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진화사

쥐와 비버, 그리고 다람쥐(8)- 땅과 기후의 변화, 그리고 일어난 변화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3. 4. 8.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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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에서 쥐아목의 한 종류인 뛰는쥐상과를 잠깐 소개하였습니다. 긴 두 뒷다리로 뛰어다니는 쥐라고 소개하였죠. 우리나라에는 서식하지 않고 동물원에서도 보이지 않기에 (혹시 아시는 분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많이 생소한 쥐일 겁니다. 하지만 이들은 유라시아 대부분 지역에서 서식합니다. 즉, 분포도가 매우 넓은 동물이라는 것이죠. 북미, 유럽, 중동, 북아프리카, 중국, 러시아에서 서식합니다. 심지어 극히 일부는 남미의 최북부 지역에서도 서식하고 있지요.

 

뛰는쥐상과의 한 종류인 큰 이집트 캥거루쥐 (Jaculus orientalis).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Dipodoidea

 

오늘날 뛰는쥐상과의 분포도. 출처- https://www.gbif.org/species/9435

 

  오늘날 뛰는쥐상과는 총 3분류로 나누어집니다. 이 분류군은 사는 지역에 따라서 각각 다른 지역에서 서식합니다. 유라시아의 숲에서 사막에 서식하는 긴꼬리쥐(birch mice-sicistines-), 북아프리카, 중동, 중국의 사막에서 서식하는 세가락뛰는쥐(jerboa),  오늘날 서유럽, 북중국, 티베트와 북미에서 서식하는 뛰는쥐(zapus)로 나누어지지요. 화석기록 및 분자배열 연구를 분석한 결과 이들 중에 가장 오래된 분류군은 긴꼬리쥐로, 에오세부터 마이오세 후기 (대략 5천만 년 전에서 5백만 년 사이)까지 총 15속이라는 다양한 분류군이 등장하였습니다. 분포도 역시 매우 넓었는데, 북미-유럽-아시아에 걸쳐서 북반구 여러 지역에 살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날 동유럽에서 서식하는 긴꼬리쥐.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Sminthidae

  

 2012년에 중국 과학아카데미, 미국 남부감리대학교, 이스라엘의 네게브의 벤-구리온 대학교의 공동연구진은 뛰는쥐상과의 화석기록 및 분자생물학적 분석을 통해서 이들의 진화사를 다룬 연구를 발표하였습니다. 연구진은 이들이 살아온 시기 동안 있었던 기후의 변화 및 지리적인 변화가 이들의 진화사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오늘날 뛰는쥐상과는 총 3개의 과 (긴꼬리쥐과-Sminthidae-, 자푸스과-Zapodidae-, 뛰는쥐과-Dipodidae-)로 나누어집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들의 진화사 지리적 변화, 고환경 변화에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이 처음 등장하였던 시기로 추정되는 에오세라고 하는 시기인 5천만 년 전 즈음부터 총 3번의 고지리, 고기후의 변화로 인하여 분화가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1). 첫번째 변화

  뛰는쥐상과가 처음 출현한 시기인 에오세. 이 시기 지구의 모습은 오늘날과 굉장히 달랐습니다. 이 시기 지구는 전반적으로 기온이 매우 높고 습하였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주로 빽빽한 숲을 이루는 식물이 많이 번성합니다. 따라서 이 시기 지구는 극지방부터 적도까지 매우 빽빽하고 울창한 숲이 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시기 뛰는쥐상과의 화석기록은 중국 허난성, 산시성 등 일부 지역과 카자흐스탄, 그리고 북미의 일부 지역에서만 발견되었습니다.

 

5천만 년 전 세계지도.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Eocene

  그런데 3천 4백만 년 전에 에오세 시기를 지나 올리고세라고 하는 시기에 접어들면서 지구의 기온이 갑자기 낮아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로 인해서 극지방에 얼음이 얼기 시작하였지요. 이렇게 기온이 낮아지면서 울창한 숲은 점차 개방된 초원지대로 변화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시기에 뛰는쥐상과의 번성이 시작되었습니다. 이것이 첫 번째 분화였습니다. 화석기록을 보면 에오세 시기에는 중국, 미국, 카자흐스탄에 분포한 지층에서만 발견되었습니다. 그런데 올리고세 시기에 들어서서는 중국, 미국, 거기에 중앙아시아, 유럽, 러시아, 몽골 등 여러 지역의 지층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즉, 서식지가 확 늘어난 것입니다.

 

(2). 두번째 변화

   뛰는쥐상과 중에서 가장 먼저 등장한 분류군은 긴꼬리쥐과였습니다. 화석기록을 보면 이들의 분포는 오늘날 북미대륙에서 유럽-아시아에 걸쳐서 분포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은 육로가 바다로 막혀있지만, 공룡시대 말기인 8천만 년 전부터 마이오세 후기, 그러니까 대략 5백만 년 전까지는 아시아-북미가 베링기아(Beringia)라고 하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육교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이 대륙의 다리를 통해서 시키스타과에 속하는 동물들은 북반구의 대륙들을 자유롭게 오갔던 것으로 보이죠. 이들의 다양성은 올리고세가 시작되는 시기인 3천 4백만 년 전부터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2천 5백만 년 전 즈음엔 다양성이 최절정에 이르렀습니다. 화석기록을 보면 긴꼬리쥐과의 분류군은 총 15속인데, 그중 올리고세-마이오세 시기에 살았던 종류가 9속 이상입니다. 그러나 다리가 끊기게 된 5백만 년 전부터 북미에서는 더 이상 긴꼬리쥐과의 화석기록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아마 그 시기 이후로 북미에서는 멸종한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북미대륙과 아시아대륙의 사이. 8천만 년 후부터 두 대륙이 연결되어 생물이 다닐수 있었다. 긴꼬리쥐과의 동물들 역시 이 다리를 통해서 서로 오갔을 것이다.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Beringia

 

오늘날 긴꼬리쥐의 분포. 출처- https://www.gbif.org/species/2439438

 

  지질연대로 2천 3백만 년 전부터 5백만 년 전까지 시기를 마이오세라고 합니다. 이 시기는 격동의 시기였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환경이 서서히 형성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올리고세 시기에 형성이 시작된 극지방의 빙하는 본격적으로 생성이 진행되었습니다. 거기에 오늘날 티베트지역에는 대략 1500m의 티베트고원이 형성되었지요. 티베트에서 생성된 고원 덕분에 유라시아 지역의 공기 순환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높아진 고원의 영향으로 습기가 동반된 계절풍이 오늘날 중국 북서부에서 중앙아시아 쪽으로 흐르는데 제한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지형의 변화가 생기면서 생긴 건조한 기후는 시대가 지나면서 점점 서쪽으로 넓어졌습니다. 

 

오늘날 티베트고원의 모습. 중앙아시아가 건조한 기후를 형성하는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하는 고원이다. 출처- https://imaggeo.egu.eu/view/1456/

 

   이렇게 건조한 지역이 늘어나면서 서식지가 급격히 늘어난 분류군이 있습니다. 바로 뛰는쥐과입니다. 오늘날에도 사막에서 서식하는 이들의 화석기록을 보면 중국 북서부에서 중앙아시아 지역의 건조화가 시작된 마이오세 중기 시기부터 다양성이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합니다. 이들은 건조한 기후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건조한 지역이 늘어났다는 것은 이들의 서식지가 늘어난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다양성도 늘어난 것이죠. 다양성이 급격 늘어난 이들의 분포도는 오늘날에도 중국 북서쪽부터 중앙아시아, 북부 아프리카까지 이어집니다.

   마이오세 중기에 접어들면서 또 하나의 새로운 변화는 바로 유라시아 대륙과 아프리카, 그리고 아라비아가 연결되었다는 점입니다. 이 땅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서로 고립된 환경에서 살던 생물들이 이주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북부아프리카로 뛰는쥐가 퍼질 수 있게 된 계기가 바로 이것이지요.

 

오늘날 뛰는쥐과의 분포. 출처- https://www.gbif.org/species/9435

  위에서 이야기하였던 뛰는쥐상과중에서 아직 이야기하지 않은 분류군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자푸스과라고 하는 분류군이죠. 이들은 오늘날 숲과 초원지대에서 서식합니다. 오늘날에는 북미의 일부 지역과 중국에서만 서식하지만, 화석기록을 보면 이들은 과거에는 유럽에서도 서식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의 기원은 마이오세 중기인 대략 1천 3백만 년 전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자푸스과는 총 3개의 속으로 나누어집니다. 오늘날 티베트 고원에서 서식하는 중국 뛰는쥐(Eozapus), 북미대륙 동부에 서식하는 삼림 뛰는쥐(Napaeozapus), 북미대륙에 고루 걸쳐서 분포하는 자푸스(Zapus)로 나누어집니다. 이 분화가 이루어진 시기는 대략 6백만 년 전, 그러니까 베링해협이 생기고 아시아와 북미대륙이 갈라지기 거의 직전 시기에 일어났습니다.

  삼림 뛰는쥐와 자푸스는 화석기록이 북미대륙에서만 나타나고 오늘날에도 그곳에서만 서식합니다. 하지만 중국 뛰는쥐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오늘날에는 티베트고원에서만 서식하지만, 화석기록을 보면 1천만 년 전에서 5백만 년 전까지는 서유럽에서도 살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스페인, 오스트리아에서 화석기록이 관측되었죠. 이들의 서식지가 왜 5백만 년 전 즈음을 기점으로 확 줄어들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삼림 뛰는쥐 (좌), 자푸스(중), 중국 뛰는쥐 (우). 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EC%82%BC%EB%A6%BC%EB%9B%B0%EB%8A%94%EC%A5%90#/media/%ED%8C%8C%EC%9D%BC:Woodland_jumping_mouse-closeup.jpg (삼림 뛰는쥐), https://en.wikipedia.org/wiki/Zapodidae (자푸스), http://treatment.plazi.org/id/787F87982C04FFB8FF56AF9095756027 (중국 뛰는쥐).

 

(3). 세번째 변화

  마이오세 시기를 지나 본격적으로 빙하기 시대에 접어들게 되면서 뛰는쥐상과의 분화는 더욱 오늘날에 가까워졌습니다. 긴꼬리쥐과의 경우에는 대략 3십만 년 전에 살았던 티라노미스(Tyrannomys)라는 종류가 멸종한 뒤로는 오늘날까지 살아있는 긴꼬리쥐속(Sicista) 딱 한 종류만 남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들의 분포도는 오늘날에도 매우 넓은 편인데, 동유럽에서부터 북유럽, 중동, 러시아를 지나서 중국에까지 분포하고 있습니다. 적응력도 좋아서 서식지도 굉장히 넓은 편인데, 숲에서 툰드라 지형, 심지어 사막에서도 서식한다고 합니다. 아마 이 넓은 환경에서 살 수 있다는 적응력 덕분에 다른 친척과는 달리 멸종을 피할 수 있던 것이 아닐까 싶네요.

  그 반면에 빙하기를 지나면서 계속 번성한 종류가 있습니다. 뛰는쥐과입니다. 빙하기가 시작되고 건조한 기후대인 지역은 갈수록 늘어났습니다. 즉, 뛰는쥐과의 서식지는 갈수록 넓어졌다는 것이죠. 오늘날 뛰는쥐과는 총 11속이 살고 있습니다. 이들 상당수가 빙하기에 출현하였습니다.

 

  정리해보자면, 뛰는쥐상과는 1) 5천만 년 전 지구가 온통 숲으로 덮여있던 시기에 처음 출현, 2) 지구의 기온이 하락하면서 다양성이 처음 증가, 3) 긴꼬리쥐과의 출현 및 2천 5백만 년 전 즈음까지 다양성이 증가하며 번성, 4) 2천 5백만 년 전에 뛰는쥐과, 자푸스과의 출현, 5) 티베트고원의 형성, 그로 인한 계절풍의 변화로 뛰는쥐과의 번성, 중국 서부에서 서유럽까지 자푸스과 분포, 긴꼬리쥐과의 다양성 감소  6) 5백만 년 전 이후 북미에서 긴꼬리쥐과의 멸종, 자푸스과의 서식지 티베트고원으로 한정 7) 긴꼬리쥐속을 제외한 모든 긴꼬리쥐과 멸종, 뛰는쥐의 다양성은 대규모로 증가.

 이렇게 정리됩니다. 이 모든 것이 지구에 일어난 기후 및 지리 변화에 영향을 받은 것이죠.

  찰스 다윈은 환경에 적응하는 개체가 살아남는다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환경 변화에 적응한 개체만이 살아남는 자연선택이지요. 비록 우리에겐 많이 생소한 동물이지만, 뛰는쥐상과의 진화사는 기후 및 지리 변화에서 생물의 다양성이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보여주는 예시라 할수 있을듯 합니다. 환경에 적합하도록 적응한 종류가 살아남은 것이지요.

 

  지금까지 현재 살아있는 설치류의 분화를 여러 편에 걸쳐서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궁금해지는 점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설치류들은 전반적으로 몸집이 작은 경향이 있습니다. 몸집이 큰 호저나 카피바라 정도이지요. 그런데 화석기록을 보면 설치류 중에서 매우 몸이 큰 설치류도 있었습니다. 이 동물은 심지어 오늘날 카피바라보다도 훨씬 더 거대하였지요. 어떤 동물이었는지 설치류의 분화 시리즈의 마지막편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계속)

 

ps. 참고로 캥거루쥐라고 하는 뛰는쥐와 비슷하게 두 발로 뛰는 쥐가 있는데, 생긴 모습만 비슷하고 전혀 다른 분류군입니다! 캥거루쥐는 비버에 더 가깝습니다.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museum.wales/articles/1036/When-Antarctica-went-into-the-deep-freeze/

(amgueddfa cymru- When Antarctica went into the deep freeze)

 

Gladenkov, A. Y., Oleinik, A. E., Marincovich Jr, L., & Barinov, K. B. (2002). A refined age for the earliest opening of Bering Strait. Palaeogeography, Palaeoclimatology, Palaeoecology, 183(3-4), 321-328.

 

Wang, J., Wang, Y. J., Liu, Z. C., Li, J. Q., & Xi, P. (1999). Cenozoic environmental evolution of the Qaidam Basin and its implications for the uplift of the Tibetan Plateau and the drying of central Asia. Palaeogeography, Palaeoclimatology, Palaeoecology, 152(1-2), 37-47.

 

Zhang, Q., Xia, L., Kimura, Y., Shenbrot, G., Zhang, Z., Ge, D., & Yang, Q. (2013). Tracing the origin and diversification of Dipodoidea (Order: Rodentia): Evidence from fossil record and molecular phylogeny. Evolutionary Biology, 40, 3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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