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읽다/진화사

화석 기록의 부재 (1) - 곤충의 날개 진화와 미스터리 -

화석사랑 지질사랑 2023. 7. 9. 07:06

  화석은 과거에 살았던 생물이 어떻게 살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진화하였는가를 알려주는 지표입니다. 물론 현재는 화석 외에도 분자생물학, 배아 발생 과정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사를 연구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화석을 통해서 연구하면 과거 생물의 모습을 알 수 있고, 또 그를 통하여서 진화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모든 화석기록이 다 충분한 것은 아닙니다. 몇몇 생물의 경우에는 화석기록이 매우 부족하여서 진화가 이 시기에는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미스터리인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만약 그 생물이 그 특정 시기 이후에 화석기록이 존재하지 않아 멸종하였다면 모를까 그 시기를 지나고 난 이후에 화석기록이 다시 나타나면 '대체 이 시기에는 왜 화석기록이 없는 걸까?'하는 의문만 남기게 되겠지요. 이번 글에서는 곤충의 날개 진화와 관련된 미스터리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곤충의 날개는 곤충이 현재 그 엄청난 다양성을 보이게 한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입니다만 아직 진화사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것이 많습니다. 날개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진화하였을까 하는 것이 아직 화석을 통해서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배아의 발생과정등을 토대로 진화사에 대해서 몇 가지 주장이 있기는 하였지만, 아직 화석기록의 부재로 진화 과정에 대해서 많은 부분이 의문에 싸여있습니다.

 

곤충날개의 진화사 1, 2, 3편 보러가기

 

곤충의 날개. 출처- https://www.publicdomainpictures.net/en/view-image.php?image=25113&picture=insect-wing-structure

 

1. 곤충의 화석기록 부재 및 날개의 진화

곤충은 오늘날 알다시피 거의 모든 장소에서 발견될 정도로 매우 널리 분포해서 살아가는 생물입니다. 이 작고 징그럽지만 동시에 귀엽기도 한 생물은 화석기록을 보면 대략 4억 년 전부터 살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말이 곧 화석기록이 4억 년 전부터 항상 꾸준히 발견되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곤충의 화석기록을 보면 특정 시기에는 화석기록이 사실상 보이지 않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이 시기를 육각류 갭(Hexapoda Gap)이라고 합니다. 육각류란 곤충을 비롯한 다리가 3쌍인 절지동물을 포함하는 분류군으로 곤충과 톡토기등이 포함되는 분류군입니다.

  육각류 갭이 화석기록에서 보이는 시기는 크게 보면 4억년 전에서 3억 2천만 년 전 즈음입니다. 4억년 전 즈음에 살았던 곤충 중에서 날개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화석이 있습니다. 아쉽게도 보존률이 그리 좋지는 않아 곤충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논쟁의 여부가 있지만, 리니오그나타 히르스티(Rhyniognatha hirsti), 스트루디엘라 데보니카(Strudiella devonica)라는 곤충 -이들이 곤충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지만 여기에서는 곤충이라고 소개하겠습니다.-이 있습니다. 이들의 신체에서 보면 날개로 '추정되는' 신체부위가 보존되어 있기에 이들이 아마도 원시적인 날개를 가진 곤충이 아니었을까 하는것이죠.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뚜렷한 날개의 존재가 확인된 가장 오래된 곤충은 어떤 것일까요? 이들은 고망시류(Palaeodictyoptera)라고 하는 분류군에 속하는 곤충들입니다. 가장 오래된 고망시류의 화석은 대략 3억 2천 5백만 년 전에 살았던 초창기 곤충 중에서 델리츠스칼라 비테르펠덴시스(Delitzschala bitterfeldensis)라는 곤충이 있습니다. 이 곤충에게서는 날개의 모습이 매우 뚜렷이 관측되었습니다. 즉, 곤충이 날개를 가지게 된 시기는 아무리 빨리 잡는다 해도 최소 3억 2천만 년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겠죠.

 

리니오그나타 히르스티의 화석. 출처- Haug and Haug, (2017).

 

델리츠스칼라 비테르펠덴시스의 화석.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Delitzschala

 

  문제는 바로 저 간극입니다. 리니오그나타나 스트루디엘라가 살았던 시기인 대략 4억 년 전 즈음(정확히는 3억 8천 5백만 년 전) 전과 델리츠스칼라가 살았던 3억 2천 5백만 년 사이를 보면 몇천만 년이라는 간극이 발생하는데...문제는 이 발생하는 기간동안 곤충의 화석기록이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것도 곤충의 날개 발달 과정에 단서가 될 만한 화석이 말이죠. 따라서 곤충의 날개 진화 과정이 어떠하였는지 화석으로는 아직까지도 알 수 없습니다.

 

육각류 갭이 나타나는 시기. 출처- Shear (2012).

 

2. 산소농도가 원인이었을까?

  왜 이 시기에는 유독 곤충의 화석이 부재한 것일까요? 이에 대한 가설로 산소의 농도가 낮았던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었습니다. 2006년에 워싱턴대학교의 피터왈드 (Peter ward)교수와 스미소니언 재단, 프랑스의 소르본 대학교, 예일대학교의 공동 연구진은 고생대 시기에 있었던 여러 생물의 화석기록이 부족한 시기를 조사하면서 산소의 농도가 낮았던 것이 화석기록이 부족한 원인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기존에 여러 암석에서 보존된 탄소 및 황의 동위원소비를 측정한 연구와 고생대 시기에 보고된 여러 화석들의 시기를 비교하여서 고생대의 생물다양성과 산소농도의 결과를 비교한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생물의 다양성은 4억 2천 5백만 년 전에서 3억 6천만 년 사이에 총 2번에 걸쳐서 화석기록이 부족한 시기가 산소농도가 낮았던 시기와 교차된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었습니다.

  육각류 갭이 있었던 3억 4천 5백만 년 전에서 3억 6천만 년 전 시기 산소의 농도는 오늘날 대기중 산소농도인 21프로 보다 더 낮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대략 15프로에서 20프로 미만) . 따라서 연구진은 산소 농도가 낮아서 생물의 다양성이 적었던 것이 아니었느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또한 산소농도가 높아지면서 절지류의 다양성이 증가한다는 결론이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3. 사실은 산소가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데 2018년에 이를 반박하는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2018년에 스탠포드대학교의 산드라 샤차트(Sandra Schachat)연구원과 스미소니언 재단, 메릴랜드대학교, 중국 서우두사범대학교,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아이오와대학교의 공동연구진은 육각류 갭 시기의 산소농도를 측정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연구진이 측정한 연구 결과, 이 시기에는 특별히 산소농도가 다른 시기와 비교하였을 때 그리 낮은 편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기존에 연구된 자료 및 육각류 갭이 있었던 시기의 화석과 암석 덩어리의 동위원소 분석을 토대로 그래프를 그렸습니다. 그린 결과, 산소의 농도는 오히려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높은 편 (15%이상)이었다는 것이죠.

 

시기에 따른 산소농도의 변화. 출처- Schachat et al., (2018).

 

  그러면 육각류 갭은 어떻게 된 것일까요? 여기에 대해서 샤차트 연구원과 연구진은 몇 가지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이 시기의 육성층, 즉, 육상 생물의 화석이 발견될 만한 지층이 많지 않다는 점, 이 시기 곤충은 아직 거미나 지네, 노래기 등에 비해서 다양성에서 떨어진다는 점, 날개를 가진 곤충의 다양성이 아직 관측되기 전이라는 점을 뽑았습니다. 그러니까 아직 곤충이 다양하게 퍼져나가기 이전 시기이기이고 곤충의 화석이 발견될 육성층이 부족하다는 점이 육각류 갭이 일어난 이유라는 것입니다. 즉, 딱히 생태적이거나 생물학적 이유가 있어서 갭이 있는게 아니라, 화석이 발견될 확률이 매우 적어서 갭이 나타나는 것이죠.

 

  화석기록은 분명 생물의 역사를 알려주는 매우 좋은 지표입니다. 하지만 화석이란 것은 어느 때나 보존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환경에서만 보존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간혹 생물의 진화 연구에서 화석기록이 부족하여서 그 과정을 알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심지어 많은 다양성을 가진 곤충마저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러면 다른 사례도 또 있을까요? 화석기록을 보면 다른 동물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다. 어떤 사례인지는 다음 글에서 다루어 보겠습니다.

 

(계속)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www.popsci.com/science/fossil-evidence-insect-evolution/

(popular science: When insects got wings, evolution really took off)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mysterious-insect-fossil-gap-explained/

(Scientific American: Mysterious Insect Fossil Gap Explained)

 

https://a-z-animals.com/blog/whats-the-oldest-insect-ever-discovered-plus-the-oldest-still-living-today/

(animals: What’s the Oldest Insect Ever Discovered? (Plus the Oldest Still Living Today)

 

Schachat, S. R., Labandeira, C. C., Saltzman, M. R., Cramer, B. D., Payne, J. L., & Boyce, C. K. (2018). Phanerozoic p O2 and the early evolution of terrestrial animals.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285(1871), 20172631.

 

Shear, W. A. (2012). An insect to fill the gap. Nature, 488(7409), 34-35.

 

Haug, C., & Haug, J. T. (2017). The presumed oldest flying insect: more likely a myriapod?. PeerJ, 5, e3402.

 

Hörnschemeyer, T., Haug, J. T., Bethoux, O., Beutel, R. G., Charbonnier, S., Hegna, T. A., ... & Willmann, R. (2013). Is Strudiella a Devonian insect?. Nature, 494(7437), E3-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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