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글에서는 설치류의 조상, 그러니까 토끼와의 공통조상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하게 해보았습니다. 논쟁의 여지가 있기는 했지만 설치류와 토끼의 공통조상은 대략 공룡 대멸종 직후 시기에 출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였죠. 그러면 오늘날 설치류의 기원은 어떻게 될까요?
오늘날 설치류는 총 4개의 분류군으로 나누어집니다. 호저와 가까운 분류군 (Hystricomorpha), 다람쥐와 가까운 분류군(Sciuromorpha), 비버와 가까운 분류군(Castorimorpha), 그리고 쥐와 가까운 분류군(Myomorpha)으로 나누어집니다. 2010년에 발표된 설치류의 게놈 분석 연구에서 설치류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설치류는 쥐와 가까운 분류(쥐아목, 비버아목), 크테노히스트리카(ctenohystrica)-호저아목-, 다람쥐와 가까운 분류(다람쥐아목)로 나누어집니다. 이들이 나타난 시기에 대해서 화석기록은 무엇을 이야기 할까요?
(1). 원시적인 다람쥐와 가까운 분류군
화석기록에서는 어떨까요? 화석기록을 보면 오늘날 설치류가 속하는 분류군의 화석은 대략 5천 6백만 년 전부터 발견이 됩니다. 가장 오래된 설치류의 화석기록은 5천 6백만 년 시기에 오늘날 미국 와이오밍주에 형성된 포트 유니온층(Fort Union Formation)에서 처음 발견된 파라미스 아타부스(Paramys atavus)라는 설치류입니다. 파라미스라는 학명은 '쥐와 가까운'이라는 뜻입니다. 다람쥐아목에 속한 이 작은 동물은 아마 나무 위에서 생활하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파라미스는 미국 외에도 캐나다 유럽(영국, 프랑스, 벨기에)과 카자흐스탄에서 화석기록이 발견된 바 있습니다. 5천 6백만 년 전에서 대략 3천 3백만 년 전 즈음까지 살았던 것으로 보이죠. 즉, 다람쥐의 조상들은 초기부터 꽤 넓게 퍼져 살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북미-중동-유럽에 말이죠.
(2). 원시적인 호저와 가까운 분류군
다람쥐아목 외의 설치류의 화석기록은 어떻게 될까요? 호저가 속한 분류군인 호저아목의 경우에는 가장 오래된 화석기록이 카자흐스탄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정확히는 카자흐스탄의 질가(Zhilga)라는 지역에서 발견되었습니다. 5천 8백만 년 전에서 5천 5백만 년 사이에 살았던 카지구르티아 클리보사(Kazygurtia clivosa)라는 포유류입니다. 다만 이 포유류는 설치류보다 좀 더 원시적인 단계, 그러니까 토끼와 공통조상격인 글리어스에 속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어금니 형태가 호저아목과 비슷해 보이지만 그보다 글리어스쪽에 더 가까워 보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면 다른 이견 없이 가장 오래된 호저아목의 화석으로 인정되는 건 어떤 생물의 화석일까요?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5천 5백만 년 전에서 4천 1백만 년 사이에 발견된 비르발로미스라는 포유류가 이견 없이 가장 오래된 호저아목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1973년에 처음 보고된 이 포유류는 1978년까지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이브라힘사히(ibrahimshahi), 손다아리(sondaari), 우디(woodi)종이 보고되었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오늘날 호저, 캐피바라등 호저아목의 기원은 인도-파키스탄 지역이라 볼 수 있습니다.
(3). 원시적인 쥐와 가까운 분류군
설치류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동물. 쥐의 화석기록은 어떨까요? 오늘날 쥐가 속한 분류군인 쥐아목의 가장 오래된 조상은 5천 6백만 년 전에서 3천 3백만 년 사이에 살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화석이 발견된 지역도 다양했습니다. 크게 보자면 미국, 중국, 카자흐스탄에서 원시적인 쥐아목의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들도 굉장히 오래전부터 세계 여러 지역에 흩어져 살았다는 뜻이겠지요. 종류도 매 많았습니다. 미국에서는 시미미스 심플렉스 (Simimys simplex)라는 설치류의 화석이 캘리포니아 스위트워터층(Sweetwater Formation), 와이오밍 와삿치층(Wasatch Formation)에서 미소프스(Mysops)라는 설치류가 3종 (프라테르누스(fraternus)종, 미니무스(minimus)종, 파라부스(paravus)종)발견되었습니다. 네바다에서는
쉽 패스층(Sheep Pass Formation)이라는 지층에서 5천만 년 전에서 4천 6백만 년 전 시기의 쥐아목의 한 종류인 엘리미스 콤플렉수스(Elymys complexus)라는 동물의 화석이 발견되기도 하였습니다.
중국에서는 산시성, 내몽골, 장쑤성, 허난성에서 쥐아목의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산시성에서는 4천 8백만 년 전에서 3천 7백 2십만 년 사이에 살았던 원시적인 쥐아목 팔라시오미스 유안쿠엔시스(Palasiomys yuanquensis), 파포크리케토돈(Pappocricetodon)-종티아넨시스(zhongtianensis)종 외 6종- , 내몽골에서는 에를리아노미스 콤비나투스(Erlianomys combinatus)의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허난성에서는 파포크리케토돈과 반유에스민투스 우니콘주가투스(Banyuesminthus uniconjugatus), 프리미스민투스 지누스(Primisminthus jinus)등 여러 종류의 원시적인 쥐아목의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자 지금까지 오늘날 설치류의 기원 시기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보았습니다. 사실 상당수의 원시적인 설치류 화석들은 보존율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닙니다. 대부분 이빨만 남은 채로 보존되었지요.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들의 분화 및 분포가 초기부터 상당히 퍼져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이 동물들의 적응력이 엄청났었다는 것이지요. 그러면 이 작은 동물들은 각각 어떤 식으로 분화하였을까요? 오늘날 다람쥐와 호저, 쥐는 언제 지구상에 나타났을까요?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계속 이어서 해보겠습니다.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Paramys
Averianov, A., & Martin, T. (2001). Rodents from the early Paleogene Dzhylga localities in southern Kazakhstan.
Benton, M. J., Donoghue, P. C., Asher, R. J., Friedman, M., Near, T. J., & Vinther, J. (2015). Constraints on the timescale of animal evolutionary history. Palaeontologia Electronica, 18(1), 1-106.
Emry, R. J., & Korth, W. W. (1989). Rodents of the Bridgerian (middle Eocene) Elderberry Canyon local fauna of eastern Nevada.
Qian, L. I., & Jin, M. E. N. G. (2010). Erlianomys combinatus, a primitive myodont rodent from the eocene arshanto formation, Nuhetingboerhe, nei mongol, China. Vertebrata PalAsiatica, 48(2), 133.
Sahni, A. (1973). Additional Eocene mammals from the Subathu Formation of Jammu and Kashmir. Journal of the Paleontological Society of India, 17, 31-49.
Xueshi, H. (2004). Cricetid (Rodentia, Mammalia) remains from the Middle Eocene of Yuanqu, Shanxi. [Ku chi Chui Tung wu yu ku jen Lei]: Vertebrata Palasiatica, 42(1), 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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