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진화사

초식공룡의 앞다리 - 분류에 따라 차이가 났던 공룡의 앞다리 움직임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3. 2. 11. 09:12

  화석기록을 보면 많은 공룡이 4발로 걸었습니다. 4발로 걸어 다닌 덕분에 더 커진 몸집을 잘 버틸 수 있지요. 두 뒷다리로만 걸으면 체중의 부담을 온전히 다리로만 견뎌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매우 크게 됩니다. 그래서 두 다리보다는 네 다리로 걷는것이 더욱 몸집을 크게 키울수 있는 요인입니다. 오늘날에도 보면 두 다리로 걸어다는 사람보다 네 다리로 걷는 동물의 상당수가 몸집이 더 거대하지요 (단 네 다리로 걷는것은 몸집이 커지는 것의 필요 요견중 하나라는 것이지 네 다리로 걸으면 무조건 몸집이 커진다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이는 곧 고질라 같은 초거대 생물이 두 다로만 걸어 다니긴 불가능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신체의 90퍼센 이상의 질량이 다리에만 집중되어있지 않고서야 다리만으론 도저히 큰 몸집을 견딜 수 없으니까요.

  화석기록을 보면 많은 초식공룡이 네 다리로 걸었습니다. 최근에 네 다리로 걸었던 초식공룡들의 앞다리 움직임에 대한 연구가 새로 발표되었습니다. 영국 리버풀대학교와 자연사 박물관, 미국의 코넬 대학교 연구진은 조반목(새의 골반과 비슷한 모습의 골반을 지닌 공룡)에 속한 여러 공룡의  앞다리를 조사하여 공룡의 앞다리 움직에 대한 연구를 발표하였습니다.

 

(1). 여러 초식공룡 분류군

  본 글에 들어가기 앞서, 먼저 사전 지식이 필요할듯 합니다. 대부분의 일반인들이 보기엔 공룡이 다 거기서 거기 같지만, 실은 공룡은 여러 분류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이 글에서 언급하였듯 공룡은 골반의 형태에 따라 크게 두 분류군: 용반목, 조반목으로 나누어집니다. 이번 글에서 다루는 공룡은 모두 조반목에 속한 공룡들입니다. 조반목은 크게 헤테로돈토사우루스과와 게나사우리아(Genasauria)로 나누어집니다. 이 중에서 이번 글에서 다루는 공룡들은 모두 게나사우리아에 속합니다. 게나사우리아는 또 장순아목(Thyreophora)이라는 분류군과 신조반목(Neornithischia)이라는 분류군으로 나누어집니다. 이들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장순아목은 등에 여러 장식을 가진 특징이 있습니다.  이들의 말뜻도 '갑옷을 걸친 공룡'일 정도로 등에 갑옷 또는 골판등 여러 장식이 달려있습니다. 여기엔 등에 골판을 가진 스테고사우리아와 갑옷과 같은  단단한 뼈로 이루어진 장식을 등에 갖춘 안킬로사우리아가 있습니다.

장순아목에 속한 스테고사우리아(좌)와 안킬로사우리아(우).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Journal.pone.0138352.g001A.jpg (스테고사우리아),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Ankylosauria_Diversity.jpg (안킬로사우리아).

한편 게나사우리아는 크게 주식두아목(Marginocephalia)이라는 분류군과 조각아목(Ornithopoda)이라는 분류군으로 나누어집니다. 주식두아목에 속한 공룡들은 머리에 장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박치기공룡이라고 불리는 공룡이나 뿔이 달린 뿔공룡 모두 이 분류군에 속합니다.

 

주식두아목의 박치기공룡으로 유명한 파키케팔로사우루스(좌)와 뿔공룡 트리케라톱스(우).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Marginocephalia

  마지막으로 조각아목은 본래 두발로 걸었다가 진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거대해진 일부는 네발로 걷게 된 분류군입니다. 특히 이중에는 오리와 비슷한 주둥이를 가지고 머리에 특이한 장식을 가진 공룡도 속해있었습니다. 

 

조각목에 속한 공룡 파라사우롤로푸스.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Parasaurolophus_cyrtocristatus.jpg

 

  이번 글에서 다루는 연구의 주제가 되는 초식공룡은 이 중에서 장순아목, 주식두아목의 뿔공룡, 그리고 네발로 걸었던 조각아목에 속한 공룡들의 어깨와 앞다리를 움직이는 근육의 발달 과정을 관측한 연구진은 네발로 걷도록 진화한 과정이 분류학적 기준에 따라서 3번 따로따로 일어났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2). 공룡들의 앞다리의 차이
  기존의 연구에 따르면, 초식공룡의 앞다리는 본래 수렵, 먹이 섭식, 또는 땅에 굴을 팔 때 사용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진은 총 17종의 앞다리를 사진 측정법(사진을 찍어서 피사체의 형상과 특징을 조사하는 기술)과 레이저 스캔, CT 스캔으로 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어깨를 움직이는 부분, 그러니까 위팔뼈의 맨 윗부분의 튀어나온 부분과 어깨의 움푹 들어간 곳 사이에 만나는 어깨 관절 및 팔꿈치 부분의 움직이는 범위, 그리고 근육의 발달 정도를 조사한 것이었죠.

조반목에 속한 여러 공룡들의 걸음걸이 및 자세 분류. 출처- Dempsey et al., (2023).

 

  연구결과, 조반목에 속한 여러 공룡들의 앞다리가 움직이는 범위는 분류군에 따라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어떻게 차이가 났을까요?  간단하게 정리해 보면 연구진은 공룡의 앞다리 움직임 차이가 다음과 같았을 것으로 보았습니다.

  조각아목에 속한 공룡의 경우에는 팔이 바깥-안쪽 방향으로 움직이는 범위가 매우 적었다고 합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다른 공룡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팔이 똑바로 땅 방향으로 쭉 뻗어있다는 뜻입니다. 이 분류군에 속한 공룡의 경우에는 앞다리 구조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본래 앞발을 이용해서 먹이를 집거나 땅을 파는 용도로 사용하였는데, 여기에 적합하게 적응한 앞다리의 형태에서 몸이 커지면서 큰 변화 없이 네발로 걷게 된 것이라 볼수 있습니다.

 장순아목, 그러니까 등에 장식을 가진 공룡의 경우에는 어깨가 몸의 안쪽으로 움직이는 범위는 적었다고 합니다. 그 반면에 팔을 측면으로 움직이는 범위는 더 넓었다고 합니다.

  뿔공룡의 경우에는 팔을 몸의 바깥 부분으로 뻗는 범위가 넓었다고 합니다. 동시에 앞다리의 무게중심 또한 몸의 앞쪽에 위치하였다고 합니다.  거기에 더해서 위팔뼈가 몸집이 큰 종일수록 작은 종보다 두꺼운 정도가 더 컸다고 합니다.

 

조반목에 속한 공룡 중에서 네발로 걸었던 공룡들의 앞다리 구조 차이. 출처- Dempsey et al., (2023).

 

  분류군에 따라 움직이는 범위 및 방향에 차이점이 있었던 공룡들의 앞다리. 이는 공룡들의 몸 크기 및 생김새에 따라서 달랐던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즉, 이 공룡들의 조상들의 앞다리가 기능에 따라 형태에서 차이가 났었고, 그에 따라서 네발로 걷게 된 초식공룡들의 앞다리 역시 각각 다른 형태로 진화하게 되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입니다. 

  언뜻 보기엔 다 비슷해보이는 생물의 움직임. 그 속을 자세히 뜯어보면 각각 생물마다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꽤 인상적인 연구였다고 생각이 듭니다.

 

 

 

연구 및 자료 출처-

Dempsey, M., Maidment, S. C., Hedrick, B. P., & Bates, K. T. (2023). Convergent evolution of quadrupedality in ornithischian dinosaurs was achieved through disparate forelimb muscle mechanics.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290(1992), 20222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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