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늘을 날았던 공룡 미크로랍토르
지금까지 새의 어깨의 형태, 그리고 그 진화사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다시 이야기하면 새의 어깨는 비행을 위해서 등 쪽으로 이동하였으며. 이 과정은 여러 단계를 거쳐서 진화하였습니다. 그러면, 이 과정에서 비행 능력은 언제 등장하였을까요? 여러 공룡의 화석과 진화과정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공룡에서 새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비행 능력은 여러 번 등장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예시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미크로랍토르 구이는 2000년에 중국의 지우포탕층(Jiufotang Formation)이라는 1억 2천만 년 전 즈음에 형성된 지층에서 발견된 공룡입니다. 이 공룡은 특이하게도 앞발뿐 아니라 다리까지 형태가 날개와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이 공룡의 발가락뼈는 이 공룡이 하늘을 날았음을 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미크로랍토르의 첫 번째 발가락뼈는 세 번째 발바닥뼈의 바깥쪽 끝에 긴 형태로 부착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특징은 시조새, 그리고 하늘을 나는 새에서 보이는 특징입니다. 땅에서 사는 육식공룡 및 땅에서 사는 새들은 첫 번째 발가락뼈가 세 번째 발바닥뼈의 중앙 부분에 부착됩니다. 거기에 이 공룡의 발톱은 155도 이상으로 휘어있었습니다. 이런 구조를 하는 발가락과 발톱은 이 공룡이 나무 위를 기어 올라가는 공룡이었으리란 것을 지시합니다. 거기에 발바닥뼈 바깥쪽에 긴 형태로 부착되는 발가락뼈는 하늘을 나는 새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발가락뼈 외에도 칼깃 형의 비대칭 구조의 깃털 등 비행에 필요한 구조는 거의 다 갖추고 있었습니다. 의심의 여지 없이 미크로랍토르는 비행이 가능하였던 공룡이었습니다.
미크로랍토르의 비행에 대한 연구는 2007년에 또 하나 발표되었습니다. 텍사스 공과대학의 산카르 차터치(Sankar Chatterjee) 교수와 항공 전문가 잭 템플린(Jack Templin)박사는 미크로랍토르의 비행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컴퓨터 시물레이션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 미크로랍토르는 기복 운동(起伏運動Phugoid)을 하는 활강을 하였다고 합니다. 기복 운동이란 항공역학 용어로, 항공기가 상승할 때 속도를 올리고 하강할 때는 속도를 줄이면서 활강하는 운동을 뜻합니다. 이 운동은 복엽기가 비행할 때 일어나는 운동입니다. 연구진은 미크로랍토르의 날개, 특히 다리 날개 역시 이 기복 운동을 하기 적합한 구조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공룡의 몸 아래로 뻗은 다리에 부착된 깃털은 몸의 뒤쪽으로 뻗어있습니다. 이 공룡이 비행할 때 다리에 부착된 깃털은 앞날개와 함께 수평적인 구조를 하게 됩니다. 그 덕분에 이 공룡이 비행할 때 뒷날개는 복엽기의 날개처럼 공기의 흐름을 타는 역할을 합니다. 거기에 평평한 꼬리는 비행할때 양력을 추가로 만들거나 몸의 중심을 잡는 용도로 활용되었지요. 이런 구조를 근거로 연구진은 미크로랍토르의 활강 모습이 마치 복엽기가 비행하는 것과 비슷하게 기복 운동을 하는 활강을 하였으리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다만 다리 근육의 차이 및 발가락과 발톱의 구조로 보아 이 공룡이 새처럼 땅에서 뛰어서 날기보다는 나무를 기어 올라가서 나무와 나무 사이를 뛰면서 활강하였을 것입니다.
2. 진화과정에서 여러 번 등장한 비행 능력
미크로랍토르는 새와 가까운 공룡중에서 비행을 하는 공룡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곧 새와 가까운 공룡이 모두 비행을 하였다는 것은 아닙니다. 비행을 할수 있었던 공룡이 있었고, 그렇지 않았던 공룡이 있었겠지요. 그러면 새의 진화에서 비행을 할수 있었던 분류군은 과연 어떤것이 있었을까요?
2020년에 중국과 호주, 미국, 영국의 공동 연구진은 새의 진화과정에서 비행의 등장 시기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연구 결과, 새의 진화과정에서 비행 능력은 총 3번 등장하였다고 합니다. 즉, 비행 능력은 새에서 딱 한 번만 나타난게 아니라, 새, 그리고 새와 가까운 친척 공룡이 다양성을 가지면서 오랜 시간 동안 퍼져나가면서 여러번 등장하였던 것입니다. 이는 오늘날 하늘을 나는 새의 2가지 조건을 조사한 결과였습니다. 새의 비행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새가 하늘을 나는 데에는 2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날개의 하중, 그리고 몸을 띄울 수 있는 양력이 그것입니다. 날개의 하중은 새가 비행할 때 속도를 내야 하는 순간 -몸을 하늘로 띄울 때, 땅에 착지할 때, 하늘에서 비행할 때, 날개짓하는 주기-에 필요한 힘을 낼 수 있는가를 결정짓는 요인입니다. (참고로 날개의 하중을 계산하는 방식은 전체 체중/날개의 면적 값입니다. 이 값이 2.5g/cm^-2보다 작은 값을 가진 새의 경우엔 모두 비행이 가능하였습니다.). 양력은 이전 글에서 이야기하였지요. 새가 하늘을 날 때 신체를 하늘로 밀어내는 힘입니다. 즉, 비행할 때 충분한 날개 하중과 양력은 필수입니다.
연구진은 오늘날 새가 비행할 때 필요한 여러 요건 중에서 날개의 하중, 그리고 양력 값을 계산해내는 방법을 토대로 원시적인 새, 새, 그리고 새와 가까운 공룡들의 날개 하중과 필요한 양력값을 계산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값을 토대로 어떤 분류군이 날 수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계산해내었습니다. 그리고 비행에 필요한 날개 하중과 양력 값을 모두 가진 것으로 확인된 분류는 비행 가능 가능성(Powered Flight Potential)으로, 일부만 가진것으로 확인되면 비행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 (Close to powered Flight Potential)으로 분류하였습니다.
계산한 결과, 비행 능력은 총 3번 등장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새로 진화하는 단계 외에 다른 단계인 우넨라기아아과와 미크로랍토르아과에서 비행 능력이 2번 등장하였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몸의 체구가 작아지고 앞발의 길이가 길어진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또한 위 그림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비행 능력은 한 단계에서 기원하여 뿌리처럼 진화한 것이 아니라 여러 단계에서 따로따로 진화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새, 그리고 새와 가까운 공룡의 생태가 매우 다양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근거라 할 수 있습니다.
자 이제 날개의 진화 이야기는 이쯤 하기로 하고, 다음 글에서는 날개는 아니지만, 새가 비행을 할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근육, 그리고 이 근육이 부착되는 부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계속)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answersingenesis.org/extinct-animals/did-microraptor-gui-invent-the-biplane/
Chatterjee, S., & Templin, R. J. (2007). Biplane wing planform and flight performance of the feathered dinosaur Microraptor gui.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04(5), 1576-1580.
Pei, R., Pittman, M., Goloboff, P. A., Dececchi, T. A., Habib, M. B., Kaye, T. G., ... & Xu, X. (2020). Potential for powered flight neared by most close avialan relatives, but few crossed its thresholds. Current Biology, 30(20), 4033-4046.
Xu, X., Zhou, Z., & Wang, X. (2000). The smallest known non-avian theropod dinosaur. Nature, 408(6813), 705-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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