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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의 기원 (2)- 오늘날 토끼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3. 1. 1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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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 글에서 토끼가 속한 분류군인 토끼목의 조상 및 원시적인 토끼목의 화석기록을 간략하게 살펴보았습니다. 토끼의 조상은 신생대 초기인 팔레오세 시기인 6천만 년 전 즈음에 나타났습니다. 원시적인 토끼목의 화석은 아시아 및 북미에서 발견되었지요. 하지만 이들은 아직 오늘날 토끼가 속한 분류군에는 속하지 않습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이들은 오늘날 토끼의 직접적인 조상보다는 먼 친척이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우리가 아는 토끼의 조상 격에 속하는 동물들, 그러니까 토끼과의 가장 오래된 화석기록은 어디에서 발견되었을까요?

 

토끼과의 유럽토끼(좌)와 아메리카우는토끼(우). 둘 다 오늘날 살아있는 토끼과에 속한 동물들이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Rabbit (유럽토끼), https://en.wikipedia.org/wiki/Pika (아메리카우는토끼).

 

1. 토끼과의 화석기록

  화석기록을 보면 대략 4천만 년 전 시기 신생대 고3기 에오세부터 토끼과는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아시아에서 기원한 이들의 조상은 이후에 북미로 이주하였기에 토끼과의 화석은 중국 내몽골과 신장에서 발견된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 북미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들은 원시적인 토끼과입니다. 이 종류에는 아르카에오라구스아과(Archaeolaginae), 데스마토라구스아과(Desmatolaginae), 팔라에오라구스아과(Palaeolaginae), 그리고 오늘날 산토끼가 포함되는 분류군인 산토끼아과(Leporinae)가 있습니다. 이 중에서 산토끼아과에 포함되는 오늘날 토끼를 제외하면 현재는 모두 멸종하였습니다.

 

원시적인 토끼목에 속하는 분류군 데스마토라구스아과의 데스마토라구스 베투스투스(Desmatolagus vetustus)의 턱뼈 화석. 출처- burke, (1941).

 

원시적인 토끼목에 속하는 분류군 아르카에오라구스아과의 아르카에오라구스의 두개골 화석. 출처- https://eol.org/media/8762058

 

원시적인 토끼목에 속하는 분류군 팔라에오라구스아과의 팔라에오라구스의 화석.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Palaeolagus

 

팔라에오라구스의 복원도.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Palaeolagus_NT_small.jpg

 

  이 원시적인 토끼과와 관련해서 아주 재미있는 연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두뇌에 대한 연구이죠. 2020년에 미국과 폴란드, 캐나다, 중국 연구진은 원시적인 토끼과 중에서도 매우 초창기에 나타난 분류군에 속한 토끼과의 화석을 연구하였습니다. 메갈라구스라는 원시적인 토끼과로, 연구진은 이 동물의 두뇌를 조사하는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두뇌를 어떻게 연구할 수 있었을까요? 두뇌 자체는 썩어서 남아있지 않았지만, 연구진은 두개골을 X-레이로 촬영한 뒤에 3D 이미지를 제작하여서 뇌실의 형태를 제작하였습니다. 두뇌의 형태는 그 뇌실을 통해서 알 수 있었지요.

  메갈라구스의 뇌실을 복원하여 두뇌의 형태를 복원한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이들은 두뇌에서 후각을 담당하는 부분인 후 신경구(olfactory bulbs)라는 부위가 매우 컸습니다. 즉, 후각이 매우 발달하였다는 것을 뜻합니다. 오늘날 토끼는 시각과 청각이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특이할 만한 점입니다.

 여기에 더해서, 연구진은 메갈라구스의 두뇌가 들어있는 두개골 내부의 질량을 다른 영장상목에 속하는 동물들 및 그 친척들과 비교를 해보았습니다. 그 결과, 메갈라구스의 두뇌는 오늘날 토끼보다는 원시적인 영장류와 더 비슷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거기에다가 메갈라구스의 두뇌는 오늘날 토끼의 두뇌보다는 대뇌의 발달이 덜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연구에 참여한 폴란드 과학아카데미의 과학자 루시 포스토위츠-프렐릭(Łucja Fostowicz-Frelik)박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것이 메갈라구스가 오늘날 토끼보다 지능이 낮다는 것을 뜻한다고 이야기하기에는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박사는 그보다는 토끼과의 진화사에서 두뇌의 발달과정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였지요.

 

 

메가라구스와 다른 영장상목 및 그 친척과의 두개골 내부 질량 비교도. 출처- López-Torres et al., (2020).

 

  또한 4천만 년 전 시기에 살았던 원시적인 토끼과 팔라에오라구스와 관련해서도 재밌는 연구가 발표된 사례가 있습니다. 2021년에 폴란드와 중국 연구진은 팔라에오라구스의 두개골을 CT로 스캔해서 정밀분석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토끼목에 속하는 두 분류군인 토끼과와 우는토끼과와 비교를 하였습니다. 그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팔라에오라구스는 토끼과에서 보이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오늘날 토끼의 코뼈는 앞쪽보다 뒤쪽의 면적이 더 넓고 이마뼈와 만나는 부분이 V자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팔라에오라구스에서도 보이는 특징입니다. 동시에 두 동물 모두 눈뼈의 뒤쪽에 돌기에 나 있기도 하지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팔라에오라구스에서는 우는토끼과에서는 보이고 토끼과에서는 보이지 않는 특징도 있습니다. 팔라에오라구스나 우는토끼과는 주둥이를 이루는 뼈에 천공이 나 있지만, 토끼과에서는 이런 특징이 없습니다.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팔라에오라구스는 토끼과와 공통적인 특징도 있지만, 동시에 토끼과가 아닌 우는토끼과에서 보이는 특징도 있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4천만 년 전에 살았던 이 원시적인 토끼 팔라에오라구스의 화석은 토끼과와 우는토끼과의 공통조상격에 속하는 분류군이라 볼 수 있습니다.

 

 

팔라에오라구스의 두개골 및 얼굴 복원도. 출처- Wolniewicz and Fostowicz-Frelik, (2021).

 

2. 오늘날 토끼

  오늘날 토끼과의 살아있는 토끼는 총 11속이 있습니다. 이들은 산토끼속(Lepus),  아마미검은멧토끼속(Pentalagus), 강토끼속(Bunolagus), 굴토끼속(Oryctolagus), 아삼털토끼속(Caprolagus), 피그미토끼속(Brachylagus), 솜꼬리토끼속(Sylvilagus), 멕시코토끼속(Romerolagus), 붉은바위토끼속(Pronolagus), 분뇨로토끼속(Poelagus), 줄무늬토끼속(Nesolagus)이 있습니다. 이들중에서 가장 오래된 화석기록이 발견된 토끼는 산토끼입니다. 이들의 가장 오래돤 화석기록은 미국 오리건주 및 사우스다코타주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불가리아에서는 7백만 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보이는 고산토끼(Lepus timidus)의 화석이 발견되기도 하였습니다. 한편 남아공에서는 7백만 년 전 즈음에 살았던 것으로 보이는 산토끼속의 화석이 발견되기도 하였습니다. 남아공에서 발견된 토끼는 지금도 남아공에서 사는 케이프멧토끼(Lepus capensis)입니다.

 

고산토끼(좌)와 케이프멧토끼(우).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Mountain_hare (고산토끼), https://en.wikipedia.org/wiki/Cape_hare(케이프멧토끼).

 

  오늘날에도 토끼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한반도에서 서식하는 종류인 멧토끼(Lepus coreanus)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국립생물자원관에서 토끼해를 기념하여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멧토끼는 현재 개체수가 서서히 줄어드는 추세라고 합니다. 주 서식지인 풀밭이 도로공사 및 녹화사업으로 감소하여서 토끼들이 주로 이용하는 생태통로가 줄어드는 것과 유기견, 유기묘등 포식자는 늘어나는 것이 그 이유라고 합니다. 그 외에도 밀렵, 토끼전염병등의 이유가 지적되기도 하였습니다. 2022년 기준으로 20년 동안 토끼의 개체수는 꾸준하게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지금같은 추세대로라면 조만간 멸종위기종 심사대상에까지 오를수 있다고 하네요. 우리나라 고유 서식종인 멧토끼가 앞으로도 잘 살아갔으면 합니다. 

 

한반도 고유서식종인 멧토끼.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Korean_hare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paleobiodb.org/classic/checkTaxonInfo?taxon_no=42176&is_real_user=1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30105/117314761/1

([단독]산∼토끼 토끼야, 어디로 ‘갔’느냐)

 

https://www.newspenguin.com/news/articleView.html?idxno=13183

('토끼해'인데 그 많던 산토끼는 어디로 갔을까)

 

Burke, J. J. (1941). New fossil Leporidae from Mongolia. American Museum Novitates 1117:1-23

 

Lopatin, A. V., & Averianov, A. O. (2021). Arnebolagus, the oldest eulagomorph, and phylogenetic relationships within the Eocene Eulagomorpha new clade (Mammalia, Duplicidentata). Journal of Paleontology, 95(2), 394-405.

 

López-Torres, S., Bertrand, O. C., Lang, M. M., Silcox, M. T., & Fostowicz-Frelik, Ł. (2020). Cranial endocast of the stem lagomorph Megalagus and brain structure of basal Euarchontoglires.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287(1929), 20200665.

 

Wolniewicz, A. S., & Fostowicz-Frelik, Ł. (2021). CT-informed skull osteology of Palaeolagus haydeni (Mammalia: Lagomorpha) and its bearing on the reconstruction of the early lagomorph body plan. Frontiers in Ecology and Evolution, 9, 634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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