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진화사

쥐와 비버, 그리고 다람쥐(4)- 베일에 쌓인 설치류의 진화사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3. 3. 11. 09:38

  비늘꼬리청서. 무언가 특이한 이름을 가진 이 동물은 오늘날 중앙아프리카의 열대우림 지역에서 서식하고 있는 작은 설치류입니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살지 않는 동물이지요. 그래서 아마 대부분의 독자분들은 아마 처음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동물은 하늘다람쥐처럼 앞다리와 뒷다리 사이에 비막을 가지고 있어 이것으로 하늘을 날아다니며 살아갑니다. 이들은 꼬리에 두 줄의 뾰족한 비늘이 있습니다. 그래서 비늘꼬리청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1851년에 런던 동물학회지에 독일 화가 조셉 울프(Joseph Wolf)가 그린 비늘꼬리청서의 그림.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Anomalure
비늘꼬리청서과의 한 종류인 더비경비늘꼬리청서(Anomalurus derbianus)의 표본. 출처- https://en.wiktionary.org/wiki/anomalure

 비늘꼬리청서는 비늘꼬리청서아목(Anomaluroidea)에 속하는 동물입니다. 오늘날 포유류 중에서 이 분류군에는 비늘꼬리청서과(Anomaluridae), 카메룬 비늘꼬리과(Zenkerellidae)가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아프리카에서 살고 있지요. 

  카메룬 비늘꼬리과에 속한 카메룬 비늘꼬리(Cameroon scaly-tail 학명: Zenkerella insignis-)의 경우에는 하늘을 활공하는 능력은 없습니다. 비늘꼬리청서과에 속한 동물 중에서 쇠비늘꼬리청서속(Idiurus)의 경우에도 활공능력은 없습니다.

카메룬 비늘꼬리.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Cameroon_scaly-tail
쇠비늘꼬리.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Flying_mouse

 

  비늘꼬리청서아목중에서 유일하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능력을 가진 설치류는 비늘꼬리청서속(Anomalurus)입니다. 비늘꼬리청서속에 비크로프트청서 (Anomalurus beecrofti), 더비경비늘꼬리청서 (Anomalurus derbianus), 펠청서 (Anomalurus pelii), 그리고 드워프비늘꼬리청서 (Anomalurus pusillus)가 있습니다. 이 동물들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늘꼬리청서인 것입니다.

  이 특이하고 귀여운 동물의 기원은 어떻게 될까요? 화석기록을 통해서 본 이들의 기원에 대해서는 2가지 가설이 존재합니다. 첫 번째 가설은 5천 6백만 년 전에서 3천만 년 사이에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제그두미스과(Zegdoumyidae)라는 멸종한 포유류에서 기원하였다는 것입니다. 다른 가설은 미얀마에서 발견된 화석기록을 근거로 미얀마 지역에서 기원하였다는 가설입니다. 양쪽 다 화석기록에 그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과연 비늘꼬리청서와 그 친척의 화석기록은 어떻게 될까요? 이번 글에서는 이 동물의 화석기록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5천 6백만 년 전에 기원한 포유류

 비늘꼬리청서가 속한 분류군인 비늘꼬리청서아목에는 오늘날 살아있는 비늘꼬리청서과와 카메룬비늘꼬리과 외에도 멸종한 다른 분류군도 있었습니다. 5천 6백만 년 전 시기에 화석이 발견된 제그두미스과(Zegdoumyidae), 네멘차미스과(Nementchamyidae) 그리고 노나노말루루스과(Nonanomaluridae)가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아프리카에서 발견되었습니다. 튀니지, 알제리, 리비아, 나미비아, 모로코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오래전에 살았던 동물은 5천 6백만 년 전에서 4천만 년 전 즈음에 튀니지의 제벨 참비(Jebel Chambi) 지역에 형성된 참비층(Chambi Formation)에서 발견된 제그두미스 스베틀라이(Zegdoumys sbetlai)입니다. 현재까지 발견된 비늘꼬리청서아목의 가장 오래된 화석이죠.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있다면 이 동물들이 북아프리카에서 남쪽으로 퍼진 시기가 어느 시점이었는지입니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자면 아프리카 남쪽의 나미비아에서 발견된 4천 7백8만 년 전 시기에 살았던 글리비아 나미비엔시스(Glibia namibiensis)- 후에 제그두미스 나미비엔시스(Zegdoumys namibiensis)로 재명명되었습니다.-를 제외하면 모두 북아프리카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입니다. 즉, 비늘꼬리청서아목의 분포가 북아프리카에서 어느 시점에서 사하라 이남의 중앙 아프리카, 그리고 남아프리카까지 내려간 것인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멸종한 다른 친척들 중에서도 북아프리카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발견된 분류는 제그두미스 나미비엔시스뿐이기 때문에 화석기록으로도 아직 자세히 알 수 없습니다. 마이오세, 그러니까 2천 3백만 년 전부터 지구에 대규모의 기후변화가 일어나서 오늘날의 기후조건이 서서히 갖추어지기 시작하였던 시기 즈음에 남쪽으로 이주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아직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제그두미스 나미비엔시스의 화석. 출처- Pickford et al., (2008).

 

  어찌 되었든 간에 여기까지만 보면 비늘꼬리청서의 기원은 북아프리카지역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화석기록을 보면 오늘날 비늘꼬리청서가 속하는 비늘꼬리청서과의 가장 오래된 화석은 아프리카가 아닌 전혀 다른 지역에서 발견되었습니다.

 

(2). 미얀마에서 기원한 비늘꼬리청서과

  대부분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것과는 다르게 비늘꼬리청서과의 가장 오래된 화석은 뜻밖의 장소에서 발견되었습니다. 2003년 8월에 미얀마의 폰다운층(Pondaung Formation)이라는 지층에서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비늘꼬리청서과의 생물의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4천 1백만 년 전 시기에 살았던 폰다운기미스 아노말루롭시스(Pondaungimys anomaluropsis)라고 명명된 이 포유류는 턱뼈의 일부만 발견되었습니다. 발견된 이빨의 구조가 오늘날 비늘꼬리청서과의 그것과 유사하였기에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비늘꼬리청서의 화석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폰다운기미스 아노말루롭시스의 첫 번째 화석. 출처- Dawson (2003).

 

  2018년에는 폰다운기미스 아노말루롭시스의 발목뼈가 보고되기도 하였습니다. 이 뼈를 조사한 캐자스 대학교의 파울린 코스터(Pauline M. Coster)교수와 미국, 미얀마의 연구진은 이 발목뼈를 토대로 원시적인 비늘꼬리청서의 걸음걸이에 대한 결론을 내기도 하였습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발목뼈는 좌우 형태가 매우 비대칭적인 구조를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구조의 발목은 4발로 걷되, 활공 능력을 가지기 위한 일종의 중간단계 모습을 보인다고 합니다. 즉, 아직 완전히 활공 능력을 발달하기 이전 단계였다는 것이죠.

 

 

폰다운기미스 아노말루롭시스의 발목뼈. 출처- Coster et al., (2018).

 

   그렇다면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비늘꼬리청서의 화석은 미얀마에서 발견되었으니 이들은 미얀마 지역에서 기원하였을까요? 여기에 대해선 2가지 해석이 가능합니다. 첫 번째는 미얀마 지역에서 기원하였다는 해석, 그리고 두 번째는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이 동물들의 서식지가 미얀마까지 진출하였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즉, 두번째 해석에 따르면 이들의 분포도가 매우 넓었다는 것을 뜻하지요. 이 중에서 어느 가설이 맞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3). 아프리카의 비늘꼬리청서 화석

  비록 가장 오래된 비늘꼬리청서의 화석은 미얀마에서 발견되었지만, 가장 풍부한 화석기록이 발견된 곳은 아프리카입니다. 미얀마의 폰다운층과 비슷한 시기에 알제리의 비르 엘 아테르(Bir El Ater)라는 지역에서 발견된 네멘차미스 라보카티(Nementchamys lavocati)라는 비늘꼬리청서의 이빨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발견된 비늘꼬리청서의 화석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화석인 셈이죠. 그 이후 시기의 비늘꼬리청서의 화석은 이집트, 케냐, 모로코, 리비아, 오만, 우간다에서 화석이 발견된 기록이 있습니다. 

  오늘날 비늘꼬리청서가 속한 속인 아노말루루스속(Anomalurus)의 화석은 케냐의 팀층(Tiim Formation)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대략 1천 6백만 년 전에서 1천 3백만 년 전 사이 시기에 형성된 지층이었지요. 즉, 화석기록을 보면 오늘날 비늘꼬리청서는 대략 1천 6백만 년 전 즈음에 지구상에 출현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네멘차미스 라보카티의 화석. 출처- Jaeger et al., (1985).
아노말루루스 파라부스 (Anomalurus parvus). 스케일바 1mm. 출처- Winkler, (1992).

 

  지금까지 이야기를 보면 이 비늘꼬리청서라는 설치류는 진화사에서 동남아시아에서 아프리카까지 나름 넓은 지역에서 서식하였지만, 대부분은 아프리카 대륙에서만 서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날에도 아프리카대륙에서만 살고 있고요. 다만 이 아프리카 대륙 내에서도 분포에 대해서는 아직 미스터리에 쌓인 부분이 많습니다. 분명 신생대 초기에는 북아프리카에서 주로 서식한 것으로 보이는데, 정확히 어느 시점에서 중앙아프리카, 남아프리카까지 진출한 것이었을까요? 아직 그것은 확실하지 않습니다. 동시에 다른 친척들은 다 아프리카에서 발견되었는데 왜 오늘날 비늘꼬리청서과의 가장 오래된 화석은 미얀마에서 발견되었는지도 아직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즉, 기원 및 진화사에 대해서 아직 연구가 많이 필요한 설치류가 비늘꼬리청서인 것으로 보입니다. 

  2018년에 미트콘드리아를 이용한 이들의 분화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오늘날 비늘꼬리청서과와 카메룬 비늘꼬리과의 분화 시기는 상당히 오래전인 에오세 중반부에 일어난 것으로 보이며, 오늘날 아프리카에서 서식하는 포유류 중에선 코끼리가 속한 장비목과 여우원숭이 및 영장류와 함께 가장 오래된 분류군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즉, 아프리카에서 살아간 시기 자체는 매우 오래되었다는 것을 뜻하죠.

자 지금까지 다람쥐아목과 비늘꼬리청서아목의 분화를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바늘과 같은 가시가 수북하게 몸을 덮고 있는 동물, 호저와 그 친척인 호저아목의 분화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Anomalure

 

Coster, P. M., Soe, A. N., Beard, K. C., Chaimanee, Y., Sein, C., Lazzari, V., & Jaeger, J. J. (2018). Astragalus of Pondaungimys (Rodentia, Anomaluroidea) from the Late Middle Eocene Pondaung Formation, Central Myanmar. 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38(6), e1552156.

 

Fabre, P. H., Tilak, M. K., Denys, C., Gaubert, P., Nicolas, V., Douzery, E. J., & Marivaux, L. (2018). Flightless scaly‐tailed squirrels never learned how to fly: A reappraisal of Anomaluridae phylogeny. Zoologica Scripta47(4), 404-417.

 

Dawson, M. R. (2003). Rodents of the family Anomaluridae (Mammalia) from Southeast Asia (middle Eocene, Pondaung Formation, Myanmar). Annals of Carnegie Museum72, 203-213.

 

Jaeger, J. J., Denys, C., & Coiffait, B. (1985). New Phiomorpha and Anomaluridae from the late Eocene of North-West Africa: phylogenetic implications. In Evolutionary relationships among rodents: A multidisciplinary analysis (pp. 567-588). Springer US.

 

Pickford, M., Senut, B., Morales, J., Mein, P., & Sanchez, I. M. (2008). Mammalia from the Lutetian of Namibia. Memoirs of the Geological Survey of Namibia20, 465-514.

 

Winkler, A. J. (1992). Systematics and biogeography of middle Miocene rodents from the Muruyur Beds, Baringo District, Kenya. 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12(2), 236-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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