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진화사

쥐와 비버, 그리고 다람쥐(1)- 토끼와 쥐의 조상, 그 기원은?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3. 2. 18. 08:23

  쥐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매우 불쾌감, 혹은 공포감을 주는 동물일 겁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징그럽게 생겼다고 느껴지기도 하고, 또 병을 옮기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쥐는 현대사회에선 여러 동물실험의 대상이 되면서 인류의 의학 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징그럽지만 동시에 매우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지요.

  쥐는 설치류의 대표적인 동물입니다. 이 설치류에는 쥐 외에도 비버, 다람쥐, 심지어 호저도 들어갑니다. 그 외에도 친라, 캐피바라등 여러 동물들이 속합니다. 설치류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퍼진 생물인 것이죠. 

 

설치류에 속한 여러 동물들. 위 왼쪽부터 시계방항으로 캐피바라, 날쥐, 다람쥐, 쥐, 비버.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Rodent

 

(1). 쥐와 토끼, 그들의 차이점

  예전에 다룬 토끼의 기원에 대한 글에서 설치류와 토끼는 매우 가까운 관계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이 둘은 모두 영장상목에 속한다고 하였죠. 그러면 이 둘은 어떻게 차이가 나는 걸까요? 설치류와 토끼의 차이점은 바로 이빨에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위턱의 맨 앞에 있는 앞니에 있지요. 토끼의 앞니는 총 4개의 이빨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반면에 설치류의 이빨은 2개의 앞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토끼의 앞니는 색깔이 없는 1층의 에나멜층으로 덮여있지만 설치류의 이빨은 주황색의 2층의 에나멜층으로 덮여있습니다. 그래서 쥐나 다람쥐들의 앞니를 보면 색깔이 주황색이나 노란색 이지요. 다른 동물의 이빨의 색깔과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설치류의 이빨 성분 때문입니다. 설치류의 앞니에는 금속 성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버를 보면 앞니에 철 성분이 있습니다.

 

토끼의 앞니 (좌)와 날쥐의 앞니(우). 출처-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8/88/European_rabbit_skull_J1d.jpg (토끼),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Notomys-amplus-short-tailed-hopping-mouse-skull-holotype-registration-no-c-512-1-189249-large.jpg (날쥐).

 

(2). 설치류와 토끼의 공통조상

  이빨에 금속 성분이 포함된 독특한 동물인 설치류. 이들의 기원은 대체 어떻게 될까요? 생긴 모습을 보면 마치 공룡이 살던 시대 초창기부터 쭉 살았던 것처럼 보입니다. 공룡 시대 때 포유류를 보면 쥐와 비슷한 존재가 대부분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의외로 설치류의 기원은 포유류 전체의 역사를 보면 늦은 편이었습니다. 

  토끼와 설치류는 언제 갈라졌을까요?- 사실 이에 대해선 예전에 잠깐 언급한 적이 있었습니다. 다만 그때는 간단히 언급만 한 수준이었기에 이번에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겠습니다.- 본래 이들이 갈라진 시기는 공룡 대멸종 직후 포유류가 번성한 시기에 갈라진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왜냐하면 화석기록을 보면 토끼와 설치류의 가장 오래된 공통조상은 공룡 대멸종 시기가 지나고 얼마 안된 시점에서 등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공통조상 및 오늘날 살아있는 설치류와 토끼를 포함하는 분류군을 글리어스(Glires)라고 합니다 -우리말로는 설치동물이라고 합니다. 다만 여기선 설치류와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 글리어스라고 표기하겠습니다-. 이들의 초창기, 그중에서 오늘날 설치류나 토끼에 속하지 않는 분류군의 화석기록은 중국과 몽골, 브라질, 카자흐스탄, 미국에서 발견된 바 있습니다.

화석기록에서 등장한 가장 오래된 글리어스의 화석기록은 6천 5백만 년 전에서 6천 1백 7십만 년 사이에 형성된 지층인 중국 도우무층(Doumu Formation)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 화석은 헤오미스 오리엔탈리스(Heomys orientalis)라는 동물의 화석입니다. 이 동물의 앞니를 보면 이빨의 앞 부분에 에나멜이 두꺼운 층을 이루고 이빨의 측면을 약간 감싸는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에나멜층은 총 2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이 모든 특징은 오늘날 설치류에서도 보이는 특징입니다. 오늘날 설치류를 보면 앞니가 계속 자라기 때문에 계속 갈아주어야 하는데 계속 갈기 쉽기 위해서 이빨의 형태가 독특하게 발달한 것이지요. 이 특징이 헤오미스에서도 고스란히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거기에 입천장 구조 및 앞니가 턱뼈에서 꽂히는 구멍 등에서 오늘날 토끼와 비슷한 특징이 있었습니다. 즉, 설치류와 토끼의 공통점을 모두 가진 공통조상의 하나라고 볼 수 있지요 (다만 토끼보다는 설치류에 좀더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고는 합니다.). 이전에 토끼의 진화에서 언급하였던 에우리밀루스과(eurymylidae)역시 이 특징이 보입니다. 즉, 이 연구대로라면 설치류의 조상분류군이 등장한 시기는 대략 공룡 대멸종 거의 직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헤오미스 오리엔탈리스의 위턱뼈. 출처- Chuankuei, 1977.

 

  다만 이에 대해선 반론도 있습니다. 정확히는 글리어스는 그보다 더 이전 공룡이 아직 살아있던 시절에 등장하였다는 주장입니다. 이 주장의 근거로 역시 화석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잘람다레스테스과(zalambdalestidae)는 백악기 후기 시기에 중국, 몽골,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에서 형성된 지층에서 발견된 포유류입니다. 1926년에 처음 보고된 이 포유류들에 대해서 2001년에 샌 디에고 주립 대학교와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의 연구진이 한가지 연구 발표를 하였습니다. 9천 3백만 년 전에서 8천 3백만 년 사이에 살았던 잘람다레스테스과의 한 종류인 쿨베키(Kulbeckia)의 앞니를 토대로 이들이 설치류와 토끼의 가장 오래된 공통조상인 글리어스에 속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앞니의 크기가 크고, 이빨이 입술에 닿는 부분에 에나멜이 몰려있다는 점등을 근거로 하였습니다 (다만 쿨베키의 앞니의 에나멜은 후대의 설치류나 토끼와는 달리 에나멜층이 더 이빨을 두껍게 감싼 형태였다고 합니다. 정황상 조상 종이기에 후대의 동물과는 이 부분에서 차이가 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해석하였습니다.).

 

쿨베키아 쿨베케(Kulbeckia kulbecke)의 두개골 왼쪽 측면(a), 입 천장(b), 아래쪽 왼쪽 앞니 (c). 출처- Archibald et al., (2001).

 

  하지만 이 주장에도 반론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2003년에 뉴욕 자연사 박물관의 연구진은 잘람다레스테스과의 앞니에서 오늘날 설치류나 토끼의 앞니에서 보이는 끌 구조가 관측되지 않는다는 점, 앞니의 에나멜층이 다른 글리어스와는 달리 옆의 다른 앞니와 맞닿는 부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그 외에 두개골에서 보이는 차이점 등을 근거로 잘람다레스테스과는 설치류를 포함하는 분류군인 글리어스에 속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렇게 설치류와 토끼의 공통조상의 기원에 대해선 여러 논쟁이 있었습니다. 공룡이 살던 시기에서부터 살았다는 주장, 공룡이 멸종한 거의 직후에 등장하였다는 주장으로 나누어지지요. 다만 현재는 잘람다레스테스과는 오늘날 포유류와는 거리가 좀 있다는 주장이 있기에, 현재는 크게 인정받지는 않는 듯 합니다. 그러면 글리어스의 한 분류군이자 이번 글의 메인 주제인 설치류는 어떨까요? 설치류의 분화 과정, 그러니까 설치류의 진화 과정은 어떻게 될까요? 다음 글에서는 그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www.differencebetween.com/difference-between-rodents-and-vs-lagomorphs/

(Difference Between Cytoplasm and Cytoskeleton)

 

https://www.welcomehomenature.com/en/be/rabbits-and-rodents/feed/which-small-mammals-are-rodents-and-what-does-that-mean-for-their-diet

(Which small mammals are (not) rodent and what does that mean for their diet?)

 

https://www.mcgill.ca/oss/article/did-you-know/beavers-have-metal-teeth

(Beavers Have Metal Teeth)

 

https://news.northwestern.edu/stories/2015/02/making-teeth-tough-beavers-show-way-to-improve-our-enamel-

(Making Teeth Tough: Beavers Show Way to Improve Our Enamel)

 

https://en.wikipedia.org/wiki/Glires

 

Archibald, J. D., Averianov, A. O., & Ekdale, E. G. (2001). Late Cretaceous relatives of rabbits, rodents, and other extant eutherian mammals. Nature, 414(6859), 62-65.

 

Benton, M. J., & Donoghue, P. C. (2007). Paleontological evidence to date the tree of life. Molecular biology and evolution, 24(1), 26-53.

 

Benton, M. J., Donoghue, P. C., Asher, R. J., Friedman, M., Near, T. J., & Vinther, J. (2015). Constraints on the timescale of animal evolutionary history. Palaeontologia Electronica, 18(1), 1-106.

 

Chuankuei, L. (1977). Paleocene eurymyloids (Anagalida, Mammalia) of Qianshan, Anhui. Vertebrata PalAsiatica, 15(2), 116-118.

 

Meng, J., Hu, Y., & Li, C. (2003). The osteology of Rhombomylus (Mammalia, Glires): implications for phylogeny and evolution of Glires. Bulletin of the 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 2003(275), 1-247.

 

M. Watabe, K. Tsogtbaatar, N. Ichinnorov and R. Barsbold. 2004. Report on the Japan-Mongolia Joint Paleontological Expedition to the Gobi desert, 2001. Hayashibara Museum of Natural Sciences Research Bulletin 2:69-96

 

Smith, M. V. (2013). Textbook of rabbit medicine. Elsevier Health Sci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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