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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의 날갯질, 새의 날갯질 (5). 공룡의 흉골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2. 12. 2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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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새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어깨의 변화, 그리고 다른 동물과는 다른 새의 흉골, 그리고 공룡의 흉골 중에서 새와 비슷한 흉골의 기원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마지막으로 공룡과 새의 흉골의 차이점을 살펴보겠습니다.

 

1. 흉골의 골화

  이전 글에서 새의 흉골은 가슴판(sternal plate)이라고 하는 뼈와 복부에 있는 늑골인 복늑골이 융합되어 골화되면서 만들어진 뼈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이 뼈는 비행할 때 필요한 가슴 근육이 부착되는 곳이라고 이야기 하였지요? 새의 흉골은 바깥쪽 측면에서부터 안쪽으로 합쳐지면서 단단해지고 뼈가 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의 경우에는 동시에 흉골의 중앙 부분에서 융합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새의 흉골. 출저-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Avian_sternum_001.jpg

 

  공룡은 과연 어땠을까요? 아쉽게도 아주 명확하게 알기는 어렵습니다. 당연하겠지만 현재 남아있는 공룡은 모두 화석이기에 성장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몇몇 공룡에서는 그 흔적이 남아있어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린이 대학교와 산둥성 티안 유 자연사 박물관, 과학 아카데미 연구진은 중국 영성에 분포한 지우포탕층에서 발견된 에난티오르니스류의 화석, 그리고 그 외에 중국에서 발견된 공룡 린헤랍토르(Linheraptor), 콘푸키우소르니스(Confuciusornis), 이시아노르니스(Yixianornis), 카수아리우스(Casuarius), 메루라(Merula), 크리오도푸스(Chryodophus)등 공룡 및 원시 조류의 흉골을 조사하였습니다. 그 결과 재밌는 점이 관찰되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새로 진화해가는 과정에 있는 만큼 흉골의 형태도 오늘날 새와 유사하게 1개로 융합된 단단한 흉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흉골의 형성과정은 좀 달랐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대로 오늘날 새의 흉골은 외측 측면에서 쌍으로 융합되는 과정을 통해서 융합되고 단단한 뼈가 됩니다. 이는 다른 공룡에서도 유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에난티오르니스류의 경우는 그와 달랐습니다. 이들의 흉골은 후방에서부터 융합되고 골화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거기에다가 흉골의 양측 측면에서 동시에 쌍으로 발달하기보다는 흉골의 2곳에서 융합과정이 따로따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다만 후속 연구에서 에난티오르니스류중에서 펜고르니스과(pengornithidae)는 다른 새들과 비슷하게 측면에서부터 쌍으로 융합되는 형태를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에난티오르니스류의 흉골 융합 과정. 파란색= 융합되기 전 연골 상태의 흉골. 빨간색= 융합되고 난 후 골화된 흉골. 출처- Zheng et al (2012).

 

새와 가까운 공룡 및 다른 원시조류의 분류군에 따른 흉골의 융합 시작점 차이. 파란색= 융합되기 전 연골 상태의 흉골. 빨간색= 융합되고 난 후 골화된 흉골. 출처- O'Connor et al (2015).

  흉골은 본래 연골 상태였다가 성장하면서 단단한 뼈로 변화하였습니다. 그래서 흉골의 성장 과정 연구는 아직 알기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앞으로 나올 후속 연구에서는 어떤 내용이 나올지 궁금합니다.

 

2. 흉골이 없는 공룡

  그런데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분명 신체에서 1개로 융합된 큰 흉골은 비행할 때 필요한 뼈중 하나이며 새와 가까운 공룡 중에서 많은 공룡이 새의 흉골과 비슷한 흉골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 하였지요. 그런데 몇몇 공룡에서는 예외사항이 있습니다. 이 공룡들은 아예 융합된 흉골 자체가 없는 경우였습니다. 이 중에는 아르카에옵테릭스, 그러니까 시조새도 포함됩니다.

 

안키오르니스의 늑골. 새처럼 융합된 흉골이 없다. 출처- Zheng et al (2014)
팔레오아티스트 스콧 하트만이 그린 아르카에옵테릭스 (시조새)의 골격. 흉골이 없다. 출처- https://www.skeletaldrawing.com/theropods/archaeopteryx
팔레오아티스트 스콧 하트만이 그린 사페오르니스의 골격. 역시 흉골이 없다. 출처- https://www.skeletaldrawing.com/theropods/sapeornis

 

그러면 이 공룡들은 흉골이 없으니 비행을 완전히 하지 못하였을까요? 아주 못하지는 않았겠으나, 오늘날 새들처럼 날개를 강하게 휘둘러서 비행을 하기에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보다는 주로 바람을 타면서 활강을 하면서 날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시조새의 경우에는 특이하게도 다른 방식으로 새처럼 날개를 휘두르면서 비행을 하였을 것이란 연구도 있습니다. 2017년에 프랑스, 체코, 독일, 스웨덴의 연구진은 시조새가 강한 날갯짓을 하면서 하늘을 날았을 것이란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연구진은 시조새의 팔뼈를 잘라 단면을 조사하였습니다. 그리고 익룡, 공룡, 새와 비교를 하였습니다. 그 결과, 시조새의 날개는 짧은 거리를 비행하는 새와 뼈의 골밀도가 가장 유사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즉, 아주 먼 장거리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짧은 거리는 날갯짓으로 날았을 것이라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입니다. 독일 졸렌호펜의 프리드리히 뮐러 박물관의 큐레이터이자 시조새의 날개 연구에 참여하였던 마르틴 로퍼 박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졸렌호펜 지역은 과거에 여러 섬으로 이루어진 군도와 비슷한 환경이었기에 짧은 거리를 비행하는 것은 그런 환경에서 살기 적합하였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번 편을 끝으로 새의 날갯짓과 공룡의 날갯짓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는 것이 본래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준비하던 중에 마침 과거 새와 가까운 공룡들의 비행과 관련된 새로운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이 연구는 공룡의 발에 대한 연구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공룡의 비행 및 생태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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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www.bbc.com/news/science-environment-43386262

 

O'Connor, J. K., Zheng, X. T., Sullivan, C., Chuong, C. M., Wang, X. L., Li, A., ... & Zhou, Z. H. (2015). Evolution and functional significance of derived sternal ossification patterns in ornithothoracine birds. Journal of Evolutionary Biology, 28(8), 1550-1567.

 

Voeten, D. F., Cubo, J., De Margerie, E., Röper, M., Beyrand, V., Bureš, S., ... & Sanchez, S. (2018). Wing bone geometry reveals active flight in Archaeopteryx. Nature communications, 9(1), 1-9.

 

Zheng, X., Wang, X., O'connor, J., & Zhou, Z. (2012). Insight into the early evolution of the avian sternum from juvenile enantiornithines. Nature Communications, 3(1), 1-8.

 

Zheng, X., O’Connor, J., Wang, X., Wang, M., Zhang, X., & Zhou, Z. (2014). On the absence of sternal elements in Anchiornis (Paraves) and Sapeornis (Aves) and the complex early evolution of the avian sternum.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1(38), 13900-13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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