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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와 비버, 그리고 다람쥐(7)- 작지만 강인한 존재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3. 4. 2.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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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저, 비버, 카피바라...모두 설치류 중에서 몸집이 매우 큰 동물들입니다. 하지만 설치류에 속한 동물들은 대부분 몸집이 매우 작지요. 다람쥐, 햄스터, 기니피그등등...그런데 몸집이 작은 설치류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동물, 쥐는 아직까지 이야기를 다루지 않았습니다. 

  크기가 매우 작아 고양이나 솔개등 여러 야생동물의 먹이가 되며, 인간이 놓은 덫에 걸리기도 하는 동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번식력과 빠른 성장으로 지금까지 세계 여러 지역에서 서식하는 동물 쥐. 과연 쥐의 화석기록은 어떨까요? 오늘날 생쥐는 언제 나타났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작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환경에서 적응하면서 세계 여러지역으로 퍼져나간 어떻게 보면 매우 강한 동물인 쥐, 그리고 쥐의 친척의 분화에 대해서 다루어보겠습니다.

 

쥐의 한 종류인 동부가시쥐.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Myomorpha

 

(1). 쥐의 분류

  쥐가 언뜻 봐서는 다 거기서 거기 같지만 사실 나름 세밀하게 분류되어 있습니다. 현재 살아있는 쥐는 크게 2개의 상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쥐상과(Muroidea)와 뛰는쥐상과(Dipodoidea)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실험용으로 사용하는 흰색 생쥐나 길에서 가끔 보이는 생쥐는 모두 쥐상과에 속합니다. 이 두 분류군의 차이는 다리에 있습니다. 뛰는쥐상과의 경우에는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긴 두 다리로 뛰어다니며 생활합니다. 캥거루처럼 말이죠. 실험용으로 사용되는 흰색 생쥐나 길거리에서 가끔 보이는 생쥐, 햄스터는 모두 쥐상과에 속합니다. 이들은 4개의 다리로 기어 다니면서 생활합니다. 거기에 앞니가 계속 자라기에 끊임없이 갈아야 하지요.

 

실험용 흰생쥐(좌)와 네발날쥐(우). 출처-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f/f4/Lab_mouse_mg_3158.jpg (실험용 흰생쥐), https://en.wikipedia.org/wiki/Jerboa (네발날쥐)

 

(2). 쥐아목의 화석기록

1). 멸종한 쥐의 친척

  예전에도 한 번 언급하였지만 설치류의 기원은 공룡이 살던 시대 이후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쥐가 속한 쥐아목 역시 예외는 아니여서 쥐아목 역시 화석기록이 공룡이 멸종하고 난 이후 시대에 나타나기 시작하였습니다. 화석기록을 보면 오늘날 쥐아목의 두 분류군은 모두 등장합니다. 거기에 더해서 노노미스아과(Nonomyinae)라는 양측 모두에 속하지 않는 분류군도 있지요. 이 분류군은 어금니의 형태, 정확히는 혀에 닿는 부분의 에나멜층 두께가 다른 쥐아목의 동물들과 다르게 훨씬 두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화석기록을 보면 이들은 4천 6백만년 전에서 3천 3백만 년 전, 그러니까 신생대 고제3기 에오세~올리고세 시기에서 등장합니다. 이들의 화석기록은 모두 미국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노노미스아과의 한 종류인 노노미스 구츨레리(Nonomys gutzleri) 출처- Walsh (2010).

 

그러면 오늘날 살아있는 쥐아목의 진화사는 어떻게 될까요? 먼저 뛰는쥐상과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뛰는쥐상과의 화석기록은 5천 6백만 년 전에서 3천 3백만 년 전 즈음에 형성된 지층에서 처음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들의 주로 아시아, 정확히는 카자흐스탄, 중국, 몽골에서 주로 발견되었습니다.  그외에 미국에서도 일부 발견된 사례가 있었죠.

 

중국 아르산토층에서 발견된 5천 5백만 년 전에 살았던 뛰는쥐상과 에를리아노미스 콤비나투스(Erlianomys combinatus)출처- Qian and Jin (2010).
프리미스민투스 샹헤누스 (Primisminthus shanghenus). 중국에서 발견된 뛰는쥐상과의 초창기 화석기록이다. 출처- Li (2018).
카자흐스탄에서 발견된 초창기 뛰는쥐상과 아크시로미스 달로스(Aksyiromys dalos). 출처- Emry et al (1998).

 

   대부분 이빨만 발견되었기에 별 볼 거 없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뛰는쥐상과의 진화사가 기후변화 및 지리의 변화에 기반한 것이라는 연구가 발표되기도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상세히 다루어보겠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생쥐가 속한 쥐상과의 화석기록은 뛰는쥐상과와 비슷한 시기인 5천만 년 전부터 등장하였습니다. 오늘날 살아있는 쥐과의 분류군은 굉장히 많고 다양합니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 그 모든 동물을 다 다루어보기는 어렵고, 이번 글에서는 생쥐와 햄스터의 화석기록을 간략하게 이야기해보겠습니다. 

 

2). 생쥐의 화석기록

  오늘날 우리가 흔히 보는 생쥐는 속명이 무스(Mus)입니다. 즉, 무스속에 속한 동물들이 생쥐이죠. 이 무스속은 화석기록이 1천 1백만 년 전부터 등장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중국 남부 루펑시에서 발견되었지요. 중국 이외에도 생쥐의 화석은 남아공, 아프가니스탄, 오스트리아, 인도, 프랑스, 헝가리, 모로코에서 화석이 발견된 사례가 있습니다. 화석이 발견된 시기도 지질학적으로 보았을 때 매우 최근인 7십만 년에서 2만 년 사이정도 입니다. 즉, 생쥐는 화석기록으로 볼 때 매우 최근에 지구에 등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화석기록 및 오늘날 생쥐를 조사해보면 그 짧은 시간에도 생쥐는  멸종한 3종을 포함하여 총 8종으로 퍼졌다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지질학적으로보면 매우 짧은 시간 사이에 다양성이 매우 빠르게 커진 것이죠. 생쥐의 번식력이 매우 좋고 성장이 빠르며 적응력이 뛰어난 덕분인 듯 합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발견된 생쥐 무스 엘레강스의 이빨화석. 출처- Sen (1983)

 

3) 인간과 생쥐의 관계 기원

  오늘날 생쥐는 인간에게 아주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바로 식량이지요. 쌀이나 각종 곡식을 저장한 창고에 쥐가 나타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오늘날 생쥐는 언제부터 인간에게 의존하며 살았던 것일까요? 연구진의 연구결과는 좀 달랐습니다. 2017년에  이스라엘의 학자 리오르 바이스브로(Lior Weissbrod)와 프랑스, 영국의 공동 연구진은 오늘날 레반트(이스라엘-레바논-시리아 지역)에서 발견된 생쥐의 이빨에서 생기는 변화와 인간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보고하였습니다. 연구 결과는 인간이 아직 농경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생쥐는 인간에게 식량을 의존하였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1만 5천 년 전의 문명의 흔적이 남아있는 나투프(Natufian)유적지를 조사하였습니다. 이곳은 아직 인간이 농경을 시작하기 전에 형성된 정착지로, 여기에서 살았던 인류는 주로 수렵 또는 채집 생활을 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터키 샨리우르파 고고학 박물관에 전시된 나투프 유적지에서 발견된 인간의 거주지 모형.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Natufian_culture

 

이곳에서 연구진은 인간에게 의존하는 생쥐의 어금니, 그리고 인간에게 의존하지 않는 짧은 꼬리쥐(Mus macedonicus)의 어금니를 발견하였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그들의 비율이었는데, 인간에게 의존하는 생쥐의 어금니 비율은 인간이 인근에서 충분한 식량을 얻어 정착하여 생활할 수 있을 때 증가하였습니다. 그 반면에 짧은 꼬리쥐의 비율은 거의 사라지다시피하였죠. 그런데 인간이 다른 곳으로 떠나게 되자 이 비율은 뒤집어져서 짧은 꼬리쥐의 비율이 다시 증가하고 생쥐의 비율이 낮아졌습니다. 즉, 인간이 정착 생활을 할 때 인간에게 의지하는 생쥐의 개체수는 의지하지 않는 생쥐보다 더더욱 개체수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향은 심지어 오늘날 아프리카 마사이족의 정착지에서도 관측되었다고 합니다.

  기존에는 생쥐가 인간에게 의지하게 된 시점이 인간이 농경을 시작하던 때부터라고 생각된 것이 통념이었습니다. 하지만 나투프 유적지에서 발견된 연구는 생쥐가 인간에게 의지하게 된 것이 그보다 훨씬 더 이전이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4) 햄스터의 화석기록

  오늘날 햄스터는 비단털쥐과에서 햄스터아과(Cricetinae)라는 분류군에 속한 동물을 총칭하는 말입니다. 여기에는 멸종한 종류까지 포함해서 총 12속의 햄스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화석기록을 보면 햄스터아과는 대략 2천 8백만 년 전에서 1천 4백만 년 사이에 등장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즉, 햄스터의 기원은 대략 3천만 년에서 1천 5백만 년 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햄스터의 화석기록은 파키스탄, 중국, 몽골, 터키, 스페인, 그리스, 독일, 프랑스에서 주로 발견되었습니다. 오늘날 야생 햄스터들이 유라시아 대륙에 걸쳐서 분포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햄스터는 첫 진화 때부터 지금까지 종 다양성을 제외하면 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날 야생 햄스터.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milkyfactory/3402519358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햄스터의 화석도 있습니다. 2004년에 지질자원연구원의 이융남 박사 (현재 서울대학교 교수)는 강원도 북평에 분포한 북평층에서 햄스터아과의 이빨을 보고하였습니다. 이 햄스터아과는 2천 3백만 년에서 5백만 년 사이에 형성된 지층입니다. 즉, 과거 마이오세라고 불리던 시기에 한반도에 살았던 햄스터아과의 흔적인 것이죠.

 

강원도 북평에 분포한 북평층에서 발견된 햄스터아과의 이빨. 스케일바 500나노미터. 출처- Lee (2004).

 

  지금까지 살펴보면 설치류의 화석기록에 대해서 간략히 이야기해보았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위에서 잠깐 이야기한 뛰는쥐상과의 진화가 기후 및 지리 변화에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Muroidea

 

https://www.nationalgeographic.com/history/article/house-mouse-domesticated-humans-animals-science

 

Emry, R. J., Tyutkova, L. A., Lucas, S. G., & Wang, B. (1998). Rodents of the middle Eocene Shinzhaly fauna of Eastern Kazakstan. 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 18(1), 218-227.

 

O'Malley, B. (2005). Clinical anatomy and physiology of exotic species. Elsevier Saunders.

 

Lee, Y. N. (2004). The first cyprinid fish and small mammal fossils from the Korean Peninsula. 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 24(2), 489-493.

 

Li, Q. (2018). Additional cricetid and dipodid rodent material from the Erden Obo section, Erlian Basin (Nei Mongol, China) and its biochronological implications. Palaeoworld, 27(4), 490-505.

 

Qian, L. I., & Jin, M. E. N. G. (2010). Erlianomys combinatus, a primitive myodont rodent from the eocene arshanto formation, Nuhetingboerhe, nei mongol, China. Vertebrata PalAsiatica, 48(2), 133.

 

Sen, S., 1983. Rongeurs et lagomorphes du gisement pliocène de Pul-e Charkhi, bassin de Kabul, Afghanistan. Bull. Mus. Natl. Hist. Nat. 5, 33-74.

 

Troxell, E. L. (1923). Diplolophus, a new genus of rodents. American Journal of Science, 5(26), 157-159.

 

Walsh, S. L. (2010). New myomorph rodents from the Eocene of Southern California. 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 30(5), 1610-1621.

 

Weissbrod, L., Marshall, F. B., Valla, F. R., Khalaily, H., Bar-Oz, G., Auffray, J. C., ... & Cucchi, T. (2017). Origins of house mice in ecological niches created by settled hunter-gatherers in the Levant 15,000 y ago.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4(16), 4099-4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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