120227735

 

(2). 바다에서 대규모 멸종 그리고 뜻밖의 수혜자

 부영양화의 발생 결과 대멸종은 바다에서 처음 일어났습니다. 이 시기 화석 기록을 분석한 결과 대규모 폭우가 쏟아지기 전후로 바다에서 암모나이트의 지배 종이 완전히 바꾸었으며, 코노돈트의 숫자도 대규모로 감소하였습니다(코노돈트에 대한 설명은 이곳을 참조해주세요-https://dinos119.tistory.com/entry/%EC%B2%99%EC%B6%94%EB%8F%99%EB%AC%BC%EC%9D%98-%EC%A7%84%ED%99%94%EC%82%AC2-%EC%BD%94%EB%85%B8%EB%8F%88%ED%8A%B8%EC%99%80-%EA%B0%91%EC%A3%BC%EC%96%B4%EB%A5%98).

 어류도 대 폭우 시기를 전후로 무려 51%에서 63%까지의 어류가 멸종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모든 해양생물이 멸종의 위기를 겪지는 않았는데, 산호는 신기하게도 대 폭우를 거치면서 오히려 종류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합니다. 대량으로 유입되는 석회암에서 나오는 탄산칼슘 성분이 산호의 증가 원인입니다. 산호는 탄산칼슘으로 이루어진 신체를 가지고 있어서 탄산칼슘의 대량 유입은 산호로 하여금 더더욱 번성할 수 있을 만한 요건을 갖출 수 있게 하였지요.

산호초의 모습. 산호는 특이하게도 대멸종 시기에 멸종을 겪지 않고 번영을 누린 것으로 보인다. 출처-https://www.stockholmresilience.org/research/research-news/2017-03-31-just-keep-swimming.html

 (3). 육지의 변화

 육지에서의 상황은 어떨까요? 육지는 언뜻보기에 바다와는 상관 없어보입니다. 하지만 재앙은 폭우가 끝나고 난 후에 일어났습니다. 폭우가 끝나면서 지구의 기후는 다시 건조해졌습니다. 습도가 높은 기후에서 건조한 기후로 바뀐 것이지요. 그 결과 건조한 기후에서 살기 좋은 생물이 아니면 멸종을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식물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현대의 고사리를 비롯한 포자로 번식을 하는 포자식물이 이 시기를 지나며 번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이 시기 지층에서 호박이 발견되기도 하였습니다. 호박은 나무의 수액이 굳어져서 만들어진 것으로, 이 시기를 기점으로 침엽수가 번창하게 되었다는 뜻이지요. 이러한 식물상의 변화 결과 곤충과 척추동물 역시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곤충은 여러 구조의 입(찌르는 입, 빠는 입, 씨앗, 나뭇잎을 갉아 먹는 입 등등)이 발달하여 초식성 곤충의 다양성이 대폭 늘어나게 되었지요. 

 육지에서 공룡이 나타나기 전 지구의 주요 생태계를 주름잡던 생물은 단궁류라는 분류군이었습니다. 단궁류는 포유류의 조상인 분류군으로 초식성 디키노돈트류와 육식성 키노돈트류가 있었습니다. 이 중에서 키노돈트류는 포유류로 진화하였으며, 기존에 번성하였던 디키노돈트는 식물상에 적응하지 못하여 전멸하게 되었습니다. 생태계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생물들의 대 멸종으로 생태계가 비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그 자리를  현재까지 지구상에 분포하는 척추동물-악어, 거북, 포유류-이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대 멸종 결과 생태계가 비게 되면서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생물들이 차츰 모습을 드러낸 것이지요.

디키노돈트 리오위키아(Lisowicia). 이들은 초식성 단궁류로 공룡이 나타나기 이전 지구의 주요 지배자였다. 대 폭우로 환경이 변하면서 적응하지 못하여 멸종하게 되었다.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Dicynodont#/media/File:Lisowicia_NT.jpg

하지만 진짜 번성하게 되는 무리는 따로 있었습니다.

 

(3). 공룡의 번성

폭우가 끝나게 되면서 지구는 다시금 건조해졌습니다. 그리고 생태계, 그중에서 기존에 지구의 대부분을 지배하였던 파충류, 단궁류 무리가 대규모로 멸종하게 되었습니다. 그 자리를 누가 차지하였을까요? 바로 공룡이었습니다. 공룡은 크게 두가지 특징이 있어서 빠르게 건조한 환경에서 적응 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공룡은 산소의 농도가 낮은 지구에서 적응하기 위해서 신체 내부에 공기 주머니(air sac)을 발달시켰습니다. 덕분에 많은 산소를 체내에 저장해서 호흡을 할수 있었지요(이 특징은 오늘날 새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특징입니다.). 그 외에도 공룡은 골반과 다리가 똑바로 일어선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즉, 직립보행을 하였다는 것이지요. 직립보행을 하면서 공룡은 네 발로 구부정하게 다니는 다른 생물들과 달리 허파가 눌리지 않고 편안하게 호흡을 할수 있었으며, 그 덕분에 더 빠르게 이동 할 수 있었습니다. 이 두 특징은 간단하지만 동시에 공룡이 번성하게 된 매우 중요한 요인이었습니다. 대규모의 폭우로 인해 지구의 생태계가 거의 비어있을 때 공룡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멸종은 기존에 살았던 생물을 더이상 볼 수 없다는 점에서는 슬픈 일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생물에겐 기회가 될수 있다는 예시로 볼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디플로도쿠스. 공룡은 다른 생물들과 구분되는 신체 특징 덕분에 생태계에서 빠르게 지배종으로 적응할 수 있었다. 출처-https://nl.pinterest.com/pin/109353097172339262/

연구 출처-

Dal Corso, J., Bernardi, M., Sun, Y., Song, H., Seyfullah, L. J., Preto, N., ... & Merico, A. (2020). Extinction and dawn of the modern world in the Carnian (Late Triassic). Science Advances, 6(38), eaba0099.

 

 

ps.코로나가 창궐하는 2020년의 추석입니다. 독자 여러분들 모두 즐거운 추석 명절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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