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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기록의 부재 (2) - 해결된 초창기 사지동물의 화석기록 미스터리 -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3. 7. 15.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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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 글에서 곤충 화석이 잠시 사라진 시기인 육각류 갭에 대해서 이야기 하였습니다. 곤충의 날개가 진화한 진화사에 대해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화석기록이 딱 그 시기가 존재하지 않아서 곤충의 날개 진화에 대해서 상당수가 미스터리로 남게 되었죠.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곤충 외에도 다른 분류군의 진화사가 미스터리인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척추동물입니다. '엥? 척추동물의 진화사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할수 있으실 겁니다. 곤충의 날개에 '비하면' 많기는 하지요. 하지만 척추동물의 진화사에도 한가지 미스터리가 존재합니다. 이 미스터리 시기를 로머의 공백(Romer's gap)이라고 합니다.

 

1. 로머의 공백

  1956년에 하버드 대학교의 교수이자 비교 동물학 박물관 (Museum of Comparative Zoology) 소속의 알프레드 로머 박사는 화석기록을 토대로 척추동물의 진화사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특이한 점을 하나 발견하였습니다. 대략 3억 6천 5백만 년 전에서 3억 4천 5백만 년 사이, 그러니까 틱타알릭등 어류와 비슷하게 생겼거나 아칸토스테가등 완벽한 사지를 가진 초기 사지류들이 살던 시기 이후로 대략 2천만 년 사이의 사지동물의 화석 기록이 부재하다는 것입니다. 이 시기는 초창기 사지동물이 얕은 물 속이나 호수, 강가등 물에서 육지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 시기였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기 척추동물의 화석기록이 갑자기 증발한 것처럼 사라졌던 것이죠. 그러다가 척추동물이 육지 위를 완벽히 장악하기 시작한 시점으로 보이는 3억 4천만 년 전 즈음 이후에 갑작스럽게 척추동물의 화석이 풍부하게 발견되었던 것입니다. 로머 교수는 이 공백 기간을 처음 발견하였고 이를 학계에 보고하였습니다. 그리고 3억 6천 5백만 년 전에서 3억 4천 5백만 년 사이의 이 기간을 이 공백 기간은 로머의 공이라는 명칭을 얻게 되었습니다.

 

알프레드 로머 교수.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Alfred_Romer

 

2. 원인은 무엇일까?

  이 시기에 화석이 부재해 보이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여기에 대해선 여러 설명이 있습니다. 먼저 저번 편에서 나왔던 것처럼 산소농도가 원인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2006년에 워싱턴대학교와 스미소니언 재단, 프랑스의 소르본 대학교, 예일대학교의 공동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내용이었습니다. 이 발표 내용에 따르면 갑작스럽게 낮아진 산소농도로 인해서 사지동물들 상당수가 살아남지 못하였기에 공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주장은 2018년에 반박되었습니다. 산소농도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었지요 (자세한 것은 전편을 봐주세요.).

  그러면 무엇이 원인이었던 것일까요? 여기에 대해선 여러 가지 가설이 존재합니다. 데본기 말, 그러니까 로머의 공백 시기가 시작되는 시기에 있었던 대멸종이 원인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2010년에 시카고 대학교의 로렌 콜 살란(Lauren Cole Sallan)- 현 오키나와 과학기술대학원 대학 교수-와 마이클 코츠(Michael I. Coates)교수는 로머의 공백이 발생한 원인이 바로 데본기말 대멸종에 있다고 주장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지구 역사상 존재했던 5번의 대멸종 시기 중에서 2번째 대멸종 시기인 데본기말 대멸종으로 인해서 생물의 다양성이 감소하였고, 그에 따라서 대멸종 이후에 일어난 로머의 공백 시기에 척추동물의 화석으로 보존될 생물이 많지 않아 발생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외에는 심지어 단순히 화석을 찾는 위치가 잘못되어서 공백이 보인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즉, 딱히 어떤 특정한 환경적인 요인이 있었다기보다는 그냥 로머의 공백 시기 사지동물의 화석이 발견되기 '적절한' 지층이 아닌 다른 곳에서 화석을 찾느라 충분한 화석을 찾지 못하여서 공백이 생긴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3. 그렇다면 지금은?

  어찌 되었든 로머의 공백이 발표된 것은 1956년, 지금으로부터 거의 60년이나 전 일이었습니다. 그러면 지금은 어떨까요? 곤충과는 달리 지금은 몇몇 사지동물의 화석이 발견되면서 어느 정도 공백이 메워진 상황입니다. 즉, 그동안 적절하지 못한 지층에서 화석을 찾으려고 하였기에 충분한 화석을 발견하지 못해서 그런 공백이 생긴 것처럼 보였던 것이라는 주장이 맞았던 것이었습니다.

  2002년에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제니퍼 앨리스 클라크(Jennifer Alice Clack)박사는 로머의 공백 시기인  3억 5천만 년 전 즈음에 형성된 스코틀랜드 남동부에 위치 발라간 층(Ballagan Formation)에서 새로운 사지동물의 화석을 발견한 연구를 학계에 발표하였습니다. 페데르페스 핀네야에(Pederpes finneyae)라고 명명한 이 생물은 그동안 오랜 미스터리였던 로머의 공백 시기에 살았던 사지동물 중에서 최초로 발견된 사지동물 화석이었습니다. 전신이 온전히 보존된 것은 아니었지만  오른쪽 앞다리가 보존되어 있어서 이 동물이 사지동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페데르페스는 후대에 등장한 사지동물과 유사한 특징이 하나 존재하였습니다. 바로 다섯 개의 발가락이었습니다. 사지동물의 초창기 진화사를 보여주는 생물들은(틱타알릭, 아칸토스테가등등) 아직 다섯 개의 발가락을 가지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최소한 여섯 개 이상의 발가락을 가졌지요. 즉, 로머의 공백 이전 시기에 살았던 사지동물은 오늘날 사지동물보다 발가락이 더 많았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3억 3천만 년 전 즈음, 그러니까 로머의 공백 이후에 살았던 사지동물에서 오늘날 다섯개의 발가락이 관측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2천만 년 정도 앞선 시기에 사지동물은 다섯 개의 발가락을 가졌다는 것을 페데르페스는 보여주었습니다. 즉, 페데르페스는 로머의 공 시기에 사지동물들은 다섯 개의 발가락을 가지도록 진화하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수 있습니다. 우리가 총 열 손가락을 가지게 된 역사가 3억 5천만 년이 넘었던 것이지요.

 

페데르페스의 화석. 출처- Clack (2002).

 

로머의 공백 이전 시기의 사지동물의 발가락 (위)과 로머의 공백 이후의 사지동물의 발가락 구조(아래). 출처- Clack (2002).

 

    페데르페스가 보고된  이후로 로머의 공백 시기에 살았던 사지동물의 화석은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로머의 공백 시기에 살았던 사지동물의 화석은 크게 두 지역에서 주로 발견되었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하였던 스코틀랜드의 발라간 층(Ballagan Formation)과 캐나다의 동쪽에 위치한 킹스 카운티의 노바 스코티아(Nova Scotia)라는 지역에 위치한 블루 비치(Blue Beach)에서 초창기 사지동물의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즉, 기존에 생각된 가설 중에서 1) 산소농도 감소로 인한 생물 다양성의 감소, 2) 데본기 말 대멸종의 타격이 모두 원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심지어 어떻게 보면 사지동물은 대멸종의 영향을 그리 크게 받지 않은것처럼 보일정도로 여러 사지동물의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현재 캠브리지 대학교 동물 박물관에서 보관중인  로머의 공백 시기의 사지동물의 화석. 출처- Smithson et al., (2012).

 

 

스코틀랜드에서 발견된 로머의 공백 시기에 살았던 사지동물 아이토네르페톤 미크롭스(Aytonerpeton microps)의 턱뼈 화석. 출처- ;Clack et al., (2016).

 

  2021년에는 캐나다의 블루 비치에서 발견된 사지동물의 다리 화석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하였습니다. 캐나다의 캘거리 대학교(University of Calgary)와 블루 비치 화석 박물관(Blue beach fossil museum)의 공동 연구진은 여러 육상 사지동물과 물에서 사는 수생 및 반수생 사지동물의 대퇴골과 블루 비치에서 발견된 로머의 공백 시기에 살았던 사지동물의 대퇴골 화석을 비교 분석하였습니다. 뼈를 3D 스캔한 뒤에 중력과 체중이 가해졌을 때 어떻게 버틸 수 있나를 뼈의 세부 구조를 통하여서 측정한 것이었습니다. 육상 사지동물의 경우에는 대퇴골의 위, 아래 부분이 미세한 섬유구조를 하고 있었습니다. 체중과 중력을 버티기 위해서 미세하고 촘촘한 구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반면에 수생 및 반수생 사지동물의 경우에는 중력의 영향을 덜 받는 물속에서 서식하기에 뼈의 구조가 좀 덜 촘촘한 섬유구조를 하고 있었습니다. 섬유구조도 특정한 부분에 몰려있는 것이 아니라 대퇴골 전체에 걸쳐서 섬유구조를 이루고 있는 형태였습니다. 블루 비치에서 발견된 사지동물의 대퇴골 화석은 수생 사지동물과 유사한 구조를 하고 있었습니다. 즉, 이들은 물에서 사는 것에 익숙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육상 사지동물의 대퇴골 구조. 출처- Lennie et al., (2021).

 

반수생 사지동물의 대퇴골 구조. 출처- Lennie et al., (2021).

 

블루 비치에서 발견된 로머의 공백 시기에 살았던 사지동물의 대퇴골 구조. 출처- Lennie et al., (2021).

  2021년에 티모시 스미슨 박사와 제니퍼 클라크 박사는 스코틀랜드 발라간 층에서 새로운 사지동물의 화석을 발견하여 학계에 보고하였습니다. 메사네르페톤 우디(Mesanerpeton woodi)라고 명명된 이 동물은 사지동물이 육상에서 걸음을 걷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진화 과정에 대한 단서를 하나 제공하였습니다. 메사네르페톤의 상완골은 움직일 때 기존의 동물들보다 보폭이 길어지는 방향으로 진화하였습니다. 즉, 초창기 사지동물의 걸음걸이 진화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가를 볼 수 있는 단서라는 것입니다. 

 

메사네르페톤 우디의 화석. 출처- Smithson & Clack (2017).

 

  두 박사는 메사네르페톤와 그 이전 시기의 사지동물의 상완골에서 남아있는 동맥과 신경의 흔적에 주목하였습니다. 관측 결과 동맥과 신경의 위치는 시기가 지나면서 조금씩 위치가 바뀌고 있는 것이 관측되었습니다. 기존의 사지동물들은 혈관과 신경이 상완골의 배면(아래에서 본 모습)을 뚫고 지나가는 구조였습니다. 즉, 위에서 보면 혈관이나 신경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이지를 않았습니다. 그런데 메사네르페톤 이후에 살았던 사지동물의 상완골을 보면 동맥과 신경이 지나가는 길이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즉, 상완골의 구조가 변화하면서 동맥과 신경의 구조 또한 변화하였다는 것이죠. 이런 변화를 일으킨 요인으로 두 박사는 걸음걸이의 변화를 지목하였습니다. 상완골이 형태가 바뀌면서 움직이는 범위가 더욱 넓어지게 되었고, 그에 따라서 저런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죠. 

  그러면 사지동물의 걸음걸이의 변화에는 어떤 과정이 있었을까요?  스미슨 박사와 클라크 박사는 상완골의 구조가 변화하면서 움직이는 보폭의 길이가 길어졌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진화를 거치면서 상완골의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게 되었고, 그에 따라서 형태 및 동맥과 신경의 위치가 변화하게 된 것이죠.

 

여러 사지동물의 상완골에서 동맥과 신경이 지나가는 부분. 왼쪽이 아래에서 본 모습, 오른쪽이 위에서 본 모습이며, 빨간색 줄이 동맥과 신경이 지나가는 부분이다. a:고고나수스, b:틱타알릭, c:아칸토스테가,  d:메사네르페톤, e:에오헤르페톤, f:카프토리누스, g:디메트로돈 h:오르니토린쿠스. 스케일바 10mm. 출처- Smithson & Clack (2017).

 

  로머의 공백은 반세기 동안 미스터리였습니다. 하지만 학자들의 지속적인 연구로 인해서 현재는 어느 정도 그 미스터리가 해결되었습니다. 과학이 어떻게 발전하는가를 보여주는 예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 화석기록을 보면 특이하게도 공룡에게서도 이런 화석기록의 공백 기간이 관측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화석기록의 부재 시리즈 마지막으로 공룡화석의 공백 기간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계속)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Romer%27s_gap#cite_note-Clacketal2016-4

 

https://www.nms.ac.uk/explore-our-collections/stories/natural-sciences/closing-romers-gap/

(National Museums Scotland: Closing Romer's Gap: The story so far)

 

https://youtu.be/AlqGthe0ZSQ

(Ben G Thomas: The Mysterious 15 Million Year Gap in Our Evolution - Romer’s Gap)

 

Clack, J. A. (2002). An early tetrapod from ‘Romer's Gap’. Nature, 418(6893), 72-76.

 

Clack, J. A., Bennett, C. E., Carpenter, D. K., Davies, S. J., Fraser, N. C., Kearsey, T. I., ... & Walsh, S. A. (2016). Phylogenetic and environmental context of a Tournaisian tetrapod fauna. Nature Ecology & Evolution, 1(1), 0002.

 

Lennie, K. I., Manske, S. L., Mansky, C. F., & Anderson, J. S. (2021). Locomotory behaviour of early tetrapods from Blue Beach, Nova Scotia, revealed by novel microanatomical analysis. Royal Society Open Science, 8(5), 210281.

 

Otoo, B. K., Clack, J. A., Smithson, T. R., Bennett, C. E., Kearsey, T. I., & Coates, M. I. (2019). A fish and tetrapod fauna from Romer's Gap preserved in Scottish Tournaisian floodplain deposits. Palaeontology, 62(2), 225-253.

 

Otoo, B. K. A. (2023). Tetrapod Evolution and Community Ecology in the Post-Devonian World (Doctoral dissertation, The University of Chicago).

 

Romer, A. S. (1956). The early evolution of land vertebrates. Proceedings of the American Philosophical Society, 100(3), 157-167.

 

Sallan, L. C., & Coates, M. I. (2010). End-Devonian extinction and a bottleneck in the early evolution of modern jawed vertebrate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07(22), 10131-10135.

 

Schachat, S. R., Labandeira, C. C., Saltzman, M. R., Cramer, B. D., Payne, J. L., & Boyce, C. K. (2018). Phanerozoic p O2 and the early evolution of terrestrial animals.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285(1871), 20172631.

 

Smithson, T. R., Wood, S. P., Marshall, J. E., & Clack, J. A. (2012). Earliest Carboniferous tetrapod and arthropod faunas from Scotland populate Romer's Gap.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09(12), 4532-4537.

 

Smithson, T. R., & Clack, J. A. (2017). A new tetrapod from Romer's Gap reveals an early adaptation for walking. Earth and Environmental Science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of Edinburgh, 108(1), 8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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