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진화사

새의 날갯짓, 공룡의 날갯짓 (4)- 새의 흉골, 하나로 융합된 큰 뼈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2. 12. 1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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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2편

3편

 

  지금까지 새의 진화 과정에서 있었던 어깨의 변화, 그리고 날갯짓의 진화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요약하자면, 

1. 새는 날갯짓을 하기 위해서 어깨가 등 뒤로 옮겨지도록 진화하였다.

2. 새의 어깨의 변화는 공룡에서 새로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그 과정이 보인다.

3. 새의 직접적인 조상이 아닌 공룡 중에서도 새와 가까운 일부 공룡에서 비행 능력이 별도로 진화한 사례가 2번 있었다. 즉, 비행 능력은 총 3번 나타났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추가로 이야기하자면, 어깨가 등 쪽으로 올라가서 가능해진 수직적인 날갯짓은 새 이외에도 박쥐, 그리고 잠자리에서도 보이는 특징입니다.

  그런데 새의 비행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흉골이라는 뼈입니다. 이 뼈는 일반적으로 척추동물의 가슴 중앙 부분에 있는 뼈입니다. 그런데 새의 흉골은 다른 척추동물과는 달리 쇄골, 가슴과 복부 복늑골(gastralia) (sternal plate)이라고 하는 뼈가 융합되어서 만들어졌습니다. 이 뼈에는 새가 비행할 때 필요한 가슴 근육이 위치합니다. 대부분의 공룡 및 익룡과 악어는 이 뼈에 흉근(pectoralis)이라고 하는 근육과 배곧은근(rectus abdominis)이라고 하는 가슴 근육이 부착됩니다. 이 두 근육은 각각 앞다리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근육과 복부를 이루는 근육입니다. 새의 경우에는 흉근이 날개를 아래로 내리는 역할을 하며, 배곧은근은 날개를 위로 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새의 경우에는 이 두 근육이 체중에서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새의 체중에서 25~35%를 이 가슴 근육이 차지하지요. 이 두 근육은 흉골의 끝에 튀어나온 용골돌기(processus carinatus)라는 곳에 강하게 부착됩니다.

 

새의 흉골.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Keel_%28bird_anatomy%29

 

새의 용골돌기.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Avian_sternum_001.jpg

 

  새가 비행할 때 필요한 가슴 근육이 부착되는 흉골. 새의 이 흉골은 어떤 과정을 통해서 진화하였을요? 사실 아쉽게도 흉골의 진화 과정을 참고할만한 화석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다만 몇몇 화석기록을 보면 분명 새로 진화해가는 과정에서 흉골의 진화 또한 있었음을 유추할 수는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총 2편에 걸쳐서 새의 흉골의 진화 과정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공룡의 융합된 흉골

  화석기록을 보면 이 융합된 흉골은 굉장히 오래전에 등장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2019년에 미국 버지니아 공과대학교, 제네시오 뉴욕주립대학교, 뉴욕주립대학교 스토니브룩 캠퍼스, LA 카운티 자연사 박물관, 유타 대학교의 연구진은 타와 할라에 (Tawa hallae)라는 공룡의 가슴판을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이 공룡은 2억 2천만 년 전 즈음에 살았던 꽤 초창기 공룡입니다. 살았던 시기로 보면 이 공룡은 그 어떤 새 또는 새와 가까운 공룡보다 더 오래전에 살았던 공룡입니다. 

 

타와의 모습.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Tawa_hallae

 

  타와의 흉골은 재미있게도 새로 진화하는 모양새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새의 흉골은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1. 쇄골 부재

2. 가슴판 존재

3. 가슴판 중앙선이 융합되어 1개의 요소를 형성

4. 늑골 측면에 늑골 돌기(costal process) 존재

5. 늑오훼 돌기 (sternocoracoidal process)가 전면부 측면 경계에 존재

6. 늑골의 함기성 (sternal pneumaticity)구조가 뼈의 내부에서 관측

이 중에서 타와는 2, 4, 5번 특징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새와 연관이 없는 공룡들 (예를 들자면 목 긴 공룡 등 공룡 중에서 수각류에 속하지 않는 공룡)은 2번 특징만 있었습니다. 즉, 타와의 흉골은 새와 연관이 없는 공룡보다 더 새와 비슷한 형태로 변화해가는 과정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다른 공룡에서는 보이지 않는 특징이 타와에서는 보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위에서 이야기하였듯이 이 공룡은 다른 새와 가까운 공룡보다 훨씬 오래전에 살았던 공룡입니다. 따라서 타와의 화석은 새의 흉골과 비슷한 형태의 흉골이 오래전에 기원하였다는 것을 뜻합니다.

 

타와의 흉골과 부착되는 근육. 출처- Bradley et al (2019).

 

2. 공룡의 융합된 흉골

  새가 등장하기 한참 전에 살았던 공룡 타와의 흉골은 새와 비슷해지는 모습으로 진화해가는 과정에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새와 가까운 다른 공룡들, 즉 쥐라기공원에서 나왔던 벨로키랍토르와 비슷한 마니랍토라에 속하는 공룡들은 어떨까요? 이 공룡들 역시 새처럼 2개의 가슴판이 융합된 흉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여러 공룡과 원시 조류에서 발견된 융합된 늑골. a: 미크로랍토르, b:콘푸키우소르니스, c:펜고르니스과, d:펜고르니스과, e:에난티오르니스아과, f:롱기로스트라비스 하니, g:아르카에오르힌쿠스 스파툴라,h:송글란고르니스 링헨시스, i:이시안오르니스 그라바우엔시스. 출처- O'Connor et al (2015).

 

  에피덱시프테릭스 후이 (Epidexipteryx hui)는 타와 이후에 살았던 공룡 중에서 새의 흉골과 유사한 형태의 흉골을 지닌 가장 오래된 공룡입니다. 비록 온전히 보존되지는 않았지만, 오늘날 새의 흉골과 비슷하게 전면으로 튀어나와 있으며, 2개의 가슴판이 융합된 형태를 하고 있었습니다.

 

에피덱시프테릭스의 모습.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Epidexipteryx

  타와, 그리고 에피덱시프테릭스 이후에 등장한 여러 공룡들은 새와 비슷한 형태의 흉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이 공룡들의 흉골은 새의 흉골과 차이가 있었을까요? 아니면 차이가 없었을까요? 다음 글에서는 다른 공룡들과 새의 흉골의 차이점을 살펴보겠습니다.

 

연구 및 자료 출처-

 

Bradley, A. B., Burch, S. H., Turner, A. H., Smith, N. D., Irmis, R. B., & Nesbitt, S. J. (2019). Sternal elements of early dinosaurs fill a critical gap in the evolution of the sternum in Avemetatarsalia (Reptilia: Archosauria). 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 39(5), e1700992.

 

Lambertz, M., & Perry, S. F. (2015). Remarks on the evolution of the avian sternum, dinosaur gastralia, and their functional significance for the respiratory apparatus. Zoologischer Anzeiger-A Journal of Comparative Zoology, 255, 80-84.

 

O'Connor, J. K., Zheng, X. T., Sullivan, C., Chuong, C. M., Wang, X. L., Li, A., ... & Zhou, Z. H. (2015). Evolution and functional significance of derived sternal ossification patterns in ornithothoracine birds. Journal of Evolutionary Biology, 28(8), 1550-1567.

 

Zhang, F., Zhou, Z., Xu, X., Wang, X., & Sullivan, C. (2008). A bizarre Jurassic maniraptoran from China with elongate ribbon-like feathers. Nature, 455(7216), 1105-1108.

 

Zheng, X., O’Connor, J., Wang, X., Wang, M., Zhang, X., & Zhou, Z. (2014). On the absence of sternal elements in Anchiornis (Paraves) and Sapeornis (Aves) and the complex early evolution of the avian sternum.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1(38), 13900-13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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