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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와 비버, 그리고 다람쥐(5)- 서아시아와 인도, 아메리카 대륙에서 발견된 거대한 설치류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3. 3. 1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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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설치류의 기원 및 다람쥐, 그리고  비늘꼬리청서라는 설치류의 화석기록 및 진화사를 간략하게 살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현재 살아있는 설치류 중에서 전반적으로 몸집이 큰 종류인 호저 및 카피바라, 그리고 친칠라가 속한 분류군인 호저아목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1. 몸집이 크고 희한한 모습의 설치류들

  우리는 보통 설치류라고 하면 쥐를 떠올립니다. 쥐는 매우 몸집이 작은 동물이죠. 그런데 모든 설치류가 다 쥐처럼 작은 건 아닙니다. 현재 살아있는 설치류 중에서 가장 몸집이 큰 설치류는 무엇일까요? 바로 카피바라입니다. 몸길이가 1미터를 넘고 체중도 최대 60zlf로그램이 넘는 이 거대한 설치류는 오늘날 남아메리카 아마존에서 서식합니다. 카피바라뿐 아니라 호저아목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쥐보다 훨씬 몸집이 큰 포유류가 전반적으로 많이 포함됩니다. 호저, 아구티, 파카등이 포함되지요. 호저아목중에서 그나마 몸집이 작은 동물이라면 기니피그, 친칠라 정도가 있지요. 이렇게 오늘날 호저아목은 매우 다양하게 퍼져서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서식하고 있습니다.

 

카피바라의 모습. 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EC%B9%B4%ED%94%BC%EB%B0%94%EB%9D%BC#/media/%ED%8C%8C%EC%9D%BC:Capivara(Hydrochoerus_hydrochaeris).jpg

 

아구티. 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EC%95%84%EA%B5%AC%ED%8B%B0%EA%B3%BC
파카. 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ED%8C%8C%EC%B9%B4%EC%86%8D
기니피그(좌)와 친칠라(우). 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EA%B8%B0%EB%8B%88%ED%94%BC%EA%B7%B8%EC%86%8D (기니피그) https://ko.wikipedia.org/wiki/%EC%B9%9C%EC%B9%A0%EB%9D%BC%EC%A5%90%EB%A5%98 (친칠라)

  호저아목은 크게 군디상과(Ctenodactyloidea), 호저하목(Hystricognathiformes)으로 나누어집니다. 군디상과에는 군디, 그리고 라오스바위쥐라고 하는 매우 생소한 동물이 속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호저, 카피바라, 기니피그, 친칠라 등은 모두 호저하목에 속하지요.

 

군디.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Ctenodactylomorphi
라오스바위쥐.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Laotian_rock_rat

  자 그러면 이 호저아목의 화석기록은 어떻게 될까요?

 

2.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호저의 친척

  혹시 2편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왔는지 기억하시나요? 카지구르티아 클리보사(Kazygurtia clivosa)라는 5천 8백만 년 전에서 5천 5백만 년 사이에 카자흐스탄에서 살았던 포유류가 소개되었지요. 이 포유류가 어느 분류군에 속하는가에 대해서 논란이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만약 이 포유류가 호저아목이 맞다면, 호저아목의 가장 오래된 화석은 이 포유류의 것입니다. 이 포유류의 화석을 처음 연구한 구소련의 학자 네소프(L. A. Nessov)는 이 동물이 호저아목 중에서 지금은 멸종한 분류군인 차파티미스과(Chapattimyidae)에 속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 분류군은 호저아목 중에서 군디상과에 속합니다.

 

카지구르티아 클리보사의 이빨. 출처- Averianov and Martin (2001).

 

  카자흐스탄 외에도 원시적인 호저아목의 화석은 키르기스스탄, 인도, 중국, 몽골에서 주로 발견되었습니다. 종류도 굉장히 많았어요. 4과 27속, 종은 100종이 넘었지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대부분 이빨이나 턱의 일부만 발견되었다는 점이지요. 다만 몇몇 종류는 운이 좋게도 신체의 다른 부분도 화석이 발견되어서 좀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보자면, 군디상과에 속한 멸종한 동물 중에서  탐쿠아미스(Tamquammys)라는 동물이 있었습니다. 이 설치류의 화석은 파키스탄과 카자흐스탄, 그리고 중국 내몽골지역에서 5천 5백만 년 전에서 2천 8백만 년 전 사이의 지층에서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1971년에 셰비레바(Shevyreva)라는 학자가 처음 학계에 보고한 이래로 현재까지 총 6종이 발견되었지요.

 

몽골에서 발견된 원시적인 호저아목인 탐쿠아미스의 한 종류인 탐쿠아미스 롱구스(Tamquammys longus)의 화석. 출처- Li and Meng (2015).

 

  2018년에 폴란드의 폴란드 과학아카데미 소속의 루시 포스토위츠-프렐릭(Łucja Fostowicz-Frelik)박사와 중국의 고척추동물 및 고인류 연구재단의 리 치안(Li Qian)박사, 그리고 니 씨준 (Xijun Ni)박사는 탐쿠아미스의 발목 화석을 연구하여 이 동물의 걸음걸이에 대한 연구를 보고하였습니다. 연구진은 중국 내몽골 동쪽의 4천 8백 6십만 년 전 즈음에 형성된 지층이 분포한 누허팅보에르헤(Nuhetingboerhe)라는 지역에서 발견된 탐쿠아미스 로버스투스(Tamquammys robustus)와 그보다 크기가 더 작은 탐쿠아미스 윌소니(T. wilsoni)의 발목뼈를 오늘날 설치류 및 설치류가 속한 분류군인 영장상목(영장류, 설치류, 토끼를 포함하는 분류군)과 비교 조사하였습니다. 

 

 

A: 탐쿠아미스 로버스투스(Tamquammys robustus), B: 탐쿠아미스 윌소니(Tamquammys wilsoni), C: 알푸스 마뭇(Marmota marmota), D: 중국바위다람쥐(Sciurotamias davidianus), E: 검은꼬리프레리독(Cynomys ludovicianus), F: 사향쥐(Ondatra zibethicus), G: 트리보스페노미스 미누투스(Tribosphenomys minutus), H: 트리보스페노미스 미누투스(왼쪽 발목뼈). 출처- Fostowicz-Frelik et al., (2018).

 

  이렇게 발목의 형태는 오늘날 호저아목이 아닌 다른 설치류와 비슷하였지만, 동시에 특이한 점이 또 하나 있었습니다. 똑같은 탐쿠아미스라고 해도 로버스투스종과 윌소니종의 발목 형태에서 나타난 차이점으로 인해서 다른 삶을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었죠. 연구팀은 이 동물들 및 오늘날 설치류와 원시적인 영장상목의 발목뼈 구조를 비교하였습니다. 그 결과 로버스투스종의 경우에는 오늘날 쥐나 바위다람쥐 같은 땅에서 살면서 바위를 오르는 동물의 발목뼈와 유사하였습니다. 윌소니종의 경우에는 반대로 원시적인 영장상목인 나무땃쥐(Tupaia) 및 푸르가토리우스(Purgatorius)의 발목뼈와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즉, 똑같은 탐쿠아미스라고 해도 땅이나 바위 위에서 살거나 아니면 나무를 기어오르며 살았다는 것이죠. 즉, 이 작은 포유류들은 똑같은 탐쿠아미스에 속한다 하여도 생존방식에서 차이점이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탐쿠아미스의 한 종류인 탐쿠아미스 로버스투스(Tamquammys robustus)의 복원도. 출처- Fostowicz-Frelik et al., (2018).

 

2. 호저와 카피바라

  자 그러면 우리에게 익숙한 호저, 카피바라가 속한 호저하목은 언제 나타났을까요? 화석기록을 보면 가장 오래된 호저하목이 발견되었던 시기는 위에서 이야기한 군디과가 등장하였던 시기에서 조금 더 이후인 (다만 지질학적으로는 크게 먼 미래는 아닌) 4천 8백 6십만 년 전에서 3천 7백 2십만 년 전 사이인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1984년에 구소련의 고생물학자 니나 세묘노브나 셰비레바(Nina Semenovna Shevyreva)는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호저하목의 화석을 키르기스스탄의 오바일라층(Obayla Formation)에서 발견하였습니다. 그녀는 이 화석에 블렌토소미스 다시케르코스(Blentosomys dasikerkos)라는 학명을 부여하였습니다.

  화석기록을 보면 호저하목은 비슷한 시기에 서아시아뿐 아니라 남미에서도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2012년에 프랑스, 독일, 파나마, 페루의 공동 연구진은 페루의 로레토 지역에 분포한 포조층(Pozo Formation)이라는 지층에서 여러 호저아목의이빨화석을 보고하였습니다. 4천 1백만 년 정도 된 이 지층에서 발견된 호저아목의 화석은 이 생물들의 분포에 대한 실마리를 하나 제공하였습니다. 

  대략 3천 4백만 년 전에 지구의 환경이 바뀐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시기 지구는 신생대 고제3기의 에오세에서 올리고세로 바뀌는 일종의 과도기 시기였습니다. 이 과도기때 극지방에 얼음이 형성되기 시작하였고 (에오세 때만 해도 극지방에 얼음이 없었습니다!) 기후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환경이 변하니 지구의 생태계 또한 변하였지요. 본래 호저아목의 남미 진출 또한 이 시기 즈음에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이전 시기에 호저아목의 화석이 남미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은, 본래 중동-아시아지역에서 살았던 이들의 남미 진출이 진화사의 초기에 일어났다는 것을 뜻합니다.

 

페루에서 발견된 호저아목의 이빨 화석. 출처- Antoine et al., (2012).

 

   오늘날 호저와 카피바라의 화석기록은 어떻게 될까요? 카피바라부터 보자면, 화석기록으로 보았을 때 대략 2천 3백만 년 전에서 5백만 년 사이에 오늘날 미국 플로리다에서 살았던 카피바라의 화석이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카피바라의 화석인 것으로 보입니다. 1923년에 플로리다의 피스강(Peace River)이라는 강가 근처에 존재하는 퇴적층에서 발견된 이 카피바라의 화석은 정확한 종은 알 수 없지만, 오늘날 카피바라가 속한 히드로코에루스속(Hydrochoerus)의 가장 오래된 화석기록인 것으로 보입니다. 카피바라는 그 시기부터 오늘날까지 오늘날 남미, 그러니까 브라질, 콜롬비아, 우루과이, 베네수엘라등 남미에서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총 4종이 발견되었는데, 오늘날 카피바라는 2종(작은 카피바라 -Hydrochoerus isthmius -, 카피바라- Hydrochoerus hydrochaeris -)이 대략 78만 년 전부터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그러면 호저는 어떨까요? 우리가 아는 호저는 총 2가지 분류로 나누어집니다. 구세계 호저과(Old World porcupine -Hystricidae-)와 신세계 호저과(New World porcupine -Erethizontidae-)로 나누어지지요. 이들을 이렇게 부르는 이유는 사는 지역에 따라 라서 이렇게 부릅니다. 구세계 호저과에 속한 호저는 주로 유럽, 아프리카, 인도 등 남아시아에서 서식합니다. 신세계 호저과는 북미, 남미에서 서식합니다. 거기에 구세계 호저과는 가시가 빼곡히 무리 지어 있지만, 신세계호저는 가시와 털이 흩어져있는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구세계 호저(좌)와 신세계 호저(우).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Old_World_porcupine (구세계 호저), https://en.wikipedia.org/wiki/New_World_porcupine (신세계 호저).

  이름만 보면 왠지 구세계 호저가 더 오래되었을 것 같지만 화석기록을 보면 반대로 신세계 호저가 더 오래되었습니다. 2004년에 미국 LA 카운티 자연사 박물관의 칼 데이비드 프라일레이 박사와 케네스 캠벨 박사는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신세계 호저의 한 종류인오풀루로 위그모레이(Eopululo wigmorei)의 이빨 화석을 보고하였습니다. 이 화석은 페루의 야후아랑고층(Yahuarango Formation)이라는 3천 8백만 년에서 2천 8백만 년 정도 된 지층에서 발견되었습니다.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신세계 호저의 흔적은 거의 3-4천만 년 전 즈음부터 존재하였던 것이죠. 그 이후 시기에서도 신세계 호저의 화석은 아르헨티나, 브라질, 콜롬비아, 볼리비아, 미국과 캐나다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에오풀루로 위그모레이의 화석. 출처- Frailey and Campbell (2004).

  반대로 구세계 호저의 경우에는 가장 오래된 화석기록이 인도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인도의 1천 6백만 년 전에서 1천 1백만 년 사이에 형성된 지층인 친지층(Chinji Formation)에서 발견되었죠. 1933년에 당시 콜롬비아 대학교에서 박사과정에 있었던 에드윈 해리스 콜버트 박사 (1935년에 박사학위 취득 후에 뉴욕 자연사 박물관과 북 애리조나 박물관의 척추고생물학 학예사가 되었습니다.)는 인도의 친지층에서 가장 오래된 구세계 호저의 화석을 발견하여 학계에 보고하였습니다. 시바칸티온 콤플리카투스이라고 명명된 이 호저의 화석은 현재까지 발견된 모든 구세계 호저중에서 가장 오래된 호저인 것으로 보입니다. 인도 외에도 구세계 호저의 화석은 케냐,알제리, 에티오피아, 몰도바, 스페인,  그리스, 터키, 오스트리아, 아프가니스탄, 러시아, 중국에서 보고된 바 있습니다. 화석기록을 보면 신세계 호저와 구세계 호저의 분포는 과거에서부터 오늘날까지 서식 지역과 어느 정도 일치합니다.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구세계 호저과의 동물 시바칸티온 콤플리카투스 (Sivacanthion complicatus). 출처- Colbert, and Brown (1933).

 

  종류도 굉장히 다양하고 화석기록도 다양한 호저와 그 친척. 앞으로 또 어떤 연구가 진행될지 궁금합니다. 설치류 중에는 호저외에도 덩치가 큰 포유류, 강에서 살면서 댐을 건설하는 포유류가 있죠? 다음 글에서는 비버와 그 친척의 기원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Hystricomorpha

 

Antoine, P. O., Marivaux, L., Croft, D. A., Billet, G., Ganerød, M., Jaramillo, C., ... & Gismondi, R. S. (2012). Middle Eocene rodents from Peruvian Amazonia reveal the pattern and timing of caviomorph origins and biogeography.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279(1732), 1319-1326.

 

Averianov, A., & Martin, T. (2001). Rodents from the early Paleogene Dzhylga localities in southern Kazakhstan.

 

Colbert, E. H., & Brown, B. (1933). Two new rodents from the Lower Siwalik beds of India. American Museum novitates; no. 633.

 

Fostowicz-Frelik, Ł., Li, Q., & Ni, X. (2018). Oldest ctenodactyloid tarsals from the Eocene of China and evolution of locomotor adaptations in early rodents. BMC Evolutionary Biology18(1), 1-13.

 

Frailey, C. D., & Campbell, K. E. (2004). Paleogene rodents from Amazonian Peru: the Santa Rosa local fauna. The Paleogene Mammalian Fauna of Santa Rosa, Amazonian Peru40, 71-130.

 

Li, Q., & Meng, J. (2015). New ctenodactyloid rodents from the Erlian Basin, Nei Mongol, China, and the phylogenetic relationships of Eocene Asian ctenodactyloids. American Museum Novitates2015(3828), 1-20.

 

Shevyreva, N.S. 1984. [New early Eocene rodents from the Zaysan Basin]. Pp. 77–114, in Flora i fauna Zaysanskoi vpadiny (L.K. Gabunia, ed.). Akademiya Nauk Gruzinskoy SSR, 220 pages. (in Russ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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