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진화사

박쥐의 과거- 수수께끼의 과거사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3. 4. 30. 09:52

  박쥐는 줏대 없는 동물의 대명사입니다. 이솝우화에서 땅에서 사는 동물과 새가 서로 대결을 할 때 땅에서 사는 동물이 유리하면 땅에서 사는 동물 편을 들고, 새가 유리하면 새의 편을 들었습니다. 땅에사는 동물에겐 자기는 쥐와 비슷하게 생겼으니 땅에사는 동물이라고 하고 새에게는 자기에게 날개가 있으니 새라고 하면서 말이죠. 그러다가 결국 양쪽 어디에도 인정받지 못하고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사람을 보고 박쥐라고 합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자면 박쥐는 새도 아니고 그렇다고 쥐가 속한 설치류도 아닙니다. 박쥐는 박쥐목(Chiroptera)이라는 특정 분류군에 속해있습니다. 이 분류군은 포유류의 로라시아상목(Laurasiatheria)이라는 분류군에 속합니다. 여기에는 말, 호랑이, 개, 천산갑, 고래, 고슴도치등 여러 포유류가 속합니다. 쥐가 속한 설치류는 로라시아상목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즉, 쥐와 박쥐는 생각보다 거리가 꽤 있는 분류군입니다.

 

왕박쥐(flying fox)의 사진.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Bat#/media/File:Flying_fox_at_botanical_gardens_in_Sydney_(cropped_and_flipped).jpg

 

  이 박쥐의 기원은 어떻게 될까요? 사실 아쉽게도 박쥐의 진화사에 대해서 확실한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화석기록을 볼 때 현재까지 살았던 가장 오래된 박쥐의 모습은 이미 오늘날 박쥐와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즉, 화석기록만으로는 아직 박쥐가 어떤 변화 과정을 통해서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는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다만 박쥐의 조상은 아마 곤충을 주로 잡아먹고 나무에서 생활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 있을 뿐입니다. 박쥐의 조상으로 추정되는 동물 이빨의 형태가 곤충을 먹는 포유류와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아쉽게도 이빨만 발견되어서 정확한 생김새는 아직 알수 없다고 하네요.

  2013년 세계 척추고생물학회에서 버클리대학교의 켈빈 파디안(Kevin Padian) 교수와 몬테나 대학교의 케네스 다이알(Kenneth Dial)교수는 초창기 박쥐의 한 종류인 온코니크테리스 (Onychonycteris)의 뒷다리 화석을 연구한 결과 이들의 뒷다리가 일반적인 포유류 및 오늘날 박쥐의 뒷다리와는 달리 측면으로 휘는 것에 적합한 구조였다는 것을 발표하였습니다. 이는 바위나 나무를 오를때 유용한 특징입니다. 즉, 정확한 생태는 아직 알기 어려운 것이 많지만, 최소한 초창기 박쥐는 오늘날 박쥐와는 다른 삶을 살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온코니크테리스의 화석.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Onychonycteris

 

  거기에 박쥐의 화석은 꽤 오래전부터 이미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발견되기에 정확한 기원지에 대해서도 아직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박쥐의 화석기록은 5천만 년 전부터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이 시기부터 이미 북미, 유럽, 아시아, 심지어 호주에까지 화석기록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즉,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박쥐의 화석종이 살았던 시기인 5천만 년 전에는 이미 전 세계에 퍼져있었다는 뜻입니다.

 

1. 가장 오래전에 살았던 박쥐의 화석

  박쥐는 오늘날까지 살아있는 동물인 만큼 화석기록은 5천만 년 부터 꾸준히 등장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오래전에 살았던 것으로 보이는 박쥐는 1966년에 프린스턴 대학교의 글렌 로웰 젭슨(Glenn Lowell Jepsen)교수가 학계에 보고하였습니다. 이카로니크테리스 인데스(Icaronycteris index)라고 명명된 이 박쥐는 꽤 좋은 상태로 보존되었습니다. 이 종을 시작으로 프랑스 수아소네 갈탄층(Lignites de Soissonais Formation)에서 이카로니크테리스 메누이(Icaronycteris menui), 인도 캄바이 셰일층(Cambay Shale Formation)에서 이카로니크테리스 시게이(Icaronycteris sigei)가 발견되어 학계에 보고되었습니다. 다만 이 종들의 화석은 인데스종과는 달리 보존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았습니다.

 

이카로니크테리스 인데스의 화석. 출처- Jepsen (1966).
이카로니크테리스 시게이의 화석. 출처- Smith et al., (2007).

 

2. 이카로니크테리스 재분류

   2023년 4월에 네덜란드의 자연 생물 다양성 센터, 미국 와이오밍의 뷰트 화석 기념관, 캔자스 대학교, 메인 대학교, 뉴욕 자연사 박물관, 캐나다의 뉴파운드랜드 메모리얼 대학교 공동 연구진은 그린 리버층에서 발견된 새로운 종류의 이나코니크테리스종의 화석을 학계에 보고하였습니다. 1994과 2017년에 발견된 이 표본들에 연구진은 이카로니크테리스 군넬리(Icaronycteris gunnelli)라는 학명을 부여하였습니다.

 

이카로니크테리스 군넬리의 화석. 출처- Rietbergen et al., (2023).

 

 연구진은 이카로니크테리스 군넬리를 연구하면서 동시에 기존에 보고된 다른 이카로니크테리스종과 비교 및 재분류를 하였습니다. 그 결과 처음 보고된 종인 인데스종, 그리고 군넬리종을 제외한 다른 두 종(메누이종, 시게이종)은 이카로니크테리스로 분류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보존률이었습니다. 군넬리종이나 인데스종과는 달리 메누이종이나 시게이종은 신체의 일부만 보존되어 있어 정확한 구분이 어렵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즉, 북미에서 발견된 군넬리, 그리고 인데스종만이 확실히 이카로니크테리스속에 속하고 프랑스와 인도에서 발견된 메누이, 그리고 시게이종은 정확한 종을 알기 애매한 원시적인 박쥐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연구진은 박쥐의 분포도가 에오세 초기 시기부터 이미 여러 대륙으로 빠르게 퍼졌다는 것으로 결론내렸습니다.

  박쥐는 화석기록을 보면 꽤 예전부터 전 세계 여러 지역에 널리 퍼지면서 번성하였음은 분명한 듯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박쥐의 진화사는 상당수가 미스터리의 영역에 있습니다. 과일을 먹는 박쥐는 오늘날에는 주로 아프리카, 아시아, 호주에 서식하지만 의외로 과일을 먹는 가장 오래된 박쥐의 화석은 이탈리아에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박쥐 하면 떠올리는 공포의(?) 대상인 흡혈박쥐 역시 오늘날에는 중남미에 서식하지만 화석기록을 보면 미국 캘리포니아에도 분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즉, 박쥐도 진화 과정에서 서식지의 변화가 있었던 것은 분명한듯 합니다. 차후에는 박쥐의 진화사에 대해서 어떤 미스터리가 풀릴지 기대됩니다.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ucmp.berkeley.edu/mammal/eutheria/chirofr.html

(Chiroptera: Fossil Record)

 

https://www.si.edu/spotlight/bats/batfacts

(smithsonian- Bat Facts)

 

https://www.smithsonianmag.com/science-nature/bats-evolution-history-180974610/

(smithsonian magazine- Why Bats Are One of Evolution’s Greatest Puzzles)

 

Jepsen, G. L. (1966). Early eocene bat from Wyoming. Science154(3754), 1333-1339.

 

Rietbergen, T. B., van den Hoek Ostende, L. W., Aase, A., Jones, M. F., Medeiros, E. D., & Simmons, N. B. (2023). The oldest known bat skeletons and their implications for Eocene chiropteran diversification. Plos one18(4), e0283505.

 

Russell, D. E., Louis, P., & Savage, D. E. (1973). Chiroptera and Dermoptera of the French early Eocene (Vol. 95).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Smith, T., Rana, R. S., Missiaen, P., Rose, K. D., Sahni, A., Singh, H., & Singh, L. (2007). High bat (Chiroptera) diversity in the Early Eocene of India. Naturwissenschaften94, 1003-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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