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진화사

초식공룡의 턱 움직임- 초식공룡의 다양한 턱 움직임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3. 1. 28. 07:38

  사람이 음식을 먹을때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것은 턱입니다. 턱은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음식을 소화하기 쉽게 씹거나 자를수 있는 이빨이 달려있지요. 이 이빨을 움직이기 위해서 턱이 같이 움직이는 겁니다. 이는 턱을 가진 모든 동물에서 보이는 특징입니다. 사람의 경우에는 아래턱을 위아래로 움직여서 앞니로 입안에 들어온 음식을 자르고, 송곳니로 음식을 찌르고 어금니로 음식을 씹습니다. 이는 사람뿐 아니라 모든 포유류에서도 보이는 특징입니다. 이빨이 1가지 유형으로만 이루어진 파충류, 어류도 턱을 움직여서 먹이를 자르거나 하지요. 이는 공룡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았을 겁니다.

 

사람의 아래턱 모형. 빨간색으로 표시된 곳은 턱근육이 붙는 곳이다.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Mandibular_angle_-_close-up_-_animation.gif

 

  최근에 영국의 런던 자연사 박물관,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버밍엄대학교, 브리스톨 대학교 연구진은 초식공룡 여러 종의 두개골 화석을 분석하였습니다. 그 결과, 초식공룡의 아래턱 움직임에 대해서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이었습니다. 원시적인 초식공룡 헤테로돈토사우루스와 레소토사우루스, 원시적인 갑옷공룡 스켈리도사우루스, 힙실로포돈과 원시적인 뿔공룡 프시타코사우루스의 두개골을 분석한 결과였지요. 이 공룡들은 모두 새의 골반과 비슷한 모습의 골반을 가진 조반목에 속한 공룡들입니다.

 

연구에 나왔던 초식공룡. 위에서부터: 헤테로돈토사우루스, 레소토사우루스, 스켈리도사우루스, 힙실로포돈, 프시타코사우루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Heterodontosaurus (헤테로돈토사우루스), https://en.wikipedia.org/wiki/Lesothosaurus (레소토사우루스),  https://en.wikipedia.org/wiki/Scelidosaurus (스켈리도사우루스), https://en.wikipedia.org/wiki/Hypsilophodon (힙실로포돈), https://en.wikipedia.org/wiki/Psittacosaurus (프시타코사우루스).

 

 

(1). 두개골과 근육 분석

 연구진은 여러 원시적인 분류군에 속한 초식공룡들의 두개골을  CT로 스캔하였습니다. 그리고 스캔한 결과를 토대로 뼈의 근육이 부착되는 지점에 근육을 부착하였습니다.  그렇게 공룡의 두개골에서 근육의 형태를 복원하였지요. 복원한 근육을 토대로 공룡들의 턱 움직임을 추적하였지요. 그 결과, 초식공룡의 턱 움직임은 크게 2가지로 나누어졌습니다. 위아래 수직으로 움직이는 방식,  그리고 이빨로 자르는 방식이 있습니다.

 

여러 초식공룡 두개골의 근육이 부착된 모습. 스케일바 20mm. 출처- Button et al., (2023).

 

   여러 초식공룡의 초창기 분류군에 속한 공룡들은 턱뼈에 근육이 각각 다르게 발달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연구에 등장하였던 공룡 중에서 가장 원시적인 초식공룡인 헤테로돈토사우루스의 경우에는 턱을 움직이는 근육이 매우 크게 발달하였습니다. 그리고 다른 공룡, 티레오포라라는 분류군에 속한 공룡 레소토사우루스와 스켈리도사우루스 역시 비슷하게 턱을 움직이는 근육이 크게 발달하였습니다 (다만 스켈리도사우루스는 발달된 정도가 헤테로돈토사우루스보다는 더 적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들의 턱은 수직으로 움직였습니다. 그러나 힙실로포돈과 프시타코사우루스는 좀 달랐습니다. 이들의 턱을 움직이는 근육은 크기가 커지기보다는 기울어진 형태였습니다. 즉, 우리가 눈으로 언뜻 보기엔 거기서 거기 같지만 사실 이 초식공룡들의 턱은 움직이는 방식이 달랐던 것입니다. 이런 형태 덕분에 연구진은 공룡이 식물을 먹을 때 식물에 가해지는 턱의 힘 및 턱이 움직이는 방식이 각각 달랐다고 분석하였습니다. 

 

공룡이 먹이를 먹을 때 힘이 가해지는 부분. 빨간색일수록 가해지는 힘이 강하다. 위에서부터 헤테로돈토사우루스, 레소토사우루스, 스켈리도사우루스, 힙실로포돈, 프시타코사우루스. 출처- Button et al., (2023).

 

(2). 초식공룡의 진화

  이러한 결과를 통해서 연구진은 초식공룡의 진화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었습니다. 초식공룡의 식성, 그러니까 식물을 먹는 방식은 각각 따로따로 진화하였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턱뼈에 부착된 근육의 발달된 형태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헤테로돈토사우루스의 경우에는 턱에서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습니다. 1). 밀집된 높은 층으로 이루어진 이빨, 2). 아래쪽으로 움직이는데에 발달한 턱관절, 3). 높은 비율의 턱 근육. 연구진은 이런 특징을 근거로 이 공룡이 거친 식물을 먹는데 적합한 턱 움직임을 가졌을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높은 비율의 턱 근육은 강한 힘을 내는 것에, 턱을 아래로 움직이는 데에 발달한 턱관절과 밀집된 이빨은 거친 식물을 자르는 것에 적합한 것이었지요.

 

헤테로돈토사우루스의 두개골.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Heterodontosaurus_skull_in_okklusion_and_moderate_gape.jpg

 

  초식공룡 하면 많은 매체에서 다루어지는 조각아목(머리에 여러 화려한 장식이 있는 공룡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및 뿔 달린 각룡아목은 이번 연구결과  둘다 비슷한 형태의 턱 형태 및 턱 근육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턱뼈의 구조가  턱의 뒤쪽에서 힘을 낼 수 있는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턱뼈의 뒤쪽에서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근육이 기울어진 채로 모여있기 때문이지요. 이런 구조 덕분에 이들의 턱은 앞-뒤로 움직이면서 움직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이들의 이빨도 비대칭 구조를 하고 있기에 턱뼈의 움직임 또한 그에 맞게 움직였을 것으로 보이지요. 이런 움직임은 몇몇 포유류 (멸종한 분류군인 다구치목, 알로테리아, 설치류)에서도 보이는 모습이라고 합니다. 이들의 턱은 각각 따로따로 수렴진화, 그러니까 다른 분류군에 속하였지만 유사한 턱의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라고 합니다. 다만 턱의 움직이는 방식은 비슷하더라도 먹이를 먹을 때 힙실로포돈과 같은 조각아목은 먹이를 씹는것에, 각룡아목은 턱이 움직이는 것과 무는 힘을 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차이점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원시적인 뿔공룡 렙토케라톱스의 이빨 형태와 턱뼈가 움직이는 방향. 출처- Varriale (2016).

 

  마지막으로 갑옷공룡 및 등에 골판을 가지고 있었던 검룡류가 속하는 분류군인 티레오포라의 경우에는 경우가 좀 달랐습니다. 이들은 공룡의 역사 초창기 때부터 일찍이 큰 몸을 발달하였습니다. 다른 공룡들과 비교하였을 때 몸집이 커지면서 턱뼈의 근육도 같이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몸집이 커지면서 일어난 일이기에 먹이를 먹는 데에 있어서는 기능적으로 다른 공룡 대비할 때 더 발달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비슷한 크기로 비교해본다면 힘이 상대적으로 더 약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지요. 대신 이들은 몸집이 커진 만큼 소화기관이 더 발달하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스켈리도사우루스의 몸집. 이들은 초창기 공룡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큰 몸집을 가지고 있었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Scelidosaurus

 

  언뜻 보기에는 다 같은 식물을 먹었을 것 같은 과거의 초식공룡들. 하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이들은 각기 다른 방식의 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이 공룡들이 먹었던 식물의 유형에서 차이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아프리카 초원에서도 여러 초식동물이 모여살지만, 이들은 각기 다른 식물을 먹으면서 먹이경쟁을 최대한 피하며 공생하고 있습니다. 과거 공룡들 역시 비슷하게 최대한 먹이경쟁을 피하면서 공존하면서 살았던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라 할 수 있습니다.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phys.org/news/2023-01-veggie-dinosaurs-differed-ate-food.html

('Veggie' dinosaurs differed in how they ate their food)

 

https://www.nhm.ac.uk/discover/news/2023/january/early-dinosaur-skulls-show-how-meat-eaters-became-vegetarian.html

(Early dinosaur skulls show how meat-eaters became vegetarian)

 

Button, D. J., Porro, L. B., Lautenschlager, S., Jones, M. E., & Barrett, P. M. (2023). Multiple pathways to herbivory underpinned deep divergences in ornithischian evolution. Current Biology.

 

Varriale, F. J. (2016). Dental microwear reveals mammal-like chewing in the neoceratopsian dinosaur Leptoceratops gracilis. PeerJ, 4, e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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